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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좌담] 일상 예술 공간으로서의 장애인 복지기관

이슈 삶과 예술, 일상과 이웃을 연결하는 문화공동체

  • 송보민·양민정·이경도·최선영 
  • 등록일 2023-02-22
  • 조회수1765

이슈

개요

  • 일시2023년 1월 31일(화) 오전 10:30

  • 장소서울 용산역 회의실(itx 1)

참석자
좌장.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패널.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팀장
양민정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팀장
이경도 소화누리 팀장
  • 이경도 소화누리 팀장, 최선영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양민정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팀장,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팀장

    (왼쪽부터) 이경도, 최선영, 양민정, 송보민

자립을 꿈꾸는 예술 일상

최선영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이고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스며드는 예술이 장애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사회와 어떠한 연결을 만들어 낼까. 단순히 예술교육을 넘어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하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시설‧기관에서 문화예술활동을 담당하고 계신 세 분과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우선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경도소화누리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여성 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시설 3개 소, 직업재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각 1개 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30명이 거주하는 생활실 팀장을 맡고 있다. 거주자분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주 업무이고, 외부와 연계해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사업을 맡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동료지원과 동료 상담 업무도 하고 있다. 소화누리는 “있는 그대로 가능한 사람 공동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정신장애 당사자 중심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이 도심을 벗어나 있거나 깊은 산속에 격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시내에 터를 잡고 있어서 대형마트나 대형서점이 인접해 있다. 거주자들이 지역에서 이런 공간을 수시로 이용하면서 주민들도 우리 기관 거주자분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재활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재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공예, 미술, 음악 같은 문화예술이 빠지지는 않는다. 공동 거주 생활에서도 벽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붙여놓는 분들도 있고, 장롱에 자기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놓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재능이 많구나’ 새삼 발견하기도 한다. 이분들이 작업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18년에 틈새미술관을 개관해 창작과 발표 등 활동 거점을 가꿔가고 있다.

양민정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영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연령층의 시각장애인을 지원한다. 본관은 봉천역 4번 출구 앞에 있고,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지원하는 ‘설리번 학습지원센터’를 종로 국립서울맹학교 근처에 운영하고 있다. 양주에 어르신 요양시설이 있고, 제조업 공장이 독산역 인근, 서비스업인 안마와 카페가 봉천, 잠실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주간보호시설도 있어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설립하고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기관장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자립하고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의 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음악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점자 악보를 제작했고, 제가 입사한 2009년부터는 음악 전공자를 직원으로 뽑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시각장애인음악센터를 설립했고, 현재 30여 명이 영유아부터 성인, 노년층까지 음악 사업을 하고 있다.
저는 음악점역팀장으로서 음악재활센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 아카데미, 성인과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로 하는 점자악보를 제작해서 학생과 전문 연주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점자악보 홈페이지에서 4개 국어로 무료 악보를 제공하고 있고, 약 20개국에서 이용하고 있다. 새롭게 만든 드리미예술단 운영도 담당하고 있는데, 서울형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특화형으로 채용한다. 시각장애인과 시각·발달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외부 지원사업을 통해 공연 활동을 하면 공연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설리번 학습지원센터의 경우에도 중복장애를 가진 아동 비중이 높다. 초등학생의 경우 33명 중 25명일 정도다. 이밖에도 2011년에 창단한 시각장애인 전문 국악연주자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보민강남장애인복지관은 2009년 3월에 개관했는데, 제가 그해 2월에 입사했다. 설립 초기 막내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팀장이다. 그 사이에 법인이 한번 바뀌었고,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복지관은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데, 이곳으로부터 한 블록 이내에 장애인복지관, 종합복지관,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복지 인프라가 모여 있다. 복지관 뒤에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러한 지역적 맥락 속에서 문화예술로 접근하자는 방향을 잡고 장애인복지관 최초로 ‘문화예술특화복지관’을 모토로 정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예술가들에게 공간도 대관해주고 함께 논의하며 매니저 역할을 많이 했다. 복지관은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는데, 거기에 맞추다 보면 복지로 중심이 치우치고 예술을 놓게 된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식이 복지관 안에서도 일어나면서 예술가를 육성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그때 생긴 게 멘토링 클래스다. 미술, 공연에 재능 있는 이들에게 일대일 수업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장애아동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있고 재능을 보이는 발달장애 아동들도 조금씩 눈에 띄어 이들을 꾸준히 지도해보고자 청소년 재능육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스페셜한 1%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장애인들과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굉장히 출석률도 좋고 스스로 똘똘 뭉쳐서 과제를 한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모니카나 기타 수업을 몇 년간 받다 보면 본인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계속 활동하신다. 우리는 그런 활동에 지지자 역할을 해주는 거다. 지역주민들이 축제 같은 행사를 진행할 때면 동아리에서 한 부스를 담당해주기도 한다.

