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충북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결과 공유회
렛잇비, 삶의 존중을 위한 실천연구
충북문화재단에서는 지역의 장애인 문화예술 매개자 양성을 위해 2019년에 이어 2년째 <렛잇비 : Let it be>(이하 렛잇비) 사업을 진행하였고, 지난 9월 8일 결과 공유회 및 수료식을 개최하였다. 당초에는 충북문화예술인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천연구의 온라인 발표 현장은 수료생들의 진지함으로 가득했으며 그 에너지는 컴퓨터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듯했다.
렛잇비는 장애인문화예술지원(지역문화예술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3년 동안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된 사업 중 하나이다. 2018년에는 <이음+세움 프로젝트>로 충북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현장실태조사, 자문 및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였고, 2019년과 2020년에는 장애인 예술 매개자를 양성하기 위해 <렛잇비 : Let it be> 과정을 개설하였다. 올해는 장애인학교 및 복지관 등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장애인 문화예술 매개자에 관심 있는 16명의 교육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학습실행공동체와 실천연구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심화과정, 매개자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중장기 방향성을 고민하는 매개연구, 장애인 예술매개의 담론을 함께 고민하는 온라인 포럼 등의 과정을 마쳤다. 김월식 다사리문화기획학교 교장이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았고 이지혜 로아트 기획자와 최선영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가 멘토로 합류하여 이끔과 도움, 그리고 동료의식으로 과정을 함께했다. 지난 3년간 이 사업을 담당한 전영주 충북문화재단 기회전략팀 차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 특히 달라진 점은 “주입식 강의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여 멘토링에 보다 주안점을 두었고, 참여자가 이론적인 내용과 함께 적극적으로 자신의 관심사와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인 공동체 연구로 진행했다.”고 한다.
올해 과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 장애인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활동 방법, 예술 표현 과정에서 자기를 표현하며 자기 치유하는 법 등 수료생들이 각자 활동영역에서 고민하고 성찰한 다양한 주제와 구체적인 실천연구로 마무리되었다. 대다수 수료생은 이 실천연구 과정을 통해 때로는 장애와 비장애의 범주 및 역할 개념, 매개자로서의 태도와 역할 등에 대해 매우 다면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고 마음속 심연에서 대립되는 듯한 심적 변화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문제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성찰을 경험했으며, 앞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매개자로서 더 확장된 정보와 심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열린 태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그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매개자 교육은 아직 시작 단계이다. 우리에게 기존의 고정관념에 많은 고민을 던지며 구분됨 없는 인간으로서 함께 성숙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예술 매개자들이 렛잇비와 같은 사업의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렛잇비 : Let it be> 수료생 인터뷰
홍인자 | 렛잇비 2년차, 장애 예술인&매개자, 충북장애인사진협회 회장
사진가로서도 활동하면서 문화예술 매개자 교육을 받았는데, 렛잇비 실천연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장애인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성장하게 되었다. 장애인과 일하는 (비장애인) 분들을 만나 여러 애로사항을 들으면서 장애인의 특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알게 되어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직접 기획해 운영하는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 참여자 개개인의 성향도 좀 더 깊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기회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참여하셨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고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 혹은 좀 더 구체화된 활동 계획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장애인의 정신적,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이 문화예술을 통해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렛잇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나의 관심사에 맞게 활동을 기획하는 실천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자들이 다들 깊숙이 연구했고. 나 자신도 자기계발의 기회가 되었다. 장애인들과 생활하는 참여자도 있어서 앞으로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다.
장애인 문화예술 매개자로 활동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지원, 환경 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전보다는 물리적 환경이나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경사로 구축 등 건축의 물리적 환경이 장애인의 이동에 친화적이지는 않다. 우리는 불편할 뿐이지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다가와주면 고맙다. 그리고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비장애인 매개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매개자의 발굴이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으로서 렛잇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인식이 달라지고 확장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뜻있는 장애인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서 공부도 하고 자기 발전에 도움도 되고,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부한 삶을 살면 좋겠다. 비장애인 예술 매개자뿐 아니라 장애인 예술 매개자의 역할도 더욱 커지면 좋겠다.
이미경 | 렛잇비 1년차, 방과후 강사, 공방 운영
렛잇비 과정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특수학급의 방과후 활동을 맡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발표 때 장애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많았고, 이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렛잇비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은 매우 좋았다. 기존에 경험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자율적이면서 의사표현과 토론이 자유로워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내가 가진 것(능력)을 접목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으나, 예술과 장애의 이슈를 다루다 보니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내가 섣불리 접근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시간 고민하고 숙연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멘토들의 말씀처럼 확장의 과정인 것 같고, 내가 성찰하면서 성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신청할 때와는 달리 생각이 꽤 달라지게 되었고 폭넓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의 시간이 다른 역할로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그리고 앞으로 렛잇비와 같은 프로그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온라인 진행으로 인한 기술적인 부분과 소통의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다. 이동 시간을 절약하는 부분은 좋기도 하였다. 바라는 점은, 실천연구를 통해 기획하고 실행한 활동들을 결과발표 외에도 모든 참여자가 함께 하는 시연 워크숍, 혹은 시연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별도로 마련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실천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좀 더 깊게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정원
미술가. 《일회용 하루》(2019, 청주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을 하였고, ‘작업실 짜장’을 운영하며 ‘예술적인 교육활동’에 대해 고민한다. 충북문화재단 ‘헬로우 아트랩’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 이해 활동과 학교 예술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한 바 있다.
jwononline@gmail.com
사진제공. 충북문화재단
2020년 10월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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