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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미술작가

인터뷰 끝없는 추억과 모험으로의 초대

  • 방민정 디자이너·아트링크 공동창작자
  • 등록일 2020-11-25
  • 조회수911

인터뷰

김동현 미술작가

끝없는 추억과 모험으로의 초대

방민정 디자이너·아트링크 공동창작자

여기 어떤 지도가 있다.
옛길과 새길이 포개어지는 나날이 있다.
일상과 상상 사이의 터널을 오가는 열차가 있다.
사라져 잊혀진, 아직은 덮여있는, 들어본 적 없는
광활한 마음의 지형을 유유히 걷는 자가 있다.
발자국이 얼마 보이지 않는 이 세계의 틈으로
여기 몇 사람을 초대한다.

– 아트링크 노트 (김동현 × 방민정)

김동현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겨울이었다. 그가 노트 여러 장을 전개도처럼 덧붙여 그린 지도를 보았을 때, 삐끄더억- 소리가 났다. 꾹꾹 힘주어 그린 길의 밀도와 그리는 순간의 즐거움으로 한순간에 마음이 가득 찼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2014년부터 김동현 작가와 ‘1:1 아트링크’를 이어오게 되었다. 그는 늘 키득키득 웃으며 길을 만들어나갔고, 나는 그 길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가 그림을 그려가는 방식은 모험과 닮아있다. 자신이 경험한 여행, 일상의 이동, 사회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재료로 새로운 땅과 길을 찾아간다. 그는 자신이 창작한 장소의 지도와 풍경을 여러 겹으로 그려내며 흡족히 탐험을 지속한다. 누군가의 추억을 꺼내고, 타봄직한 교통수단을 개발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위트 있게 흐트러뜨린다. 우리는 그 틈을 달리는 열차의 빈자리에 앉아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끊어져 갈 수 없는 혹은 아직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초대하는 김동현 작가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란다.

“그런데 추억을 잃어버렸어요.”

어떤 추억이에요?

“이제 추억이 없어졌어요. ‘식품선 새마을호’ 간선 기차가 마지막 운행이에요. 왜냐하면 전철 개통으로 이제 못 봐요. 그리고 여기는 옛날 ‘식품선’이 다니던 곳이에요. 옛날엔 수학여행 갈 때 이리로 다녔어요. 이제는 전철이 생겼기 때문에요. 터널 입구도 다 막아버렸어요.”

막힌 터널 벽에 메시지가 쓰여 있어요. ‘과거 학창시절 추억을 많이 만드는 몸의 건강이다.’ 그리고 끊어진 다리 위에도 글이 적혀 있어요. ‘김은남 사랑하는 예 이제 다시 한번 이 길 달리고 싶다.’ 그림 속에서 그리움을 노래하는 것 같아요.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무궁화도 가고 화물열차도 가고 친구도 가고. 사라져 사라져,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울고 싶어라> 노래를 바꿔서 불렀어요.”

그는 종종 자신의 안부 대신 사라진 추억에 대해서 말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마음속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일까. 그 사라짐에 적극적으로 화답한다. 오늘 마지막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그는 “추억을 많이 만드세요.”라고 방송을 울린다. 끊어진 철도 구간 위에 발 마사지 산책로를 만들거나, 벽에 한 줄의 시를 그리며 추억을 보호한다. 그가 말하는 몸의 건강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 그 추억의 장소는 상상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친숙한 풍경의 생경한 지도에 여러 갈래로 이어진다.

“스도쿠는 이제 끝났어요. 이제 추억이에요. 보실래요?”

왜 끝이 왔을까요?

“모르겠어요. 이제 끝이 났어요. ‘을레파파’역은 ‘패스 신문 스토쿠’ 구간의 종점이에요.”

그는 어느 날 나를 만나자마자 추억을 보여주겠다며 작은 책을 꺼내 들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스도쿠 대회가 끝났고 그 역사를 책으로 엮었다고 했다. 이 놀이의 끝을 기념하는 ‘을레파파’역은 <동서남북 동물열차>라는 거대한 지도에서 일부 구간의 종점으로 흔적을 남겼다. 함께 스도쿠 대회에 참여해 영광을 나눈 동료들은 나란히 지도의 정거장이 되었다. 그의 일상의 관심사가 사라지고 변화할 때, 새로운 지형이 생겨나고 새로운 열차의 브랜드가 함께 생겨났다.

