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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리뷰 정체성과 가능성을 유영하듯 감각하기

  •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 등록일 2021-11-24
  • 조회수1534

리뷰

작품 사이사이로 여러 신체가 움직인다. 계획된 것 같기도 하고 우연한 형식인 것도 같은 그런 몸짓들은 다소 비틀비틀 자연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움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한 점에서 맞닿는다. 하나의 점은 두 개의 선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율동이 둘, 셋의 물결을 만들어 전시장 곳곳을 흐른다. 점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공간을 채우면서, 우리의 시선을 여러 공간 속에 함께 흐르게 한다. 이어서 이 신체들은 바닥을 여러 선과 면으로 분할한 후, 그 분할의 선들을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며 영역을 넘나든다. 불현듯 최근 전 세계 열풍을 만들어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위 묘사는 2021년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기획전시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의 클로징 퍼포먼스로 기획된 장면에 대한 것이다. 장애 시각예술가들과 비장애 무용가들의 만남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 속에 그림을 담는다. 시각의 언어가 몸의 언어로, 촉각은 시각과 청각으로 번역되며, 시간까지 더하여져 물 흐르듯 단일 감각은 곧 다른 ‘감각’과 ‘언어’로 모양을 바꾼다. 마치 단일 감각이란 존재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확고 불변한 ‘규정’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듯이 말이다.

이 클로징 퍼포먼스는 전시의 일부이자 과정으로 존재했던 워크숍 중의 하나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워크숍 <다시/다르게>는 다른 창작 언어를 경험하고 이를 각각의 창작 언어와 결합하여 창작활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문학 텍스트 워크숍’ ‘신체 움직임 워크숍’ ‘미디어 워크숍’ ‘시각 텍스트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기계(언어), 신체-움직임(언어), 허구-소설(언어), 기호-텍스트(언어) 등의 다양한 창작 언어를 경험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미디어 워크숍은 인간의 눈이 아닌 기계 시각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시각 텍스트 워크숍은 시각예술에서 문자와 텍스트가 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 이번 전시의 퍼포먼스로 확장된 신체 움직임 워크숍은 몸의 언어와 조형 언어가 번역 또는 결합되는 과정이었다.

모든 워크숍이 흥미로웠는데, 특히 SF 소설 장르의 이해를 통해 직접 짧은 분량의 엽편소설을 작성해본 문학 텍스트 워크숍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짧은 문장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체와 사물, 감각과 인지, 나아가 장애(정체성)와 역량(가능성)이 톡톡 튀어나와 전시공간에 유영하는 듯하였다. 늦가을의 정취가 뒤로 보이는 갤러리의 창에 사이버네틱한 컬러로 컷팅된 문자-텍스트들은 현란하게 빛을 반사하면서 전시공간으로 확산되었는데, 12인 예술가의 이미지가 투영되는 듯하였다.

“주인공 우주생명체는 지구에서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지구인의 신체 비밀을 탐구하여 각 신체기관의 운용비밀을 파헤쳐 완벽한 복제를 꿈꾼다. 지구인의 몸은 그 어떤 것도 복제 할 수 없으며 모든 기관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우주이다.”

“가분수 형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전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소통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눌러 사물에 감정과 이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중지시켜 버린다.”

“캐릭터 주인공은 손잡이의 컵이다. 손잡이는 하나이지만 컵 모양이 여러 가지 들어있다.”

‘손잡이의 컵’인 주인공은 전혀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감정과 이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중지시켜, 모든 기관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우주를 형성하는. 상상의 세계! 중심과 주변이 뒤바뀌고, 주체와 타자가 전복되고, (지배적) 언어의 일방향적 폭력성이 폭파되고 모든 세포와 기관이 하나하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러한 세계와 우주는 모든 차이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이해되는 곳일 것이다. 우리의 여러 신체와 감각을 기존의 이성에서 해제하게 하는 영역, 바로 그것이 지금의 장애 예술이 보여주고 있는 지평이다.

