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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람 극단 애인 배우

인터뷰 왜? 내 몸을 사랑하니까!

  • 김소연 연극평론가
  • 등록일 2018-12-26
  • 조회수425

백우람.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졸업작품은 자신의 몸이 피사체가 되어 작업한 <콤플렉스>다. 주목도 받았다. 졸업 후 잠시 스튜디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장애인 국토순례에 참여하게 된다. 행사 준비모임부터 국토순례까지 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때 만난 김지수 극단 애인 대표가 극단 창단에 함께 하자고 권유한다. 연극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장애인 활동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진작업의 연장으로 극단 활동을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단원들의 연기훈련 모습을 찍고 있었는데, 연기지도를 하던 고재경 마임이스트가 카메라 놓고 와서 함께 움직여보라고 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백우람은 극단 애인 창단공연부터 빠짐없이 참여했다.

극단 애인의 주요 레퍼토리 <고도를 기다리며>는 여러 차례 공연되었는데, 각 공연에서 백우람은 에스트라공, 럭키, 블라디미르를 연기했다. 2013년 밀양연극제 젊은연출가전에 참여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상, 연출상(이연주) 그리고 포조 역의 강희철과 블라디미르 역의 백우람이 남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극단 애인은 이미 2011년 나눔연극제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공연은 번안 작업이었던 첫 번째 공연을 거쳐 다시 원작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베케트의 희곡을 그대로 공연했다는 것은 아니다. 원작은 통상 2시간이 넘는 장막희곡이지만 극단 애인의 공연은 70분 정도로 각색되었다. 희곡의 대사를 대폭 생략하는 대신 희곡이 품고 있는 ‘행동’에 집중했다.

배우들이 모두 중증장애인 혹은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이었는데 이들의 분절된 발화, 분절된 움직임, 독특한 시선과 동선은 황량한 폐허 같은 들판에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의 고독감, 절실함을 진실하게 설득해낸다. 배우들의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의 특징을 그자체로 떠올릴 틈이 없을 만큼 보석처럼 빛나는 매혹을 갖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백우람의 블라디미르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공연에서 그의 신체적 특징은 그자체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은 ‘역할’이라는 허구를 무대 위에 진실한 존재로 창조해내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수많은 공연이 오르내리지만, 이러한 강렬함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공연에서 지켜본 백우람은 배우가 역할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순간을 매번 그만의 존재감으로 만들어낸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11월 13일, 극단 애인의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의 무대에서 백우람 배우를 만났다. 소설가 김무건으로 분한 그의 주요한 연기공간인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백우람 배우에 대한 팬심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미리 밝힌다.

사진을 전공하기도 했고, 극단 애인에서도 사진을 찍다가 연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극단 창단공연부터 주인공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작업과정이나 표현수단이나 사진과 연극은 거리가 먼 장르인데, 연극 연기에 몰입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작품이 있었나.

<고도를 기다리며> 워크숍 공연에서 럭키 역을 맡았다. 럭키는 항상 몸을 숙이고 양손에 짐을 지고 다닌다. 대사도 없다. 그러다가 포조가 “생각해 이 멍청한 놈아”하면서 채찍을 휘두르면 몸을 피하면서 숙였던 몸을 펴고 말을 쏟아낸다. 공연은 아니고 리허설 중이었는데, 몸을 펴고 말을 막 쏟아내는데 그때 럭키에게 조명이 쏟아진다. 그 조명을 받으면서 대사를 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진짜 럭키가 된 것 같았다. 무대에 서 본 사람만이 아는 짜릿한 순간을 맛본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애인의 주요 레퍼토리이기도 하고 백우람에게도 각별한 작품일 것 같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첫 공연에서는 에스트라공 역이었다. 공간을 원작의 황량한 벌판에서 서울역으로 바꾸는 등 번안을 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그때는 연기라든가 역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나 백우람으로 연기했다. 재미있는 거 좋아하고, 장난치는 것 좋아하는 내 모습으로 했다. 그런데 블라디미르는 달랐다. 고도가 내일 온다고 하지만, 안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안 올 걸 알면서 기다리고 있는. 그래서 슬프고 안쓰러웠다. (여기까지 말하는 동안 백우람은 몇 번이나 말을 멈추고 긴 사이를 두었는데, 어느새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블라디미르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울컥한다. 그 작품부터 배우가 된 것 같다.

