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장애인문화예술판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

리뷰 몸과 삶을 무대에 올리는 사람들

  • 박은영 다른몸들 활동가
  • 등록일 2023-02-01
  • 조회수507

리뷰

  • 무대 위, 뒤편에는 검은색 막이 내려져 있고, 의자가 하나 있으며, 붉은색 지팡이가 바닥에 놓여 있다. 그 앞쪽으로, 흰색 옷 위에 하늘색 앏은 천을 두른 여성 배우가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비스듬이 앉아 있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이하 <빽스치노>)는 연극 프로젝트를 위해 배우들이 모여 공연을 준비하고 장애예술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메타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와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몸짓과 호흡을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성북마을극장 관객석에 앉은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워크숍으로 모인 장애인 배우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몸풀기 운동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장애인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동작을 가르쳐주는 건 늘 비장애인 전문가이고, 장애인의 움직임은 늘 그들이 알려주는 동작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빽스치노>에서는 ‘모범 동작’과는 상관없이,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몸을 풀기 위해 배우들 각자가 취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이로써 그들은 극의 처음부터 자기 몸의 독특성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무대는 배우들의 기억과 과거에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감정으로 물들여지기도 한다. 워크숍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고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사이사이에, 배우 한명 한명의 기억 조각들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찌르고 옭아맸다. 하지만 배우들은 그 시선 너머에서, 혹은 시선의 틈바구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상실을 겪으며 순간순간의 삶을 살아왔다. 일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듯, 그들은 뚜벅뚜벅 걸어온 선명한 삶의 발자국도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C는 아이와 함께 있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이를 돌보며 아이의 눈동자에 빠져든다. B는 장애가 있으니 옷을 더 깔끔히 입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오늘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배우들은 이렇게 의연하게 걸음을 내디딜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았다. 어린 E는 혼자 남은 방에서 엄마를 부르다 잠들었고, G는 괴롭힘을 당하는 순간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 있었다. A와 D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깊은 고통에 어쩌면 영영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긴 시간 동안 때로는 의연하게 때로는 옹송그린 채, 숱한 차별 한가운데를 지나 내 앞에 당도했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나룻배가 풍랑을 만난 듯, 그들이 심하게 흔들린 순간이 나를 더 끌어당겼다. 나도 그들처럼 사실은 전혀 의연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그랬으리라. 아무리 긴 세월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 속에 살아도 그들은 거기에 무감각해지지 않으며, 아무리 오래전에 외로웠고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그들에겐 그 자국이 남아있다. 하지만 각 인물은 한자리에 얼어붙어 있던 순간으로부터 한발 한발 걸어 나와, 그들을 모욕한 사람에 대한 분노를 포함해 자신이 경험한 여러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무대를 수놓기에 이르렀다.

장애 당사자가 배우가 되어 그들의 몸과 이야기로 작품을 만드는 그 자체가 장애예술의 매력이지만, 이는 동시에 장애예술의 고민이기도 하다. 기획과 연습부터 장애인 배우들의 상황을 존중하면서 이루어지기에, 비장애인이 주를 이루는 연극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빽스치노>에는 유난히 조용한 배우가 있다. 연극 제목에도 나오는 A다. A 곁에는 늘 초코빽스치노가 담긴 컵이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제목과 포스터에 등장하는 빨대 꽂힌 플라스틱 컵을 든 남성이 처음부터 궁금하다. 하지만 공연 중반까지도 그는 별말이 없다. 그러다가 한 장면에서 워크숍에 참석한 배우들이 서로에게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연습 시간에 늦는 사람에 대한 지적이 오가고, 전국으로 공연하러 다니느라 연습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A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런 상황은 기획과 연출로 함께 하는 비장애인 스태프(주1)에게도 고민이다. 장애인 배우 개인의 개성과 상황을 존중하는 것과, 실력을 키우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일정한 제약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는 풀기 쉽지 않다. 이는 사실 장애예술만이 아니라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며 매번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풀리지 않는 딜레마를 던져놓고 제작진은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긴다. 답이 나올 리 없는 질문이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사회의 거의 모든 시스템과 일상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영역의 전문가가 되거나 성원이 되는 과정 또한 그렇다. 그래서 더 유연한 시스템과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애 당사자 역시 장애 정체성 외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싶은 경우가 많고, 또 당연히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한 분야의 전문성을 닦아 전문가가 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장애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숨겨져 있던 장애인의 삶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준비 과정에서 배우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기 위한 공연팀 전체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배우들 또한 관객에게 이야기와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들여 연습하고 표현의 방식을 숙고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들의 신체적·인지적·정신적 특성뿐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정체성 혹은 전문가가 되는 여정에 몰두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에 대해서도, 그에 걸맞은 존중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갈등을 수반하는 섬세하고 긴 논의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건 각 에피소드에서 배우들이 펼친 연기에 내가 깊이 몰입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삶 전체와 그들이 그것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아마도 때로는 고통스럽게 연습하고 고민한 모든 시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연극이 끝난 후, 나와 다른 관객들은 A와 B와 C, D와 E와 F, G와 H, 그리고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는 그들을 품고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 무대 위, 뒤편 검은색 막 가운데에 '나의 척추 삐뚤 삐뚤'이라는 글씨와 그림이 있는 흰 천이 내려져 있다. 앞쪽 바닥에는 여성 배우가 앉아 검은 테이블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고, 옆에는 갠 이불이 놓여 있다.
  • 바닥에 크레파스가 놓여 있고, 각자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두 사람. 한 사람은 발가락으로 붉은색 크레파스를 잡고 그린다.
주1. 연극에서는 이들을 ‘제3자’라고 표현했지만,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를 ‘제3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칫 장애예술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 장애에 관한 논의나 표현에서 당사자성에 얼마나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는 오랜 논쟁거리다. 당사자가 무대에 오르고 장애인의 이야기가 표현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고민과 경험은 장애 당사자를 넘어 모두의 이슈이자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특히 함께 고민하며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제3자’라는 표현을 바꿨다면 장애·비장애 경계의 복잡성을 더 깊게 사유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