“지하철 출구에 KTX가 나타났어요.”

어느 날 갑작스럽게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2008년 어느 일요일 아침 8시 반, 삼송역 앞에 KTX 열차가 튀어나왔어요. 동사무소 직원들이 집집마다 한 장씩 안내문을 붙여요. 지하철 입구에는 출입금지 스티커도 붙이고요. 신문이나 TV, 잡지에도 광고를 해요. ‘KTX 기차가 나오니 집에서 나오지 마세요’라고요.”

왜 이런 사고가 난 걸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날 밤에 찜질방에 가서 피해야 해요. 지하철을 타고 가던 사람들은 내려서 대체버스(관광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영화 같지요? 영화 이름이뭐예요?”

음…. <삼송마을의 미스테리>?

“<지하철 출구에 이런 빛이 들어있다>.”

김동현 작가는 갑자기 나타난 열차를 빛이라고 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알릴 안내문을 만들고, 안내방송을 만들기로 했다.

[안내방송: 삼송동 주민에게]

“삼송동 주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삼송역 5번 출구에 KTX 기차가 나오는 관계로 KTX 기차가 지하철역에 다시 들어갈 때까지 이제 외출은 잠시 멈추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 3호선 승객에게]

“서울메트로 안내방송입니다. 삼송-대곡 구간 KTX가 왔다 갔다 지나가는 날이므로 편안하게 지나가라고 우리 열차는 구파발역까지만 운행하겠습니다. 지축에서 대화 가실 고객께서는 이번 역에서 전부 다 내리셔서 3번출구 앞에 대체버스인 관광 전세버스가 있습니다. 이번 역에서 대화가는 대체 관광 전세버스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삼송동 주민과 삼송역으로 가는 승객에게 모두 알린 덕분인지, 그림 속 지하철 출구 앞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찜질방에서 TV로 이 소식을 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대체버스를 타고 대화역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출구 앞 떡볶이 가게도 이날은 문을 열지 않았고, 그림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편안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우리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나날을 보내면서 김동현 작가는 여러 사람을 헤아려본 것 같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그곳에 있을 수 있다면, 또 누군가한테 알릴 수 있는 마이크가 있다면, 어떤 목소리가 되어야 할까.

김동현 작가의 작품에는 추억이 많이 등장한다. 추억으로 사라졌던 열차가 다시 생겨나고, 부활하기도 한다. 새롭게 만들고 싶은 추억은 무엇일까? 그가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이 궁금해졌다.

김동현 작가 작품에 추억이 많이 등장해요. 새롭게 만들고 싶은 추억도 있어요?

“응본비호가 없어진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되요. 아쉬운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요. ITX로 응본비호가 다시 생긴데요. 재적상선 3단계 개통할 때요.”

추억으로 사라졌던 열차가 다시 생겨나고, 부활하기도 하는 거예요?

“네. 기존 응본비호가 없어지고, ITX 응본비호는 2021년 12월에 다시 태어나게 되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 이야기군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이 생겼어요. 이제 ‘재적상선’의 ‘은가집’에서 ‘미래역’까지 구간이에요. 재적상선은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이루어져 있는데요. 1단계 구간이 권툴에서, 지금 권툴역은 없어지고, 미래역으로 바뀌어서 엄마 아빠 손 잡고 탔던 응본비호는 없어지고 이제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대요. 이제 지하철로 바뀌었어요. 그중에 ‘장미란역’을 그렸어요. 2단계는 없어진 권툴역에서 은가집 구간으로, 수도권 전철로 운행 중인 구간은 미래에서 은가집 구간이 운행 중입니다. 지금 생기고 이제 다니고 있어요. 1단계와 2단계는요. 3단계가 이제 고감에서 대명 구간으로 ‘제1고속화철도’라고 불리고 있어요. 2021년에 이제 개통해요. 4단계는요, 은가집에서 고감 구간은 2024년도에 개통하구요. 마지막 5단계는 미래에서 일성 구간 완전히 개통하는 거예요. 완전히 개통하려면 5년이 걸려요. 고감역이 재적상선과 주사위놀이선의 환승역이 될 거예요. 나중에 ‘동서남북 동물열차’랑 재적상선이 하나로 연결될지 몰라요.”

지금 어마어마한 세계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네요. 이제까지 그려왔고, 새롭게 상상해서 설명해준 정거장들이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네.”

