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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대담] 미디어 속 장애인 캐릭터

이슈 함께 사는 세상, 반 박자 먼저 건네는 이야기

  • 이지현, 홍윤희 
  • 등록일 2022-08-24
  • 조회수1599

개요

  • 일시2022년 8월 12일(금)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회의실

참석자
 
이지현 EBS 유아어린이특임국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최근 미디어를 통해 장애인, 장애와 연관된 이야기와 이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콘텐츠의 양적 증가는 물론이고, 작지 않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조명하는 관점과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동시에 다양한 의견과 공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 속에서는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바람직한 기능과 역할은 무엇일까. 긍정적인 효과와 의미 있는 담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려면 어떠한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할까. 이지현 EBS PD와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담쟁이 덩굴로 가득한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웃으며 서 있는 이지현 EBS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왼쪽부터) 이지현 EBS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홍윤희PD님을 인터뷰 기사로 먼저 만났다. 올해 5월부터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한 장애인 캐릭터 하늘이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 마리 등 새로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늘이의 탄생 이야기도 직접 듣고 싶었다.

이지현개편한 <딩동댕 유치원>이 방송되고 나서 많은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었다. 제작 부서로 옮기면서 유아 프로그램을 맡게 됐고 새로 등장시킬 캐릭터는 좀 현실적인 사람 캐릭터로 만들어보자고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 어떤 대표성을 입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교육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느라 학교에 갈 기회가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었다. 초등학생인 큰아이의 학급에 경계성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이런 환경과 관계에 관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 아이들이 다양성을 알고 그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 다문화 가정 아이, 기존의 성 역할을 뒤집는 캐릭터가 그 안에서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반갑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감사하고, 그래서 좀 더 조심스럽다.

홍윤희제가 그 반가워했던 사람 중 하나다. (웃음) 제가 일하는 협동조합 무의에서는 2019년에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라는 캠페인을 했었다. 제 딸이 휠체어를 타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때 다른 아이들 부모님이 종종 자기 아이와 제 딸이 함께 어울리며 장애라든지 다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고려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장애 아동을 또래로 만나는 경험이 적지 않나. 간접적으로나마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캠페인을 기획했다. 누군가가 라이언을 휠체어에 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 그 후에 서울시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휠체어 탄 해치’를 선보이기도 했고 대구시는 ‘휠체어 탄 도달쑤’ 이모티콘을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EBS 시청자 위원으로서 매월 한 번씩 프로그램을 리뷰하고 꾸준히 장애 관련 의제를 제안하던 차에 개편된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이지현상반기에 하늘이 캐릭터가 방송에 나갔을 때 굉장히 반가워하는 반응이 많았고, 시청자 게시판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장애 아동 부모의 글을 보면서 약간 용기를 얻었다. 사실 어린이를 위한 텔레비전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국의 <세서미 스트리트> 같은 경우는 휠체어 탄 장애인뿐만 아니라 자폐장애, 다운증후군, 시각장애, 청각장애 캐릭터를 이미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EBS에서도 공영방송 특성상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에 담아야 하는 의무도 있고, 필요성에 대해 부서 내에서 많이 공감했다.

홍윤희2017년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시작된 이래 꾸준히 여러 장애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프로그램의 작가인 에밀리 펄 킹슬리에게 다운증후군 장애의 아들이 있다는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다양한 장애인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한 EBS의 인식, 작은 시도가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비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한 것을 비롯해 한계가 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문제의식과 장애인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같은 이야기를 던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렇다. 장애 관련 내용을 중심 스토리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버거울 수 있을 텐데, 에피소드 형태로 짧게 다루면서 함축적으로 담아냈기에 장애인 당사자가 연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다.

자연스럽고 소소한 에피소드의 힘

이지현우리도 하늘이를 등장시켰지만, 이야기가 아주 깊이 들어가진 못했다. 늘 하늘이의 이야기가 메인이 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극적인 상황 속에서 “이모 결혼식에 갔는데 계단이 없어서 너무 좋았어. 휠체어를 씽씽 잘 타고 다닐 수 있었거든.” 이렇게 대사에 반영하는 식이다.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자문도 하고 공부하면서 만들고 있다.

