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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비정형 탈학습-예술교육의 틀 깨기

이슈 둘레를 만들 듯, 꾸준히 함께 흥미롭게

  • 김지영, 서동일, 이남실, 최선영 
  • 등록일 2021-11-24
  • 조회수1538

이슈

개요

  • 일시2021년 11월 8일(월) 오후 3시

  • 장소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

참석자
좌장.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패널.
김지영(백구)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서동일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
이남실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지영(백구), 서동일, 최선영, 이남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지영(백구), 서동일, 최선영, 이남실

함께 나란히 서기 위한 자리

최선영계획 중심이나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은 활동과 실험, 일방적인 전달을 넘어 매뉴얼화되지 않은 예술교육, 일상과 연결되고 의식의 변화를 이끄는 예술교육의 의미와 현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지도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퍼포먼스를 통해, 비정형적인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김지영 2016년 즈음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만들어진 서부장애인복지관의 ‘틈사이로 작업실’에 참여하면서 장애인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낮수업 교사로 활동을 한 지도 3년 정도 되었다. 다이애나랩에서 장애인·비장애인과 함께 진(Zine)을 만들어 거리에 나가 퍼레이드를 하는 등의 활동을 매개하면서, 어떻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작업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모색하고 있다. 그런 예술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장애인이 대상이 아니라 장애 당사자로서 주체가 되어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남실 성미산학교에서 일하다가 2017년부터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하 사부작)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부모 또는 보호자의 역량에 따라 사람을 만나는 폭이 결정된다. 왜 장애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돌봄은 다시 부모의 몫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 사부작이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데,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예술과 연결된다. 요즘 고민은, 결과물로만 평가되지 않고,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과정과 가치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함께 찾아주고 함께 계획하며 길동무를 연결하는 활동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아리 중 하나인 ‘모던양파’는 그림을 그리고 마을축제 때 전시도 한다. 또 누군가는 반복되는 말들을 주워 담아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쓴다.

서동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고, 발달장애 창작자들이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인 창작스튜디오 틈(이하 틈)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보니 장애인의 삶 속에 편입되면서, 일상에서 훌륭한 캐릭터를 만나고 이야깃거리를 만나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틈을 중심으로 언어적인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예술로 소통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고 있다.

기다려주고 발견하는 옆사람

최선영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작업에서 기획하고 진행하고 주도하는 사람은 주로 비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장애 당사자가 주도하더라도, 그 사람이 장애, 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술 활동도 마찬가지다. 예술 활동을 기획하거나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나 가치는 무엇인가.

이남실 사부작 활동가들은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예술교육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르치거나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놓칠 수 있는 것을 끄집어내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예술적 자질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면 관심을 갖게 된다. 옆사람의 역할은 그것을 잘 기다려주고 잘 발견해주는 것이다.

서동일 장애인이 속한 세계는 개별적 존재로 고립되거나 분리되어 있다. 이들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고 일상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결국 소통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언어적 소통 시스템에 기반한 사회에서는 소통하기 어렵다. 이럴 때 예술은 훌륭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장애인·비장애인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면서 지역사회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함께 살 수 있는 조건들을 조성하는 것에 가치와 지향을 둔다.
미술을 매개로 <점·선·면 세상을 잇다>라는 제목의 수업을 3년 정도 운영했다. 장애인과 지역사회의 비장애인이 함께 수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감각을 익히자는 것이다. 그런데 공간 안에 갇혀 있고 결국 참여자끼리의 만남이 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틈이 입주한 리조트 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면서 틈 창작자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실험을 기획했다. 이를테면, 리조트 투숙객에게 사전에 틈의 작가를 소개하고, 캐리커처, 동물그림 엽서, 만화 캐릭터 등 제작을 의뢰받은 후, 제작한 작품을 직접 객실로 배달하는 프로젝트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 대면은 어려워 줌(Zoom)으로 미팅해서 주문받았다. 틈 창작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주문이 들어올지 기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 작업해서 배달해주었다. 주문이 없으면 아쉬워하고 속상해했다. 계획된 커리큘럼을 잘 수행해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발성과 우연성과 즉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액션과 리액션을 지켜보는 실험을 해봤다.

