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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경계에 갇히지 않는 춤, 포용하는 가능성

케인앤무브먼트가 추구하는 배리어프리

  • 김형희 안무가
  • 등록일 2021-03-02
  • 조회수9

이슈

케인앤무브먼트가 추구하는 배리어프리

경계에 갇히지 않는 춤, 포용하는 가능성

글. 김형희 안무가

장애인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지가 20여 년이 되어간다. 2003년 트러스트무용단의 작품 〈데칼로그〉는 뇌병변장애가 있는 30대 남자 무용수와 함께한 작품이다. 그는 자청해서 오디션 형식으로 단원들 앞에서 춤을 보여주었다. 모든 무용수가 말문을 닫게 되었고 또 다른 움직임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장애인 무용수가 다른 남자 무용수들처럼 삭발하고 공연할 당시 관객들은 그가 장애인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가 발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훈련된 무용수들이 접촉즉흥(contact improvisation)으로 그를 바닥에 거의 놓지 않고 들고 이동하면서 춤을 추었다.

2000년부터 트러스트무용단의 작품세계가 변화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몸의 특성, 자율성, 주체성을 강조하고 장애인이 자신의 몸에 가장 적절하고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내고, 전문 무용수와 훈련을 통해서 움직임을 확장하며 장애 예술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다. 트러스트무용단에는 늘 4명의 장애인(발달, 지체, 시각, 청각) 무용수가 스페셜 단원으로 있었고 특별한 공연이 있을 때 만나 함께 공연했다. 그때만 해도 이것이 최선의 공연 활동이었다.

2016년 유럽의 장애인 무용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 많은 나라의 장애인 단체 공연을 보면서 한국 장애 예술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제한된 시선에서 그들을 이해하려 했고, 장애인이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을 그대로 무대에서 구현하게 하고, 공연을 통해서 해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장애 예술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은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사람들의 기존 인식이나 장애 공연예술의 창작과 즉흥성, 예술적 미학을 제한된 경계에 가두지 않고 열린 구조로 작업하면서, 독립적인 리서치와 공연을 위해 2017년 케인앤무브먼트(CANE & Movement)를 창단했다. 케인은 ‘Contemporary Art Natural Extension’의 약자로 현대춤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청각, 시각, 발달(행동, 언어, 자폐, 뇌 병변 복합장애, 지적) 장애 등 여러 유형의 장애를 가진 무용수 10명이 함께 시작했다. 우선 개별성을 인식하고 비장애인과의 교류와 협업을 통한 삶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서로 알아가며 다양한 개인들을 만나고, 기능인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위해 다른 방향성을 지속하는 존재로서 매일 조금씩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좁고 제한적인 경계에 갇히지 않고 광범위하게 인간의 모든 다양한 가능성을 춤으로 포용한다면 ‘장애’(disabled)의 반대가 ‘비장애’(abled)이기보다는 ‘가능한 상태’(enabled)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배리어프리는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는 것이다. 지난 몇십 년간 이어온 트러스트무용단의 작업형태와 비슷할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포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즉흥, 움직임을 관찰하고 추상화하여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함께 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각자 장애의 특징을 살려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단원은 말을 잘하고 글도 잘 써서 작품의 내용을 적기도 한다. 말을 못 하는 단원이 노래를 부르고, 보지 못하는 단원의 상상력으로 작품이 더 풍성해지기도 한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와 말을 못 하는 이가 서로 소통하며 대화의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케인앤무브먼트의 작품은 늘 살아있다. 신작을 만들면 3년을 기본으로 공연한다. 지방공연도 만들고 일회성이 아니라 레퍼토리화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모든 무용수는 분명하고 명확한 포지션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장애인 무용수와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하면 ‘과연 그들에게 창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 던지기도 한다. 우리는 장애인 무용수의 다름을 비장애인의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무용수가 자연스럽게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많은 반복의 시간이 주어지면, 어느 순간 자신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한 만큼의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길 때, 개별적인 도움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움직임이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한다. 체력과 움직임이 좋아질수록 장애 무용수 각자 취약한 부분이 분명하게 보인다. 그들에게 지속적이고 긴 호흡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부모도 미처 알지 못했던 창조적인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장애 무용수는 비장애 무용수의 움직임을 모방한다.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다. 케인앤무브먼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늘 연습하고 있다. 장애인 무용수는 요일을 나눠 3명이 넘지 않게 참여하고 일주일 3번 정도는 함께 훈련하고 있다. 장애 무용수들이 즉흥적으로 따라 한 움직임은 그들만의 리듬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비장애 무용수들은 장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새로운 움직임으로 발전시키고 또 다른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이것은 서로 함께할 때 가능한 것이고 경계가 없다.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내면의 변화를 표현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먼저 앞서지 않고 강요도 하지 않는다. 장애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를 분리하거나 단절시키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 무용수는 대부분 자신의 보호자(대체로 엄마)와 함께 움직인다. 장애 무용수의 변화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엄마들의 예술적인 감각이 놀라울 정도이다. 그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수많은 교육을 경험했고, 자식을 위해 평생을 함께하는 캥거루 가족이다. 늘 품에 넣어 다니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과 우리는 늘 함께 있다. 춤을 추고 배우면서, 춤은 최고의 예술이며 춤 이상의 교육은 없다고 극찬한다.

