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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문화예술, ‘이것도 노동이다’

이음광장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사회를 위하여

  • 문영민 장애예술연구자
  • 등록일 2021-01-08
  • 조회수1356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가장 큰 차별을 경험하는 영역은 아마도 고용의 영역일 것이다. 장애인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일단 진입을 한 후에도 불안정한 종사상 지위(status of workers)에서 노동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3.1%로, 비장애인 47.1%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된 장애인의 경우도 원하는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보건업·사회복지·공공서비스 등의 업종(47.1%)에서 일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상당수는 단순노무직(37.0%)이며, 평균임금은 183.1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임금의 70% 수준이다. 장애인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중위임금의 2/3 이하)이거나 4대보험 중 1개라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 노동자는 61.2%로, 비장애인 집단의 불안정 노동자 비율인 32.3%와 비교할 때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제도적 차원에서 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국내의 장애인 고용을 견인하는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로 1991년부터 사업주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장애인의 의무고용 비율은 매년 상향 조정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의 고용률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8년 장애인 고용비율은 공공 1.76%, 민간 1.72%였으나, 10년 후인 2018년에는 공공 2.78%, 민간 2.67%로 증가하였다. 의무고용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고용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의 장애인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서 배제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2010년에는 ‘중증장애인 2배수제’가 실시되었다. 중증장애인 2배수제는 중증장애인 1명을 고용할 경우 장애인 고용인원을 2명으로 인정해 고용률과 부담금을 산정하는 제도이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근로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보조공학기기 지원’ 및 ‘근로지원인 제도’ 등의 인적·물적 지원 기반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고용률(20.2%)은 경증장애인(41.1%)의 절반 수준이며, 특히 발달·뇌병변장애를 가진 중증의 장애인은 고용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집합적 차원의 문제 제기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17년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요구로 내걸고 85일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 농성하여, 동료지원가 일자리(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료지원가 일자리는 중증장애 고려 없는 조건 등 실적 위주으로 중증장애인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또 다른 억압을 만들어내었고, 결국 실적 압박으로 동료지원가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난 2019년 4월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서는 중증장애인이 노동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고유한 일자리를 요구하였고, 2020년 7월 1일부터 서울시에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용헌 노동자의 랩 공연
    [출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영상 캡처

  •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몸짓패 사전예약’의 춤공연
    [출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영상 캡처

지난 2020년 12월 24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유튜브를 통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이것도 노동이다>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장애인 권익옹호 직무, 장애인 인권강사 직무, 그리고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로 구성된다.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들은 탈시설 지역축제, 장애인 인권영화제 등 행사에서 노래 공연을 선보이거나, 연극을 통해 공공일자리를 알리고 SNS 영상을 제작한다. 이날 취업박람회에서는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 노동자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문화예술 직무 노동자들의 공연은 장애를 가진 예술가로서의 탁월함을 보여주거나, 장애예술의 미적 가치를 내세우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갖는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탐구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취업박람회에서 노들장애학궁리소의 김도현은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노동이 ‘활동 → 가치 → 대가’가 아니라 ‘활동 → 대가 → 가치’의 메커니즘을 가진다는 사실을 비판하였다. 즉 우리의 노동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큰 대가를 받는 노동인 경우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직무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의 몸짓은 장애인을 노동에 참여하게 하고, 지역사회에 장애인이 존재하며, 참여하고, 노동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유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나아가 많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만이 가치를 갖는 노동이라는 왜곡된 노동의 인식을 전복하여,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든 활동을 통해 생존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도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

최근 예술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지위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었고 장애인 예술 노동자의 처우도 함께 이야기되고 있다. 장애가 없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예술 노동자도 단속적 활동으로 노동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으며, 대다수가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심진예 외, 2020).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지역 뉴딜 사업, 문화예술 장애인 표준사업장, 협약·고용 모델 개발 등의 대안이 논의된다. 이러한 일자리는 장애를 가진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에, 문화예술 영역의 장애인 일자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존의 장애인 노동시장 참여 담론이 중증의 장애인을 완전하게 포용하지는 못했기에, 담론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일자리가 갖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이것도 노동이다’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튜브

