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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섭 배우·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인터뷰 “다른 사람의 블라인드가 궁금하다”

  • 변유정 연출가
  • 등록일 2021-03-01
  • 조회수1108

인터뷰

남호섭 배우·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다른 사람의 블라인드가 궁금하다”

글. 변유정 연출가

2021년 신축년은 반가운 연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함께 작업하는 남호섭 배우를 인터뷰할 기회가 오다니! 〈선착장에서〉〈산골〉〈DMZ 동화〉〈카운터 포인트〉〈그날, 그날에〉등 몇 번의 공연에서 연출과 배우로 만난 터라 누구보다 남호섭 배우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기쁜 마음에 덥석 인터뷰를 승낙하고 약속된 날을 기다렸다. 인터뷰 전날,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속초로 넘어갈 수 있을까 염려가 들 정도였지만, 당일 속초는 사진 찍기에도 좋은 맑디맑은 날을 보여주었다. 햇살 좋은 연습실 담장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위한 새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는 남호섭 배우는 어느 각도에도 멋짐이 묻어나왔다.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은 말해 무엇하랴.

남호섭 배우의 연극과의 인연은 그의 어머니가 속초문화회관(현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카페를 경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그에게 공연장은 놀이터였다. 배우들 앞에서 재주넘기를 하고 총을 만들어달라 조르고 소품을 가지고 놀이를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연극반을 시작으로 연극놀이는 점점 확장되었다. 2004년 연극 〈날 보러 와요〉로 최연소 우수연기상을 받아 단국대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하고 2013년 미쟝셴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을 나열하기에 자리가 모자랄 듯하다. 인터뷰 직전에도 입 풀기를 하는 그는 역시 천상 배우다. 이렇게 철저한 그는 사실, 오랜 시간 비장애 배우로 활동해오던 중 중도장애를 입어 시력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무대에서 배우로 남아 활동하고 있다. 정말 존경할 만한 ‘연극적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준비된 배우 남호섭. 그의 작업 공간에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10주년이 되는 극단 소울씨어터는 남호섭 배우가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강원도 속초 소재의 20대 중반부터 30대 단원들로 구성된 젊은 극단이다. 소울(soul, 영혼), 소통+울림의 앞글자를 따서 극단 이름을 만들고, ‘영혼의 소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며 연극을 수단으로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11년에 창단했다. 연극 〈만주전선〉 〈카운터 포인트〉로 대한민국연극제에 강원도 대표팀으로 참가하는 등 저력 있는 극단이다.