김지영 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과 수업하면서 지칠 때가 있었다. 발달장애인은 빠르게 변화하기보다는, 매번 같은 것을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변화하기도 하고 변화하지 않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항상성이 있다. 그런데 지원사업으로 예술교육을 하면서 제가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할 것 같고, 계속 제공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들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예술작품으로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저를 지치게 만들었다. 장애 당사자들도 그런 것은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의 작업물로 굿즈를 만들거나 이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증명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장애인도 표현의 욕구가 있고 나도 표현의 욕구가 있는, 동등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싶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하는 진 수업은 겉으로 보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수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Zine)은 동등한 한 개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매체이자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이고 태도이다. ‘퍼레이드 진진진’은 진을 피켓으로 만들거나 코스튬을 하여, 각자 만든 것을 들고 거리로 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표현하는 한 사람으로 같이 서고 싶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현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 수업을 하는 것도 장애인 당사자의 공공 일자리를 지원하는 입장이지,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관점은 아니다. 저에게 진 수업에 가는 건, 나의 일상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발생하는 만남이고, 동료가 되고 관계가 엮이는 순간, 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속하여 서로의 둘레가 되어주는 것, 이것이 예술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매주 수업에 나가고 있다.

이남실 사부작에는 ‘모던양파’와 ‘사부작뮤직’이 두 개의 중심축이다. 모던양파는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각자 그림을 그린다. 장애인도 있고 비장애인도 있는데, 비장애인 청년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도와주거나 자극을 주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자기 그림을 그린다. 그렇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고,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겨 전시를 열기도 한다. 동네 술집에서 몇 명이 돌아가며 네댓 점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포스터도 만들고 방명록도 만들고, 오프닝과 클로징도 했다. 마을 사람들도 와서 축하해주었고, 작품이 좋다 전시 잘 봤다는 소감을 남기는 방문객도 있었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표현하고 드러내고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늘상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 청년은 양모 퀼팅 작업을 좋아했는데, 소근육이 좋지 않아서 편편하고 고르게 작업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의 울퉁불퉁한 작업이 언덕처럼 보이고 바다 느낌도 나서 근사하게 보였다. 미술작가와 같이 작업하면서 노래도 하고 시도 읽고 자신의 작업 속에 이야기를 담았다. 비디오아트를 하는 청년은 항상 컴퓨터를 끼고 사는데, 그의 현란한 작업물이 마을극장에서 댄스파티할 때 프로젝션되기도 했다. 영상이 필요할 때, 책에 들어갈 삽화나 포스터에 들어갈 그림이 필요할 때 주문제작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편, 사부작뮤직은 계획하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우연히 만들어졌다. 발달장애인의 말에는 운율이 있다. 그 말을 받아 적으니 시가 되었고, 작곡가에게 보여줬더니 20분 만에 악보가 왔다. 그렇게 해서 여섯 곡이 만들어졌다. 노래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잘할 수 없으면 랩처럼 하거나, 자기 이름만 말하기도 했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음반 책을 냈다.

너무 계획적이지 않아도 가능한

최선영 어떤 사람들은 사례를 들으면 우리도 시를 쓰자, 우리도 랩을 만들자, 우리도 주문받아서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해볼까 하면서 기획적인 측면만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례는 어떤 토대나 환경 안에 있어서 가능한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너무 계획적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거나, 협력할 예술가가 있거나, 안정적인 공간이 있다. 꽤 긴 시간 맺어온 관계를 포함해 이런 요소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안전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되지 않아도 즉흥적이지 않아도 어떤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현실적인 시간이나 노력 혹은 자원은 무엇일까. 보통 인프라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람의 일인지라, 어떤 사람들의 노력과 관계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남실 사부작에 탐방 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지 힌트를 얻고 싶어 한다. 그들은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면, 사부작은 성미산마을이라는 배경이 있으니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은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다 성미산마을로 와야 할까? 우리도 여전히 실험하고 시도하는 중이고, 곳곳에서 이러한 실험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특히 이동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와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디든 지금부터 시작해야 가능하다. 공간, 사람, 돈도 필요하지만 시간을 함께하지 않으면 장애를 알지 못한다.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우리 역시 어떤 토대나 환경을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최선영 성미산마을은 지역 사람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장애인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수업을 바라거나 새로운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텐데 진 수업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노들장애인야학이 가진 높은 인권감수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첨예한 공간에서 예술교육을 하면 신경 쓸 것도 많지만, 안전망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환경 차이를 느끼나?