홍윤희그건 당연한 거다. 장애인 당사자도 자신의 장애조차 전부 알 수가 없고, 자신과 다른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결국 장애, 다양성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그 주제가 민감하다고 아예 피해버리면 영영 다뤄지지 않는다. 용감하게 다루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하늘이가 체육 시간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다. 제 딸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체육 시간을 좋아했는데, 자기 때문에 계주 경기에 졌다고 심한 비난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요즘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지현하반기에는 더 많은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아동 인권을 다룬 다큐프라임 <어린人권>을 했던 작가와 함께 새로운 코너를 만든다.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 다문화, 성 평등, 이혼가정, 조손가정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다룰 예정이다.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친구야’라는 의미를 담은 테마송과 달라 인형이라는 새로운 손 인형 캐릭터도 선보인다. 이전까지 유아 프로그램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무거운 주제들이어서 시청자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대체로 ‘딩동샘’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인데, 자칫 교조적·교훈적으로 흐르게 되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어서 재미와 메시지 전달의 균형을 잘 잡아보려 한다.

홍윤희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미디어가 일종의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향하면 좋겠다. 장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으로 가면 안 되겠지만, 메시지를 던지는 건 중요하고 그게 뜻하지 않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휠체어를 탄 하늘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다. 제 딸이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가면 빤히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 만약 <딩동댕 유치원>에서 하늘이를 매일 봤다면 그렇게는 안 볼 것 같다. 시선의 폭력을 거둘 수 있는 거다. 휠체어를 탄 사람과 서 있는 사람 시선의 높이에서 오는 차이, 무심코 던지는 사소한 말, 뭐라고 딱 잘라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런 것과 관련하여 배려나 시혜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저 재현했을 뿐인데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

이지현유튜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우 씨도 곧 방송에 등장할 예정이다. 특별히 소개하기보다는 그저 <딩동댕 유치원>이라는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세계관 안에서 동네 언니, 누나로 나오는 거다. “멋진 휠체어를 가지고 있네. 그런데 나는 이런 게 좀 불편해. 이렇게 고쳐보면 좋겠어.”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홍윤희 저도 같은 생각이다. 캐릭터에 설득력만 있다면 충분하지, 굳이 메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캐릭터가 특별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등장할 필요가 있다.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다 담기는 무리일 수 있으니 천천히 풀어가도 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차별, 모르고 하는 ‘미세차별’의 상황에서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민감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도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걸 아이들의 프로그램에 어떻게 녹여낼지도 궁금해진다. 장애는 민감한 주제여서 편하고 아름다운 얘기만 하면 좋겠지만, 사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정은혜 작가의 등장이 화제를 모은 이유 중의 하나도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일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현한편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조손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녹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제작 환경

홍윤희미디어에서 장애인,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잘 다뤄지려면 몇 사람의 각오, 결심, 용기만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 잘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지 않나. 물리적인 제작 환경도 잘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방송사에서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지현EBS는 공영방송이므로 장애 관련 프로그램 제작 예산이 할당되어 있다. 이게 가장 기초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딩동댕 유치원>은 그 영역은 아니지만, 유아 프로그램에서도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딩동댕 유치원>은 1982년에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이고 유아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가 한국의 세서미가 되자”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실천적인 방향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할 거로 생각한다.

홍윤희그런 면에서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제작진, 스태프 중에 장애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도 필요하고, 물리적인 접근성도 강화해야 한다. 당사자로부터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의식이 나오는 환경이 필요하다. 방송국에 시각장애인‧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 음성해설 제작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있으면 좀 더 빠르게 변화하지 않을까.

이지현안타깝지만, 지금의 제작 환경에서는 장애 당사자의 참여나 물리적인 접근성 강화가 쉽지 않다. 제작 단계를 예로 들면, 하늘이 손 인형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일단 손 인형극을 하는 배우도 소수이고, 인형의 휠체어를 만들 때부터 굉장히 고려할 게 많고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 또 하나, 제작 시간에 쫓긴다. 준비 시간이 충분할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정말 다르다. 저 또한 맨땅에 헤딩하듯 공부하면서 제작하니 시간이 너무 없었다. 좀 섬세하게 다루려면 관계자들도 인터뷰하고 전문가 자문도 하고 현장에서 실제 아이들을 만나면서 취재도 해야 하는데, 기획도 촬영도 여건이 안 된다. 세 편 네 편을 하루에 찍어야 하는 현실이다. 아직은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수어를 넣는 방식도 수어를 배우는 에피소드 등을 만들어보려 한다.

