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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후

이음광장 우리 언제 또 만나요?

  • 신강수 연극배우
  • 등록일 2021-08-24
  • 조회수1702
  • 하지성 배우(오른쪽)와 함께한 연극 <여기, 한때, 가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 허선혜

5월부터 시작한 <추락2>와 <여기, 한때, 가가> 공연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처음으로 공연 두 개를 병행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몸에 무리가 와서 무척 힘든 공연이었지만, 연기적으로도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요즘 스케줄러를 보면서 버티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1년에 공연 한 편만 해도 감지덕지했고 누군가 나에게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배우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이젠 전혀 부끄럽지 않다. 사실 2년 전에 『132cm 사용설명서』를 쓸 때 마지막으로 책 하나 남기고 그만하자는 다짐으로 했었다. 그런데 그 책을 시작으로 섭외가 되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그리고 몸이 더욱더 안 좋아질까 봐 낯설고 두렵다.

이번에 공연하면서 느낀 건 나를 아직 신인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공연 리뷰들을 보면 아직도 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거나, 또는 장애인 배우가 자신의 서사나 장애인 역할이 아닌 극 중 인물로 연기하는 모습도 처음 보고, 배리어프리 공연도 처음 보는 관객이 많아 보였다. 연극 리뷰로 유명한 한 블로거가 내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배우 지망생인지 일반인인지 알 수 없으나 대사를 전달함에 있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았고 배우로서의 연기를 해냈다는 점도 훌륭했다.”라는 리뷰를 올렸다. 그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면서 더욱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의 연극 인생 18년…’

요즘 장애인 배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외부 비장애인 연출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극단에 비장애인 연출, 스태프, 배우들이 들어와 작업을 도와주고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었다면, 최근에는 장애인 배우가 외부 프로덕션에 캐스팅되어서 공연하는 점이 큰 변화이다. 기존 장애인 극단에서 활동했던 비장애인 연출가들도 외부에서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국립극단에서는 [2021 창작공감]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창작할 연출, 작가, 대본을 뽑기도 했다. 이처럼 외부에서 많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일회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소수자, 퀴어, 젠더 등의 문제가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냥 유행처럼 ‘나도 한번 장애인 배우 써볼까?’라는 식의 공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함께했던 배우들을 계속 고용하고 장애인 극단에서만 활동하는 배우들도 고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되려면 뭐가 가장 필요할까 생각하다가 예술대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요즘 외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연출과 배우들이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거다. 그러다가 캐릭터 이해와 대사의 이해에서 충돌하는 부분들이 생기면 그 부분을 서로 공유하고 맞춰가는 모습을 본다. 사실 장애인 극단의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비장애인 연출이 대부분 예술대학을 나왔거나 외부에서 작업한 경험이 많은 상태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경험이 없는 장애인 배우들을 만나다 보니 공유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이 많은 경험을 쌓거나 예술대학에 들어가 배우면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작년에 연극인 웹진 [연극in]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장애 예술’이라는 주제로 창작자, 배우, 관객, 매개자 편으로 진행한 좌담회 글을 봤다. 그들이 함께 장애 예술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당시 내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장애 예술 정말 물 들어왔다”는 말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말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물이 들어와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건 맞는데 실상 그 배의 선장이 대부분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연출가와 스태프들이 모이고 장애인 배우들을 고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정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장애예술’이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장이 되어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정말 예술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작업했던 연극 <여기, 한때, 가가>만 봐도 장애인·비장애인 배우가 함께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제작진은 모두 비장애인이었다. 한편으로 부러운 건 그들이 같은 대학 출신이었다는 거다. 그 모습을 보고 장애인을 위한 예술대학이 생기거나 예술대학에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모집하고, 그 학교를 나온 장애인 스태프가 비장애인·장애인 배우를 섭외해서 공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여기, 한때, 가가>를 하면서 만났던 하지성 배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장애인 극단이 아닌 외부에서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연 마지막 날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형아, 우리 언제 또 만나요?” 나는 그냥 “기회가 되면 만나겠지”라고 말은 했지만, 이제는 장애 예술인이 스스로 지원서를 쓰고 기획해서 함께 공연하는 자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지성 배우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출간 준비 중인 <132cm 사용설명서 2>에 쓰일 글과 함께 동영상 하나를 추천한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 아줌마는 발음이 불편한 언어장애인이다.
우리 동네 경비실 아저씨는 발을 저는 지체장애인이다.
우리 동네 백수인 나는 키가 작은 저신장 장애인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 산다.

특별한 가족, 특별한 단체의 특정된 역할이 아닌
마을사람2, 경찰3, 백수건달4처럼
일상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내가 보는 영화나 연극, 방송에는
평범한 장애인이 없다.

