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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② 친구와 함께

이슈 타인과 소통하며 한없이 확장하는 세계

  • 양주혜 크리에이터
  • 등록일 2023-06-28
  • 조회수617

이슈

진정한 의미로 예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접하고, 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작품과 활동을 선택하고, 편리한 이동 경로와 교통편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즐겁게 관람과 활동을 마친 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어떤 다양한 경로가 있을까. 그 길에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술을 향한 여정이 더욱 풍성한 의미와 즐거움으로 채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들어보았다.

① 혼자서

   |   

② 친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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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자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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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대안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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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복지관에서

함께 보고 소통하며 나누는 즐거움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 낸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남들보다 시야가 좁은 나에게 한정된 크기의 스크린과 무대는 작은 세계를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그때부터 습관처럼 여가시간에 문화예술 활동을 즐겨왔다. 감상할 때는 콘텐츠와 소통하고, 감상이 끝나면 함께 보고 들은 것을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좋아서 여전히 잘 즐기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는 제법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 문화예술 활동의 범위는 한없이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말에 영화를 보고 온 일도,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일도 모두 나에게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영화관에 가거나 색다른 체험형 전시 등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지인들과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다. 두세 달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어 더빙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러 가야 해서 조금 뒤늦게 관람했다. 또 눈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요즘은 콘서트에도 관심이 있다. 콘서트는 눈으로 보는 무대보다 귀로 듣는 음악의 비중이 더 크기도 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딱히 종류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참여 빈도가 가장 낮은 쪽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시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콘텐츠인 것 같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눈으로 감상하는 비중이 높고, 특히 미술관의 경우 사운드로 전해지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 보니 잘 찾지 않게 된다. 그래도 요즘은 도슨트 투어처럼 해설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조금씩 참여해보려고 한다.

관심사와 관람 적합성이 중요한 선택 기준

문화예술 활동은 주로 친구와 함께하는 편이다. 감상이나 참여에서 끝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타인과 함께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이동할 때는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고, 주로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어떤 문화예술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관람료에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장애인 할인을 받아서 한 달 평균 5~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간혹 혼자 보러 가기 부담되는 콘텐츠일 경우에는 내가 지인의 경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데 가장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은 관심사다. 예고편이나 홍보영상, 소개 글 등을 보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다음으로 접근성과 같은 관람 적합성을 판단하는 편이다. 사실 관심 있는 주제라면 접근성이 좋지 않아도 참여하는 편이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곤 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가장 많이 얻고 있다. 물론 비시각장애인의 기준에서 제작된 홍보물은 나에게는 큰 홍보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주로 내레이션이 들어간 리뷰 영상을 보거나 블로그 후기를 참고하여 정보를 얻는 편이다.

100점 만점에 65점, 누군가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너를 만나고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던 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어.” 지인이 문득 내게 했던 말이다. 확실히 비장애인들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우리 같은 장애 당사자들은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문화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은 100점 만점에 65점.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면서도 예매부터 이동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무엇 하나 간단하지 않기에 더 많은 ‘배리어’가 ‘프리’해지고 넘어야 할 장벽들이 낮아지기를 바라며 35점은 아껴 두었다.

원하는 형태의 정보를 자유로이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문화예술 활동에 혼자 참여하기 망설여지는 것 또한 걸림돌 중 하나다. 오롯이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만 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일의 시작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 어둠 속에 남색 조명만 비추는 공간. 높낮이가 다르게 매달린 수많은 풍선 모양의 흰색 조형물이 파란색으로 빛난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서 있다.

    강릉 아르떼뮤지엄에서의 체험형 전시 관람 중

  • 필자가 짧은 헤어스타일,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연 티켓을 두장 들고 있는 모습

    배리어프리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장에서

양주혜

현재 남양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인식개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유튜브 채널 ‘시시각각’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bingo6410@gmail.com
▸ 유튜브 채널 ‘시시각각 (Ju Hye)’
▸ 인스타그램

서면 인터뷰 정리.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상세내용

이슈

진정한 의미로 예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접하고, 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작품과 활동을 선택하고, 편리한 이동 경로와 교통편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즐겁게 관람과 활동을 마친 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어떤 다양한 경로가 있을까. 그 길에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술을 향한 여정이 더욱 풍성한 의미와 즐거움으로 채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들어보았다.