홍윤희시청자가 압박을 많이 줘야겠다. 다음 시청자위원회에서 이야기하겠다. (웃음) <우리들의 블루스> 를 쓴 노희경 작가는 1년 동안 정은혜 작가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캐릭터를 조금씩 구축해갔다고 한다.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장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에 레퍼런스가 이제 생기는 것 같다. 자신들이 겪었던 장애에 관한 에피소드나 출연자 정보를 공유하는 TFT 같은 걸 만들어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 인식 개선, 인프라 개선 이 세 가지가 선순환되어야 한다. 우선 물리적으로 장애인 친화적 제작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 의무할당제가 비판받는 점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면 양적으로 쌓이고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 대담하고 있는 이지현 EBS PD
  • 대담하고 있는 이지현 EBS PD
  • 대담하고 있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 대담하고 있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반 발 앞서나가는 마음으로

홍윤희그래도 긍정적인 건, 최근 몇 년 사이 장애에 대한 담론 자체가 좀 더 가시화되었다는 거다. 2021년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일련의 활동과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 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개별적인 고민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조금씩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되는 것 같다. 협동조합 무의가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들려는 것도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기 위한 실천이다.

이지현저희도 하늘이의 등장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앞으로의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 <세서미 스트리트>도 처음에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켰을 때 일부에서는 반발이 있었고, 정착하기까지 몇 년 걸렸다고 한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PD, 작가와 함께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그래서 지금은 한발 앞서가는 게 아니라 반 발 먼저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홍윤희시청자도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흐름에 대해 조금 관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딩동댕 유치원> 모두 굉장히 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작업이다. 누군가가 용기를 냈다는 것에 손뼉 쳐주고 격려해주고 그 힘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공론장에 내어놓아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되는 거니까.

이지현이번 개편에 대해 학부모와 시청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면서 다음 단계로 나갈 용기를 얻은 것처럼, 다른 유아 프로그램에서도 좀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다뤄지면 좋겠다. 뽀로로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이 미래에 성인이 됐을 때는 소수자에 관한 내용이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다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저의 바람이다. (웃음)

홍윤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앞으로 더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는 것 같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니까. 미디어는 화두를 던지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미디어 속 캐릭터에는 공감하면서 현실에서는 가혹한 아이러니를 넘어, 그냥 사람으로 만나는 세상을 꿈꿔본다.

  • 사진. 휠체어 탄 하늘이, 다문화가정 마리, 체육소녀 하리, 문학소년 조아, 댕구, 딩동샘이 함께한 단체사진

    EBS ‘딩동댕유치원’ 출연자
    사진제공. EBS

  • 사진. 챌린지 참여자의 하트 모양 풍선을 들거나 선물상자를 든 휠체어 탄 라이언 그림 모음 6장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참여작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쵸키박, 장누리, 서지현, 채복기, 이정헌, 윤미란)

이지현

2010년 EBS에 입사해 편성기획부와 프로그램 연출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현재 유아어린이특임국 PD로 <딩동댕 유치원>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교실이 달라졌어요>,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어린이 리얼버라이어티 <놀자고> 등이 있다.
leepiece@ebs.co.kr

홍윤희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무의’를 결성하고, 2016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와 이동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yhhong7309@gmail.com
협동조합 무의 홈페이지(바로가기 링크)

정리.최용휘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lotush0317@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2년 9월 (34호)

이지현, 홍윤희

이지현, 홍윤희 

이지현 : 2010년 EBS에 입사해 편성기획부와 프로그램 연출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현재 유아어린이특임국 PD로 <딩동댕 유치원>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교실이 달라졌어요>,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어린이 리얼버라이어티 <놀자고> 등이 있다. 홍윤희 :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무의’를 결성하고, 2016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와 이동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leepiece@ebs.co.kr, yhhong7309@gmail.com

