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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무용가

인터뷰 사이에서 새롭게 다시

  • 손옥주 공연학자
  • 등록일 2021-09-29
  • 조회수660

이슈

고아라 무용가

사이에서 새롭게 다시

손옥주 공연학자

고아라 무용가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의 주역이자 한 유명 액티브웨어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한 그녀는 그동안 공연을 넘어서서 방송과 강연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와 더불어 클래식 발레로 시작된 무용 활동 또한 컨템포러리 무용 작업과 리서치 기반 예술 활동 등으로 확장되어갔다. 최근에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제1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이하 장애예술인 지원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새로운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고아라 무용가를 만나 그녀가 경험해온 예술 작업의 확장, 그리고 활동 영역의 확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간중간, 그녀는 청각장애라는 특수한 몸의 상태 안에서 춤춰온 시간에 대해, 특정 레퍼토리의 끝없는 반복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에 대해, 음성언어와 수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비장애 예술계와 장애 예술계를 오간 경험에 대해 들려주었다.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던 길에 단어 두 개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이’, 그리고 ‘새로움’.

처음에 어떻게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부모들이 대개 그렇듯이, 제 어머니 역시 제가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원에 보내셨다. 무용, 피아노, 서예, 컴퓨터 등등 안 다닌 학원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느낀 게 바로 무용이었다. 제가 강원도 출신인데 홍천에 있는 무용학원에 다니던 중, 실력 향상을 위해 서울에서 레슨을 받고자 여러 정보를 찾다가 당시 알게 된 모 교수님의 추천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발레 아카데미에서 짧게나마 무용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7살 때 시작해서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지금까지 25년 넘게 무용을 해온 셈인데, 요즘은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대신에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춤출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계속 춤추고 있다.

작년 유알아츠페스티벌(U+R Arts Festival)에서 케이휠댄스프로젝트(K-Wheel Dance Project)의 소개에 앞서 솔로 무용 공연을 선보였다. 언제 어떤 계기로 무용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엇으로부터 창작의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대학교 다닐 때 1년에 한 번씩 진행된 창작 발표회를 계기로 처음으로 무용 창작을 하게 되었다. 학교 졸업 후에는 곧바로 창작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졸업 2년 뒤에 기회가 생겨 <가지 않은 길>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3~4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들리지 않는 상태로 춤을 추는 저의 모습에서 어떤 사람도 가지 않을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것을 주제로 삼아 안무했다. 그게 본격적인 창작활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작품에서는 누구나 느끼는 일상적인 불편함과 들리지 않기 때문에 갖게 되는 불편함에 대해 표현해보았다. 저는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농인의 언어와 음성언어를 쓰는 비장애인의 언어 모두가 가능하다. 귀가 안 들리는데 비장애인의 음성언어를 쓴다는 것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나는 박쥐 같은 존재인가 싶기도 했고, 나의 진짜 언어는 무엇일까 고민도 했다. 그런 고민이 주제가 되어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라는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들리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상황들 위주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아라 무용가를 처음 본 것은 아트엘의 <듣다>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참여작가로 함께 해오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의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듣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노경애 아트엘 대표님으로부터 2019년에 참여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 저는 이 작업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듣다’라는 것은 그저 듣는 것일 뿐인데 들어서 무엇을 한다는 것일까, 정작 안 들리는 내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서 얻는 게 있을까 등등 막연하게나마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듣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른 작가들과 듣는 것에 관한 많은 생각을 나누게 되면서 프로젝트 참여 전과 후가 다를 정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저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 반면, 함께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예술가는 청각적인 정보에 민감했다. 굉장히 다른 장애 유형인데도 신기하게 통하는 데가 많았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 중 한 가지 감각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편함에서 오는 동질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처럼 감각의 다름에서 오는 흥미로운 지점을 많이 발견했다. 사실, 프로젝트 참여 전에는 듣는 것이라면 항상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그런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점차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떨치게 되었고, ‘안 들리는 게 뭐 어때서!’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나는 나고, 누구나 그저 각자 자신일 뿐이다. <듣다> 프로젝트를 통해 저 자신에 대해 비록 안 들리긴 하지만 음성언어를 쓰고, 수어도 할 줄 알고, 무용도 하는, 그런 여러 자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화의 방향을 조금 바꿔볼까 한다. 최근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에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장애 예술인 지원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장애 예술인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 작년 말에 법안이 나왔고, 최근에는 몇몇 장애 예술인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장애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을 보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을 돕는 정책이 머지않아 시행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나 장애예술인 지원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장애 예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며 겪는 불편함이나 혜택, 서비스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올해 7월 말에 생겼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지금은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다. 아직 ‘장애예술인’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앞으로 위원회 활동을 하며 다른 위원분들과 함께 창작활동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누리는 향유권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과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예술현장에서 활동하며 장애 예술과 관련해 특별히 개선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위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제 경우엔 비장애인 예술계와 장애인 예술계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비장애 예술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불편함이 장애 예술계에서는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장애 예술인에게는 통역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100%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통역사의 문자나 수어를 통해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과로 보이는 작품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장애 예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 혜택, 권리에 대해 위원으로서 건의하려고 한다. 통역사 외에도 이동이나 일상적인 활동 등 장애 예술인의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인력도 필요한데, 단순히 봉사 개념이 아닌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나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에서 전문 과정을 포함한 교육 시스템을 수립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것 또한 제 역할인 것 같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저와 같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논의되어온 부분을 장애 예술인의 복지 관점으로 논의할 때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무용뿐만 아니라 장애 예술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또한 프로젝트 개념의 예술단체를 만들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을 뿐, 큰 욕심은 없다. 새로운 작품도 만들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협업도 이어가고 싶다.

