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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희 배우

인터뷰 상처 입고 찌그러진 마음이 열리고

  • 김소연 연극평론가
  • 등록일 2021-12-29
  • 조회수1387

인터뷰

현정희는 바리스타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일을 했다. 현정희는 바리스타 교육자다. 특히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그는 비장애 강사들과는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는 교육자다. 직접 몽골에 가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도 했다. 현정희는 무용수고 배우고 연주자다. 춤추는 헬렌켈러,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시각장애인 밴드 프로튠즈에서 춤추고 연기하고 드럼을 친다. 스포츠댄스 대회에도 나갔다. 그녀에게 어떻게 이렇게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자신은 지금 통합예술치료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고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보육교사자격증도 있고 피부미용사자격증도 있다.

그녀가 예술활동, 예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 소아암 치료과정에서 다리를 절단하게 된 소년이 나왔다고 한다. 소년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사람은 태어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한 무기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자신은 무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그녀는 펑펑 울었다. 다리를 잃은 불행 때문이 아니라 꿈을 잃은 상실감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인터뷰에서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마주 대하고 앉아 직접 듣자니, 이야기를 하는 그녀도 듣는 나도 울컥했다. 그녀를 울린 “하지 못하고 그냥 묻어두었던 그런 마음”이 나에게도 전염되었다.

그녀는 무대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분투한다. ‘2021 무장애예술주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인 프리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이다. 움직임이며 세세한 디테일이며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이며 거기에 무대 밖의 여러 스태프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지금까지 그녀가 준비하고 섰던 무대보다 규모도 크고 작품도 만만찮은 이 과정이 힘들다. 그런데 재밌다.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고 도전이다. 이 배움과 도전으로 무대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고, 또 지금의 배움과 도전이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예술치료에 잘 쓰이길 바란다. 그녀가 말하는 ‘치료’는 상실한 꿈을 다시 불러들이는 무기를 만드는 과정처럼 들렸다. 그리고 예술은 꿈을 다시 불러들이는 특별하고 매력적인 무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인 프리다> 리허설 현장에서 현정희 배우를 만났다.

지난해 낭독공연에 이어 올해 다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연습 과정은 어떤가.

낭독공연도 재미있었는데 이번 공연도 재밌다. 이번 공연은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고, 표현에서도 디테일을 많이 찾아가야 하고, 다른 배우들과 동선 하나하나 체크면서 맞춰가야 한다. 배우는 것도 많다. 액션이 들어가면 발성이나 감정도 더 풍부해지는구나,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힘든데 재밌다.

춤추는 헬렌켈러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예술치료 공부를 하면서 내가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 공지를 다 찾아보고 지원했었다. 2014년 춤추는 헬렌켈러 오디션을 보고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장르도 다 다르다. 어려움은 없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나인 프리다>에서는 연기도 하고 춤도 춰야 하는데, 여러 장르의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지금 공부하는 통합예술치료에도 연극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사진치료 등 다양한 치료 기법이 있다. 그런 것들을 융합하는 것이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일을 하게 되면 내담자에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장점이다. 단점은, 다양하게 배우고 활동하는 것은 좋은데 깊이가 안 생기는 것 같다. 한 분야로 쑥 들어가는 것, 그게 조금 어렵다. 그런데 사람은 한계가 있다. 시간, 체력 등등.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넓히고 싶다.

창작이 내가 이만큼만 해야지, 그렇게 정하고 할 수가 없지 않나. 혹시 계속 빠져든 경험은 없나.

항상 그렇다. 지금 <나인 프리다>를 연습하고 있는데, 나는 연기가 왜 이것밖에 안 되나, 다른 배우들은 너무 잘하는데, 더 공부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든다. 지난 토요일에는 밴드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도 너무 벅차서 드럼을 더 잘 치고 싶다, 열심히 해서 더 잘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만나는 그 순간순간 더 잘해야겠다,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 그런다.

그 유혹을 어떻게 끊어내나. 하나에 깊이 빠지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려울 텐데.

힘들다. 그래서 몸이 너무 힘들다. (웃음)

이야기들이 예술치료와 연결되고 있다. 공연에 참여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예술치료 공부 과정인가.

그렇다. 그런데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서면서 나 자신이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졌다. 상처 입었던 것들, 약간 찌그러져 있던 것들, 나를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열리고 더 확장되고 치유되고 있다고 느낀다. 공연을 통해서 만나는 관객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내담자들에게도 내가 경험했던 걸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만남을 통해 서로가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바리스타 교육, 공연, 예술치료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맹학교에 다니면서 직업교육으로 안마를 배우는데, 지체장애인 집에 가서 안마와 마사지를 한 적이 있다. 피부관리도 해드렸는데, 좋아하셨다. 안마, 마사지, 피부관리가 정말 필요한 분인데 일반 숍에서는 받아주지 않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접근도 어렵다. 그때 내 기술이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되는 걸 보고 기뻤다. 지금 예술치료와 피부건강디자인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건강관리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특별한 감응력을 가진 것 같다. 여러 활동에 관한 관심이 타인에 대한 감응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여러 가지 활동 중에 가장 관심 있는 일, 제일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대에 있을 때가 제일 재밌고 행복하다. 연습할 때는 부족한 것 같은데 무대에 서면 뭔가 훅 들어와서 내가 달라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너 진짜 무대 체질인가 봐,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웃음) 춤추고 노래하고 연극하는 게 정말 재밌다.