11명의 단원 이름을 불러 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는 손미애, 권다림, 윤국중, 임석재, 김수진, 정미현, 조은진, 김동훈, 김준한, 안정민 ― 단원 이름을 한 명 한 명 정성껏 부르며 소개해 주었다. 혼자 길을 걷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눈이 되고 발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주는 단원들과 함께 하는 영혼의 소통이 그의 ‘원동력’이라 느껴졌다. 그에게서 사람을 향한 고마움과 사랑이 전해졌다. 그러니 그의 진짜 연극 〈블라인드 씨어터〉가 태동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이 공연을 통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관객과 나누고 ‘나는 세상을 이렇게 받아들였다’고 제안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안대를 착용하고 시각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감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 공연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방식이다. 공연에 앞서 단원들과 블라인드 체험 워크숍을 먼저 진행했다.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논의하고 후각, 미각, 촉각, 인물의 향기까지 구현해 보며 공연을 〈햄릿〉으로 풀어보는 준비과정을 거쳤다. 극 중 극 〈햄릿〉이 선정된 이유는 블라인드이기에 감각의 상상만으로도 큰 스케일의 공연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 참여 포인트는 감각의 기다림이다. 청각적인 것(디테일한 음향효과, 라이브 음악), 촉각적인 것(바람, 물건 만지기), 후각적인 것(향수, 향초, 음식 냄새), 미각(음식 제공) 등 블라인드 속의 감각을 관객이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것, 즉 관객을 기다려주고 감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기다림 속에서 관객은 무한한 상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이었다. 한 회에 단 한 명과 소통한다니, 참 멋지다. 앞으로 남호섭 배우가 세상과 소통하는 그 중심에 배리어프리 공연 〈블라인드 씨어터〉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극단 소울씨어터가 다른 극단보다도 ‘배리어프리 공연 장르’를 적확하게 무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그의 작품이 더 궁금해지고 관객으로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감각의 특수성과 단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공연에서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블라인드가 궁금하다. 나는 시력을 잃음으로써 얻어진 것을 토대로 공연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다른 장애로 인해 느끼고 있는 세상이 다를 텐데, 그런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눈을 가린 것만이 블라인드가 아니다. 더 많은 가로막힘과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그의 계획에서 또 다른 배리어프리 공연의 소통을 위한 멋진 단계가 기다리고 있음을 기대해본다. 관객이 남호섭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관객을 위해 연극을 준비하는 마음이 전해져서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나에게 관객은 ‘호섭, 나 자신’이며 ‘연극’ 그 자체라 느껴졌다. 올해를 기점으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과 더불어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다. 기존 연극뿐 아니라 인형극, 뮤지컬, 마당극 등 새로운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속초지역 실향민 이야기와 설화 발굴 그리고 평화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지역 콘텐츠 공연으로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제진역에서 북한의 문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연극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화통일의 초석이 연극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관객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세상을 향한 그의 소통은 관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서면 상어가 득실거리는 깊은 바닷속에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말 공포스럽고 외로운 시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 또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공부할 수 있게 한다. 관객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장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집중하는 상생의 마음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에게 직업을 갖게 함으로써 경제적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대화해야 한다. 그들의 능력이나 상황과는 상관없이 직장을 갖게 하는 것보다, 그들의 소질과 재능을 시도하고 나눌 수 있는 방향이 복지가 아닐까. 그것이 상생의 길,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길이다.”

그의 말 속에서 연극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을 통해 인간(관객)에게 집중하고 기다림을 만들고 있으니 상생의 실천가가 아닐까.

“나는 아직도 장애 이전 무대 위 배우로서 느꼈던 세포의 감각을 잊지 않고 있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는 ‘시력’이라는 감각에 의존했던 나 자신을 몸속의 다른 감각들이 도와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보이지 않더라도 많은 감각을 열어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끼고 나누려는 ‘의지’만 있다면 무대 위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보다’의 개념이 넓어졌다.”

온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개념들이 모여 이번 작품 〈블라인드 씨어터〉가 나온 것 같아 그의 공연 속으로 초대받고 싶은 생각이 더욱 들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칭찬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겸손에 관해 이야기하며, 재능 있고 잘하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된 줄 알았던 지난날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지금은 장애를 겪으며 많은 사람과의 소통으로 얻어진 나의 재능을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며 스스로를 “기특하다”고 수줍게 말하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후 칭찬 한마디는 아껴두었다가 눈 감는 날 다시 하겠다고 한다.

남호섭 배우는 지금까지 소울씨어터의 10년이 준비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변해 갈까? 이번 인터뷰는 소통에 관해 그리고 배우 남호섭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10년 뒤, 여전히 감동과 울림의 배우로 무대에 남아있을 그를 그려본다.

  • 〈만주전선〉

  • 〈디데이〉

남호섭

강원도 속초 지역에서 극단 소울씨어터를 이끌며 배우, 연출가,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카운터포인트〉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수상, 2018년 박근형 작가의 〈만주전선〉을 재해석하여 강원연극제 대상과 최우수 연기상, 2018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영화 〈초승달의 집〉으로 인권상 수상, 2020 제37회 강원연극제에서 〈그날 그날에〉 대상, 2020 제20회 전국연극제 〈아카시아 흰꽃은 바람에 날리고〉로 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햄릿〉을 바탕으로 관객체험형 공연인 〈블라인드 씨어터〉를 제작·연출했다.