워크숍 장면들은 탁상 위의 작은 창-세계(태블릿)에서 흘러나와 갤러리의 창을 통해 전시공간 곳곳과 창밖의 외경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각각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뒤섞이고, 관람객과 도시 풍경과도 혼합되어 녹아든다. 전시 기획자는 “나란히 함께”의 방식으로서 퍼포먼스를 포함한 워크숍과 예술가들의 구작과 신작을 병렬하여 제시했다. 12명의 예술가들의 기존 작품, 워크숍과 퍼포먼스를 통한 새로운 감각언어를 내재한 산출물들, 그리고 이를 통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작품들이 나란히 함께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품에 안고서 다가온다. 그러한 의미에서 워크숍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체이자 언어이며, 퍼포먼스는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12명의 장애 예술가는 기존의 작품과 새로운 작품들로, 그리고 워크숍 이야기를 통해 ‘12사도’와 같이 장애 예술의 복된 창작 언어를 우리에게 전파하고 있다.

456명의 참가자 중 오직 1명만 살아남는, 그 1명만이 456억 원의 상금을 독식하는 세계가 아닌 분할된 선과 영역을 비틀비틀 넘나들며 우리에게 ‘나란히 함께’의 방식인 이미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가 장애, 여성, 노동자, 난민이라고 구분하는 각각의 신체에 부여한 감각적인 그 선들. 장애‧비장애 퍼포머들은 이 분할의 선을 넘나들며 신체들을 재분할하고 재배치한다. 칸딘스키의 따스한 추상회화와 같이 바닥에 그려진 색색의 종이테이프는 아름다운 이미지의 형태로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클로징 퍼포먼스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 2021.10.14.-11.3. | JCC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12명의 기획전시로 김기정, 김문일, 김현우, 김현하, 김형수, 김환, 박성연, 서은정, 이규재, 이승윤, 이우주, 한승민 작가가 참여했다. 입주작가들의 작품에서 우연히 보이는 언어들을 발견하고, 그동안 작가들이 각자 어떤 언어화의 과정을 통해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는지 관람객 스스로 짐작해보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전시 스케치 영상 바로가기 링크

최창희

최창희

문화예술공동체를 위한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랑시에르 사유에서 예술과 노동의 문제」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론과 현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실천적 이론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예술을 통한 함께 살기에 대한 연구 및 실천적 활동 등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예술 웹진 [우주마가린] 운영위원이다.
mediaaura@hanmail.net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필자

2021년 12월 (26호)

상세내용

리뷰

작품 사이사이로 여러 신체가 움직인다. 계획된 것 같기도 하고 우연한 형식인 것도 같은 그런 몸짓들은 다소 비틀비틀 자연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움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한 점에서 맞닿는다. 하나의 점은 두 개의 선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율동이 둘, 셋의 물결을 만들어 전시장 곳곳을 흐른다. 점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공간을 채우면서, 우리의 시선을 여러 공간 속에 함께 흐르게 한다. 이어서 이 신체들은 바닥을 여러 선과 면으로 분할한 후, 그 분할의 선들을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며 영역을 넘나든다. 불현듯 최근 전 세계 열풍을 만들어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위 묘사는 2021년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기획전시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의 클로징 퍼포먼스로 기획된 장면에 대한 것이다. 장애 시각예술가들과 비장애 무용가들의 만남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 속에 그림을 담는다. 시각의 언어가 몸의 언어로, 촉각은 시각과 청각으로 번역되며, 시간까지 더하여져 물 흐르듯 단일 감각은 곧 다른 ‘감각’과 ‘언어’로 모양을 바꾼다. 마치 단일 감각이란 존재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확고 불변한 ‘규정’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듯이 말이다.

이 클로징 퍼포먼스는 전시의 일부이자 과정으로 존재했던 워크숍 중의 하나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워크숍 <다시/다르게>는 다른 창작 언어를 경험하고 이를 각각의 창작 언어와 결합하여 창작활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문학 텍스트 워크숍’ ‘신체 움직임 워크숍’ ‘미디어 워크숍’ ‘시각 텍스트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기계(언어), 신체-움직임(언어), 허구-소설(언어), 기호-텍스트(언어) 등의 다양한 창작 언어를 경험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미디어 워크숍은 인간의 눈이 아닌 기계 시각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시각 텍스트 워크숍은 시각예술에서 문자와 텍스트가 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 이번 전시의 퍼포먼스로 확장된 신체 움직임 워크숍은 몸의 언어와 조형 언어가 번역 또는 결합되는 과정이었다.