김동현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운’이에요. 멍멍이가 배 꾹꾹이 해주는 거요. 배 꾹꾹이는 고양이한테도 하고 강아지한테도 해요. 저도 방에 강아지 인형이 있거든요. 강아지가 꾹꾹이 해준데요. 행운이에요.”

그림 그릴 때가 고양이가 꾹꾹이 해줄 때보다 더 좋아요?

“조금 더 좋아요.”

꾹꾹이가 행운이라면 자신에게 ‘그림’이란 무엇일까요?

“돼지꿈이에요. 얼마 전에도 돼지꿈 꾼 적 있어요. 행운이죠.”

  • 존동종합철 노선도(2014)

  • 식품선 복선전철(2014)

  • 동서남북 동물열차(2017), 스도쿠 선수들(2014-2017)

  • 지하철 종점(2018)

  • 지하철 출구에 이런 빛이 들어있다(2017)

  • 안내방송: 3호선 승객에게(2017)

김동현

현실과 상상력이 혼합된 풍경과 지도를 그리는 이야기꾼이자 미술작가. 그의 창작은 작은 노트에서 시작되어 누구도 본 적 없는 마을을 만들어낸다. 오늘도 새로운 정거장을 창안하고 추억하며, 길 속의 길을 찾아 나서는 아티스트다. 2011년부터 로사이드의 예술 워크숍에 참여하고 이후 2인전 《두 가지 작전》(2012), 개인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행》(2013)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립북부병원에서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함께 그리는 풍경’에 참여했다. 프랑스 abcd 아르브뤼 갤러리에 4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방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사람과 이야기를 잇는 책을 만든다. 2014년부터 김동현 작가와 아트링크를 이어오고 있다. 2019년부터 ‘손들’이란 이름으로 책을 만들며, 발달장애 창작자 4인의 그림으로 엮은 동화책 『상자쓴아이』를 디자인했다. 김동현 작가의 손글씨 폰트 ‘오이오아흡님’을 디자인·개발하였다.
sondl.works@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작품사진 제공. 김동현, 방민정
인터뷰 장소협조. 위상공간 로싸이트 (잇자잇자 사회적협동조합)

2020년 11월 (15호)

상세내용

인터뷰

김동현 미술작가

끝없는 추억과 모험으로의 초대

방민정 디자이너·아트링크 공동창작자

여기 어떤 지도가 있다.
옛길과 새길이 포개어지는 나날이 있다.
일상과 상상 사이의 터널을 오가는 열차가 있다.
사라져 잊혀진, 아직은 덮여있는, 들어본 적 없는
광활한 마음의 지형을 유유히 걷는 자가 있다.
발자국이 얼마 보이지 않는 이 세계의 틈으로
여기 몇 사람을 초대한다.

– 아트링크 노트 (김동현 × 방민정)

김동현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겨울이었다. 그가 노트 여러 장을 전개도처럼 덧붙여 그린 지도를 보았을 때, 삐끄더억- 소리가 났다. 꾹꾹 힘주어 그린 길의 밀도와 그리는 순간의 즐거움으로 한순간에 마음이 가득 찼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2014년부터 김동현 작가와 ‘1:1 아트링크’를 이어오게 되었다. 그는 늘 키득키득 웃으며 길을 만들어나갔고, 나는 그 길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가 그림을 그려가는 방식은 모험과 닮아있다. 자신이 경험한 여행, 일상의 이동, 사회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재료로 새로운 땅과 길을 찾아간다. 그는 자신이 창작한 장소의 지도와 풍경을 여러 겹으로 그려내며 흡족히 탐험을 지속한다. 누군가의 추억을 꺼내고, 타봄직한 교통수단을 개발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위트 있게 흐트러뜨린다. 우리는 그 틈을 달리는 열차의 빈자리에 앉아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끊어져 갈 수 없는 혹은 아직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초대하는 김동현 작가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란다.

“그런데 추억을 잃어버렸어요.”

어떤 추억이에요?

“이제 추억이 없어졌어요. ‘식품선 새마을호’ 간선 기차가 마지막 운행이에요. 왜냐하면 전철 개통으로 이제 못 봐요. 그리고 여기는 옛날 ‘식품선’이 다니던 곳이에요. 옛날엔 수학여행 갈 때 이리로 다녔어요. 이제는 전철이 생겼기 때문에요. 터널 입구도 다 막아버렸어요.”

