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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확장을 돕는 기술

이슈 예술이 새로운 미디어를 만날 때

  • 윤제호 미디어 아티스트
  • 등록일 2021-06-30
  • 조회수1311

이슈

표현의 확장을 돕는 기술

예술이 새로운 미디어를 만날 때

윤제호 미디어 아티스트

벽면에 크게 붙어 있는 초록색 천과 무대 영상. 창문 안의 소음 이미지. 기둥 안에서 튕겨 떨어진 캡슐. 사다리 사이에 매단 해먹. 세포 이미지가 입혀진 입체 오브제. 사진 속 붉은 섬광

2020년 9월 24일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6명의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헬-로 미디어아트展》에서 발표한 작품들의 모습이다.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매체창작 워크숍 ‘프로젝션 매핑으로 배우는 디지털 미디어아트’에서 배웠던 매핑 기술을 각자 가진 고유한 예술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하였다.

10회차로 구성된 이 과정은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첫 수업에서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소개하였다. 관련 작품 기술을 여러 매체를 통하여 경험하였으나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어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가 있는 예술가가 소개한 작업에서는 신체를 소재로 삼거나 주제로 표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신체나 정신적 장애를 예술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참여자들은 기존보다 더 확장된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하기를 열망하고 동시대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참여 동기를 밝혔다.

창작과 표현의 새로운 시도

필자는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디어아트 수업과 워크숍을 10여 년 동안 해왔지만, 예술인을 특히 장애 예술인을 포함한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회 비대면 수업과 1회 대면 수업 후 멘토링 수업을 두 차례 진행하면서 참여 예술가의 기존 작품 또는 새로운 작품을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표현하는 방법을 1대 1로 같이 고민하고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멘토링 과정에서 노선영 작가는 농인이 경험하는 감각을 작품으로 제작하려 하였다. 작가의 심리 상태와 자신이 느끼는 자연의 모습을 디지털 미디어로 병치하여 농인이 느끼는 세계를 청인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워크숍 전에도 프로젝션 매핑 기법으로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직접 공간에 맞춰 영상을 투사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도구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소리 이상의 감각을 표현하였다.

이동엽 작가는 몸의 뼈 한 부분을 세포로 설정하고 세포가 연결되고 분열되고 조직화되어 하나의 유기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하려 했다. 물리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 감성적 교감과 연결을 표현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편견 없는 관계의 성장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이전에 해왔던 평면 캔버스 작업과 입체 오브제 공간 설치, 영상 작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였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교감과 연결이 창작 도구로도 실현되었다.

자연을 통해 자신의 원래 자리를 찾는 과정을 담은 작업을 해온 이민희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작품에 빛을 투사하여 살아있는 사진을 시도했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생각 속에만 머물러있던 살아있는 빛과 생명을 구현하였다.

미디어의 확장 - 예술 도구의 확장

모든 참여자가 워크숍부터 마지막 결과 전시까지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워크숍 전 프로젝션 매핑이 어렵다고 의견을 줬던 참여자들까지도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하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기술을 매개로 자신의 창작 방식을 넘어서는 확장된 작업을 보여주었다. 청각을 넘어서 또 다른 감각을 찾는 작업, 창작 도구 확장을 실험하는 작업, 마음의 움직임을 투영하는 작업 등 각자 고유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어법으로 기술을 사용하였다. 마샬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인간 감각 기관의 확장”이라고 말한 것처럼, 장애 예술인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청각의 확장, 움직임의 확장, 시각의 확장 등 새로운 신체의 확장이며 예술 도구의 확장이다.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며, 장애가 있든 없든, 예술가라면 누구나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의지는 같다고 느꼈다. 장애 예술인들에게 창작 도구로써 기술은 예술적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작품을 만드는 표현 방식을 확장할 수 있으며,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예술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장애 예술인에게 예술의 확장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되길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교육은 생소하던 기술이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익숙한 기술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 또 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통하여 디지털 미디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창작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은 너무도 빠르다. 워크숍에서 다뤘던 프로젝션 매핑도 머지않아 ‘올드 미디어’로 불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워크숍이 장애 예술인에게 소중한 한걸음의 진보와 장애인 미디어 아티스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되었길 바라며, 앞으로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다.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매체확장 워크숍 ‘프로젝션 매핑으로 배우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윤제호

미디어 아티스트이며 전자음악 작곡가로, 인터랙션 사운드, 설치 사운드,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션 맵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2018년 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오프닝 퍼포먼스와 2019년 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공연과 전시를 하였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 아트 교육에 참여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계원예술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이다.
studio@jehoyun.com