변유정

연출과 배우를 겸하고 있으며 일본극단 SCOT(Suzuki Company Of Toga)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한국연극협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 부문, 제1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그날, 그날에〉 대상 및 베스트 작품상, 대한민국연극제 〈전명출평전〉 대상 및 연출상, 〈고래〉 〈카운터 포인트〉 〈삼도봉 미스테리〉 금상을 수상했다.
byunhi@naver.com

영상.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자료 제공.극단 소울씨어터

2021년 03월호

상세내용

인터뷰

남호섭 배우·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다른 사람의 블라인드가 궁금하다”

글. 변유정 연출가

2021년 신축년은 반가운 연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함께 작업하는 남호섭 배우를 인터뷰할 기회가 오다니! 〈선착장에서〉〈산골〉〈DMZ 동화〉〈카운터 포인트〉〈그날, 그날에〉등 몇 번의 공연에서 연출과 배우로 만난 터라 누구보다 남호섭 배우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기쁜 마음에 덥석 인터뷰를 승낙하고 약속된 날을 기다렸다. 인터뷰 전날,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속초로 넘어갈 수 있을까 염려가 들 정도였지만, 당일 속초는 사진 찍기에도 좋은 맑디맑은 날을 보여주었다. 햇살 좋은 연습실 담장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위한 새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는 남호섭 배우는 어느 각도에도 멋짐이 묻어나왔다.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은 말해 무엇하랴.

남호섭 배우의 연극과의 인연은 그의 어머니가 속초문화회관(현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카페를 경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그에게 공연장은 놀이터였다. 배우들 앞에서 재주넘기를 하고 총을 만들어달라 조르고 소품을 가지고 놀이를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연극반을 시작으로 연극놀이는 점점 확장되었다. 2004년 연극 〈날 보러 와요〉로 최연소 우수연기상을 받아 단국대에 특별전형으로 합격하고 2013년 미쟝셴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을 나열하기에 자리가 모자랄 듯하다. 인터뷰 직전에도 입 풀기를 하는 그는 역시 천상 배우다. 이렇게 철저한 그는 사실, 오랜 시간 비장애 배우로 활동해오던 중 중도장애를 입어 시력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무대에서 배우로 남아 활동하고 있다. 정말 존경할 만한 ‘연극적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준비된 배우 남호섭. 그의 작업 공간에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10주년이 되는 극단 소울씨어터는 남호섭 배우가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강원도 속초 소재의 20대 중반부터 30대 단원들로 구성된 젊은 극단이다. 소울(soul, 영혼), 소통+울림의 앞글자를 따서 극단 이름을 만들고, ‘영혼의 소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며 연극을 수단으로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11년에 창단했다. 연극 〈만주전선〉 〈카운터 포인트〉로 대한민국연극제에 강원도 대표팀으로 참가하는 등 저력 있는 극단이다.

11명의 단원 이름을 불러 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는 손미애, 권다림, 윤국중, 임석재, 김수진, 정미현, 조은진, 김동훈, 김준한, 안정민 ― 단원 이름을 한 명 한 명 정성껏 부르며 소개해 주었다. 혼자 길을 걷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눈이 되고 발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주는 단원들과 함께 하는 영혼의 소통이 그의 ‘원동력’이라 느껴졌다. 그에게서 사람을 향한 고마움과 사랑이 전해졌다. 그러니 그의 진짜 연극 〈블라인드 씨어터〉가 태동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이 공연을 통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관객과 나누고 ‘나는 세상을 이렇게 받아들였다’고 제안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안대를 착용하고 시각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감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 공연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방식이다. 공연에 앞서 단원들과 블라인드 체험 워크숍을 먼저 진행했다.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논의하고 후각, 미각, 촉각, 인물의 향기까지 구현해 보며 공연을 〈햄릿〉으로 풀어보는 준비과정을 거쳤다. 극 중 극 〈햄릿〉이 선정된 이유는 블라인드이기에 감각의 상상만으로도 큰 스케일의 공연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 참여 포인트는 감각의 기다림이다. 청각적인 것(디테일한 음향효과, 라이브 음악), 촉각적인 것(바람, 물건 만지기), 후각적인 것(향수, 향초, 음식 냄새), 미각(음식 제공) 등 블라인드 속의 감각을 관객이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것, 즉 관객을 기다려주고 감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기다림 속에서 관객은 무한한 상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이었다. 한 회에 단 한 명과 소통한다니, 참 멋지다. 앞으로 남호섭 배우가 세상과 소통하는 그 중심에 배리어프리 공연 〈블라인드 씨어터〉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극단 소울씨어터가 다른 극단보다도 ‘배리어프리 공연 장르’를 적확하게 무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그의 작품이 더 궁금해지고 관객으로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감각의 특수성과 단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공연에서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블라인드가 궁금하다. 나는 시력을 잃음으로써 얻어진 것을 토대로 공연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다른 장애로 인해 느끼고 있는 세상이 다를 텐데, 그런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눈을 가린 것만이 블라인드가 아니다. 더 많은 가로막힘과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그의 계획에서 또 다른 배리어프리 공연의 소통을 위한 멋진 단계가 기다리고 있음을 기대해본다. 관객이 남호섭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관객을 위해 연극을 준비하는 마음이 전해져서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나에게 관객은 ‘호섭, 나 자신’이며 ‘연극’ 그 자체라 느껴졌다. 올해를 기점으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과 더불어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다. 기존 연극뿐 아니라 인형극, 뮤지컬, 마당극 등 새로운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속초지역 실향민 이야기와 설화 발굴 그리고 평화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지역 콘텐츠 공연으로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제진역에서 북한의 문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연극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화통일의 초석이 연극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관객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세상을 향한 그의 소통은 관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서면 상어가 득실거리는 깊은 바닷속에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말 공포스럽고 외로운 시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 또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공부할 수 있게 한다. 관객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장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집중하는 상생의 마음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에게 직업을 갖게 함으로써 경제적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대화해야 한다. 그들의 능력이나 상황과는 상관없이 직장을 갖게 하는 것보다, 그들의 소질과 재능을 시도하고 나눌 수 있는 방향이 복지가 아닐까. 그것이 상생의 길,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길이다.”