김지영 맞다. 그 공간 안에서 나 역시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노들장애인야학과 서부장애인복지관에는 장애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관계망이 있다. 발달장애인과 작업을 하면서 해방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표현한다. 그 표현 안에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예술이나 예술교육이라는 카테고리로 뭔가를 증명하거나 도출하려 애쓰지 않는다. 저도 그들의 결과물에 놀라고 탐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 결과물만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기대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을 강요해야 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노력일까. 예술과 예술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서 자꾸 위로 위로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서포트 해주는 환경이 있다. 이런 것이 안전망이지 않을까.

이남실 우리는 이것을 확대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고민한다. 동네마다 허브가 있으면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대안학교가 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운동의 하나로 모델링하여 공교육에 영향을 끼쳐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부작도 마찬가지다. 복지관 등 여러 곳에서 찾아와 함께 궁리하고 시도해보면서 나아가고 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곳에서 순식간에 성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함께하고자 하는 셋만 있으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이든 찾아보면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인권감수성을 장착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그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노하우도 알려주는 식이다.

서동일 틈은 역경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양평은 장애인이 대부분 시설에 들어가 있고, 대중교통도 많지 않아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도 안 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돌아보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지와 장차현실 작가의 헌신적인 힘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산에서, 인덕원에서, 매주 몇 시간씩 걸리는 길을 달려왔던 사람들의 의지가 현재의 모습이다. 3년 넘게 양평에 모여서 그림을 그렸는데, 성인인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예술도 노동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기도 공공일자리 지원을 받아 먼 미래로만 꿈꿨던 그림 그리면서 월급 받는 일을 올해 처음 실현했다. 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기존에는 작품성이나 독특함 또는 작가로서의 성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노동조건에 예술이 포함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작품성을 고양하는 측면보다는, 예술 활동이 이들의 노동조건이 되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일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자립하면 좋겠다. 지역사회에도 생태계가 다양해지는 길이 아닐까. 지금은 운동적 관점에서, 기존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새로운 노동 조건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모임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같이 놀고 만나고 일하며

최선영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장애인의 삶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뒷받침해주거나 해결하는 차원으로 예술 프로그램이 제공되도록 많은 제도가 움직이고 있다. 시설 중심이다 보니 이용자 서비스로서 장애예술교육이 논의되어왔던 것 같다. 이와 달리 세 분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필요한 내용을 실천적으로 만들어가며 예술 혹은 예술교육으로도 해석 가능한 활동을 시도해 오셨다. 활동 안에서 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이며 스스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범주화하고 있나.

김지영 예술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할 때,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공간 안에서 얼마나 다양성을 인정하는지, 그 속에서 뭔가를 함께 해나가려는 태도를 가졌는지가 예술이 아닐까. 노들장애인야학에서도 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변화를 많이 느낀다. 스스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자각과 자부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표현방식도 달라진다. 저나 당사자나 그 공간에서 보수를 받고 활동하는 사람으로 구조적으로 바뀌니 정말 동동하게 느껴진다.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자발성을 드러내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예술교육의 토대도 달라진다. 단순한 예로 “월급 탔으니 같이 옷을 사러 가자”는 제안도 접근 태도에 따라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

서동일 틈에서 요즘 작업하고 있는 다섯 창작자가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림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처음 시작은 그냥 미술수업이었고, 많은 참여자가 들고났다. 꾸준히 작업하고 전시도 하면서 다섯 명이 최종 팀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자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이 뿌듯해했는데, 기대치가 계속 높아졌다. 전시를 할 때면 자꾸 비교하고 작품 배치에 민감해한다. 한번은 폐공장에서 전시를 했더니, 어떻게 이런 더러운 공간에 작품이 걸리느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계속 작가로 성장하고 작품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부모들은 떠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이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오고 싶은 공간에서 보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단단해졌다.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일이 되고, 돈이 되면 좋겠다. 틈은 다섯 작가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예술노동자들의 직장생활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다. 여기도 나름 하나의 사회구나 생각이 들고 재밌다.