① 혼자서

   |   

② 친구와 함께

   |   

③ 자녀와 함께

   |   

④ 대안학교에서

   |   

⑤ 복지관에서

함께 보고 소통하며 나누는 즐거움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 낸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남들보다 시야가 좁은 나에게 한정된 크기의 스크린과 무대는 작은 세계를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그때부터 습관처럼 여가시간에 문화예술 활동을 즐겨왔다. 감상할 때는 콘텐츠와 소통하고, 감상이 끝나면 함께 보고 들은 것을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좋아서 여전히 잘 즐기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는 제법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 문화예술 활동의 범위는 한없이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말에 영화를 보고 온 일도,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일도 모두 나에게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영화관에 가거나 색다른 체험형 전시 등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지인들과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다. 두세 달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어 더빙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러 가야 해서 조금 뒤늦게 관람했다. 또 눈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요즘은 콘서트에도 관심이 있다. 콘서트는 눈으로 보는 무대보다 귀로 듣는 음악의 비중이 더 크기도 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딱히 종류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참여 빈도가 가장 낮은 쪽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시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콘텐츠인 것 같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눈으로 감상하는 비중이 높고, 특히 미술관의 경우 사운드로 전해지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 보니 잘 찾지 않게 된다. 그래도 요즘은 도슨트 투어처럼 해설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조금씩 참여해보려고 한다.

관심사와 관람 적합성이 중요한 선택 기준

문화예술 활동은 주로 친구와 함께하는 편이다. 감상이나 참여에서 끝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타인과 함께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이동할 때는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고, 주로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어떤 문화예술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관람료에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장애인 할인을 받아서 한 달 평균 5~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간혹 혼자 보러 가기 부담되는 콘텐츠일 경우에는 내가 지인의 경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데 가장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은 관심사다. 예고편이나 홍보영상, 소개 글 등을 보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다음으로 접근성과 같은 관람 적합성을 판단하는 편이다. 사실 관심 있는 주제라면 접근성이 좋지 않아도 참여하는 편이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곤 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가장 많이 얻고 있다. 물론 비시각장애인의 기준에서 제작된 홍보물은 나에게는 큰 홍보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주로 내레이션이 들어간 리뷰 영상을 보거나 블로그 후기를 참고하여 정보를 얻는 편이다.

100점 만점에 65점, 누군가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너를 만나고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던 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어.” 지인이 문득 내게 했던 말이다. 확실히 비장애인들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우리 같은 장애 당사자들은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문화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은 100점 만점에 65점.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면서도 예매부터 이동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무엇 하나 간단하지 않기에 더 많은 ‘배리어’가 ‘프리’해지고 넘어야 할 장벽들이 낮아지기를 바라며 35점은 아껴 두었다.

원하는 형태의 정보를 자유로이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문화예술 활동에 혼자 참여하기 망설여지는 것 또한 걸림돌 중 하나다. 오롯이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만 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일의 시작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 어둠 속에 남색 조명만 비추는 공간. 높낮이가 다르게 매달린 수많은 풍선 모양의 흰색 조형물이 파란색으로 빛난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서 있다.

    강릉 아르떼뮤지엄에서의 체험형 전시 관람 중

  • 필자가 짧은 헤어스타일,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연 티켓을 두장 들고 있는 모습

    배리어프리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장에서

양주혜

현재 남양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인식개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유튜브 채널 ‘시시각각’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bingo6410@gmail.com
▸ 유튜브 채널 ‘시시각각 (Ju Hye)’
▸ 인스타그램

서면 인터뷰 정리.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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