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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미술관의 도전

이슈 가장 멀리 있는 관람객과 접속하기

  • 전지영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 등록일 2022-11-23
  • 조회수870

이슈

반예술, 페미니즘, 탈중심 등의 이슈를 가로질러온 현대미술은 사회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반영한 예술적 움직임의 긴 흐름이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에 문을 열고 소수의 목소리까지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미술관은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젠더, 이민자, 난민 등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국제 미술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연이어 개최되어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도 다문화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다각도로 조명되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독립된 현상으로 접근될 것이 아닌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분석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물리적 환경에서 콘텐츠 접근성까지

미술관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품을 전시하는 데서 나아가, 미술관을 찾는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에서 가장 멀리 있는 관람객은 누구인지, 미술관의 편의를 위해 배제하고 있었던 관람객은 없는지, 우리는 과연 이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이 고민은 장애인·비장애인을 아우르는 미술관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지역적인 문제로 미술관에 오기 어려운 이들도 있겠지만, 신체가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은 미술관도 있다. 한국의 여러 미술관 건축물이 노후화되는 과정에 있고,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휠체어 사용자나 신체가 불편한 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관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 시설이나 환경을 개선하거나 전시 관람 동선을 휠체어 사용자에게 맞춰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술관의 물리적인 환경만을 개선했다고 해서 ‘모두’를 위한 미술관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접근성 개선은 미술관이 다루고 있는 전시나 프로그램의 콘텐츠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관람을 고려한 도슨트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유튜브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발달장애인 관객이나 이해의 어려움을 가진 관객을 위해 작품 설명을 ‘쉬운 글 해설(easy read)’로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몇몇 미술관의 전시에서는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 촉각과 청각으로 감상하는 작품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장애인 접근성과 배리어프리가 한국 미술계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술관 건축물의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전시 작품을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새로 제작하는 것은 장애인의 미술관 방문과 전시 관람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미술관 내부에서 접근성에 대한 개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미술관에게는 비용이 부담되어 구체화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유튜브나 온라인을 활용한 접근성 개선은 물리적 환경의 변화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고, 장애인에게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미술관에 접속하기

최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한 공공프로그램 ‘프리즘’도 미술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이다. 미술관에서는 전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은 “소장품의 수집과 전시”라는 과거의 정의에서 나아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평적 대화를 나누는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다성적인 공간으로 […] 유산에 대한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와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주1) 미술관은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발언할 수 있는 창구이자 다양한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코미술관은 ‘프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와 미술작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올 수 없는 이들에게까지 이 이야기들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프리즘’은 미술관 안팎으로 진행된 활동을 담아내는 ‘모두를 위한 프리즘’ (링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는 작품을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미술관과 가장 멀리 있는 시각장애인이 최우선 관람객으로 고려되었다. “미술관은 ‘본다’라는 능력이 있어야만 올 수 있는 것일까? 미술관이 시각 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는 ‘본다’는 것의 의미를 시각적인 능력으로 한정해 왔던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에 미술관이 화답하기 위해 진행한 ‘모두를 위한 프리즘’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미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의 구석구석을 비춰보고자 하였다.

‘모두를 위한 프리즘’에는 미술관 직원이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으로 미술관을 이용해 보는 <휠체어 워크숍>, 시각장애와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는 워크숍을 비롯해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에서 파생된 <사랑과 규범에 대한 대화>, 수어와 음성언어를 이중언어로 구사하는 작가의 경험을 쓴   <나의 계승수어 사전>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 11월에 진행한 시각장애와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웹접근성 전문가 초청 토론, 장애예술 전시기획 온라인 라운드테이블 등 장애인의 미술관 접근성 관련 논의를 다각도로 전개한 프로그램들도 연말까지 업로드될 예정이다.

‘모두를 위한 프리즘’이 아르코미술관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술관과 관람객의 관계가 단순히 화자와 청자로 머물지 않고, 관람객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데에 있다. 이 플랫폼에 게재되는 모든 이미지와 시각 자료들은 대체 텍스트를 제공한다. ‘프리즘’은 색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에 웹사이트에 사용되는 여섯 가지 무지개 색깔에 대해 전맹 시각장애인 4인이 48개의 대체 텍스트를 작성했고, 이를 웹사이트에 반영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을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초대함으로써 함께 미술관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경험, 서로에게 환대하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처럼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예술 작품의 관람에서 나아가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메타-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아직 VR기기와 같이 미술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과 같은 고민이 남아있는 숙제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실험이 물리적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지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미술관이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동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주1.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집행위원회는 2019년 교토에서 열린 차기 임시총회(EGA)에서 ICOM 규정에 포함할 대안 박물관 정의를 재논의했다. 바로가기(링크)(2022년 11월 7일 접속)

전지영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로 전시와 공공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achun@arko.or.kr

2022년 12월 (37호)