상세내용

개요

  • 일시2022년 8월 12일(금)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회의실

참석자
 
이지현 EBS 유아어린이특임국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최근 미디어를 통해 장애인, 장애와 연관된 이야기와 이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콘텐츠의 양적 증가는 물론이고, 작지 않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조명하는 관점과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동시에 다양한 의견과 공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 속에서는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바람직한 기능과 역할은 무엇일까. 긍정적인 효과와 의미 있는 담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려면 어떠한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할까. 이지현 EBS PD와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담쟁이 덩굴로 가득한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웃으며 서 있는 이지현 EBS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왼쪽부터) 이지현 EBS PD,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홍윤희PD님을 인터뷰 기사로 먼저 만났다. 올해 5월부터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한 장애인 캐릭터 하늘이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 마리 등 새로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늘이의 탄생 이야기도 직접 듣고 싶었다.

이지현개편한 <딩동댕 유치원>이 방송되고 나서 많은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었다. 제작 부서로 옮기면서 유아 프로그램을 맡게 됐고 새로 등장시킬 캐릭터는 좀 현실적인 사람 캐릭터로 만들어보자고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 어떤 대표성을 입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교육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느라 학교에 갈 기회가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었다. 초등학생인 큰아이의 학급에 경계성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이런 환경과 관계에 관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 아이들이 다양성을 알고 그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 다문화 가정 아이, 기존의 성 역할을 뒤집는 캐릭터가 그 안에서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반갑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감사하고, 그래서 좀 더 조심스럽다.

홍윤희제가 그 반가워했던 사람 중 하나다. (웃음) 제가 일하는 협동조합 무의에서는 2019년에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라는 캠페인을 했었다. 제 딸이 휠체어를 타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때 다른 아이들 부모님이 종종 자기 아이와 제 딸이 함께 어울리며 장애라든지 다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고려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장애 아동을 또래로 만나는 경험이 적지 않나. 간접적으로나마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캠페인을 기획했다. 누군가가 라이언을 휠체어에 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 그 후에 서울시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휠체어 탄 해치’를 선보이기도 했고 대구시는 ‘휠체어 탄 도달쑤’ 이모티콘을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EBS 시청자 위원으로서 매월 한 번씩 프로그램을 리뷰하고 꾸준히 장애 관련 의제를 제안하던 차에 개편된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이지현상반기에 하늘이 캐릭터가 방송에 나갔을 때 굉장히 반가워하는 반응이 많았고, 시청자 게시판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장애 아동 부모의 글을 보면서 약간 용기를 얻었다. 사실 어린이를 위한 텔레비전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국의 <세서미 스트리트> 같은 경우는 휠체어 탄 장애인뿐만 아니라 자폐장애, 다운증후군, 시각장애, 청각장애 캐릭터를 이미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EBS에서도 공영방송 특성상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에 담아야 하는 의무도 있고, 필요성에 대해 부서 내에서 많이 공감했다.

홍윤희2017년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시작된 이래 꾸준히 여러 장애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프로그램의 작가인 에밀리 펄 킹슬리에게 다운증후군 장애의 아들이 있다는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다양한 장애인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한 EBS의 인식, 작은 시도가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비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한 것을 비롯해 한계가 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문제의식과 장애인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같은 이야기를 던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렇다. 장애 관련 내용을 중심 스토리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버거울 수 있을 텐데, 에피소드 형태로 짧게 다루면서 함축적으로 담아냈기에 장애인 당사자가 연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다.

자연스럽고 소소한 에피소드의 힘

이지현우리도 하늘이를 등장시켰지만, 이야기가 아주 깊이 들어가진 못했다. 늘 하늘이의 이야기가 메인이 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극적인 상황 속에서 “이모 결혼식에 갔는데 계단이 없어서 너무 좋았어. 휠체어를 씽씽 잘 타고 다닐 수 있었거든.” 이렇게 대사에 반영하는 식이다.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자문도 하고 공부하면서 만들고 있다.

