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뉴스

해외 “어린 시절 본 새끼줄 꼬기, 지금 작품 있게 한 모태”

  • 등록일 2023-02-21
  • 조회수91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작품은 주인공을 닮았다. 유치원 교사 같은 낭랑한 목소리로 사람과 이야기 할 때면 눈맞춤을 잊지 않는다. 지난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작업실에서 만난 정현숙(58) 화가, 지난달 맛산갤러리에서 펼친 15회 개인전 소회를 비롯해 예술로 정을 나누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비틀어서 붙이기, 유년시절 회상 = 평면 작품이지만 입체감이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현숙 작품에는 ‘비틀다(트위스트·twist)’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정 작가는 종이를 비틀어서 꼬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꼬임이 많을수록 감정이나 욕망이 응축된 것을 표출한다. 너비가 넓고 꼬임이 덜할수록 긴박한 소용돌이를 지나 편안한 상태를 드러낸다.

그에게 꼬는 행위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농한기면 부모님이나 마을 어른들은 짚을 꼬면서 이듬해 농사를 기약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전남 함평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고등학교를 올라 갈 때 온 가족이 마산으로 왔으니, 어린시절 추억은 논두렁을 뛰어 다니던 순간들이 가장 강렬합니다. 어느 순간 작품을 구상하던 중 종이를 꼬는 저를 발견하고는 놀랐어요. 부모님, 마을 어른들이 하던 모습이기도 했으니까요. 농한기 사랑방에서 새끼 줄을 꼬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잠시 멈추지만 역동적인 내일을 설계하는 시간이죠.”

비틀어서 붙임으로 인해 공간을 확보한 결과 그의 작품에서는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공간을 확보한 캔버스는 이젤에 세우지 않고 바닥에 놓은 상태로 물감을 뿌리거나 흘려 순간순간의 감흥을 담는다. 여기에 더해 작품 속에 ‘빛’은 항상 존재하는 무엇이다.

“꼬임은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지만 물감을 뿌리는 행위로 해방감을 표현합니다. 또한 빠지지 않는 오브제가 빛인데, 앞서 말했듯이 꼬는 행위는 겨울을 나는 준비 기간입니다. 동시에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기에 빛을 투영해 작품에 녹입니다.”

 

◇미술은 소통, 청소년 장애인과 함께 = 정현숙 화가는 작업실에 오롯이 있는 시간 외에는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로 소통한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협동조합 날개가 펼치는 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예술인 매칭 ‘예술로 날개’ 사업이다. 5년 넘게 인연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들이 1 대 1로 매칭이 되어 청소년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을 예술촌 내 갤러리에서 전시도 하면서,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 작가는 2년 전부터 마산장애인복지관에서 아동미술 수업을 맡고 있다. 미술학과를 다니기 전에 유아교육학과를 다닌 경험치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6~7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함께 미술 수업을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들이 촉각 활동을 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결과물보다 미술을 가까이하고 즐기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 행위가 됩니다. 몰입이 뛰어난 친구들이라 예상을 뛰어 넘는 표출을 하고는 합니다.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 눈을 그리겠다며 한참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고 저마다 사랑스러운 존재로 빛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떠올려 본다

“돌이켜 보면 호기심은 예술활동의 출발이죠. 벽에 낙서를 하거나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고 했던 모든 움직임이 예술을 펼치는 활동인 거죠. 그렇게 호응을 얻고 상호 작용을 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서로 주고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변화 꿈꿔 = 정현숙은 창동예술촌 부대표로 활동하고, 마산미협 서양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러 작가들 활동을 북돋우고 소통하는 데도 열정을 아끼지 않는다.

“혼자 가는 길보다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을 추구했던 것이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혼자 잘났다고 앞서가기보다 구석에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챙기고 힘을 북돋우는 자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다 보면 좋은 기운을 함께 받기도 합니다.”

정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늦은 나이에 대학원 공부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호남대 미술학과 졸업 이후 몇 십년 만에 창원대 미술학과 석사를 거쳐 최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달에는 맛산갤러리에서 열다섯 번째 개인전도 열었다.

“초기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구상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2017년 비구상 작업을 시작하고 2018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더욱 몰두하게 됐습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변화를 추구하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제 작업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나답게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 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구현되겠죠.”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