예술로 관계 맺고 소통하기

최선영기관마다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욕구 중심도 있고, 재활이나 자립에 더 초점을 맞추거나, 재능을 육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평생교육, 권리 측면의 활동도 하는 것 같다. 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도 중요하고, 기관마다 공간의 역할을 해석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계기로 문화예술활동을 중심에 놓게 되었나?

이경도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의 특성이 장시간 집중할 수 없어서 단순 노무 특히 청소일에 많이 취업한다. 거주자 중에는 미대를 나온 사람도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분들이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고민하던 시점에 마침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다. 저희는 ‘여성 정신장애인의 미술적 재능을 활용한 자립기반 형성사업 - 디자인을 Job다’로 제안했고, 우리 요양시설 거주자뿐 아니라 광주 지역 여성 정신장애인으로 대상을 넓혔다. 그렇게 해서 16명을 뽑았고, 제일 먼저 미술 재료를 비치해 놓고 아무 때나 와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다음 해인 2018년에 ‘틈새미술관’을 열고 그분들의 작품을 걸 수 있도록 했다.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면 아트 상품으로 제작하고 판매해 수입을 얻게 하자는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다. 도슨트로 참여해 관람객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월급을 받는 식으로 자립을 지원했다. 예술가들이 함께하며 코칭을 해주기도 한다.
저희는 창작자들을 아르브뤼 작가라고 표현하는데, 대부분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웠다기보다는 아크릴을 캔버스에 쏟아봤더니 무언가가 되더라는 사람도 있고, 낙서하듯 한 작업에서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22 싱가포르 비엔날레’에 참여해 작품을 전시 중이다. 단순 수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창작자들의 변화가 많이 보였다. 항상 은둔생활만 하다가 외출도 하고, 이제 매일 어딘가로 나가면서 대화도 늘고 단절되었던 이들에게 연락할 용기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모임이 끈끈해진 것도 큰 변화다. 자신이 힘들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돈독한 관계가 생겼다. 광주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광양에서 매주 오는 분도 있을 정도다.

양민정시각장애인의 직업은 거의 안마에 국한되어 있다. 우리 기관은 재능을 살려 직업도 늘리고 자립하자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장애 수용도 중요한 이유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칩거하다가 장애를 수용하고 사회로 나오는 데 음악적으로 다가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편안하게 느끼는 거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 중에도 몇 년 만에 나왔다고 하는 분들이 많고, 이분들에게 음악도 한다고 하면 약간 관심을 보인다. 세 번째 목적은 전문가 양성이다. 제가 설리번 학습지원센터에 있으면서 오해했던 게 있다. 부모 또는 보호자가 비시각장애인인 경우, 시각장애인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각장애 어린이가 단지 필요할 때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인데 발달장애라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이런 아이들은 음악교육을 통해 소근육도 발달하고 점자도 익히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 음악프로그램이 1:1로 이루어지다 보니 음악전문강사의 심화교육을 통해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저희가 다루는 음악은 장르도 다양하고 범위도 넓다. 국악은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관심이 많고 좋아하고, 판소리나 소리북으로 대학에 간 이들도 많다. 클래식의 경우 바이올린으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 실용음악도 한다.