전지영

전지영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로 전시와 공공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achun@arko.or.kr

상세내용

이슈

반예술, 페미니즘, 탈중심 등의 이슈를 가로질러온 현대미술은 사회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반영한 예술적 움직임의 긴 흐름이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에 문을 열고 소수의 목소리까지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미술관은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젠더, 이민자, 난민 등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국제 미술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연이어 개최되어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도 다문화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다각도로 조명되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독립된 현상으로 접근될 것이 아닌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분석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물리적 환경에서 콘텐츠 접근성까지

미술관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품을 전시하는 데서 나아가, 미술관을 찾는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에서 가장 멀리 있는 관람객은 누구인지, 미술관의 편의를 위해 배제하고 있었던 관람객은 없는지, 우리는 과연 이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이 고민은 장애인·비장애인을 아우르는 미술관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지역적인 문제로 미술관에 오기 어려운 이들도 있겠지만, 신체가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은 미술관도 있다. 한국의 여러 미술관 건축물이 노후화되는 과정에 있고,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휠체어 사용자나 신체가 불편한 이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관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 시설이나 환경을 개선하거나 전시 관람 동선을 휠체어 사용자에게 맞춰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술관의 물리적인 환경만을 개선했다고 해서 ‘모두’를 위한 미술관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접근성 개선은 미술관이 다루고 있는 전시나 프로그램의 콘텐츠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관람을 고려한 도슨트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유튜브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발달장애인 관객이나 이해의 어려움을 가진 관객을 위해 작품 설명을 ‘쉬운 글 해설(easy read)’로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몇몇 미술관의 전시에서는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 촉각과 청각으로 감상하는 작품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장애인 접근성과 배리어프리가 한국 미술계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술관 건축물의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전시 작품을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새로 제작하는 것은 장애인의 미술관 방문과 전시 관람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미술관 내부에서 접근성에 대한 개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미술관에게는 비용이 부담되어 구체화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유튜브나 온라인을 활용한 접근성 개선은 물리적 환경의 변화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고, 장애인에게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미술관에 접속하기

최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한 공공프로그램 ‘프리즘’도 미술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이다. 미술관에서는 전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은 “소장품의 수집과 전시”라는 과거의 정의에서 나아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평적 대화를 나누는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다성적인 공간으로 […] 유산에 대한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와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주1) 미술관은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발언할 수 있는 창구이자 다양한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코미술관은 ‘프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와 미술작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올 수 없는 이들에게까지 이 이야기들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프리즘’은 미술관 안팎으로 진행된 활동을 담아내는 ‘모두를 위한 프리즘’ (링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는 작품을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미술관과 가장 멀리 있는 시각장애인이 최우선 관람객으로 고려되었다. “미술관은 ‘본다’라는 능력이 있어야만 올 수 있는 것일까? 미술관이 시각 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는 ‘본다’는 것의 의미를 시각적인 능력으로 한정해 왔던 것은 아닐까?”와 같은 질문에 미술관이 화답하기 위해 진행한 ‘모두를 위한 프리즘’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미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의 구석구석을 비춰보고자 하였다.

‘모두를 위한 프리즘’에는 미술관 직원이 휠체어 이용자의 입장으로 미술관을 이용해 보는 <휠체어 워크숍>, 시각장애와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는 워크숍을 비롯해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에서 파생된 <사랑과 규범에 대한 대화>, 수어와 음성언어를 이중언어로 구사하는 작가의 경험을 쓴   <나의 계승수어 사전>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 11월에 진행한 시각장애와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웹접근성 전문가 초청 토론, 장애예술 전시기획 온라인 라운드테이블 등 장애인의 미술관 접근성 관련 논의를 다각도로 전개한 프로그램들도 연말까지 업로드될 예정이다.

‘모두를 위한 프리즘’이 아르코미술관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술관과 관람객의 관계가 단순히 화자와 청자로 머물지 않고, 관람객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데에 있다. 이 플랫폼에 게재되는 모든 이미지와 시각 자료들은 대체 텍스트를 제공한다. ‘프리즘’은 색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에 웹사이트에 사용되는 여섯 가지 무지개 색깔에 대해 전맹 시각장애인 4인이 48개의 대체 텍스트를 작성했고, 이를 웹사이트에 반영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을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초대함으로써 함께 미술관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경험, 서로에게 환대하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처럼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예술 작품의 관람에서 나아가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메타-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아직 VR기기와 같이 미술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과 같은 고민이 남아있는 숙제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실험이 물리적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지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미술관이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동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주1.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집행위원회는 2019년 교토에서 열린 차기 임시총회(EGA)에서 ICOM 규정에 포함할 대안 박물관 정의를 재논의했다. 바로가기(링크)(2022년 11월 7일 접속)

전지영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로 전시와 공공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achun@arko.or.kr

2022년 12월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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