고아라

덕원예고,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발레노바 수석,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발레학교(구 볼쇼이발레학교) 연수, 빛소리 친구들 객원, K-Wheel Dance Project 창단 멤버이다.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에 참여했고, 2019 제14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수상했다. 아트엘의 장애예술교육연구 프로젝트 <듣다 프로젝트>(2019~현재)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 제1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무작으로 <가지 않는 길>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 <모노 스테레오 서라운드>(2019) 등이 있다.

손옥주

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FU)에서 연극학과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포스트닥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투르그로 공연예술 현장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공연 사진·영상 제공.필자

2021년 10월 (24호)

상세내용

이슈

고아라 무용가

사이에서 새롭게 다시

손옥주 공연학자

고아라 무용가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의 주역이자 한 유명 액티브웨어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한 그녀는 그동안 공연을 넘어서서 방송과 강연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와 더불어 클래식 발레로 시작된 무용 활동 또한 컨템포러리 무용 작업과 리서치 기반 예술 활동 등으로 확장되어갔다. 최근에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제1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이하 장애예술인 지원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새로운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고아라 무용가를 만나 그녀가 경험해온 예술 작업의 확장, 그리고 활동 영역의 확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간중간, 그녀는 청각장애라는 특수한 몸의 상태 안에서 춤춰온 시간에 대해, 특정 레퍼토리의 끝없는 반복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에 대해, 음성언어와 수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비장애 예술계와 장애 예술계를 오간 경험에 대해 들려주었다.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던 길에 단어 두 개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이’, 그리고 ‘새로움’.

처음에 어떻게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부모들이 대개 그렇듯이, 제 어머니 역시 제가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원에 보내셨다. 무용, 피아노, 서예, 컴퓨터 등등 안 다닌 학원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느낀 게 바로 무용이었다. 제가 강원도 출신인데 홍천에 있는 무용학원에 다니던 중, 실력 향상을 위해 서울에서 레슨을 받고자 여러 정보를 찾다가 당시 알게 된 모 교수님의 추천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발레 아카데미에서 짧게나마 무용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7살 때 시작해서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지금까지 25년 넘게 무용을 해온 셈인데, 요즘은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대신에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춤출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계속 춤추고 있다.

