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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

리뷰 장애인 예술, 규모의 확장에서 의미의 확장으로

  •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등록일 2019-09-25
  • 조회수422

리뷰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

장애인 예술, 규모의 확장에서 의미의 확장으로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장애 인권운동의 한 흐름으로 시작된 장애인 예술이 2000년대를 지나면서 장애인의 자기표현, 인식 개선 수단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하고 유니크한 예술 장르로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최근의 작업을 공연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꾸준히 장애 여성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서 드러내고(춤추는 허리 <불만폭주 라디오>), 미투 운동 등 사회적 이슈를 연극 속에서 세련되게 풀어내거나(극단 애인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미디어아트와 시각예술을 결합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비상 1,2>) 등 표현형식과 주제 의식에 있어 그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장애인 배우이자 관객으로서 근래 장애인 예술 작업의 이러한 확장은 기껍고 반가운 일이다.

한편 장애인 예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여겼던 점은 장애인 예술의 변화와 확장, 성장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는 지표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장애인 문화예술 실태조사’는 2012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된 것인데, 문화예술 향유 장애인의 수가 전체 표본에 포함되어 있어 장애 예술인 활동의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대표성을 가진 장애 예술인 표본으로 주기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한국의 장애인 예술활동에 대한 실태도 명확한 조작적 정의 하에 대표성 있는 표본으로 조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왔다. 반갑게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주관으로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가 실시되었고, 지난 8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대규모 단위로 시행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자리이니만큼, 장애계, 예술계, 정치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조사연구의 책임을 맡은 박근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 결과 및 시사점’ 발제에서 이 연구가 한국 장애인 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두 가지 명백한 함의를 드러내었다. 첫째, 한국의 실정에 맞추어 장애 예술인 개념의 조작적 정의를 구성하려는 학술적, 이론적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장애 예술인의 개념은 「한국장애예술인총람」과 「장애예술인수첩」에 근거한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한국장애예술인총람」에서는 ‘법적 장애인으로 일정 기간(3년)의 예술활동 여부’로 규정하고 있고, 「장애예술인수첩」에서는 발표 횟수 등 일정 예술활동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화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까지 논의된 개념이 “전문성의 면모에만 주목”하고 있다며, 이것이 “비장애 예술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장애 예술인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의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새로운 분야의 예술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번 조사에서는 ‘장애인 예술 활동가’와 ‘장애 예술가’를 새롭게 정의, 구분해 조사하였다. 잠재적 장애 예술인을 ‘장애인 예술 활동가’로 규정하고, “본인을 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는 사람 등을 ‘장애 예술인’으로 개념화하여, 자신을 예술가로 명명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장애 예술인들을 장애인 예술이 포괄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총 5,972명의 장애 예술인, 25,722명의 장애인 예술 활동가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둘째, 장애인의 예술활동 증진을 위한 종합적 정책, 장애예술 교육체계 및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연구의 설문조사와 표적집단면접(FGI) 결과, 특히 발달장애인 예술가 비율이 높았지만, 이들의 활동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및 창작 기회 제공을 위한 지원체계가 개발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3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장애 예술인 활동의 궤적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 로드맵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연구자의 바람을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바라는 모든 청중이 함께 공유하는 듯하였다.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주제로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 창작·발표 기회의 확대, 공간의 마련, 인식개선, 전문 교육의 확대, 예술을 통한 고용 창출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들이 오갔다. 그중 뜨거운 감자로 발제자들에게 여러 번 언급이 되었던 이슈는 매개자의 양성 문제였다. 우리나라 장애 예술계에서 매개자의 필요성과 수요는 인정되지만, 이들은 ‘장애 예술인’ 지원 정책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매개자의 지원은 장애 예술인의 예술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접근, 정체성, 관점을 가능하게 하여, 예술 영역에서 ‘협업’과 ‘플랫폼’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장애인 예술의 외연과 의미를 확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예술 활성화 방안 제언’ 발제를 맡은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장애인 예술에서 “행위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작업을 바라봐주고, 동의하고, 지원해주는 사람”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장애 예술인의 관점에서 그 작업을 바라보고, 동의하고, 지원하는 매개자의 역할과 장애인 예술을 읽어내고 수용하는 “사회의 문해력”이 모두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공간 및 콘텐츠 접근성 현안과 과제’ 발제를 맡은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은 매개자 역할을 촉진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매개 공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현재 예술 영역에서 타 분야 아티스트와 협업은 필수적이기에, 비장애 예술가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협업 창작환경 지원의 구체적인 예로, 경기상상캠퍼스의 상상실험실 등이 언급되었다. 토론 세션에서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송은일 문화날개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활동지원인 업무 중 예술활동에 대한 추가 지원도 일종의 매개자인 활동지원인을 통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을 증진시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장애인 극단 그라이아이 시어터(Graeae Theater)에는 장애 예술가의 작업에 접근성 지원을 관리하여 작품의 제작, 발표를 돕는 창작조력자(Creative Enabler) 제도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애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돕는 문화예술활동 활동지원 혹은 창작조력자 제도를 마련한다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장애인의 창작 활동에 관심을 두는 비장애인의 고용도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발제와 토론을 종합해 볼 때, 장애인 예술이 규모의 확장을 넘어서, 예술활동에 활력을 부여하고,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실태조사에서 정리한 것처럼 장애 예술인의 개념을 잠재적 예술가를 포함하는 범위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전문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예술활동의 속성상 모든 예술가가 예술활동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실제로 많은 장애 예술가들이 생업과 예술활동을 병행하거나, 간헐적으로만 예술활동에 참여한다. 일정 기간의 예술활동 참여 경력으로 장애 예술인이다, 그렇지 않다를 규정하고 참여의 경계를 만든다면 잠재력을 가진 많은 장애인 예술 활동가들이 성장해나갈 자리를 잃을 것이다.

