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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예술가의 여행 레시피③ 나의 중국 연주 여행

  • 김지연 소리꾼
  • 등록일 2024-08-14
  • 조회수 172

이음광장

어릴 적부터 국내 여행을 참 많이 했다. 거의 전국 일주를 했다고 자부할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다. 성인이 되어서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단원으로 들어가면서, 해외로 연주 여행을 떠나는 일이 많아졌다. 2016년 예비단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 갔던 몽골 여행을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카네기홀 공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초청공연 등 정말 잊지 못할 연주 여행의 기억이 참 많다. 그중 올해 6월 주중한국문화원 초청으로 갔던 중국 여행에 대해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사실 올해 중국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2008년에 상하이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좋지 못한 시설 등에 실망했던 터라 기대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에 도착해 맨 처음 화장실에 들어가 보고 놀랐다. 2008년 여행 때 그냥 뛰쳐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너무나 깨끗하게 바뀐 것이다. 하기야, 화장실이 좋지 않으면 관광산업이 많이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또 놀라웠던 것은 음식이었다. 도착해서 고급진 음식점에서 코스요리를 먹었는데, 음식을 가리는 일행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모두가 대만족한 식사였다. 만찬을 끝내고 호텔에 누워 있자니, 우리 예술단이 마치 조선 시대에 청나라로 문화 시찰을 온 사절단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 전통음악을 더욱 열심히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첫 번째 공연은 베이징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였다. 이날은 나의 중국에서의 첫 사회였는데, 한국 사람이 많다고는 했지만 조금 긴장했던 것 같다. 다행히 첫 공연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범 내려온다〉 연주가 끝나고 이어진 꽹과리 상쇠와 부쇠의 짝쇠놀음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장단이 신나고, 장구 퍼포먼스와 꽹과리의 현란한 리듬이 더해져 그랬던 것 아닐까. 공연을 마치고 점심 식사도 준비해주셨는데, 중국에서 먹는 한국 급식이라 뭔가 신기했다. 늘 먹던 밥이고 늘 먹던 김치이건만, 타국에서 먹으면 왜 그리도 반가운지. 외국에 다녀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데, 나는 1년에 한 번 정도 ‘찐찐’ 애국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

그렇게 급식을 맛있게 먹고 경서학교로 이동했다. 여기서도 역시 타악 합주 〈건곤감리〉가 인기 많았다. 흔히 말하는 우리의 ‘한’의 문화라는 것이 흥에 기반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박수를 잘 안 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다 유언비어였나 보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잘한 건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중간에 중국 학생들이 공연을 했는데, 굉장히 신기한 악기가 많이 사용되었다. 새소리가 나는 귀여운 악기부터 장난감 피아노 소리가 나는 악기도 있었다. 중간중간 춤도 춘 것 같은데 대충 발소리가 착착 맞는 것을 보니 군무가 아닐까 싶었다. 저 동작 하나를 맞추기 위해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것도 참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나도 춤까지는 아니지만, 판소리를 할 때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인 발림을 하다 보니 동작 하나 손짓 하나 익히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지 정도는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두 학교에서의 공연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다음으로 국제학교인 제8경서초등학교로 이동했다. 이곳은 등록금이 매우 비싼 학교였다. 정말 아이들의 수준(?)부터 보통이 아니었다. 이날은 막내 단원이 처음으로 영어로 사회를 보았는데, 중간에 순서가 변경되었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막내의 모습이 대견하고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신기했던 건, 물론 영어자막도 있어서겠지만,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던진 “한번 잘 들어 볼까요?”라는 나의 말에 아이들이 일제히 “yes!”라고 답한 것이었다. 그 순간 굉장히 전율이 돋았고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의 상징이 호랑이라고 하던데, 〈범 내려온다〉를 부르니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학교 공연을 마치고 잠깐 쇼핑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품 아울렛 같은 곳이었다. 나는 사실 옷 쇼핑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구경만 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에서 한국에는 없는 후르츠캔디를 발견하고는 일곱 개나 샀고, 한국에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쇼핑을 마치고 간 마라샹궈 식당에서는 재료에 개구리가 있는 것을 보고 역시 중국이구나 싶었다. 개구리에 기겁했지만 다행히 먹을 일은 없었다. 그곳에서 마라샹궈에 푹 빠지게 되어 한국에서도 종종 사 먹곤 한다. 또 숙소 건물에 있는 슈퍼에서 지인들 선물로 살 것이 있나 궁금해 들렀는데 낯선 간식이 많았다. 그중 마라맛 닭발과 마라맛 육포를 샀는데 대실패였다. 너무 맵고 마라 특유의 향신료가 닭발이나 육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음날, 여유 있게 준비하고 마지막 공연 장소인 주중국한국문화원으로 이동했다. 이번 중국 공연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자 메인 공연이다. 문화원에 들어서니 당시 유행하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한류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메인 공연의 하이라이트 역시 BTS의 〈다이너마이트〉였다. 우리 예술단이 기악으로 반주하고, 중국에서 학교 다니는 한국 학생 몇몇이 함께 춤을 추었다. 정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아나운서분이 한국어로 사회를 보면서 동시에 중국어로 통역했는데 언어가 너무나 아름답게 들렸다. 공연을 마치고 너무 대단하시고 멋지다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더 멋진 일을 하는데 과찬이라며 오히려 부끄러워하셨다. 오늘 부른 〈범 내려온다〉를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니 “라오후시아샨”라고 알려줘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계속 외우면서 갔다.

연주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베이징의 명소인 자금성을 방문했다. 이번 연주 여행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관광이다. 다행히 우리 스태프 중 자금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온 분이 있어 별 어려움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자금성은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어린 나이로 황제에 즉위한 푸이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뀐 세상에서 평범한 시민 신분으로 자금성의 입장권을 끊고 들어와 자신이 즉위했던 곳을 바라보며 끝이 난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자금성의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았다.

가장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다. 베이징에 갔으면 베이징덕(북경오리)을 먹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우리도 역시나 베이징덕을 먹었다.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너무 맛있어서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나 할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드셔보시기를 추천한다.

  • 한복을 입은 필자가 무대 중앙에 서서 한 손을 들어 발림을 하며 판소리를 부르고 있다. 가야금, 해금 등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함께 있다.

    무대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는 필자

  • 필자와 동료가 함께 우산을 쓰고 손을 들어 브이자를 하고 있다. 등 뒤로 전통양식의 높은 자금성 건물이 있다.

    자금성 앞에서 동료와 함께 우산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필자

김지연

수원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했다. 원진주소리단,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정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어린 시절 『서편제』를 읽으며 소리의 길을 꿈꾸었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국악 담당 선생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웠다. 2014년 제30회 학생음협콩쿠르 금상, 제14회 진해전국국악대전 일반부 판소리 금상, 2016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국악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 2시간 30분 동안 〈흥보가〉를 완창하였고, 2023년 제1회 세계판소리페스티벌에서 20시간 릴레이 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sorisarang611@gmail.com

사진제공.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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