송보민우리 기관은 설립 초기부터 문화 향유가 시작되어야 욕구가 나오고, 그 욕구에 맞춰서 교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단계적인 변화를 그렸다. 그래서 문화 향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도 장애아동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피아노 수업, 태권도, 미술,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전문적인 수업도 하고, 재능 있는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 클래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모집하고 발굴하는 것도 어려웠다. 재능 있는 분들이 복지관을 믿고 찾아오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한 해 한 해 활발해지고 있다. 전시할 때도 장애예술가와 비장애예술가가 일대일로 멘토링 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니 공동작업과 협업도 일어나고, 장애예술가 음악 전시 같은 기획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연결되면서 소문이 났고, 전국에서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문을 두드린다. 보통 매년 3월에 작가 공모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주민과도 미술 활동이나 손뜨개, 생활체육 같은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문화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으로 비롯된 콘텐츠를 활용한 ‘액티브아트 컴퍼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외부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업까지 연결한다.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곳, 이웃과 연결되는 곳

최선영문화복지가 공간을 중심으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복지 서비스도 평생학습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 같다. 산발적이고 일시적으로 외부 상황에 이끌려 움직이기보다는 중심을 가지고 가는 좋은 토대를 가지고 계신다. 문화예술 활동과 연계해서 참여자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인식했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송보민우리 기관은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인근에 사는 분들이 많다. 기관 미션이 장애인 누구나 차별 없는 문화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고, 핵심 키워드가 ‘아트 포 에브리원(Art for Everyone)’이다. 우리가 전문적인 문화예술교육도 하지만, 누구나 복지관에 와서 재미있는 하루를 지내고 갔으면 좋겠다는 속뜻이 있다. 아파트에 사는 한 분을 예로 들면, 아침에 일어나면 복지관에 와서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운동 후에는 인근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우리 복지관에 와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담소를 나눈다. 그 후에 우리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귀가하는 하루의 루틴을 보낸다. 그분들에게 복지관 공간이 주는 의미는 ‘하루의 일상’이다. 이 안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다. 공간이 협소하지만, 곳곳에 전시물이나 아트상품을 꾸밀 수 있게 경사로에 조명도 설치했다. 2층에는 아이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상시로 전시할 수 있는 액티브아트 갤러리 공간이 있다. 그래서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접할 수 있다. 또 매월 한 번씩 무료 공연도 열고 있다. 복지관에 가면 재미있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선영그 한 분의 삶이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예술과 일상이 연결되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경도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어 외부인이 오기 쉽지 않았지만, 미술 활동에 꾸준히 참석하셨던 분들은 이 공간 자체가 재미있고 편안하고 위로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멀리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2시간을 걸려 이곳에 오는 분들도 있다. 이 공간이 자신의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화누리에 거주하는 분들도 틈새미술관은 멋진 작가들이 활동하고 멋진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신다. 우리 시설 안에는 휴게공간이 없어서 틈새미술관에 커피머신도 들여놓고 휴식처로 이용하게 하고 있다. 지금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 2017년부터 꾸준히 참여하면서 관계를 잘 맺어오다 보니 자신들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 같다.

양민정우리는 공간이 여러 곳에 분리되어 있어서 공간마다 의미가 다르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꿈을 이루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1년 동안 열심히 배워 음악회도 하고 친구와 지인을 초청해 음악회를 연다는 꿈의 실현이 있다. 봉천동에도 연습실이 부족해서 계속 증축하고 있다. 공간이 넓어지면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더 많이 생겨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연습도 하고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교류하는 등 여가생활도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곳이 되어주었다. 2021년에는 효명아트홀을 개관했다. 약 9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연장으로 만들어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다. 2021년에 드리미예술단 첫 정기연주회를 이곳에서 열었는데, 나만을 위한 공연장이 생겼다고 정말 좋아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는 장소인 것 같다.