단체 활동이라든가 공동작업의 어려움은 없나.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 동생이, 언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그러는 거다. 시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디테일한 걸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 맞추어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얻는 게 많다. 과정에서 힘든 점은 있지만 지나고 나면 내가 이만큼 더 많이 얻었다는 걸 느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보고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 감성도 풍부해지고. <나인 프리다>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모였다. 각자의 표현을 보면 감동이다. 수어에서도, 마치 말투처럼, 그 사람의 특징이 배어있다. 또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말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그 마음이 확 들어온다. 고치고 맞추고 다시 연습하고. 그렇게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고 나면 아쉽지만, 또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창작과정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항상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 낭독공연 때 나는 다른 배우들처럼 눈을 마주치는 건 안되는구나 싶었다. 나는 큰글씨 대본을 보고 있어서 대사에 더 집중했다. 근데 그게 또 내 모습이고, 그런 모습을 예쁘게 봐주는 관객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액팅코치께서 손짓 등 연습에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프리다의 마음을 실어서 표현하면 프리다가 보인다”라고. 처음에는 그게 잘 안 되었는데, 점점 프리다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프리다처럼 몸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지도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아니다. 하지만 프리다와 내가 맞닿아 있는 지점을 찾게 되더라. 다른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로 삶의 어떤 지점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벽하게 그녀의 삶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프리다를 표현해보고 싶다.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연극과 음악, 그리고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예술치료센터를 운영해보고 싶다. 2014년에 예술치료 공부와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 예술치료센터 같은 것을 정말 크게 운영하고 싶다고 하니, 주변에서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배우들, 내담자들과 같이 공연을 만들고 연기하고 싶다.

  • 연극 <나인 프리다>

현정희

현정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뷰티건강디자인과 통합예술치료를 공부했다. 춤추는 헬렌켈러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무용수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밴드 프로튠즈 드러머이기도 하다. 댄스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다. 출연작으로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우리들의 이야기> <나인 프리다> 등이 있다.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공연보고 글을 쓴다. 글 쓰는 것 외에 관객과 창작자가 만나는 다양한 방식을 궁리하고 실행한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했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영상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촬영 박수환), 현정희

2022년 1월 (27호)

상세내용

인터뷰

현정희는 바리스타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일을 했다. 현정희는 바리스타 교육자다. 특히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그는 비장애 강사들과는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는 교육자다. 직접 몽골에 가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도 했다. 현정희는 무용수고 배우고 연주자다. 춤추는 헬렌켈러,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시각장애인 밴드 프로튠즈에서 춤추고 연기하고 드럼을 친다. 스포츠댄스 대회에도 나갔다. 그녀에게 어떻게 이렇게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자신은 지금 통합예술치료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고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보육교사자격증도 있고 피부미용사자격증도 있다.

그녀가 예술활동, 예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 소아암 치료과정에서 다리를 절단하게 된 소년이 나왔다고 한다. 소년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사람은 태어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한 무기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자신은 무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그녀는 펑펑 울었다. 다리를 잃은 불행 때문이 아니라 꿈을 잃은 상실감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인터뷰에서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마주 대하고 앉아 직접 듣자니, 이야기를 하는 그녀도 듣는 나도 울컥했다. 그녀를 울린 “하지 못하고 그냥 묻어두었던 그런 마음”이 나에게도 전염되었다.

그녀는 무대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분투한다. ‘2021 무장애예술주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인 프리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이다. 움직임이며 세세한 디테일이며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이며 거기에 무대 밖의 여러 스태프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지금까지 그녀가 준비하고 섰던 무대보다 규모도 크고 작품도 만만찮은 이 과정이 힘들다. 그런데 재밌다.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고 도전이다. 이 배움과 도전으로 무대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고, 또 지금의 배움과 도전이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예술치료에 잘 쓰이길 바란다. 그녀가 말하는 ‘치료’는 상실한 꿈을 다시 불러들이는 무기를 만드는 과정처럼 들렸다. 그리고 예술은 꿈을 다시 불러들이는 특별하고 매력적인 무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인 프리다> 리허설 현장에서 현정희 배우를 만났다.

지난해 낭독공연에 이어 올해 다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연습 과정은 어떤가.

낭독공연도 재미있었는데 이번 공연도 재밌다. 이번 공연은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고, 표현에서도 디테일을 많이 찾아가야 하고, 다른 배우들과 동선 하나하나 체크면서 맞춰가야 한다. 배우는 것도 많다. 액션이 들어가면 발성이나 감정도 더 풍부해지는구나,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힘든데 재밌다.

