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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 나의 연극 활동 이야기①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배우다

  • 김정희 배우
  • 등록일 2026-09-09
  • 조회수 31

모두의시선

나는 (주변 지인 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중증장애 연극배우다. 배우 경력은 10년 남짓이고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앱으로 대사를 친다. 그래도 난 만족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극배우는 다 무명이지 않은가. 뭐, 요즘은 뮤지컬배우도 연극을 많이 하는 추세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내가 공연하고 연습할 때 겪은 에피소드를 몇 가지 풀어볼까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내가 극단 함께사는세상(이하 함세상) 작품 〈괜찬타! 정숙아〉에 캐스팅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 당시 나는 백수여서 시간이 남아돌았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던 차여서, 신나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했다. 드디어 내가 연기할 차례가 되었는데 난 그만 울고 말았다. 극 중 배역의 과거가 내 과거와 비슷한 것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시내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만큼은 부모님 손을 잡고 다니는 꼬마들,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다. 난 감격에 겨워 울어버린 것이다.

두 번째는 4·3평화인권마당극제 공연을 위해 제주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졸업여행으로 제주도에 간 이후, 나이 들고는 처음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해 무대를 본 순간 놀랐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커서 마음속으로 ‘내 가느다란 다리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었지만, 이 큰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행히 무사히 공연을 끝냈다. 나의 활동지원사가 말하길, 그렇게 감동적인 공연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참가 극단과 뒤풀이를 했는데 그날따라 20도짜리 한라산 소주가 왜 그리 달던지. 새벽까지 “언니 달료~”를 시전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세 번째는 광명마당극축제에서 있었던 일다. 광명까지는 개인 차량이나 기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기찻삯이 없어 극단 차량으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내 다리인 전동휠체어였다. 고민 끝에 내가 일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특장차를 빌리기로 했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자, 차도 구했겠다. 이제 달려~” 그렇게 극단 식구들과 같이 광명으로 향했고, 4시간 만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우와~ 크다!” 공연장은 제주도에서의 공연장보다 2배는 더 컸다. 우리는 공연안전교육을 받은 다음, 무대 세트를 설치했다. 배우들은 무대 한편에서 몸풀기와 연습을 했는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물걸레를 갖다 놓고 발을 적셔가며 해야 했다. 이렇게 첫날 공연을 잘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 두 번째 공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안산 구경하기로 했다. 먼저 시화호를 구경하고, 모여서 점심을 먹은 뒤 연습을 했다. 그날도 객석이 만석이었다. 난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몸에 힘을 빼고 연기했다. 이날은 공연 후에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로써 안산에서의 공연 스케줄을 마치고 대구로 출바아ㄹ~

“여러분~ 〈괜찬타! 정숙아〉를 보고 싶으시다면 극단 함께사는세상으로 연락주세요~”

  • 휠체어에 앉아 오른발 발가락으로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으로 타이핑하고 있는 필자의 뒷모습. 노트북 옆에는 패드에 큰 글씨가 띄워져 있다. 책상 위에는 자료와 문구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전동휠체어에 앉아 오른발 발가락으로 타이핑하고 있는 필자

  • 어두운 무대 중앙, 낮은 원형 평상 위에 자주색 조끼를 입은 인물(필자)이 앉은 자세로 주먹을 쥐고 입을 크게 벌리며 열기하고 있다. 원형 평상 주변으로 머리수건과 선글라스를 쓴 네 명의 배우가 둘러앉아 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 〈괜찬타! 정숙아〉
    사진제공. 극단 함께사는세상

김정희

김정희

올해로 자립 15년 차를 맞이한 중증 장애여성 연극배우다. 주 4일 14시간, 월 52시간 근무하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이기도 하다. 현재 대구에 소재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복지 일자리(참여형) 예술 부문 파견직으로 극단 함께사는세상이 운영하는 소극장 함세상에서 기획·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배우 경력 10년 차이고, 오른발잡이다. 출연작 〈굿,굿,굿〉 〈레스토랑 쫌〉 〈괜찬타! 정숙아〉, 연출·출연작 〈뭐 우야라꼬! 우야란 말인교?〉 〈칵테일바 피플스〉 〈혼술〉 〈모든 날이 속 쓰렸다〉 등이 있다.

사진 제공.필자, 극단 함께사는세상

2026년 9월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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