최선영 장애인과 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장애의 특성이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짐작한다. 예술교육 방법론 중에는 장애 유형별로 참여자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제안하고, 그게 우수한 성과지표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 분은 특별함이 아니라 꾸준함, 소통, 관계성,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사회에서 같이 놀고 만나고 둘레가 되어주는 것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셨다. 이런 환경과 조건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변수나 현실적으로 작용하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이남실 가장 큰 변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장애인은 시선폭력을 당하다보니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고 변화시키려면 장애인들이 자꾸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부작은 나다니고 쏘다니고 드러내는 활동을 함께 하려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공간이 재건축에 들어가서 새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임대료가 너무 올랐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1동 1사부작’이다. 어느 동네든 장애 청년들이 친구도 만나고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민간에서 하기는 어렵다. 제도화하고 공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지역에 큰 센터가 있고 장애인 지원센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엇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세포처럼 작은 단위에서 실천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김지영 개인적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저는 스스로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무언가를 너무 열심히 도모하면 다음 해에는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도 장애인 참여자도 지지치 않게 텐션을 유지하며 꾸준히 나아갈 방법을 고민한다. 무리하지도,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도 않으려 노력한다. 그분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만큼 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사회적 소수성 안에는 저 또한 포함되어있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고, 예술가로서 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입장 등. 장애인 활동에는 내 사회적 토대를 계속 질문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연대하지 않으면 나는 대체 누가 구제해주나’ 그런 당사자의 입장도 있다. 결국 끊임없이 같이 투쟁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고쳐지지 않으면 분명히 나도 그 자리에서 떠밀려 나갈 테니까.

최선영 활동과 의미를 언어화하기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어가 가진 힘을 확인한 것 같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예술교육을 필요로 하는데, 그 필요가 중요한 순간에 구체적인 언어로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기도 하다. 활동의 의미만이 아니라 언어적 해석이 태도로서 예술교육에도 작동하면 좋겠다. “나도 재미있을 수 있는”, “시트콤 같은”, “월급 받았으니 함께 옷 사러 가자” 등의 표현이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이라는 말보다 훨씬 흥미롭고 자연스럽고 평등하다는 생각도 든다.

  • (왼쪽부터) 최선영, 김지영
  • (왼쪽부터) 이남실, 서동일
김지영(백구)

김지영(백구)

미술 작업을 한다. 그림을 그리기보단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중심보다 주변부를 좋아하고 미끄러짐으로써 넓어지려고 한다. 노들장애인야학과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성인발달장애인과 수업도 한다. 요즘은 다이애나랩이라는 콜렉티브에서 ‘차별없는가게’ ‘퍼레이드 진진진’ ‘환대의 조각들’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지 않고 누구를 환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공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whitenightkim@gmail.com

서동일

서동일

독립영화 감독이자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이다. 창작스튜디오 틈은 발달장애 예술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무수히 많은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배우는 곳이다. 현재 5명의 발달장애 창작자가 생애 처음 함께 모여 그림 그리는 일로 직장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시트콤 다큐를 제작 중이다. 그밖에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장편다큐 <핑크팰리스>를 제작했고, 정은혜 작가가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 <니얼굴>이 2022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pinkpalace@daum.net

이남실(연두)

이남실(연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이다. 성미산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동무 연결’과 발달장애인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무경계 세상 만들기’가 중요한 활동이다. 사부작은 돌봄기관도, 교육기관도 아닌 플랫폼이다. 장애인이 국가나 센터의 관리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상을 사람들과 어울려 꾸릴 수 있기를 바란다.
sabujak2017@naver.com

최선영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이음 기획위원이다. 세상을 구하려다 오지라퍼가 된 문화+예술+플레이어다.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라 이상한 실체가 되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 그 어려움을 매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 관심이 있다. 2020년까지 창작그룹 비기자를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예술프로젝트, 전시, 공연, 영화, 교육의 방식으로 만들어왔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1년 12월 (26호)

