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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시대, 장애·문화·콘텐츠 ②

트렌드 장애를 드러내는 두 가지 방법

  • 장혜영 영화감독 ·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 
  • 등록일 2019-07-31
  • 조회수328

리뷰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

있는 그대로 같이 있기

전강희 공연평론가

“사람은 누구나 인종, 나이, 성별, 외모, 능력, 신장, 체중, 목소리, 이름, 종교 같은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그저 특성 자체만으로는 차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작용이 없는 중립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특정 상황 안에서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다.”

미국의 법학자 데버러 헬먼(Deborah Hellman)은 『차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 이렇게 썼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는 장애에 대한 오랜 혐오와 비하의 역사가 있었다. 사실 그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장애는 개인들이 삶에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특성 중 하나로 여겨지기보다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삶을 부정적으로 결정짓는 요소로 쉽게 간주되고, 누군가의 장애는 만일 그가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지 않는 한 그가 영원히 불행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뜻으로 자주 비약된다. 하다못해 “장애를 비하하는 것이 진짜 장애다”라며 장애 혐오를 나무라는 듯하면서도 ‘장애’라는 단어를 여전히 무언가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막힌 경우마저 심심찮게 보인다.

이러한 혐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튜브는 기회의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고여있던 혐오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온상이기도 하다. 유튜브 안에서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며 활동한다는 것은 그간 우리 사회에 스며있던 장애를 둘러싼 혐오와 편견들을 오롯이 마주한다는 뜻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활동하는 두 유튜버가 있다. ‘노래하는 민이’와 ‘호랑이손’이다. 이 둘이 자신의 장애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노래하는 민이’는 15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인기 유튜버이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전자 음악 반주에 맞추어 다양한 국내 가요를 부르는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 올리고 있다. 채널에는 2019년 6월 24일 현재 23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있고 각 영상의 조회수는 적게는 1만 회에서 많게는 264만 회에 이른다. 그는 ‘뇌성마비 크리에이터가 부른’이라는 수식어를 영상의 제목에 즐겨 사용하며 자신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첫 영상에서 그는 채널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는 몸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큽니다.”

이 채널에서 크리에이터의 장애는 그가 부르는 노래와 함께 채널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의 영상에 달리는 수많은 응원과 격려, 칭찬의 댓글이 이를 증명한다. 노래를 잘 부른다, 부르는 모습이 멋지다, 감동적이다, 많이 힘들 텐데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등 댓글에는 노래에 관한 코멘트와 장애에 관한 코멘트가 뒤섞여 있다.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위해서 ‘장애인임에도’ ‘뇌성마비임에도’라는 단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노래하는 민이’의 모습에 감동 받는 이들을 가식적이라고 비웃는 이도 있고, 그런 이에게 일침을 놓는 이도 있다. 대놓고 장애를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혐오 댓글을 단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을 올린다. ‘노래하는 민이’ 채널은 노래를 통해 장애를 만나고 장애를 통해 노래를 만나는 이들의 현재를 반영하는 중요한 커뮤니티로 성장해가고 있다.

한편 ‘호랑이손’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 채널이다. ‘호랑이손’은 ‘아토피 치료하기’라는 아주 명확한 테마를 가진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2018년 9월에 업로드된 채널의 첫 영상에서 ‘호랑이손’은 말한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어떻게 하면 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는가’예요.” 클로즈업 화면에서 그는 시종일관 그가 아토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한다. 이후 몇 편의 영상이 올라오는 동안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없다. 아무런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업로드된 빨래를 개며 아토피 이야기를 하는 영상에서 눈이 밝은 이들이라면 그의 왼손이 ‘호랑이손’ 채널의 로고와 거의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업로드한 열한 번째 영상에서 ‘호랑이손’은 처음으로 안정적인 웨이스트 샷 속에서 ‘아토피 채소 도시락 먹방’을 하며 자신의 장애를 화면에 또렷이 드러낸다. 그러나 장애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독자들의 반응이다. 단 하나의 댓글을 제외하면 그의 채널에서 크리에이터의 장애에 관심을 보이거나 반응을 하는 다른 댓글들은 보이지 않는다. 크리에이터와 구독자들의 관심사는 오직 ‘아토피 치료’이다. 화면에는 분명 ‘장애’라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호랑이손’을 규정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장애는 장애고, 중요한 것은 ‘아토피’이다.

‘호랑이손’과 ‘노래하는 민이’에는 분명 ‘장애’라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채널이 그 특성을 보여주는 방식은 상이하다. 그 상이함이 참 반갑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수많은 유튜브 채널들에서 장애는 때로 부각될 수도 있고, 때로 전혀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애’라는 하나의 특성이 우리가 차별과는 별로 관련없다고 느끼는 다른 수많은 특성과 함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그저 하나의 특성으로서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장혜영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이자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다. 동명의 책을 썼다. 종종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담아 노래를 만든다.
universalmodes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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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노래하는 민이

2019년 7월 (6호)

상세내용

리뷰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

있는 그대로 같이 있기

전강희 공연평론가

“사람은 누구나 인종, 나이, 성별, 외모, 능력, 신장, 체중, 목소리, 이름, 종교 같은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그저 특성 자체만으로는 차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작용이 없는 중립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특정 상황 안에서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다.”