2013년 4월에 선돌극장에서 공연하고 밀양연극제에 참여했다. 밀양에서의 공연은 어땠나.

더웠다는 생각밖에 안 난다. 내가 안 그래도 땀 배우인데, 소금이 맺힐 정도로 땀이 어마어마하게 났다. 공연 중에 극장을 떠나는 관객이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밀양연극제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개인상을 받았는데 수상 소감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공연이 끝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가 소식을 듣고 다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나는 상 받은 거만한 배우다. (웃음) 상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다시 뭔가를 해야만 했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만 했 다. 내 핸드폰 화면에는 “늘 마지막처럼…”이라고 쓰여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애인에서 여러 차례 여러 각색으로 공연했다. 이 과정을 모두 이연주 연출과 작업했다.

나는 기복이 있다.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감정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솔직히 매번 똑같을 것을 반복할 수는 없다. 매번 다르다. 하지만 그런 변화로 캐릭터를 놓치면 안 된다. 이연주 연출은 그런 변화가 캐릭터를 흔드는 것이 되지 않도록 디렉션을 꼼꼼히 한다. 그리고 생활에서 욕도 많이 한다. 욕이 아니고 나 잘하라고 지적하는 거다. 감사하다.

극단 애인에서의 활동이 많지만, 외부 작업도 있다. 최근에 ‘2016 안산순례길’에서 이양구 연출과 함께했다.

안산순례길 작업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 군대에 간 오빠가 있는데 동생이 세월호에 탔다가 죽었다. 오빠 역인데, 대사 중에 내가 이 나라를 지키는데 동생은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이해는 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김소연: 어려움을 어떻게 풀었나?) 어려움을 풀었다기보다는 진심을 담으려고 했다. 우리의 작업이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외부작업은 극단 애인과 작업 과정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어려움은 없나.

일단 해본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극단 애인은 훈련과정이자 창작과정으로 글쓰기를 한다고 들었다. 그 결과물로 <삼인 삼색>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백우람 배우도 직접 대본을 썼는데, 글쓰기 경험은 어땠나.

여러 가지를 해봐야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있다. 글쓰기도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 공연하고 있는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는 작가 역인데, 그때 경험을 빌어왔다.

작가와 배우 어느 게 더 재미있나

둘 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는 배우가 좋다.

왜 배우가 좋은가.

내 몸을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면 막 보여주고 싶지 않나. 그런 것 같다. 졸업작품 <콤플렉스>가 셀프누드 작업인데, 한편으로는 사진작가로서의 작업이면서 나 자신이 내 몸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 몸을 발견했던 것 같다. 내가 연기에 몰입한 데에는 그 경험도 중요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 전에 같이 작업했던 연출가들에게 백우람이 어떤 배우인지 물었다. “감각적이다” “표현력이 좋다” “집중력이 좋다” “균형감이 있다” 등등을 이야기하더라.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연기 특징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웃음) 다른 사람들보다 신체 조건상 힘이 더 들어간다. 경직된다. 그래서 뭔가 한발 한발 더 힘겨워 보일 것 같다. 어떤 행동, 어떤 움직임이 더 절실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연기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면?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공연 대기하면서 <한숨>을 듣는다. 노래가 캐릭터와 맞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최민식 배우가 <대호>를 촬영하면서 영화 <미션>의 <넬라 판타지아>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움이 될까 했는데, 나도 도움이 크게 된다.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연출이나 배우는?

럭키.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다시 한번 나를 전율하게 했던 조명을 받아보고 싶다. 딱 누구라기보다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이연주 연출의 이야기 중에 “조명을 잘 받는 배우”라는 것도 있었다. 조명감독들도 놀랄 정도로 빛을 잘 받는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사진도 빛의 예술이다. 극단 애인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배우로 성장해왔다. 백우람에게 극단 애인은 무엇인가?