케인앤무브먼트에는 단원이 떠나지 않고 늘어만 간다. 지금은 특별히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함께 연습하고 즉흥을 하다 보면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지 모를 정도다. 함께 작업하면서 장벽이 무너졌다.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것이 협업 방식이다. 장애인 무용수의 일상과 움직임의 특징을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표현 방식으로 공연함으로써 장애를 치유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다양한 의사소통의 방식을 수용하고 접근성의 미학으로 예술성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시테지 여름축제에 초청되어 스웨덴과 협업작업을 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공연을 준비해 보았다. 음성지원 시스템을 준비하고 음성해설사도 구했는데, 음성해설사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포기할까 하다가 안무자가 직접 음성해설을 해보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관객을 초청하였고, 이들에게 작품이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한 시간 동안 배리어프리 공연을 시도해 보았다. 작품의 구성, 동작, 표현, 의미 등 모든 상황을 설명하며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음성해설을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다른 장르가 탄생한 것 같았다. 시각장애인이 음악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춤 공연도 들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비장애 관객이 웃을 때 그들도 같이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관객을 따로 만나 무대에서 오브제를 만져보거나 무용수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힘들기는 했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이 살아있는 공연이 되었다. 안무하면서 애매한 부분은 더 명확하게 정리되었고, 안무자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음성해설을 하면서 더 풍성하게 해설할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을 했다. 볼 수 없음이 아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며 춤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고 소통하게 될 것이다.

김형희

현재 사단법인 트러스트무용단 대표, 케인앤무브먼트 대표, 한국장애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예술감독(2016~2017)을 역임했다. 사람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있어서 늘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이다. 단순히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끄는 과정을 드러내는 창작 정신에는 시대정신과 인간애에 대한 강한 의지가 표출됨을 알 수 있다.
gogotrust95@gmail.com

사진제공.김형희

2021. 03월호

이보람 

현재 남호주대학교에서 문화 예술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객개발, 문화 다양성, 축제 경영에 대해 강의 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 접근성 향상, 장애인 예술가 전문성 개발, 장애 예술 국제 교류 프로그램 유치 및 연구 중이다.
boram.Lee@unisa.edu.au

상세내용

이슈

케인앤무브먼트가 추구하는 배리어프리

경계에 갇히지 않는 춤, 포용하는 가능성

글. 김형희 안무가

장애인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지가 20여 년이 되어간다. 2003년 트러스트무용단의 작품 〈데칼로그〉는 뇌병변장애가 있는 30대 남자 무용수와 함께한 작품이다. 그는 자청해서 오디션 형식으로 단원들 앞에서 춤을 보여주었다. 모든 무용수가 말문을 닫게 되었고 또 다른 움직임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장애인 무용수가 다른 남자 무용수들처럼 삭발하고 공연할 당시 관객들은 그가 장애인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가 발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훈련된 무용수들이 접촉즉흥(contact improvisation)으로 그를 바닥에 거의 놓지 않고 들고 이동하면서 춤을 추었다.

2000년부터 트러스트무용단의 작품세계가 변화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몸의 특성, 자율성, 주체성을 강조하고 장애인이 자신의 몸에 가장 적절하고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내고, 전문 무용수와 훈련을 통해서 움직임을 확장하며 장애 예술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다. 트러스트무용단에는 늘 4명의 장애인(발달, 지체, 시각, 청각) 무용수가 스페셜 단원으로 있었고 특별한 공연이 있을 때 만나 함께 공연했다. 그때만 해도 이것이 최선의 공연 활동이었다.