장애인문화예술판 | 2022.12.7. ~ 12.10. | 성북마을극장

2022 유망예술지원사업 ‘꿈 찾기 자신당당’ 프로젝트 기획공연. 비장애인 연출가와 장애인 배우들이 연기 워크숍과 훈련 과정에서 겪었던 실제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다. 배우들 각자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에 대한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를 선보이며, 사회가 장애인을 장애인이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공연정보(링크)
장애인문화예술판 페이스북(링크)

박은영

공부하고 글 쓰는 장애여성.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온 삶을 엮은 『소란스러운 동거』를 출간했다. 비영리단체 ‘다른몸들’ 산하 모임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 5년째 다른 아픈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몸을 가진 이웃들이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함께 사는 길에 대해 수다 떨고 있다.
writedreams87@gmail.com

사진 제공. 장애인문화예술판

2023년 2월 (39호)

상세내용

리뷰

  • 무대 위, 뒤편에는 검은색 막이 내려져 있고, 의자가 하나 있으며, 붉은색 지팡이가 바닥에 놓여 있다. 그 앞쪽으로, 흰색 옷 위에 하늘색 앏은 천을 두른 여성 배우가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비스듬이 앉아 있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이하 <빽스치노>)는 연극 프로젝트를 위해 배우들이 모여 공연을 준비하고 장애예술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메타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와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몸짓과 호흡을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성북마을극장 관객석에 앉은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워크숍으로 모인 장애인 배우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몸풀기 운동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장애인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동작을 가르쳐주는 건 늘 비장애인 전문가이고, 장애인의 움직임은 늘 그들이 알려주는 동작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빽스치노>에서는 ‘모범 동작’과는 상관없이,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몸을 풀기 위해 배우들 각자가 취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이로써 그들은 극의 처음부터 자기 몸의 독특성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무대는 배우들의 기억과 과거에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감정으로 물들여지기도 한다. 워크숍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고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사이사이에, 배우 한명 한명의 기억 조각들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찌르고 옭아맸다. 하지만 배우들은 그 시선 너머에서, 혹은 시선의 틈바구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상실을 겪으며 순간순간의 삶을 살아왔다. 일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듯, 그들은 뚜벅뚜벅 걸어온 선명한 삶의 발자국도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C는 아이와 함께 있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이를 돌보며 아이의 눈동자에 빠져든다. B는 장애가 있으니 옷을 더 깔끔히 입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오늘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배우들은 이렇게 의연하게 걸음을 내디딜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았다. 어린 E는 혼자 남은 방에서 엄마를 부르다 잠들었고, G는 괴롭힘을 당하는 순간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 있었다. A와 D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깊은 고통에 어쩌면 영영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긴 시간 동안 때로는 의연하게 때로는 옹송그린 채, 숱한 차별 한가운데를 지나 내 앞에 당도했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나룻배가 풍랑을 만난 듯, 그들이 심하게 흔들린 순간이 나를 더 끌어당겼다. 나도 그들처럼 사실은 전혀 의연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그랬으리라. 아무리 긴 세월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 속에 살아도 그들은 거기에 무감각해지지 않으며, 아무리 오래전에 외로웠고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그들에겐 그 자국이 남아있다. 하지만 각 인물은 한자리에 얼어붙어 있던 순간으로부터 한발 한발 걸어 나와, 그들을 모욕한 사람에 대한 분노를 포함해 자신이 경험한 여러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무대를 수놓기에 이르렀다.

