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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 느리게 글을 씁니다②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써 내려갈 이야기

  • 글 최숙하 소설가 지망생
  • 등록일 2026-10-14
  • 조회수 34

모두의시선

글을 쓰면서 늘 고민해 온 게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청나게 게으른 데다 작심삼일이다. 그래서 공모전 응모처럼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책도 안 읽고 글도 많이 쓰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사람이 책을 읽지 않아서였을까? 오랫동안 문장을 고치는 게 너무 어려웠다. 특히 올해는 머릿속에서 상상한 다섯 편의 이야기가 뒤죽박죽이었다. 네 편의 장편 소설과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오른쪽 손이 자유롭지 않아 왼손으로만 자판을 치는 독수리 타법인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몸에는 시도 때도 없이 힘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소설가가 되는 건 가능할까. 나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래도 글 쓰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글’은 소심한 내 모습을 버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지게 만든 내 언어였으니까.

내 언어였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도 오랜 습관과 걱정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신춘문예에 낼 소설을 준비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제대로 된 소설을 쓴 적이 없었다. 몇 년 전, 한 야학 문학상에 내 보겠다고 단편소설을 써 보고, 다른 공모전에 보냈던 짧은 소설을 수정해서 야학 문집에 실은 것이 전부였다. 나를 원망해도 소용없었다. 게을렀고 과시하기 좋아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어느 작가의 소설책을 샀다고 올렸고 어느 구절이 좋았다며 읽은 티를 냈다. 책 읽는 목적을 잊은 채 으스대며 칭찬받기를 원했으며, 하소연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렇게 나에 대해 더 알게 되자 슬퍼졌다. 못났다고 자책하게 됐다. 그러다 깨달았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지만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설은 쓰지 못했지만, 에세이는 조금씩 쓰고 있었다. 그렇게 올해, 몇 년 동안 꼭 다시 도전하고 싶던 ‘전태일 문학상’에 글을 제출했다. 몇 년 전에 바다에 갔던 이야기로 글을 낸 적이 있는데 수상은 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다시 이 문학상에 글을 내고 싶어 알아보았을 때, 다른 장르는 빠지고 에세이만 두 편을 내야 응모할 수 있어서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였다. 이번에도 시도를 못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올해로 장애인 재택근무 사원으로 일하며 지낸 지 10년 차였다. 얼마 전까지 계약직으로 일한 회사와도 이별해야 했던 터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장애인 재택근무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원래 ‘전태일 문학상’에 내고 싶었던 글 한 편을 제36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에 내서 새로 다시 써야 했다. 30매에서 40매 내외의 에세이를 두 편 쓰는 건 쉽지 않았다. 5월 말부터 조금씩 쓰고 수정했다. 머리가 아팠지만, 후회는 없었다. 올해 쓰고 싶었던 글을 썼으니까.

‘전태일 문학상과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에서 상 타고 싶다. 수상자들에게는 이미 연락이 간 걸까….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꼭 수상자 중의 한 명이 되고 싶다. 보답하고 싶다.’

수상자가 발표되지 않았을 때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였다. 그렇게 초조하게 있다 보니 기다리던 소식들이 들려왔다. 제36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은 떨어졌지만, 제34회 전태일 문학상에서 가작을 수상했다. 게으르고 작심삼일에 로맨스에나 빠져 있던 내가, 그동안 글을 낼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전태일 문학상에서 상을 받다니…. 심장이 간질간질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주저하며 말하고 조심하고 눈치를 살폈다. 원하는 것을 말하려면 고민하고 생각만 하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포기하고는 했다. 또 포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뚜벅뚜벅 느리게 글을 쓸 것이다.

최숙하

최숙하

1991년생, 만으로 35세의 장애여성이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장애인 재택근무 사원으로 일하며 어릴 적 꿈을 잊고 지내다가 장애인 야학에서 2018년 3월부터 시작한 글쓰기 수업에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다. 소설가 선생님에게 글쓰기와 합평 수업을 들으며 두려움도 있었지만, 언젠가 글이 장애를 대신해 나만의 언어가 된다고 믿게 되었다.
sookha8975@naver.com

2026년 10월 (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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