둘째, 장애인 예술에 관심을 둔 비장애 예술가들을 매개자이자 협력자로 장애인 예술 영역에 적극적으로 포섭하는 일이다. 장애인 예술은 사회에서 억압당해온 당사자의 목소리를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하였으므로, 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에 그 방점을 찍어왔다. 어느 정도 외연의 성장을 이룬 시점에서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며, 장애에 감수성을 가진 비장애 예술가들의 협업은 예술 작업의 방법론을 다듬고, 내러티브(narrative)를 풍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잠재력을 가진 ‘장애인 예술 활동가’의 양성, 매개자와의 협력, 나아가 다양한 소수자 집단,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기꺼이 “독해”하는 비장애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장애인 예술에 있어 규모의 성장과 함께 의미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좌) 박근화(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전문위원 (우) 백령(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좌) 최도인(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우) 정중규(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직업재활학 박사)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2019년 9월 (8호)

상세내용

리뷰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

장애인 예술, 규모의 확장에서 의미의 확장으로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장애 인권운동의 한 흐름으로 시작된 장애인 예술이 2000년대를 지나면서 장애인의 자기표현, 인식 개선 수단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하고 유니크한 예술 장르로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최근의 작업을 공연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꾸준히 장애 여성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서 드러내고(춤추는 허리 <불만폭주 라디오>), 미투 운동 등 사회적 이슈를 연극 속에서 세련되게 풀어내거나(극단 애인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미디어아트와 시각예술을 결합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비상 1,2>) 등 표현형식과 주제 의식에 있어 그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장애인 배우이자 관객으로서 근래 장애인 예술 작업의 이러한 확장은 기껍고 반가운 일이다.