THE HIRING CHAIN performed by STING | World Down Syndrome Day 2021
이탈리아의 다운증후군협회(COORDOWN)와 가수이자 배우, 사회운동가인 스팅은 ‘2021 세계다운증후군의 날’(3.21)을 맞이해 신곡 을 발표했다.
이 노래는 한 명의 제빵사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파급효과를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출처] 세계다운증후군의 날 유튜브 바로가기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상세내용

  • 하지성 배우(오른쪽)와 함께한 연극 <여기, 한때, 가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 허선혜

5월부터 시작한 <추락2>와 <여기, 한때, 가가> 공연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처음으로 공연 두 개를 병행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몸에 무리가 와서 무척 힘든 공연이었지만, 연기적으로도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요즘 스케줄러를 보면서 버티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1년에 공연 한 편만 해도 감지덕지했고 누군가 나에게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배우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이젠 전혀 부끄럽지 않다. 사실 2년 전에 『132cm 사용설명서』를 쓸 때 마지막으로 책 하나 남기고 그만하자는 다짐으로 했었다. 그런데 그 책을 시작으로 섭외가 되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그리고 몸이 더욱더 안 좋아질까 봐 낯설고 두렵다.

이번에 공연하면서 느낀 건 나를 아직 신인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공연 리뷰들을 보면 아직도 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거나, 또는 장애인 배우가 자신의 서사나 장애인 역할이 아닌 극 중 인물로 연기하는 모습도 처음 보고, 배리어프리 공연도 처음 보는 관객이 많아 보였다. 연극 리뷰로 유명한 한 블로거가 내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배우 지망생인지 일반인인지 알 수 없으나 대사를 전달함에 있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았고 배우로서의 연기를 해냈다는 점도 훌륭했다.”라는 리뷰를 올렸다. 그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면서 더욱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의 연극 인생 18년…’

요즘 장애인 배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외부 비장애인 연출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극단에 비장애인 연출, 스태프, 배우들이 들어와 작업을 도와주고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었다면, 최근에는 장애인 배우가 외부 프로덕션에 캐스팅되어서 공연하는 점이 큰 변화이다. 기존 장애인 극단에서 활동했던 비장애인 연출가들도 외부에서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국립극단에서는 [2021 창작공감]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창작할 연출, 작가, 대본을 뽑기도 했다. 이처럼 외부에서 많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일회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소수자, 퀴어, 젠더 등의 문제가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냥 유행처럼 ‘나도 한번 장애인 배우 써볼까?’라는 식의 공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함께했던 배우들을 계속 고용하고 장애인 극단에서만 활동하는 배우들도 고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되려면 뭐가 가장 필요할까 생각하다가 예술대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요즘 외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연출과 배우들이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거다. 그러다가 캐릭터 이해와 대사의 이해에서 충돌하는 부분들이 생기면 그 부분을 서로 공유하고 맞춰가는 모습을 본다. 사실 장애인 극단의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비장애인 연출이 대부분 예술대학을 나왔거나 외부에서 작업한 경험이 많은 상태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경험이 없는 장애인 배우들을 만나다 보니 공유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이 많은 경험을 쌓거나 예술대학에 들어가 배우면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작년에 연극인 웹진 [연극in]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장애 예술’이라는 주제로 창작자, 배우, 관객, 매개자 편으로 진행한 좌담회 글을 봤다. 그들이 함께 장애 예술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당시 내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장애 예술 정말 물 들어왔다”는 말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말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물이 들어와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건 맞는데 실상 그 배의 선장이 대부분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연출가와 스태프들이 모이고 장애인 배우들을 고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정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장애예술’이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장이 되어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정말 예술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작업했던 연극 <여기, 한때, 가가>만 봐도 장애인·비장애인 배우가 함께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제작진은 모두 비장애인이었다. 한편으로 부러운 건 그들이 같은 대학 출신이었다는 거다. 그 모습을 보고 장애인을 위한 예술대학이 생기거나 예술대학에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모집하고, 그 학교를 나온 장애인 스태프가 비장애인·장애인 배우를 섭외해서 공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여기, 한때, 가가>를 하면서 만났던 하지성 배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장애인 극단이 아닌 외부에서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연 마지막 날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형아, 우리 언제 또 만나요?” 나는 그냥 “기회가 되면 만나겠지”라고 말은 했지만, 이제는 장애 예술인이 스스로 지원서를 쓰고 기획해서 함께 공연하는 자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지성 배우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출간 준비 중인 <132cm 사용설명서 2>에 쓰일 글과 함께 동영상 하나를 추천한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 아줌마는 발음이 불편한 언어장애인이다.
우리 동네 경비실 아저씨는 발을 저는 지체장애인이다.
우리 동네 백수인 나는 키가 작은 저신장 장애인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 산다.

특별한 가족, 특별한 단체의 특정된 역할이 아닌
마을사람2, 경찰3, 백수건달4처럼
일상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내가 보는 영화나 연극, 방송에는
평범한 장애인이 없다.

THE HIRING CHAIN performed by STING | World Down Syndrome Day 2021
이탈리아의 다운증후군협회(COORDOWN)와 가수이자 배우, 사회운동가인 스팅은 ‘2021 세계다운증후군의 날’(3.21)을 맞이해 신곡 을 발표했다.
이 노래는 한 명의 제빵사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파급효과를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출처] 세계다운증후군의 날 유튜브 바로가기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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