2016년 유럽의 장애인 무용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 많은 나라의 장애인 단체 공연을 보면서 한국 장애 예술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제한된 시선에서 그들을 이해하려 했고, 장애인이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을 그대로 무대에서 구현하게 하고, 공연을 통해서 해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장애 예술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은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사람들의 기존 인식이나 장애 공연예술의 창작과 즉흥성, 예술적 미학을 제한된 경계에 가두지 않고 열린 구조로 작업하면서, 독립적인 리서치와 공연을 위해 2017년 케인앤무브먼트(CANE & Movement)를 창단했다. 케인은 ‘Contemporary Art Natural Extension’의 약자로 현대춤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청각, 시각, 발달(행동, 언어, 자폐, 뇌 병변 복합장애, 지적) 장애 등 여러 유형의 장애를 가진 무용수 10명이 함께 시작했다. 우선 개별성을 인식하고 비장애인과의 교류와 협업을 통한 삶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서로 알아가며 다양한 개인들을 만나고, 기능인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위해 다른 방향성을 지속하는 존재로서 매일 조금씩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좁고 제한적인 경계에 갇히지 않고 광범위하게 인간의 모든 다양한 가능성을 춤으로 포용한다면 ‘장애’(disabled)의 반대가 ‘비장애’(abled)이기보다는 ‘가능한 상태’(enabled)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배리어프리는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는 것이다. 지난 몇십 년간 이어온 트러스트무용단의 작업형태와 비슷할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포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즉흥, 움직임을 관찰하고 추상화하여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함께 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각자 장애의 특징을 살려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단원은 말을 잘하고 글도 잘 써서 작품의 내용을 적기도 한다. 말을 못 하는 단원이 노래를 부르고, 보지 못하는 단원의 상상력으로 작품이 더 풍성해지기도 한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와 말을 못 하는 이가 서로 소통하며 대화의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케인앤무브먼트의 작품은 늘 살아있다. 신작을 만들면 3년을 기본으로 공연한다. 지방공연도 만들고 일회성이 아니라 레퍼토리화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모든 무용수는 분명하고 명확한 포지션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장애인 무용수와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하면 ‘과연 그들에게 창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 던지기도 한다. 우리는 장애인 무용수의 다름을 비장애인의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무용수가 자연스럽게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많은 반복의 시간이 주어지면, 어느 순간 자신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한 만큼의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길 때, 개별적인 도움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움직임이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한다. 체력과 움직임이 좋아질수록 장애 무용수 각자 취약한 부분이 분명하게 보인다. 그들에게 지속적이고 긴 호흡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부모도 미처 알지 못했던 창조적인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장애 무용수는 비장애 무용수의 움직임을 모방한다.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다. 케인앤무브먼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늘 연습하고 있다. 장애인 무용수는 요일을 나눠 3명이 넘지 않게 참여하고 일주일 3번 정도는 함께 훈련하고 있다. 장애 무용수들이 즉흥적으로 따라 한 움직임은 그들만의 리듬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비장애 무용수들은 장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새로운 움직임으로 발전시키고 또 다른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이것은 서로 함께할 때 가능한 것이고 경계가 없다.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내면의 변화를 표현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먼저 앞서지 않고 강요도 하지 않는다. 장애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를 분리하거나 단절시키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 무용수는 대부분 자신의 보호자(대체로 엄마)와 함께 움직인다. 장애 무용수의 변화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엄마들의 예술적인 감각이 놀라울 정도이다. 그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수많은 교육을 경험했고, 자식을 위해 평생을 함께하는 캥거루 가족이다. 늘 품에 넣어 다니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과 우리는 늘 함께 있다. 춤을 추고 배우면서, 춤은 최고의 예술이며 춤 이상의 교육은 없다고 극찬한다.

케인앤무브먼트에는 단원이 떠나지 않고 늘어만 간다. 지금은 특별히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다. 함께 연습하고 즉흥을 하다 보면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지 모를 정도다. 함께 작업하면서 장벽이 무너졌다.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것이 협업 방식이다. 장애인 무용수의 일상과 움직임의 특징을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표현 방식으로 공연함으로써 장애를 치유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다양한 의사소통의 방식을 수용하고 접근성의 미학으로 예술성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시테지 여름축제에 초청되어 스웨덴과 협업작업을 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공연을 준비해 보았다. 음성지원 시스템을 준비하고 음성해설사도 구했는데, 음성해설사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포기할까 하다가 안무자가 직접 음성해설을 해보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관객을 초청하였고, 이들에게 작품이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한 시간 동안 배리어프리 공연을 시도해 보았다. 작품의 구성, 동작, 표현, 의미 등 모든 상황을 설명하며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음성해설을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다른 장르가 탄생한 것 같았다. 시각장애인이 음악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춤 공연도 들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비장애 관객이 웃을 때 그들도 같이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관객을 따로 만나 무대에서 오브제를 만져보거나 무용수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힘들기는 했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이 살아있는 공연이 되었다. 안무하면서 애매한 부분은 더 명확하게 정리되었고, 안무자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음성해설을 하면서 더 풍성하게 해설할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을 했다. 볼 수 없음이 아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며 춤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고 소통하게 될 것이다.

김형희

현재 사단법인 트러스트무용단 대표, 케인앤무브먼트 대표, 한국장애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예술감독(2016~2017)을 역임했다. 사람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있어서 늘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이다. 단순히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끄는 과정을 드러내는 창작 정신에는 시대정신과 인간애에 대한 강한 의지가 표출됨을 알 수 있다.
gogotrust95@gmail.com

사진제공.김형희

2021.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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