[참고자료]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상세내용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가장 큰 차별을 경험하는 영역은 아마도 고용의 영역일 것이다. 장애인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일단 진입을 한 후에도 불안정한 종사상 지위(status of workers)에서 노동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3.1%로, 비장애인 47.1%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된 장애인의 경우도 원하는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보건업·사회복지·공공서비스 등의 업종(47.1%)에서 일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상당수는 단순노무직(37.0%)이며, 평균임금은 183.1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임금의 70% 수준이다. 장애인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중위임금의 2/3 이하)이거나 4대보험 중 1개라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 노동자는 61.2%로, 비장애인 집단의 불안정 노동자 비율인 32.3%와 비교할 때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제도적 차원에서 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국내의 장애인 고용을 견인하는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로 1991년부터 사업주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장애인의 의무고용 비율은 매년 상향 조정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의 고용률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8년 장애인 고용비율은 공공 1.76%, 민간 1.72%였으나, 10년 후인 2018년에는 공공 2.78%, 민간 2.67%로 증가하였다. 의무고용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고용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의 장애인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서 배제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2010년에는 ‘중증장애인 2배수제’가 실시되었다. 중증장애인 2배수제는 중증장애인 1명을 고용할 경우 장애인 고용인원을 2명으로 인정해 고용률과 부담금을 산정하는 제도이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근로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보조공학기기 지원’ 및 ‘근로지원인 제도’ 등의 인적·물적 지원 기반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고용률(20.2%)은 경증장애인(41.1%)의 절반 수준이며, 특히 발달·뇌병변장애를 가진 중증의 장애인은 고용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집합적 차원의 문제 제기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17년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를 요구로 내걸고 85일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 농성하여, 동료지원가 일자리(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료지원가 일자리는 중증장애 고려 없는 조건 등 실적 위주으로 중증장애인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또 다른 억압을 만들어내었고, 결국 실적 압박으로 동료지원가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난 2019년 4월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서는 중증장애인이 노동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고유한 일자리를 요구하였고, 2020년 7월 1일부터 서울시에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용헌 노동자의 랩 공연
    [출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영상 캡처

  •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몸짓패 사전예약’의 춤공연
    [출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영상 캡처

지난 2020년 12월 24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유튜브를 통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이것도 노동이다>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장애인 권익옹호 직무, 장애인 인권강사 직무, 그리고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로 구성된다.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들은 탈시설 지역축제, 장애인 인권영화제 등 행사에서 노래 공연을 선보이거나, 연극을 통해 공공일자리를 알리고 SNS 영상을 제작한다. 이날 취업박람회에서는 장애인 문화예술 직무 노동자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문화예술 직무 노동자들의 공연은 장애를 가진 예술가로서의 탁월함을 보여주거나, 장애예술의 미적 가치를 내세우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갖는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탐구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취업박람회에서 노들장애학궁리소의 김도현은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노동이 ‘활동 → 가치 → 대가’가 아니라 ‘활동 → 대가 → 가치’의 메커니즘을 가진다는 사실을 비판하였다. 즉 우리의 노동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큰 대가를 받는 노동인 경우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직무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의 몸짓은 장애인을 노동에 참여하게 하고, 지역사회에 장애인이 존재하며, 참여하고, 노동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유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나아가 많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만이 가치를 갖는 노동이라는 왜곡된 노동의 인식을 전복하여,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든 활동을 통해 생존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도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가 있다.

최근 예술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지위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었고 장애인 예술 노동자의 처우도 함께 이야기되고 있다. 장애가 없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예술 노동자도 단속적 활동으로 노동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으며, 대다수가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심진예 외, 2020).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지역 뉴딜 사업, 문화예술 장애인 표준사업장, 협약·고용 모델 개발 등의 대안이 논의된다. 이러한 일자리는 장애를 가진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에, 문화예술 영역의 장애인 일자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존의 장애인 노동시장 참여 담론이 중증의 장애인을 완전하게 포용하지는 못했기에, 담론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일자리가 갖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 ‘이것도 노동이다’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튜브

[참고자료]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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