애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나를 사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늘 마지막처럼 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백우람

백우람

현 극단 애인 배우
대구예술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극단 애인 창단 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2009)로 데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들판에서> <전쟁터 산책> 외 다수 출연
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2011) 외 몇 개의 단편 영화 출연
2013 밀양공연예술제 남자연기상 수상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비평문/매체 이외의 비평의 다양한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공연사진 제공. 극단 애인

2018년 12월 (2호)

 

상세내용

백우람.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졸업작품은 자신의 몸이 피사체가 되어 작업한 <콤플렉스>다. 주목도 받았다. 졸업 후 잠시 스튜디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장애인 국토순례에 참여하게 된다. 행사 준비모임부터 국토순례까지 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때 만난 김지수 극단 애인 대표가 극단 창단에 함께 하자고 권유한다. 연극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장애인 활동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진작업의 연장으로 극단 활동을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단원들의 연기훈련 모습을 찍고 있었는데, 연기지도를 하던 고재경 마임이스트가 카메라 놓고 와서 함께 움직여보라고 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백우람은 극단 애인 창단공연부터 빠짐없이 참여했다.

극단 애인의 주요 레퍼토리 <고도를 기다리며>는 여러 차례 공연되었는데, 각 공연에서 백우람은 에스트라공, 럭키, 블라디미르를 연기했다. 2013년 밀양연극제 젊은연출가전에 참여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상, 연출상(이연주) 그리고 포조 역의 강희철과 블라디미르 역의 백우람이 남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극단 애인은 이미 2011년 나눔연극제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공연은 번안 작업이었던 첫 번째 공연을 거쳐 다시 원작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베케트의 희곡을 그대로 공연했다는 것은 아니다. 원작은 통상 2시간이 넘는 장막희곡이지만 극단 애인의 공연은 70분 정도로 각색되었다. 희곡의 대사를 대폭 생략하는 대신 희곡이 품고 있는 ‘행동’에 집중했다.

배우들이 모두 중증장애인 혹은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이었는데 이들의 분절된 발화, 분절된 움직임, 독특한 시선과 동선은 황량한 폐허 같은 들판에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의 고독감, 절실함을 진실하게 설득해낸다. 배우들의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의 특징을 그자체로 떠올릴 틈이 없을 만큼 보석처럼 빛나는 매혹을 갖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백우람의 블라디미르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공연에서 그의 신체적 특징은 그자체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은 ‘역할’이라는 허구를 무대 위에 진실한 존재로 창조해내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수많은 공연이 오르내리지만, 이러한 강렬함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공연에서 지켜본 백우람은 배우가 역할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순간을 매번 그만의 존재감으로 만들어낸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11월 13일, 극단 애인의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의 무대에서 백우람 배우를 만났다. 소설가 김무건으로 분한 그의 주요한 연기공간인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백우람 배우에 대한 팬심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미리 밝힌다.

사진을 전공하기도 했고, 극단 애인에서도 사진을 찍다가 연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극단 창단공연부터 주인공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작업과정이나 표현수단이나 사진과 연극은 거리가 먼 장르인데, 연극 연기에 몰입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작품이 있었나.

<고도를 기다리며> 워크숍 공연에서 럭키 역을 맡았다. 럭키는 항상 몸을 숙이고 양손에 짐을 지고 다닌다. 대사도 없다. 그러다가 포조가 “생각해 이 멍청한 놈아”하면서 채찍을 휘두르면 몸을 피하면서 숙였던 몸을 펴고 말을 쏟아낸다. 공연은 아니고 리허설 중이었는데, 몸을 펴고 말을 막 쏟아내는데 그때 럭키에게 조명이 쏟아진다. 그 조명을 받으면서 대사를 하는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진짜 럭키가 된 것 같았다. 무대에 서 본 사람만이 아는 짜릿한 순간을 맛본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애인의 주요 레퍼토리이기도 하고 백우람에게도 각별한 작품일 것 같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첫 공연에서는 에스트라공 역이었다. 공간을 원작의 황량한 벌판에서 서울역으로 바꾸는 등 번안을 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그때는 연기라든가 역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나 백우람으로 연기했다. 재미있는 거 좋아하고, 장난치는 것 좋아하는 내 모습으로 했다. 그런데 블라디미르는 달랐다. 고도가 내일 온다고 하지만, 안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안 올 걸 알면서 기다리고 있는. 그래서 슬프고 안쓰러웠다. (여기까지 말하는 동안 백우람은 몇 번이나 말을 멈추고 긴 사이를 두었는데, 어느새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블라디미르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울컥한다. 그 작품부터 배우가 된 것 같다.