춤추는 헬렌켈러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예술치료 공부를 하면서 내가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 공지를 다 찾아보고 지원했었다. 2014년 춤추는 헬렌켈러 오디션을 보고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장르도 다 다르다. 어려움은 없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나인 프리다>에서는 연기도 하고 춤도 춰야 하는데, 여러 장르의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지금 공부하는 통합예술치료에도 연극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사진치료 등 다양한 치료 기법이 있다. 그런 것들을 융합하는 것이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일을 하게 되면 내담자에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장점이다. 단점은, 다양하게 배우고 활동하는 것은 좋은데 깊이가 안 생기는 것 같다. 한 분야로 쑥 들어가는 것, 그게 조금 어렵다. 그런데 사람은 한계가 있다. 시간, 체력 등등.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넓히고 싶다.

창작이 내가 이만큼만 해야지, 그렇게 정하고 할 수가 없지 않나. 혹시 계속 빠져든 경험은 없나.

항상 그렇다. 지금 <나인 프리다>를 연습하고 있는데, 나는 연기가 왜 이것밖에 안 되나, 다른 배우들은 너무 잘하는데, 더 공부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든다. 지난 토요일에는 밴드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도 너무 벅차서 드럼을 더 잘 치고 싶다, 열심히 해서 더 잘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만나는 그 순간순간 더 잘해야겠다,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 그런다.

그 유혹을 어떻게 끊어내나. 하나에 깊이 빠지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려울 텐데.

힘들다. 그래서 몸이 너무 힘들다. (웃음)

이야기들이 예술치료와 연결되고 있다. 공연에 참여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예술치료 공부 과정인가.

그렇다. 그런데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서면서 나 자신이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졌다. 상처 입었던 것들, 약간 찌그러져 있던 것들, 나를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열리고 더 확장되고 치유되고 있다고 느낀다. 공연을 통해서 만나는 관객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내담자들에게도 내가 경험했던 걸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만남을 통해 서로가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바리스타 교육, 공연, 예술치료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맹학교에 다니면서 직업교육으로 안마를 배우는데, 지체장애인 집에 가서 안마와 마사지를 한 적이 있다. 피부관리도 해드렸는데, 좋아하셨다. 안마, 마사지, 피부관리가 정말 필요한 분인데 일반 숍에서는 받아주지 않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접근도 어렵다. 그때 내 기술이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되는 걸 보고 기뻤다. 지금 예술치료와 피부건강디자인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건강관리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특별한 감응력을 가진 것 같다. 여러 활동에 관한 관심이 타인에 대한 감응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여러 가지 활동 중에 가장 관심 있는 일, 제일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대에 있을 때가 제일 재밌고 행복하다. 연습할 때는 부족한 것 같은데 무대에 서면 뭔가 훅 들어와서 내가 달라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너 진짜 무대 체질인가 봐,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웃음) 춤추고 노래하고 연극하는 게 정말 재밌다.

단체 활동이라든가 공동작업의 어려움은 없나.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 동생이, 언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그러는 거다. 시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디테일한 걸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 맞추어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얻는 게 많다. 과정에서 힘든 점은 있지만 지나고 나면 내가 이만큼 더 많이 얻었다는 걸 느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보고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 감성도 풍부해지고. <나인 프리다>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모였다. 각자의 표현을 보면 감동이다. 수어에서도, 마치 말투처럼, 그 사람의 특징이 배어있다. 또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말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그 마음이 확 들어온다. 고치고 맞추고 다시 연습하고. 그렇게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고 나면 아쉽지만, 또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창작과정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항상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 낭독공연 때 나는 다른 배우들처럼 눈을 마주치는 건 안되는구나 싶었다. 나는 큰글씨 대본을 보고 있어서 대사에 더 집중했다. 근데 그게 또 내 모습이고, 그런 모습을 예쁘게 봐주는 관객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액팅코치께서 손짓 등 연습에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프리다의 마음을 실어서 표현하면 프리다가 보인다”라고. 처음에는 그게 잘 안 되었는데, 점점 프리다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프리다처럼 몸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지도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아니다. 하지만 프리다와 내가 맞닿아 있는 지점을 찾게 되더라. 다른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로 삶의 어떤 지점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벽하게 그녀의 삶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프리다를 표현해보고 싶다.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연극과 음악, 그리고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예술치료센터를 운영해보고 싶다. 2014년에 예술치료 공부와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 예술치료센터 같은 것을 정말 크게 운영하고 싶다고 하니, 주변에서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배우들, 내담자들과 같이 공연을 만들고 연기하고 싶다.

  • 연극 <나인 프리다>

현정희

현정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뷰티건강디자인과 통합예술치료를 공부했다. 춤추는 헬렌켈러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무용수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밴드 프로튠즈 드러머이기도 하다. 댄스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다. 출연작으로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우리들의 이야기> <나인 프리다> 등이 있다.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공연보고 글을 쓴다. 글 쓰는 것 외에 관객과 창작자가 만나는 다양한 방식을 궁리하고 실행한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했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사진·영상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촬영 박수환), 현정희

2022년 1월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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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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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리스타출신 장애 예술인입니다...바리스타자격증에 예술치료에...정말 헬렌켈러를 떠올리게 하는 예술인이신거 같습니다. 앞으로 현정희님의 예술작품활동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존경스럽스니다 항상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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