상세내용

이슈

개요

  • 일시2021년 11월 8일(월) 오후 3시

  • 장소노들장애인야학 세미나실

참석자
좌장.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패널.
김지영(백구)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서동일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
이남실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지영(백구), 서동일, 최선영, 이남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지영(백구), 서동일, 최선영, 이남실

함께 나란히 서기 위한 자리

최선영계획 중심이나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은 활동과 실험, 일방적인 전달을 넘어 매뉴얼화되지 않은 예술교육, 일상과 연결되고 의식의 변화를 이끄는 예술교육의 의미와 현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지도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퍼포먼스를 통해, 비정형적인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김지영 2016년 즈음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만들어진 서부장애인복지관의 ‘틈사이로 작업실’에 참여하면서 장애인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낮수업 교사로 활동을 한 지도 3년 정도 되었다. 다이애나랩에서 장애인·비장애인과 함께 진(Zine)을 만들어 거리에 나가 퍼레이드를 하는 등의 활동을 매개하면서, 어떻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작업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모색하고 있다. 그런 예술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장애인이 대상이 아니라 장애 당사자로서 주체가 되어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남실 성미산학교에서 일하다가 2017년부터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하 사부작)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부모 또는 보호자의 역량에 따라 사람을 만나는 폭이 결정된다. 왜 장애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돌봄은 다시 부모의 몫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 사부작이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데,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예술과 연결된다. 요즘 고민은, 결과물로만 평가되지 않고,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과정과 가치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함께 찾아주고 함께 계획하며 길동무를 연결하는 활동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아리 중 하나인 ‘모던양파’는 그림을 그리고 마을축제 때 전시도 한다. 또 누군가는 반복되는 말들을 주워 담아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쓴다.

서동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고, 발달장애 창작자들이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인 창작스튜디오 틈(이하 틈)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보니 장애인의 삶 속에 편입되면서, 일상에서 훌륭한 캐릭터를 만나고 이야깃거리를 만나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틈을 중심으로 언어적인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예술로 소통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고 있다.

기다려주고 발견하는 옆사람

최선영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작업에서 기획하고 진행하고 주도하는 사람은 주로 비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장애 당사자가 주도하더라도, 그 사람이 장애, 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술 활동도 마찬가지다. 예술 활동을 기획하거나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나 가치는 무엇인가.

이남실 사부작 활동가들은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예술교육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르치거나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놓칠 수 있는 것을 끄집어내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예술적 자질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면 관심을 갖게 된다. 옆사람의 역할은 그것을 잘 기다려주고 잘 발견해주는 것이다.

서동일 장애인이 속한 세계는 개별적 존재로 고립되거나 분리되어 있다. 이들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고 일상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결국 소통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언어적 소통 시스템에 기반한 사회에서는 소통하기 어렵다. 이럴 때 예술은 훌륭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장애인·비장애인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면서 지역사회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함께 살 수 있는 조건들을 조성하는 것에 가치와 지향을 둔다.
미술을 매개로 <점·선·면 세상을 잇다>라는 제목의 수업을 3년 정도 운영했다. 장애인과 지역사회의 비장애인이 함께 수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감각을 익히자는 것이다. 그런데 공간 안에 갇혀 있고 결국 참여자끼리의 만남이 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틈이 입주한 리조트 내에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면서 틈 창작자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실험을 기획했다. 이를테면, 리조트 투숙객에게 사전에 틈의 작가를 소개하고, 캐리커처, 동물그림 엽서, 만화 캐릭터 등 제작을 의뢰받은 후, 제작한 작품을 직접 객실로 배달하는 프로젝트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 대면은 어려워 줌(Zoom)으로 미팅해서 주문받았다. 틈 창작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주문이 들어올지 기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 작업해서 배달해주었다. 주문이 없으면 아쉬워하고 속상해했다. 계획된 커리큘럼을 잘 수행해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발성과 우연성과 즉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액션과 리액션을 지켜보는 실험을 해봤다.

