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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창작자의 그림들

이음광장 반복이 만들어내는 리듬

  • 밝은방 창작그룹
  • 등록일 2020-02-08
  • 조회수511

서명수, <강아지와 호랑이>, 종이에 오일파스텔, 390x540mm, 2019.

“오늘은 뭘 그릴까요?”
“호랑이요.”

스케치는 간단하고도 빨랐다.
둥그런 얼굴과 순한 표정을 가진 분홍 호랑이가 금세 그려졌고
그 앞에는 호랑이가 외롭지 않도록 점박이 강아지가 슥슥 그려졌다.
호랑이가 장난치듯 강아지를 따라 뛰어간다.

스케치를 마친 뒤 창작자는 바로 채색에 들어갔다.
짧거나 길게 또는 굵거나 얇게
같은 색의 선들은 거리를 두고 그어지고
앞뒤 또는 옆으로 다양한 색의 선들이 종이 위에서 맞물린다.
그렇게 그어진 많은 선들은 배경을 흩트리고
하나의 흐름으로써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서명수 창작자는 그렇게 다채로운 색과 자유로운 선으로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한듯한 그림을 그린다.
호랑이 무늬, 바람,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할 때
주로 등장하는 자유로운 선의 리듬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한다.

서명수, <우주>, 종이에 아크릴, 400x500, 2019.

“오늘은 뭘 그릴까요?”
“우주요.”

같은 질문으로 다른 그림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서명수 창작자는 우주선을 반복해서 그렸고
그러한 그림들의 제목을 “우주”라고 불러왔다,
창작자의 관심사를 따라 화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피 잡지의 이미지들을 한 장 한 장 함께 보았다.

이번에는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우주를 그려보기로 했다.
오일 파스텔이 손의 힘과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재료였다면
아크릴물감은 넓은 배경을 속도감 있게 채우는 서명수 창작자의 채색방식과 잘 어울리는 재료라고 생각되었다.
붓 양쪽 면에 물감을 골고루 묻히고, 색을 섞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나
창작자는 그러한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색의 물감을 붓으로 뜬 후 종이에 바로 그었다.
겹겹이 반복된 선 긋기는 이내 구불거리는 화성의 땅 모습이 되었다.

“오늘은 뭘 그릴까요?”
“안 그릴 거예요.”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서명수 창작자에게
몇 개의 선조차 힘겨운 그런 날들 또한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아는 것.
반복된 행동에 집중하고 시간을 쌓아내는 것.
때로는 규칙이라고 하는 것들을 지우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

입시교육을 오랫동안 받은 나로서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를 행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 되었으며
반복된 행동에 편안함을 느끼기보다는 불안해하기 일쑤였고
학습된 규칙들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작업 과정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오늘은 뭘 그릴까요?”

서명수 창작자에게 물어봤던 질문을 나에게 해본다.
작은 것을 그릴지라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단순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창작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 자신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작은 날들이 합쳐져 만들어낼 에너지와 힘을 믿으며.

밝은방

밝은방 

밝은방은 미술을 좋아하거나 독자적인 미술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다양한 예술작업을 시도하며 창작과 소통의 방향을 찾는 아티스트 그룹의 이름입니다. 지난 10년간 아르브뤼(Art Brut)와 에이블아트(Able-art) 분야에서 각종 예술워크숍, 전시, 출판물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김효나와 김인경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brightworkroom.modoo.at
brightworkroom@gmail.com
필자 블로그 바로가기 : https://brightworkroom.modoo.at

밝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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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workroom@gmail.com
필자 블로그 바로가기 : https://brightworkroom.modoo.at

상세내용

서명수, <강아지와 호랑이>, 종이에 오일파스텔, 390x540mm, 2019.

“오늘은 뭘 그릴까요?”
“호랑이요.”

스케치는 간단하고도 빨랐다.
둥그런 얼굴과 순한 표정을 가진 분홍 호랑이가 금세 그려졌고
그 앞에는 호랑이가 외롭지 않도록 점박이 강아지가 슥슥 그려졌다.
호랑이가 장난치듯 강아지를 따라 뛰어간다.

스케치를 마친 뒤 창작자는 바로 채색에 들어갔다.
짧거나 길게 또는 굵거나 얇게
같은 색의 선들은 거리를 두고 그어지고
앞뒤 또는 옆으로 다양한 색의 선들이 종이 위에서 맞물린다.
그렇게 그어진 많은 선들은 배경을 흩트리고
하나의 흐름으로써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서명수 창작자는 그렇게 다채로운 색과 자유로운 선으로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한듯한 그림을 그린다.
호랑이 무늬, 바람,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할 때
주로 등장하는 자유로운 선의 리듬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한다.

서명수, <우주>, 종이에 아크릴, 400x500, 2019.

“오늘은 뭘 그릴까요?”
“우주요.”

같은 질문으로 다른 그림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서명수 창작자는 우주선을 반복해서 그렸고
그러한 그림들의 제목을 “우주”라고 불러왔다,
창작자의 관심사를 따라 화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피 잡지의 이미지들을 한 장 한 장 함께 보았다.

이번에는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우주를 그려보기로 했다.
오일 파스텔이 손의 힘과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재료였다면
아크릴물감은 넓은 배경을 속도감 있게 채우는 서명수 창작자의 채색방식과 잘 어울리는 재료라고 생각되었다.
붓 양쪽 면에 물감을 골고루 묻히고, 색을 섞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나
창작자는 그러한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색의 물감을 붓으로 뜬 후 종이에 바로 그었다.
겹겹이 반복된 선 긋기는 이내 구불거리는 화성의 땅 모습이 되었다.

“오늘은 뭘 그릴까요?”
“안 그릴 거예요.”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서명수 창작자에게
몇 개의 선조차 힘겨운 그런 날들 또한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아는 것.
반복된 행동에 집중하고 시간을 쌓아내는 것.
때로는 규칙이라고 하는 것들을 지우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

입시교육을 오랫동안 받은 나로서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를 행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 되었으며
반복된 행동에 편안함을 느끼기보다는 불안해하기 일쑤였고
학습된 규칙들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작업 과정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오늘은 뭘 그릴까요?”

서명수 창작자에게 물어봤던 질문을 나에게 해본다.
작은 것을 그릴지라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단순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창작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 자신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작은 날들이 합쳐져 만들어낼 에너지와 힘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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