모든 워크숍이 흥미로웠는데, 특히 SF 소설 장르의 이해를 통해 직접 짧은 분량의 엽편소설을 작성해본 문학 텍스트 워크숍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짧은 문장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체와 사물, 감각과 인지, 나아가 장애(정체성)와 역량(가능성)이 톡톡 튀어나와 전시공간에 유영하는 듯하였다. 늦가을의 정취가 뒤로 보이는 갤러리의 창에 사이버네틱한 컬러로 컷팅된 문자-텍스트들은 현란하게 빛을 반사하면서 전시공간으로 확산되었는데, 12인 예술가의 이미지가 투영되는 듯하였다.

“주인공 우주생명체는 지구에서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지구인의 신체 비밀을 탐구하여 각 신체기관의 운용비밀을 파헤쳐 완벽한 복제를 꿈꾼다. 지구인의 몸은 그 어떤 것도 복제 할 수 없으며 모든 기관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우주이다.”

“가분수 형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전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소통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눌러 사물에 감정과 이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중지시켜 버린다.”

“캐릭터 주인공은 손잡이의 컵이다. 손잡이는 하나이지만 컵 모양이 여러 가지 들어있다.”

‘손잡이의 컵’인 주인공은 전혀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감정과 이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중지시켜, 모든 기관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우주를 형성하는. 상상의 세계! 중심과 주변이 뒤바뀌고, 주체와 타자가 전복되고, (지배적) 언어의 일방향적 폭력성이 폭파되고 모든 세포와 기관이 하나하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러한 세계와 우주는 모든 차이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이해되는 곳일 것이다. 우리의 여러 신체와 감각을 기존의 이성에서 해제하게 하는 영역, 바로 그것이 지금의 장애 예술이 보여주고 있는 지평이다.

워크숍 장면들은 탁상 위의 작은 창-세계(태블릿)에서 흘러나와 갤러리의 창을 통해 전시공간 곳곳과 창밖의 외경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각각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뒤섞이고, 관람객과 도시 풍경과도 혼합되어 녹아든다. 전시 기획자는 “나란히 함께”의 방식으로서 퍼포먼스를 포함한 워크숍과 예술가들의 구작과 신작을 병렬하여 제시했다. 12명의 예술가들의 기존 작품, 워크숍과 퍼포먼스를 통한 새로운 감각언어를 내재한 산출물들, 그리고 이를 통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작품들이 나란히 함께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품에 안고서 다가온다. 그러한 의미에서 워크숍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체이자 언어이며, 퍼포먼스는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12명의 장애 예술가는 기존의 작품과 새로운 작품들로, 그리고 워크숍 이야기를 통해 ‘12사도’와 같이 장애 예술의 복된 창작 언어를 우리에게 전파하고 있다.

456명의 참가자 중 오직 1명만 살아남는, 그 1명만이 456억 원의 상금을 독식하는 세계가 아닌 분할된 선과 영역을 비틀비틀 넘나들며 우리에게 ‘나란히 함께’의 방식인 이미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가 장애, 여성, 노동자, 난민이라고 구분하는 각각의 신체에 부여한 감각적인 그 선들. 장애‧비장애 퍼포머들은 이 분할의 선을 넘나들며 신체들을 재분할하고 재배치한다. 칸딘스키의 따스한 추상회화와 같이 바닥에 그려진 색색의 종이테이프는 아름다운 이미지의 형태로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클로징 퍼포먼스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 2021.10.14.-11.3. | JCC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12명의 기획전시로 김기정, 김문일, 김현우, 김현하, 김형수, 김환, 박성연, 서은정, 이규재, 이승윤, 이우주, 한승민 작가가 참여했다. 입주작가들의 작품에서 우연히 보이는 언어들을 발견하고, 그동안 작가들이 각자 어떤 언어화의 과정을 통해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는지 관람객 스스로 짐작해보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전시 스케치 영상 바로가기 링크

최창희

최창희

문화예술공동체를 위한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랑시에르 사유에서 예술과 노동의 문제」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론과 현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실천적 이론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예술을 통한 함께 살기에 대한 연구 및 실천적 활동 등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예술 웹진 [우주마가린] 운영위원이다.
mediaaura@hanmail.net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필자

2021년 12월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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