김지영 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과 수업하면서 지칠 때가 있었다. 발달장애인은 빠르게 변화하기보다는, 매번 같은 것을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변화하기도 하고 변화하지 않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항상성이 있다. 그런데 지원사업으로 예술교육을 하면서 제가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할 것 같고, 계속 제공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들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예술작품으로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저를 지치게 만들었다. 장애 당사자들도 그런 것은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의 작업물로 굿즈를 만들거나 이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증명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장애인도 표현의 욕구가 있고 나도 표현의 욕구가 있는, 동등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싶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하는 진 수업은 겉으로 보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수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Zine)은 동등한 한 개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매체이자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이고 태도이다. ‘퍼레이드 진진진’은 진을 피켓으로 만들거나 코스튬을 하여, 각자 만든 것을 들고 거리로 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표현하는 한 사람으로 같이 서고 싶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현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 수업을 하는 것도 장애인 당사자의 공공 일자리를 지원하는 입장이지,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관점은 아니다. 저에게 진 수업에 가는 건, 나의 일상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발생하는 만남이고, 동료가 되고 관계가 엮이는 순간, 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속하여 서로의 둘레가 되어주는 것, 이것이 예술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매주 수업에 나가고 있다.

이남실 사부작에는 ‘모던양파’와 ‘사부작뮤직’이 두 개의 중심축이다. 모던양파는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각자 그림을 그린다. 장애인도 있고 비장애인도 있는데, 비장애인 청년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도와주거나 자극을 주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자기 그림을 그린다. 그렇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고,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겨 전시를 열기도 한다. 동네 술집에서 몇 명이 돌아가며 네댓 점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포스터도 만들고 방명록도 만들고, 오프닝과 클로징도 했다. 마을 사람들도 와서 축하해주었고, 작품이 좋다 전시 잘 봤다는 소감을 남기는 방문객도 있었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표현하고 드러내고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늘상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 청년은 양모 퀼팅 작업을 좋아했는데, 소근육이 좋지 않아서 편편하고 고르게 작업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의 울퉁불퉁한 작업이 언덕처럼 보이고 바다 느낌도 나서 근사하게 보였다. 미술작가와 같이 작업하면서 노래도 하고 시도 읽고 자신의 작업 속에 이야기를 담았다. 비디오아트를 하는 청년은 항상 컴퓨터를 끼고 사는데, 그의 현란한 작업물이 마을극장에서 댄스파티할 때 프로젝션되기도 했다. 영상이 필요할 때, 책에 들어갈 삽화나 포스터에 들어갈 그림이 필요할 때 주문제작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편, 사부작뮤직은 계획하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우연히 만들어졌다. 발달장애인의 말에는 운율이 있다. 그 말을 받아 적으니 시가 되었고, 작곡가에게 보여줬더니 20분 만에 악보가 왔다. 그렇게 해서 여섯 곡이 만들어졌다. 노래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잘할 수 없으면 랩처럼 하거나, 자기 이름만 말하기도 했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음반 책을 냈다.

너무 계획적이지 않아도 가능한

최선영 어떤 사람들은 사례를 들으면 우리도 시를 쓰자, 우리도 랩을 만들자, 우리도 주문받아서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해볼까 하면서 기획적인 측면만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례는 어떤 토대나 환경 안에 있어서 가능한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너무 계획적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거나, 협력할 예술가가 있거나, 안정적인 공간이 있다. 꽤 긴 시간 맺어온 관계를 포함해 이런 요소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안전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되지 않아도 즉흥적이지 않아도 어떤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현실적인 시간이나 노력 혹은 자원은 무엇일까. 보통 인프라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람의 일인지라, 어떤 사람들의 노력과 관계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남실 사부작에 탐방 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지 힌트를 얻고 싶어 한다. 그들은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면, 사부작은 성미산마을이라는 배경이 있으니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은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다 성미산마을로 와야 할까? 우리도 여전히 실험하고 시도하는 중이고, 곳곳에서 이러한 실험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특히 이동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와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디든 지금부터 시작해야 가능하다. 공간, 사람, 돈도 필요하지만 시간을 함께하지 않으면 장애를 알지 못한다.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우리 역시 어떤 토대나 환경을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최선영 성미산마을은 지역 사람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장애인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수업을 바라거나 새로운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텐데 진 수업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노들장애인야학이 가진 높은 인권감수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첨예한 공간에서 예술교육을 하면 신경 쓸 것도 많지만, 안전망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환경 차이를 느끼나?