2013년 4월에 선돌극장에서 공연하고 밀양연극제에 참여했다. 밀양에서의 공연은 어땠나.

더웠다는 생각밖에 안 난다. 내가 안 그래도 땀 배우인데, 소금이 맺힐 정도로 땀이 어마어마하게 났다. 공연 중에 극장을 떠나는 관객이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그래도 밀양연극제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개인상을 받았는데 수상 소감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공연이 끝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가 소식을 듣고 다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나는 상 받은 거만한 배우다. (웃음) 상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다시 뭔가를 해야만 했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만 했 다. 내 핸드폰 화면에는 “늘 마지막처럼…”이라고 쓰여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애인에서 여러 차례 여러 각색으로 공연했다. 이 과정을 모두 이연주 연출과 작업했다.

나는 기복이 있다.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감정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솔직히 매번 똑같을 것을 반복할 수는 없다. 매번 다르다. 하지만 그런 변화로 캐릭터를 놓치면 안 된다. 이연주 연출은 그런 변화가 캐릭터를 흔드는 것이 되지 않도록 디렉션을 꼼꼼히 한다. 그리고 생활에서 욕도 많이 한다. 욕이 아니고 나 잘하라고 지적하는 거다. 감사하다.

극단 애인에서의 활동이 많지만, 외부 작업도 있다. 최근에 ‘2016 안산순례길’에서 이양구 연출과 함께했다.

안산순례길 작업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 군대에 간 오빠가 있는데 동생이 세월호에 탔다가 죽었다. 오빠 역인데, 대사 중에 내가 이 나라를 지키는데 동생은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이해는 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김소연: 어려움을 어떻게 풀었나?) 어려움을 풀었다기보다는 진심을 담으려고 했다. 우리의 작업이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외부작업은 극단 애인과 작업 과정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어려움은 없나.

일단 해본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극단 애인은 훈련과정이자 창작과정으로 글쓰기를 한다고 들었다. 그 결과물로 <삼인 삼색>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백우람 배우도 직접 대본을 썼는데, 글쓰기 경험은 어땠나.

여러 가지를 해봐야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있다. 글쓰기도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 공연하고 있는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는 작가 역인데, 그때 경험을 빌어왔다.

작가와 배우 어느 게 더 재미있나

둘 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는 배우가 좋다.

왜 배우가 좋은가.

내 몸을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면 막 보여주고 싶지 않나. 그런 것 같다. 졸업작품 <콤플렉스>가 셀프누드 작업인데, 한편으로는 사진작가로서의 작업이면서 나 자신이 내 몸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 몸을 발견했던 것 같다. 내가 연기에 몰입한 데에는 그 경험도 중요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 전에 같이 작업했던 연출가들에게 백우람이 어떤 배우인지 물었다. “감각적이다” “표현력이 좋다” “집중력이 좋다” “균형감이 있다” 등등을 이야기하더라.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연기 특징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웃음) 다른 사람들보다 신체 조건상 힘이 더 들어간다. 경직된다. 그래서 뭔가 한발 한발 더 힘겨워 보일 것 같다. 어떤 행동, 어떤 움직임이 더 절실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연기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면?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공연 대기하면서 <한숨>을 듣는다. 노래가 캐릭터와 맞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최민식 배우가 <대호>를 촬영하면서 영화 <미션>의 <넬라 판타지아>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움이 될까 했는데, 나도 도움이 크게 된다.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연출이나 배우는?

럭키.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다시 한번 나를 전율하게 했던 조명을 받아보고 싶다. 딱 누구라기보다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이연주 연출의 이야기 중에 “조명을 잘 받는 배우”라는 것도 있었다. 조명감독들도 놀랄 정도로 빛을 잘 받는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사진도 빛의 예술이다. 극단 애인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배우로 성장해왔다. 백우람에게 극단 애인은 무엇인가?

애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나를 사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늘 마지막처럼 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백우람

백우람

현 극단 애인 배우
대구예술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극단 애인 창단 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2009)로 데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들판에서> <전쟁터 산책> 외 다수 출연
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2011) 외 몇 개의 단편 영화 출연
2013 밀양공연예술제 남자연기상 수상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비평문/매체 이외의 비평의 다양한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공연사진 제공. 극단 애인

2018년 12월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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