막힌 터널 벽에 메시지가 쓰여 있어요. ‘과거 학창시절 추억을 많이 만드는 몸의 건강이다.’ 그리고 끊어진 다리 위에도 글이 적혀 있어요. ‘김은남 사랑하는 예 이제 다시 한번 이 길 달리고 싶다.’ 그림 속에서 그리움을 노래하는 것 같아요.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무궁화도 가고 화물열차도 가고 친구도 가고. 사라져 사라져,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울고 싶어라> 노래를 바꿔서 불렀어요.”

그는 종종 자신의 안부 대신 사라진 추억에 대해서 말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마음속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일까. 그 사라짐에 적극적으로 화답한다. 오늘 마지막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그는 “추억을 많이 만드세요.”라고 방송을 울린다. 끊어진 철도 구간 위에 발 마사지 산책로를 만들거나, 벽에 한 줄의 시를 그리며 추억을 보호한다. 그가 말하는 몸의 건강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 그 추억의 장소는 상상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친숙한 풍경의 생경한 지도에 여러 갈래로 이어진다.

“스도쿠는 이제 끝났어요. 이제 추억이에요. 보실래요?”

왜 끝이 왔을까요?

“모르겠어요. 이제 끝이 났어요. ‘을레파파’역은 ‘패스 신문 스토쿠’ 구간의 종점이에요.”

그는 어느 날 나를 만나자마자 추억을 보여주겠다며 작은 책을 꺼내 들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스도쿠 대회가 끝났고 그 역사를 책으로 엮었다고 했다. 이 놀이의 끝을 기념하는 ‘을레파파’역은 <동서남북 동물열차>라는 거대한 지도에서 일부 구간의 종점으로 흔적을 남겼다. 함께 스도쿠 대회에 참여해 영광을 나눈 동료들은 나란히 지도의 정거장이 되었다. 그의 일상의 관심사가 사라지고 변화할 때, 새로운 지형이 생겨나고 새로운 열차의 브랜드가 함께 생겨났다.

“지하철 출구에 KTX가 나타났어요.”

어느 날 갑작스럽게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2008년 어느 일요일 아침 8시 반, 삼송역 앞에 KTX 열차가 튀어나왔어요. 동사무소 직원들이 집집마다 한 장씩 안내문을 붙여요. 지하철 입구에는 출입금지 스티커도 붙이고요. 신문이나 TV, 잡지에도 광고를 해요. ‘KTX 기차가 나오니 집에서 나오지 마세요’라고요.”

왜 이런 사고가 난 걸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날 밤에 찜질방에 가서 피해야 해요. 지하철을 타고 가던 사람들은 내려서 대체버스(관광버스)를 타고 가야 해요. 영화 같지요? 영화 이름이뭐예요?”

음…. <삼송마을의 미스테리>?

“<지하철 출구에 이런 빛이 들어있다>.”

김동현 작가는 갑자기 나타난 열차를 빛이라고 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알릴 안내문을 만들고, 안내방송을 만들기로 했다.

[안내방송: 삼송동 주민에게]

“삼송동 주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삼송역 5번 출구에 KTX 기차가 나오는 관계로 KTX 기차가 지하철역에 다시 들어갈 때까지 이제 외출은 잠시 멈추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 3호선 승객에게]

“서울메트로 안내방송입니다. 삼송-대곡 구간 KTX가 왔다 갔다 지나가는 날이므로 편안하게 지나가라고 우리 열차는 구파발역까지만 운행하겠습니다. 지축에서 대화 가실 고객께서는 이번 역에서 전부 다 내리셔서 3번출구 앞에 대체버스인 관광 전세버스가 있습니다. 이번 역에서 대화가는 대체 관광 전세버스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삼송동 주민과 삼송역으로 가는 승객에게 모두 알린 덕분인지, 그림 속 지하철 출구 앞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찜질방에서 TV로 이 소식을 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대체버스를 타고 대화역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출구 앞 떡볶이 가게도 이날은 문을 열지 않았고, 그림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편안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우리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나날을 보내면서 김동현 작가는 여러 사람을 헤아려본 것 같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그곳에 있을 수 있다면, 또 누군가한테 알릴 수 있는 마이크가 있다면, 어떤 목소리가 되어야 할까.