미국의 법학자 데버러 헬먼(Deborah Hellman)은 『차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 이렇게 썼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는 장애에 대한 오랜 혐오와 비하의 역사가 있었다. 사실 그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장애는 개인들이 삶에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특성 중 하나로 여겨지기보다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삶을 부정적으로 결정짓는 요소로 쉽게 간주되고, 누군가의 장애는 만일 그가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지 않는 한 그가 영원히 불행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뜻으로 자주 비약된다. 하다못해 “장애를 비하하는 것이 진짜 장애다”라며 장애 혐오를 나무라는 듯하면서도 ‘장애’라는 단어를 여전히 무언가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막힌 경우마저 심심찮게 보인다.

이러한 혐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튜브는 기회의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고여있던 혐오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온상이기도 하다. 유튜브 안에서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며 활동한다는 것은 그간 우리 사회에 스며있던 장애를 둘러싼 혐오와 편견들을 오롯이 마주한다는 뜻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활동하는 두 유튜버가 있다. ‘노래하는 민이’와 ‘호랑이손’이다. 이 둘이 자신의 장애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노래하는 민이’는 15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인기 유튜버이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전자 음악 반주에 맞추어 다양한 국내 가요를 부르는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 올리고 있다. 채널에는 2019년 6월 24일 현재 23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있고 각 영상의 조회수는 적게는 1만 회에서 많게는 264만 회에 이른다. 그는 ‘뇌성마비 크리에이터가 부른’이라는 수식어를 영상의 제목에 즐겨 사용하며 자신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첫 영상에서 그는 채널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는 몸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큽니다.”

이 채널에서 크리에이터의 장애는 그가 부르는 노래와 함께 채널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의 영상에 달리는 수많은 응원과 격려, 칭찬의 댓글이 이를 증명한다. 노래를 잘 부른다, 부르는 모습이 멋지다, 감동적이다, 많이 힘들 텐데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등 댓글에는 노래에 관한 코멘트와 장애에 관한 코멘트가 뒤섞여 있다.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위해서 ‘장애인임에도’ ‘뇌성마비임에도’라는 단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노래하는 민이’의 모습에 감동 받는 이들을 가식적이라고 비웃는 이도 있고, 그런 이에게 일침을 놓는 이도 있다. 대놓고 장애를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혐오 댓글을 단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을 올린다. ‘노래하는 민이’ 채널은 노래를 통해 장애를 만나고 장애를 통해 노래를 만나는 이들의 현재를 반영하는 중요한 커뮤니티로 성장해가고 있다.

한편 ‘호랑이손’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 채널이다. ‘호랑이손’은 ‘아토피 치료하기’라는 아주 명확한 테마를 가진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2018년 9월에 업로드된 채널의 첫 영상에서 ‘호랑이손’은 말한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어떻게 하면 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는가’예요.” 클로즈업 화면에서 그는 시종일관 그가 아토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한다. 이후 몇 편의 영상이 올라오는 동안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없다. 아무런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업로드된 빨래를 개며 아토피 이야기를 하는 영상에서 눈이 밝은 이들이라면 그의 왼손이 ‘호랑이손’ 채널의 로고와 거의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업로드한 열한 번째 영상에서 ‘호랑이손’은 처음으로 안정적인 웨이스트 샷 속에서 ‘아토피 채소 도시락 먹방’을 하며 자신의 장애를 화면에 또렷이 드러낸다. 그러나 장애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독자들의 반응이다. 단 하나의 댓글을 제외하면 그의 채널에서 크리에이터의 장애에 관심을 보이거나 반응을 하는 다른 댓글들은 보이지 않는다. 크리에이터와 구독자들의 관심사는 오직 ‘아토피 치료’이다. 화면에는 분명 ‘장애’라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호랑이손’을 규정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장애는 장애고, 중요한 것은 ‘아토피’이다.

‘호랑이손’과 ‘노래하는 민이’에는 분명 ‘장애’라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채널이 그 특성을 보여주는 방식은 상이하다. 그 상이함이 참 반갑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수많은 유튜브 채널들에서 장애는 때로 부각될 수도 있고, 때로 전혀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애’라는 하나의 특성이 우리가 차별과는 별로 관련없다고 느끼는 다른 수많은 특성과 함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그저 하나의 특성으로서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장혜영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이자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다. 동명의 책을 썼다. 종종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담아 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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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노래하는 민이

2019년 7월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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