김지영 맞다. 그 공간 안에서 나 역시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노들장애인야학과 서부장애인복지관에는 장애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관계망이 있다. 발달장애인과 작업을 하면서 해방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표현한다. 그 표현 안에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예술이나 예술교육이라는 카테고리로 뭔가를 증명하거나 도출하려 애쓰지 않는다. 저도 그들의 결과물에 놀라고 탐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 결과물만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기대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을 강요해야 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노력일까. 예술과 예술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서 자꾸 위로 위로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서포트 해주는 환경이 있다. 이런 것이 안전망이지 않을까.

이남실 우리는 이것을 확대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고민한다. 동네마다 허브가 있으면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대안학교가 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운동의 하나로 모델링하여 공교육에 영향을 끼쳐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부작도 마찬가지다. 복지관 등 여러 곳에서 찾아와 함께 궁리하고 시도해보면서 나아가고 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곳에서 순식간에 성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함께하고자 하는 셋만 있으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이든 찾아보면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인권감수성을 장착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그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노하우도 알려주는 식이다.

서동일 틈은 역경 속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양평은 장애인이 대부분 시설에 들어가 있고, 대중교통도 많지 않아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도 안 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돌아보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지와 장차현실 작가의 헌신적인 힘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산에서, 인덕원에서, 매주 몇 시간씩 걸리는 길을 달려왔던 사람들의 의지가 현재의 모습이다. 3년 넘게 양평에 모여서 그림을 그렸는데, 성인인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예술도 노동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기도 공공일자리 지원을 받아 먼 미래로만 꿈꿨던 그림 그리면서 월급 받는 일을 올해 처음 실현했다. 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기존에는 작품성이나 독특함 또는 작가로서의 성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노동조건에 예술이 포함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작품성을 고양하는 측면보다는, 예술 활동이 이들의 노동조건이 되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일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자립하면 좋겠다. 지역사회에도 생태계가 다양해지는 길이 아닐까. 지금은 운동적 관점에서, 기존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새로운 노동 조건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모임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같이 놀고 만나고 일하며

최선영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장애인의 삶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뒷받침해주거나 해결하는 차원으로 예술 프로그램이 제공되도록 많은 제도가 움직이고 있다. 시설 중심이다 보니 이용자 서비스로서 장애예술교육이 논의되어왔던 것 같다. 이와 달리 세 분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필요한 내용을 실천적으로 만들어가며 예술 혹은 예술교육으로도 해석 가능한 활동을 시도해 오셨다. 활동 안에서 예술(교육)은 어떤 의미이며 스스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범주화하고 있나.

김지영 예술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할 때,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공간 안에서 얼마나 다양성을 인정하는지, 그 속에서 뭔가를 함께 해나가려는 태도를 가졌는지가 예술이 아닐까. 노들장애인야학에서도 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변화를 많이 느낀다. 스스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자각과 자부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표현방식도 달라진다. 저나 당사자나 그 공간에서 보수를 받고 활동하는 사람으로 구조적으로 바뀌니 정말 동동하게 느껴진다.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자발성을 드러내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예술교육의 토대도 달라진다. 단순한 예로 “월급 탔으니 같이 옷을 사러 가자”는 제안도 접근 태도에 따라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

서동일 틈에서 요즘 작업하고 있는 다섯 창작자가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림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처음 시작은 그냥 미술수업이었고, 많은 참여자가 들고났다. 꾸준히 작업하고 전시도 하면서 다섯 명이 최종 팀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자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이 뿌듯해했는데, 기대치가 계속 높아졌다. 전시를 할 때면 자꾸 비교하고 작품 배치에 민감해한다. 한번은 폐공장에서 전시를 했더니, 어떻게 이런 더러운 공간에 작품이 걸리느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계속 작가로 성장하고 작품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부모들은 떠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이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오고 싶은 공간에서 보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단단해졌다.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일이 되고, 돈이 되면 좋겠다. 틈은 다섯 작가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예술노동자들의 직장생활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다. 여기도 나름 하나의 사회구나 생각이 들고 재밌다.