그의 말 속에서 연극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을 통해 인간(관객)에게 집중하고 기다림을 만들고 있으니 상생의 실천가가 아닐까.

“나는 아직도 장애 이전 무대 위 배우로서 느꼈던 세포의 감각을 잊지 않고 있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는 ‘시력’이라는 감각에 의존했던 나 자신을 몸속의 다른 감각들이 도와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보이지 않더라도 많은 감각을 열어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끼고 나누려는 ‘의지’만 있다면 무대 위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보다’의 개념이 넓어졌다.”

온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개념들이 모여 이번 작품 〈블라인드 씨어터〉가 나온 것 같아 그의 공연 속으로 초대받고 싶은 생각이 더욱 들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칭찬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겸손에 관해 이야기하며, 재능 있고 잘하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된 줄 알았던 지난날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지금은 장애를 겪으며 많은 사람과의 소통으로 얻어진 나의 재능을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며 스스로를 “기특하다”고 수줍게 말하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후 칭찬 한마디는 아껴두었다가 눈 감는 날 다시 하겠다고 한다.

남호섭 배우는 지금까지 소울씨어터의 10년이 준비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변해 갈까? 이번 인터뷰는 소통에 관해 그리고 배우 남호섭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10년 뒤, 여전히 감동과 울림의 배우로 무대에 남아있을 그를 그려본다.

  • 〈만주전선〉

  • 〈디데이〉

남호섭

강원도 속초 지역에서 극단 소울씨어터를 이끌며 배우, 연출가,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카운터포인트〉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수상, 2018년 박근형 작가의 〈만주전선〉을 재해석하여 강원연극제 대상과 최우수 연기상, 2018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영화 〈초승달의 집〉으로 인권상 수상, 2020 제37회 강원연극제에서 〈그날 그날에〉 대상, 2020 제20회 전국연극제 〈아카시아 흰꽃은 바람에 날리고〉로 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햄릿〉을 바탕으로 관객체험형 공연인 〈블라인드 씨어터〉를 제작·연출했다.

변유정

연출과 배우를 겸하고 있으며 일본극단 SCOT(Suzuki Company Of Toga)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한국연극협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 부문, 제1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그날, 그날에〉 대상 및 베스트 작품상, 대한민국연극제 〈전명출평전〉 대상 및 연출상, 〈고래〉 〈카운터 포인트〉 〈삼도봉 미스테리〉 금상을 수상했다.
byunhi@naver.com

영상.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자료 제공.극단 소울씨어터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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