장애 당사자가 배우가 되어 그들의 몸과 이야기로 작품을 만드는 그 자체가 장애예술의 매력이지만, 이는 동시에 장애예술의 고민이기도 하다. 기획과 연습부터 장애인 배우들의 상황을 존중하면서 이루어지기에, 비장애인이 주를 이루는 연극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빽스치노>에는 유난히 조용한 배우가 있다. 연극 제목에도 나오는 A다. A 곁에는 늘 초코빽스치노가 담긴 컵이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제목과 포스터에 등장하는 빨대 꽂힌 플라스틱 컵을 든 남성이 처음부터 궁금하다. 하지만 공연 중반까지도 그는 별말이 없다. 그러다가 한 장면에서 워크숍에 참석한 배우들이 서로에게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연습 시간에 늦는 사람에 대한 지적이 오가고, 전국으로 공연하러 다니느라 연습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A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런 상황은 기획과 연출로 함께 하는 비장애인 스태프(주1)에게도 고민이다. 장애인 배우 개인의 개성과 상황을 존중하는 것과, 실력을 키우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일정한 제약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는 풀기 쉽지 않다. 이는 사실 장애예술만이 아니라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며 매번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풀리지 않는 딜레마를 던져놓고 제작진은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긴다. 답이 나올 리 없는 질문이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사회의 거의 모든 시스템과 일상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영역의 전문가가 되거나 성원이 되는 과정 또한 그렇다. 그래서 더 유연한 시스템과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애 당사자 역시 장애 정체성 외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싶은 경우가 많고, 또 당연히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한 분야의 전문성을 닦아 전문가가 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장애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숨겨져 있던 장애인의 삶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준비 과정에서 배우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기 위한 공연팀 전체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배우들 또한 관객에게 이야기와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들여 연습하고 표현의 방식을 숙고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들의 신체적·인지적·정신적 특성뿐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정체성 혹은 전문가가 되는 여정에 몰두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에 대해서도, 그에 걸맞은 존중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갈등을 수반하는 섬세하고 긴 논의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건 각 에피소드에서 배우들이 펼친 연기에 내가 깊이 몰입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삶 전체와 그들이 그것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아마도 때로는 고통스럽게 연습하고 고민한 모든 시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연극이 끝난 후, 나와 다른 관객들은 A와 B와 C, D와 E와 F, G와 H, 그리고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는 그들을 품고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 무대 위, 뒤편 검은색 막 가운데에 '나의 척추 삐뚤 삐뚤'이라는 글씨와 그림이 있는 흰 천이 내려져 있다. 앞쪽 바닥에는 여성 배우가 앉아 검은 테이블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고, 옆에는 갠 이불이 놓여 있다.
  • 바닥에 크레파스가 놓여 있고, 각자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두 사람. 한 사람은 발가락으로 붉은색 크레파스를 잡고 그린다.
주1. 연극에서는 이들을 ‘제3자’라고 표현했지만,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를 ‘제3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칫 장애예술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다. 장애에 관한 논의나 표현에서 당사자성에 얼마나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는 오랜 논쟁거리다. 당사자가 무대에 오르고 장애인의 이야기가 표현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고민과 경험은 장애 당사자를 넘어 모두의 이슈이자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특히 함께 고민하며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제3자’라는 표현을 바꿨다면 장애·비장애 경계의 복잡성을 더 깊게 사유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

가제_A는 초코빽스치노를 마신다

장애인문화예술판 | 2022.12.7. ~ 12.10. | 성북마을극장

2022 유망예술지원사업 ‘꿈 찾기 자신당당’ 프로젝트 기획공연. 비장애인 연출가와 장애인 배우들이 연기 워크숍과 훈련 과정에서 겪었던 실제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다. 배우들 각자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에 대한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를 선보이며, 사회가 장애인을 장애인이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공연정보(링크)
장애인문화예술판 페이스북(링크)

박은영

공부하고 글 쓰는 장애여성.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온 삶을 엮은 『소란스러운 동거』를 출간했다. 비영리단체 ‘다른몸들’ 산하 모임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 5년째 다른 아픈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몸을 가진 이웃들이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함께 사는 길에 대해 수다 떨고 있다.
writedreams87@gmail.com

사진 제공. 장애인문화예술판

2023년 2월 (39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