한편 장애인 예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여겼던 점은 장애인 예술의 변화와 확장, 성장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는 지표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장애인 문화예술 실태조사’는 2012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된 것인데, 문화예술 향유 장애인의 수가 전체 표본에 포함되어 있어 장애 예술인 활동의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대표성을 가진 장애 예술인 표본으로 주기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한국의 장애인 예술활동에 대한 실태도 명확한 조작적 정의 하에 대표성 있는 표본으로 조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왔다. 반갑게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주관으로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가 실시되었고, 지난 8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대규모 단위로 시행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자리이니만큼, 장애계, 예술계, 정치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조사연구의 책임을 맡은 박근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 결과 및 시사점’ 발제에서 이 연구가 한국 장애인 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두 가지 명백한 함의를 드러내었다. 첫째, 한국의 실정에 맞추어 장애 예술인 개념의 조작적 정의를 구성하려는 학술적, 이론적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장애 예술인의 개념은 「한국장애예술인총람」과 「장애예술인수첩」에 근거한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한국장애예술인총람」에서는 ‘법적 장애인으로 일정 기간(3년)의 예술활동 여부’로 규정하고 있고, 「장애예술인수첩」에서는 발표 횟수 등 일정 예술활동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화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까지 논의된 개념이 “전문성의 면모에만 주목”하고 있다며, 이것이 “비장애 예술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장애 예술인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의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새로운 분야의 예술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번 조사에서는 ‘장애인 예술 활동가’와 ‘장애 예술가’를 새롭게 정의, 구분해 조사하였다. 잠재적 장애 예술인을 ‘장애인 예술 활동가’로 규정하고, “본인을 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는 사람 등을 ‘장애 예술인’으로 개념화하여, 자신을 예술가로 명명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장애 예술인들을 장애인 예술이 포괄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총 5,972명의 장애 예술인, 25,722명의 장애인 예술 활동가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둘째, 장애인의 예술활동 증진을 위한 종합적 정책, 장애예술 교육체계 및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연구의 설문조사와 표적집단면접(FGI) 결과, 특히 발달장애인 예술가 비율이 높았지만, 이들의 활동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및 창작 기회 제공을 위한 지원체계가 개발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3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장애 예술인 활동의 궤적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 로드맵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연구자의 바람을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바라는 모든 청중이 함께 공유하는 듯하였다.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주제로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 창작·발표 기회의 확대, 공간의 마련, 인식개선, 전문 교육의 확대, 예술을 통한 고용 창출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들이 오갔다. 그중 뜨거운 감자로 발제자들에게 여러 번 언급이 되었던 이슈는 매개자의 양성 문제였다. 우리나라 장애 예술계에서 매개자의 필요성과 수요는 인정되지만, 이들은 ‘장애 예술인’ 지원 정책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매개자의 지원은 장애 예술인의 예술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접근, 정체성, 관점을 가능하게 하여, 예술 영역에서 ‘협업’과 ‘플랫폼’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장애인 예술의 외연과 의미를 확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예술 활성화 방안 제언’ 발제를 맡은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장애인 예술에서 “행위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작업을 바라봐주고, 동의하고, 지원해주는 사람”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장애 예술인의 관점에서 그 작업을 바라보고, 동의하고, 지원하는 매개자의 역할과 장애인 예술을 읽어내고 수용하는 “사회의 문해력”이 모두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공간 및 콘텐츠 접근성 현안과 과제’ 발제를 맡은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은 매개자 역할을 촉진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매개 공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현재 예술 영역에서 타 분야 아티스트와 협업은 필수적이기에, 비장애 예술가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협업 창작환경 지원의 구체적인 예로, 경기상상캠퍼스의 상상실험실 등이 언급되었다. 토론 세션에서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송은일 문화날개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활동지원인 업무 중 예술활동에 대한 추가 지원도 일종의 매개자인 활동지원인을 통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을 증진시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장애인 극단 그라이아이 시어터(Graeae Theater)에는 장애 예술가의 작업에 접근성 지원을 관리하여 작품의 제작, 발표를 돕는 창작조력자(Creative Enabler) 제도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애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돕는 문화예술활동 활동지원 혹은 창작조력자 제도를 마련한다면,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장애인의 창작 활동에 관심을 두는 비장애인의 고용도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발제와 토론을 종합해 볼 때, 장애인 예술이 규모의 확장을 넘어서, 예술활동에 활력을 부여하고,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실태조사에서 정리한 것처럼 장애 예술인의 개념을 잠재적 예술가를 포함하는 범위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전문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예술활동의 속성상 모든 예술가가 예술활동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실제로 많은 장애 예술가들이 생업과 예술활동을 병행하거나, 간헐적으로만 예술활동에 참여한다. 일정 기간의 예술활동 참여 경력으로 장애 예술인이다, 그렇지 않다를 규정하고 참여의 경계를 만든다면 잠재력을 가진 많은 장애인 예술 활동가들이 성장해나갈 자리를 잃을 것이다.

둘째, 장애인 예술에 관심을 둔 비장애 예술가들을 매개자이자 협력자로 장애인 예술 영역에 적극적으로 포섭하는 일이다. 장애인 예술은 사회에서 억압당해온 당사자의 목소리를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하였으므로, 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에 그 방점을 찍어왔다. 어느 정도 외연의 성장을 이룬 시점에서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며, 장애에 감수성을 가진 비장애 예술가들의 협업은 예술 작업의 방법론을 다듬고, 내러티브(narrative)를 풍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잠재력을 가진 ‘장애인 예술 활동가’의 양성, 매개자와의 협력, 나아가 다양한 소수자 집단, 장애인 예술의 의미를 기꺼이 “독해”하는 비장애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장애인 예술에 있어 규모의 성장과 함께 의미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좌) 박근화(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수석전문위원 (우) 백령(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좌) 최도인(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우) 정중규(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직업재활학 박사)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2019년 9월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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