홍윤희그건 당연한 거다. 장애인 당사자도 자신의 장애조차 전부 알 수가 없고, 자신과 다른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결국 장애, 다양성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그 주제가 민감하다고 아예 피해버리면 영영 다뤄지지 않는다. 용감하게 다루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하늘이가 체육 시간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다. 제 딸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체육 시간을 좋아했는데, 자기 때문에 계주 경기에 졌다고 심한 비난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요즘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지현하반기에는 더 많은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아동 인권을 다룬 다큐프라임 <어린人권>을 했던 작가와 함께 새로운 코너를 만든다.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 다문화, 성 평등, 이혼가정, 조손가정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다룰 예정이다.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친구야’라는 의미를 담은 테마송과 달라 인형이라는 새로운 손 인형 캐릭터도 선보인다. 이전까지 유아 프로그램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무거운 주제들이어서 시청자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대체로 ‘딩동샘’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인데, 자칫 교조적·교훈적으로 흐르게 되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어서 재미와 메시지 전달의 균형을 잘 잡아보려 한다.

홍윤희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미디어가 일종의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향하면 좋겠다. 장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으로 가면 안 되겠지만, 메시지를 던지는 건 중요하고 그게 뜻하지 않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휠체어를 탄 하늘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다. 제 딸이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가면 빤히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 만약 <딩동댕 유치원>에서 하늘이를 매일 봤다면 그렇게는 안 볼 것 같다. 시선의 폭력을 거둘 수 있는 거다. 휠체어를 탄 사람과 서 있는 사람 시선의 높이에서 오는 차이, 무심코 던지는 사소한 말, 뭐라고 딱 잘라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런 것과 관련하여 배려나 시혜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저 재현했을 뿐인데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

이지현유튜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우 씨도 곧 방송에 등장할 예정이다. 특별히 소개하기보다는 그저 <딩동댕 유치원>이라는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세계관 안에서 동네 언니, 누나로 나오는 거다. “멋진 휠체어를 가지고 있네. 그런데 나는 이런 게 좀 불편해. 이렇게 고쳐보면 좋겠어.”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홍윤희 저도 같은 생각이다. 캐릭터에 설득력만 있다면 충분하지, 굳이 메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캐릭터가 특별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등장할 필요가 있다.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다 담기는 무리일 수 있으니 천천히 풀어가도 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차별, 모르고 하는 ‘미세차별’의 상황에서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민감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도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걸 아이들의 프로그램에 어떻게 녹여낼지도 궁금해진다. 장애는 민감한 주제여서 편하고 아름다운 얘기만 하면 좋겠지만, 사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정은혜 작가의 등장이 화제를 모은 이유 중의 하나도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일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현한편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조손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녹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제작 환경

홍윤희미디어에서 장애인,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잘 다뤄지려면 몇 사람의 각오, 결심, 용기만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 잘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지 않나. 물리적인 제작 환경도 잘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방송사에서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지현EBS는 공영방송이므로 장애 관련 프로그램 제작 예산이 할당되어 있다. 이게 가장 기초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딩동댕 유치원>은 그 영역은 아니지만, 유아 프로그램에서도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딩동댕 유치원>은 1982년에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이고 유아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가 한국의 세서미가 되자”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실천적인 방향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할 거로 생각한다.

홍윤희그런 면에서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제작진, 스태프 중에 장애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도 필요하고, 물리적인 접근성도 강화해야 한다. 당사자로부터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의식이 나오는 환경이 필요하다. 방송국에 시각장애인‧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 음성해설 제작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있으면 좀 더 빠르게 변화하지 않을까.

이지현안타깝지만, 지금의 제작 환경에서는 장애 당사자의 참여나 물리적인 접근성 강화가 쉽지 않다. 제작 단계를 예로 들면, 하늘이 손 인형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일단 손 인형극을 하는 배우도 소수이고, 인형의 휠체어를 만들 때부터 굉장히 고려할 게 많고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 또 하나, 제작 시간에 쫓긴다. 준비 시간이 충분할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정말 다르다. 저 또한 맨땅에 헤딩하듯 공부하면서 제작하니 시간이 너무 없었다. 좀 섬세하게 다루려면 관계자들도 인터뷰하고 전문가 자문도 하고 현장에서 실제 아이들을 만나면서 취재도 해야 하는데, 기획도 촬영도 여건이 안 된다. 세 편 네 편을 하루에 찍어야 하는 현실이다. 아직은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수어를 넣는 방식도 수어를 배우는 에피소드 등을 만들어보려 한다.