최선영 장애인과 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장애의 특성이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짐작한다. 예술교육 방법론 중에는 장애 유형별로 참여자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제안하고, 그게 우수한 성과지표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 분은 특별함이 아니라 꾸준함, 소통, 관계성,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사회에서 같이 놀고 만나고 둘레가 되어주는 것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셨다. 이런 환경과 조건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변수나 현실적으로 작용하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이남실 가장 큰 변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장애인은 시선폭력을 당하다보니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고 변화시키려면 장애인들이 자꾸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부작은 나다니고 쏘다니고 드러내는 활동을 함께 하려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공간이 재건축에 들어가서 새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임대료가 너무 올랐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1동 1사부작’이다. 어느 동네든 장애 청년들이 친구도 만나고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민간에서 하기는 어렵다. 제도화하고 공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지역에 큰 센터가 있고 장애인 지원센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엇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세포처럼 작은 단위에서 실천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김지영 개인적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저는 스스로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무언가를 너무 열심히 도모하면 다음 해에는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도 장애인 참여자도 지지치 않게 텐션을 유지하며 꾸준히 나아갈 방법을 고민한다. 무리하지도,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도 않으려 노력한다. 그분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만큼 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사회적 소수성 안에는 저 또한 포함되어있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고, 예술가로서 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입장 등. 장애인 활동에는 내 사회적 토대를 계속 질문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연대하지 않으면 나는 대체 누가 구제해주나’ 그런 당사자의 입장도 있다. 결국 끊임없이 같이 투쟁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고쳐지지 않으면 분명히 나도 그 자리에서 떠밀려 나갈 테니까.

최선영 활동과 의미를 언어화하기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어가 가진 힘을 확인한 것 같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예술교육을 필요로 하는데, 그 필요가 중요한 순간에 구체적인 언어로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기도 하다. 활동의 의미만이 아니라 언어적 해석이 태도로서 예술교육에도 작동하면 좋겠다. “나도 재미있을 수 있는”, “시트콤 같은”, “월급 받았으니 함께 옷 사러 가자” 등의 표현이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이라는 말보다 훨씬 흥미롭고 자연스럽고 평등하다는 생각도 든다.

  • (왼쪽부터) 최선영, 김지영
  • (왼쪽부터) 이남실, 서동일
김지영(백구)

김지영(백구)

미술 작업을 한다. 그림을 그리기보단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중심보다 주변부를 좋아하고 미끄러짐으로써 넓어지려고 한다. 노들장애인야학과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성인발달장애인과 수업도 한다. 요즘은 다이애나랩이라는 콜렉티브에서 ‘차별없는가게’ ‘퍼레이드 진진진’ ‘환대의 조각들’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지 않고 누구를 환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공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whitenightkim@gmail.com

서동일

서동일

독립영화 감독이자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이다. 창작스튜디오 틈은 발달장애 예술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무수히 많은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배우는 곳이다. 현재 5명의 발달장애 창작자가 생애 처음 함께 모여 그림 그리는 일로 직장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시트콤 다큐를 제작 중이다. 그밖에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장편다큐 <핑크팰리스>를 제작했고, 정은혜 작가가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 <니얼굴>이 2022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pinkpalace@daum.net

이남실(연두)

이남실(연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활동가이다. 성미산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동무 연결’과 발달장애인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무경계 세상 만들기’가 중요한 활동이다. 사부작은 돌봄기관도, 교육기관도 아닌 플랫폼이다. 장애인이 국가나 센터의 관리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상을 사람들과 어울려 꾸릴 수 있기를 바란다.
sabujak2017@naver.com

최선영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이음 기획위원이다. 세상을 구하려다 오지라퍼가 된 문화+예술+플레이어다.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라 이상한 실체가 되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 그 어려움을 매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 관심이 있다. 2020년까지 창작그룹 비기자를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예술프로젝트, 전시, 공연, 영화, 교육의 방식으로 만들어왔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1년 12월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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