작년 유알아츠페스티벌(U+R Arts Festival)에서 케이휠댄스프로젝트(K-Wheel Dance Project)의 소개에 앞서 솔로 무용 공연을 선보였다. 언제 어떤 계기로 무용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엇으로부터 창작의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대학교 다닐 때 1년에 한 번씩 진행된 창작 발표회를 계기로 처음으로 무용 창작을 하게 되었다. 학교 졸업 후에는 곧바로 창작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졸업 2년 뒤에 기회가 생겨 <가지 않은 길>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3~4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들리지 않는 상태로 춤을 추는 저의 모습에서 어떤 사람도 가지 않을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것을 주제로 삼아 안무했다. 그게 본격적인 창작활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작품에서는 누구나 느끼는 일상적인 불편함과 들리지 않기 때문에 갖게 되는 불편함에 대해 표현해보았다. 저는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농인의 언어와 음성언어를 쓰는 비장애인의 언어 모두가 가능하다. 귀가 안 들리는데 비장애인의 음성언어를 쓴다는 것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나는 박쥐 같은 존재인가 싶기도 했고, 나의 진짜 언어는 무엇일까 고민도 했다. 그런 고민이 주제가 되어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라는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들리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상황들 위주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아라 무용가를 처음 본 것은 아트엘의 <듣다>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참여작가로 함께 해오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의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듣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노경애 아트엘 대표님으로부터 2019년에 참여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 저는 이 작업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듣다’라는 것은 그저 듣는 것일 뿐인데 들어서 무엇을 한다는 것일까, 정작 안 들리는 내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서 얻는 게 있을까 등등 막연하게나마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듣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른 작가들과 듣는 것에 관한 많은 생각을 나누게 되면서 프로젝트 참여 전과 후가 다를 정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저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 반면, 함께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예술가는 청각적인 정보에 민감했다. 굉장히 다른 장애 유형인데도 신기하게 통하는 데가 많았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 중 한 가지 감각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편함에서 오는 동질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처럼 감각의 다름에서 오는 흥미로운 지점을 많이 발견했다. 사실, 프로젝트 참여 전에는 듣는 것이라면 항상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그런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점차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떨치게 되었고, ‘안 들리는 게 뭐 어때서!’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나는 나고, 누구나 그저 각자 자신일 뿐이다. <듣다> 프로젝트를 통해 저 자신에 대해 비록 안 들리긴 하지만 음성언어를 쓰고, 수어도 할 줄 알고, 무용도 하는, 그런 여러 자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화의 방향을 조금 바꿔볼까 한다. 최근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에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장애 예술인 지원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장애 예술인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 작년 말에 법안이 나왔고, 최근에는 몇몇 장애 예술인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장애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을 보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을 돕는 정책이 머지않아 시행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나 장애예술인 지원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장애 예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며 겪는 불편함이나 혜택, 서비스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올해 7월 말에 생겼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지금은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다. 아직 ‘장애예술인’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앞으로 위원회 활동을 하며 다른 위원분들과 함께 창작활동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누리는 향유권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과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예술현장에서 활동하며 장애 예술과 관련해 특별히 개선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위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제 경우엔 비장애인 예술계와 장애인 예술계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비장애 예술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불편함이 장애 예술계에서는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장애 예술인에게는 통역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100%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통역사의 문자나 수어를 통해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과로 보이는 작품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장애 예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 혜택, 권리에 대해 위원으로서 건의하려고 한다. 통역사 외에도 이동이나 일상적인 활동 등 장애 예술인의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인력도 필요한데, 단순히 봉사 개념이 아닌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나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에서 전문 과정을 포함한 교육 시스템을 수립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것 또한 제 역할인 것 같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저와 같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논의되어온 부분을 장애 예술인의 복지 관점으로 논의할 때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무용뿐만 아니라 장애 예술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또한 프로젝트 개념의 예술단체를 만들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을 뿐, 큰 욕심은 없다. 새로운 작품도 만들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협업도 이어가고 싶다.

고아라

덕원예고,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발레노바 수석,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발레학교(구 볼쇼이발레학교) 연수, 빛소리 친구들 객원, K-Wheel Dance Project 창단 멤버이다.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에 참여했고, 2019 제14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수상했다. 아트엘의 장애예술교육연구 프로젝트 <듣다 프로젝트>(2019~현재)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 제1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무작으로 <가지 않는 길> <어떤 불편함, 또는 그사이 어딘가> <모노 스테레오 서라운드>(2019) 등이 있다.

손옥주

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FU)에서 연극학과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포스트닥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투르그로 공연예술 현장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공연 사진·영상 제공.필자

2021년 10월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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