2021년 7월 (21호)

상세내용

이슈

표현의 확장을 돕는 기술

예술이 새로운 미디어를 만날 때

윤제호 미디어 아티스트

벽면에 크게 붙어 있는 초록색 천과 무대 영상. 창문 안의 소음 이미지. 기둥 안에서 튕겨 떨어진 캡슐. 사다리 사이에 매단 해먹. 세포 이미지가 입혀진 입체 오브제. 사진 속 붉은 섬광

2020년 9월 24일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6명의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헬-로 미디어아트展》에서 발표한 작품들의 모습이다.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매체창작 워크숍 ‘프로젝션 매핑으로 배우는 디지털 미디어아트’에서 배웠던 매핑 기술을 각자 가진 고유한 예술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하였다.

10회차로 구성된 이 과정은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첫 수업에서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소개하였다. 관련 작품 기술을 여러 매체를 통하여 경험하였으나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어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가 있는 예술가가 소개한 작업에서는 신체를 소재로 삼거나 주제로 표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신체나 정신적 장애를 예술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참여자들은 기존보다 더 확장된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하기를 열망하고 동시대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참여 동기를 밝혔다.

창작과 표현의 새로운 시도

필자는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디어아트 수업과 워크숍을 10여 년 동안 해왔지만, 예술인을 특히 장애 예술인을 포함한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회 비대면 수업과 1회 대면 수업 후 멘토링 수업을 두 차례 진행하면서 참여 예술가의 기존 작품 또는 새로운 작품을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표현하는 방법을 1대 1로 같이 고민하고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멘토링 과정에서 노선영 작가는 농인이 경험하는 감각을 작품으로 제작하려 하였다. 작가의 심리 상태와 자신이 느끼는 자연의 모습을 디지털 미디어로 병치하여 농인이 느끼는 세계를 청인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워크숍 전에도 프로젝션 매핑 기법으로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직접 공간에 맞춰 영상을 투사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도구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소리 이상의 감각을 표현하였다.

이동엽 작가는 몸의 뼈 한 부분을 세포로 설정하고 세포가 연결되고 분열되고 조직화되어 하나의 유기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하려 했다. 물리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 감성적 교감과 연결을 표현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편견 없는 관계의 성장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이전에 해왔던 평면 캔버스 작업과 입체 오브제 공간 설치, 영상 작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였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교감과 연결이 창작 도구로도 실현되었다.

자연을 통해 자신의 원래 자리를 찾는 과정을 담은 작업을 해온 이민희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작품에 빛을 투사하여 살아있는 사진을 시도했다. 작가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생각 속에만 머물러있던 살아있는 빛과 생명을 구현하였다.

미디어의 확장 - 예술 도구의 확장

모든 참여자가 워크숍부터 마지막 결과 전시까지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워크숍 전 프로젝션 매핑이 어렵다고 의견을 줬던 참여자들까지도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하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기술을 매개로 자신의 창작 방식을 넘어서는 확장된 작업을 보여주었다. 청각을 넘어서 또 다른 감각을 찾는 작업, 창작 도구 확장을 실험하는 작업, 마음의 움직임을 투영하는 작업 등 각자 고유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어법으로 기술을 사용하였다. 마샬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인간 감각 기관의 확장”이라고 말한 것처럼, 장애 예술인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청각의 확장, 움직임의 확장, 시각의 확장 등 새로운 신체의 확장이며 예술 도구의 확장이다.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며, 장애가 있든 없든, 예술가라면 누구나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의지는 같다고 느꼈다. 장애 예술인들에게 창작 도구로써 기술은 예술적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작품을 만드는 표현 방식을 확장할 수 있으며,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예술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장애 예술인에게 예술의 확장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되길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교육은 생소하던 기술이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익숙한 기술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 또 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통하여 디지털 미디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창작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은 너무도 빠르다. 워크숍에서 다뤘던 프로젝션 매핑도 머지않아 ‘올드 미디어’로 불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워크숍이 장애 예술인에게 소중한 한걸음의 진보와 장애인 미디어 아티스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되었길 바라며, 앞으로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다.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매체확장 워크숍 ‘프로젝션 매핑으로 배우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윤제호

미디어 아티스트이며 전자음악 작곡가로, 인터랙션 사운드, 설치 사운드,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션 맵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2018년 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오프닝 퍼포먼스와 2019년 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공연과 전시를 하였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 아트 교육에 참여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계원예술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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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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