홍윤희시청자가 압박을 많이 줘야겠다. 다음 시청자위원회에서 이야기하겠다. (웃음) <우리들의 블루스> 를 쓴 노희경 작가는 1년 동안 정은혜 작가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캐릭터를 조금씩 구축해갔다고 한다.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장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에 레퍼런스가 이제 생기는 것 같다. 자신들이 겪었던 장애에 관한 에피소드나 출연자 정보를 공유하는 TFT 같은 걸 만들어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 인식 개선, 인프라 개선 이 세 가지가 선순환되어야 한다. 우선 물리적으로 장애인 친화적 제작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 의무할당제가 비판받는 점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면 양적으로 쌓이고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 대담하고 있는 이지현 EBS PD
  • 대담하고 있는 이지현 EBS PD
  • 대담하고 있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 대담하고 있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반 발 앞서나가는 마음으로

홍윤희그래도 긍정적인 건, 최근 몇 년 사이 장애에 대한 담론 자체가 좀 더 가시화되었다는 거다. 2021년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일련의 활동과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 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개별적인 고민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조금씩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되는 것 같다. 협동조합 무의가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들려는 것도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기 위한 실천이다.

이지현저희도 하늘이의 등장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앞으로의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 <세서미 스트리트>도 처음에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켰을 때 일부에서는 반발이 있었고, 정착하기까지 몇 년 걸렸다고 한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PD, 작가와 함께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그래서 지금은 한발 앞서가는 게 아니라 반 발 먼저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홍윤희시청자도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흐름에 대해 조금 관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딩동댕 유치원> 모두 굉장히 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작업이다. 누군가가 용기를 냈다는 것에 손뼉 쳐주고 격려해주고 그 힘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공론장에 내어놓아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되는 거니까.

이지현이번 개편에 대해 학부모와 시청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면서 다음 단계로 나갈 용기를 얻은 것처럼, 다른 유아 프로그램에서도 좀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다뤄지면 좋겠다. 뽀로로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이 미래에 성인이 됐을 때는 소수자에 관한 내용이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다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저의 바람이다. (웃음)

홍윤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앞으로 더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는 것 같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니까. 미디어는 화두를 던지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미디어 속 캐릭터에는 공감하면서 현실에서는 가혹한 아이러니를 넘어, 그냥 사람으로 만나는 세상을 꿈꿔본다.

  • 사진. 휠체어 탄 하늘이, 다문화가정 마리, 체육소녀 하리, 문학소년 조아, 댕구, 딩동샘이 함께한 단체사진

    EBS ‘딩동댕유치원’ 출연자
    사진제공. EBS

  • 사진. 챌린지 참여자의 하트 모양 풍선을 들거나 선물상자를 든 휠체어 탄 라이언 그림 모음 6장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참여작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쵸키박, 장누리, 서지현, 채복기, 이정헌, 윤미란)

이지현

2010년 EBS에 입사해 편성기획부와 프로그램 연출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현재 유아어린이특임국 PD로 <딩동댕 유치원>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교실이 달라졌어요>,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어린이 리얼버라이어티 <놀자고> 등이 있다.
leepiece@ebs.co.kr

홍윤희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무의’를 결성하고, 2016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와 이동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yhhong7309@gmail.com
협동조합 무의 홈페이지(바로가기 링크)

정리.최용휘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lotush0317@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2년 9월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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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8 18: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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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가지고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에 '딩동댕유치원' '휠체어탄라이언 챌린지' 자료사진 추가했습니다.

2022-08-26 08: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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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폭력을 거둘 수 있는> 에서 본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네요. *덧: 중간의 파노라마 사진보다는 <딩동댕 유치원> 프로그램의 상징적 장면들이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겠군요. 저처럼 tv 시청을 못한 독자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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