김동현 작가의 작품에는 추억이 많이 등장한다. 추억으로 사라졌던 열차가 다시 생겨나고, 부활하기도 한다. 새롭게 만들고 싶은 추억은 무엇일까? 그가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이 궁금해졌다.

김동현 작가 작품에 추억이 많이 등장해요. 새롭게 만들고 싶은 추억도 있어요?

“응본비호가 없어진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되요. 아쉬운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요. ITX로 응본비호가 다시 생긴데요. 재적상선 3단계 개통할 때요.”

추억으로 사라졌던 열차가 다시 생겨나고, 부활하기도 하는 거예요?

“네. 기존 응본비호가 없어지고, ITX 응본비호는 2021년 12월에 다시 태어나게 되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 이야기군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이 생겼어요. 이제 ‘재적상선’의 ‘은가집’에서 ‘미래역’까지 구간이에요. 재적상선은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이루어져 있는데요. 1단계 구간이 권툴에서, 지금 권툴역은 없어지고, 미래역으로 바뀌어서 엄마 아빠 손 잡고 탔던 응본비호는 없어지고 이제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대요. 이제 지하철로 바뀌었어요. 그중에 ‘장미란역’을 그렸어요. 2단계는 없어진 권툴역에서 은가집 구간으로, 수도권 전철로 운행 중인 구간은 미래에서 은가집 구간이 운행 중입니다. 지금 생기고 이제 다니고 있어요. 1단계와 2단계는요. 3단계가 이제 고감에서 대명 구간으로 ‘제1고속화철도’라고 불리고 있어요. 2021년에 이제 개통해요. 4단계는요, 은가집에서 고감 구간은 2024년도에 개통하구요. 마지막 5단계는 미래에서 일성 구간 완전히 개통하는 거예요. 완전히 개통하려면 5년이 걸려요. 고감역이 재적상선과 주사위놀이선의 환승역이 될 거예요. 나중에 ‘동서남북 동물열차’랑 재적상선이 하나로 연결될지 몰라요.”

지금 어마어마한 세계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네요. 이제까지 그려왔고, 새롭게 상상해서 설명해준 정거장들이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네.”

김동현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운’이에요. 멍멍이가 배 꾹꾹이 해주는 거요. 배 꾹꾹이는 고양이한테도 하고 강아지한테도 해요. 저도 방에 강아지 인형이 있거든요. 강아지가 꾹꾹이 해준데요. 행운이에요.”

그림 그릴 때가 고양이가 꾹꾹이 해줄 때보다 더 좋아요?

“조금 더 좋아요.”

꾹꾹이가 행운이라면 자신에게 ‘그림’이란 무엇일까요?

“돼지꿈이에요. 얼마 전에도 돼지꿈 꾼 적 있어요. 행운이죠.”

  • 존동종합철 노선도(2014)

  • 식품선 복선전철(2014)

  • 동서남북 동물열차(2017), 스도쿠 선수들(2014-2017)

  • 지하철 종점(2018)

  • 지하철 출구에 이런 빛이 들어있다(2017)

  • 안내방송: 3호선 승객에게(2017)

김동현

현실과 상상력이 혼합된 풍경과 지도를 그리는 이야기꾼이자 미술작가. 그의 창작은 작은 노트에서 시작되어 누구도 본 적 없는 마을을 만들어낸다. 오늘도 새로운 정거장을 창안하고 추억하며, 길 속의 길을 찾아 나서는 아티스트다. 2011년부터 로사이드의 예술 워크숍에 참여하고 이후 2인전 《두 가지 작전》(2012), 개인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행》(2013)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립북부병원에서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함께 그리는 풍경’에 참여했다. 프랑스 abcd 아르브뤼 갤러리에 4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방민정

그래픽 디자이너. 사람과 이야기를 잇는 책을 만든다. 2014년부터 김동현 작가와 아트링크를 이어오고 있다. 2019년부터 ‘손들’이란 이름으로 책을 만들며, 발달장애 창작자 4인의 그림으로 엮은 동화책 『상자쓴아이』를 디자인했다. 김동현 작가의 손글씨 폰트 ‘오이오아흡님’을 디자인·개발하였다.
sondl.works@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작품사진 제공. 김동현, 방민정
인터뷰 장소협조. 위상공간 로싸이트 (잇자잇자 사회적협동조합)

2020년 11월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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