최선영지역주민이나 비장애인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인식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송보민우리 기관이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해서 주변이 계속 개발되고 새로 아파트가 들어선다. 근처에 밀알특수학교도 있어서 학부모들이 이사 온다. 가끔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냐는 문의도 들어오지만 아직은 오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비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해봤다. 복지관은 공간이 협소해서 옆에 있는 놀이터 공원을 활용하여 놀이공원으로 꾸미고 딱지치기부터 술래잡기, 얼음땡 같은 놀이도 하고, 마라카스 악기 만들기를 해서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그날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장애인복지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물어볼까 엄청 고민했었다. 결론은 그냥 가보자는 거였다. 아직 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인식이 서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이 지역사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자고 생각했는데, “알아요”라고 대답하더라. 우리가 장애 아동과 외부에 나가 사회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의아하게 쳐다보는 비장애 아동들이 있다. 그러면 제가 다가가서 “선생님은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인데 저 친구가 발달장애가 있어요”라고 말하면 이해한다. 10년 전만 해도 굉장히 움츠러들면서 사업을 했는데, 사람들의 장애인식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양민정우리 복지관은 봉천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많은 사람이 그 앞을 오가는데도 잘 모른다. 1층에 시각장애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카페와 시각장애 안마사가 근무하는 안마센터가 있다. 안마센터라고 하면 많이들 알지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잘 모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복지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봉천역 4번 출구 앞에 항상 뻐꾸기 소리를 틀어놓는데, 어떤 사람들은 뻐꾸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매년 바자회를 했고 1년에 한두 번 동네를 돌며 홍보하는 데도 인식은 잘 안된다. 2019년에 처음으로 시각장애 연주자와 비장애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며 거리 행진을 한 적이 있는데, 효과가 좋았다. 2022년 말에 바자회를 다시 열었을 때는 일부러 유치원 아이들을 초대하여 장애인식 체험도 하고 공연도 봤다. 이날 지역주민도 많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열리는 거라 좀 더 유심히 보셨던 것 같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즐기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런 행사도 열고 지역 행사에도 참여하고 복지관 앞에 무인도서관도 운영하며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장애인 관련한 이슈가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두는 것이 아쉽다.

이경도우리 작가 중 한 분이 자신의 정신장애 발병에 관한 그림을 시리즈처럼 만들었다. 어떻게 정신장애가 발병했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자조모임을 하고 치료받았던 이야기, 그리고 재발하고 완치되었던 이야기. 재발했을 때는 머리에서 나무처럼 무언가가 자라고, 완치되었을 때는 표정이 좋았던, 그런 마음을 투영해서 작품화했다. 전시회에서 이 그림을 본 지역주민이 쉽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지역주민이 틈새미술관에 자주 왔는데, 작가들의 아트상품을 보고 신기해하고 정신장애 아티스트들이 만든 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장애인식개선 일환으로 홍보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예술 자체가 지역주민과 연결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선영
  • 이경도
  • 송보민
  • 양민정

적극적인 연결과 연대를 꿈꾸며

최선영복지관이 장애인의 일상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활동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는데, 그동안 느꼈던 아쉬움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 것 같다.

송보민사실 예산과 공간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초빙하고, 활동할 공간이 없는 아티스트에게 공간을 제공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기관에서 아티스트를 육성해보자고 했는데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창고를 개보수해서 창작소라는 조그만 공간을 마련했다. 지금은 미술 작가들이 활용하고 있고, 도예 프로그램도 활발히 하고 있다. 자원이 쌓이면서 재미있고 다양한 접근을 많이 시도하지만 예산 문제로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고 아쉽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홍보다. 장애인 관련 이야기가 매스컴에서 한번 뜨면 굉장히 이슈가 되지만 또 금방 사그라든다. 드라마에 정은혜 작가가 출연해 관심이 집중되고 대통령 집무실에 우리 기관 작가의 작품이 걸려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예술가의 길은 끝이 없는데 예산, 공간, 지속적인 관심, 홍보 등이 다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일대일 멘토링 사업에 비장애 작가가 참여할 때 적합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상황과 조건에 맞게 매칭하기도 쉽지 않다. 멘토링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자문받고 싶어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고민이다. 멘토링 참여자들이 계속 피드백을 받고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은데 어느 정도 가다 보면 벽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장애 아티스트가 문화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인식으로 많이 나아가면 좋겠다.

최선영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원하는 지점인 것 같다. 관심이 있어야 예산도 편성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고 응원하면서 전시에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바탕이 없이 복지시스템만 고도화될 경우 외로운 개별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경도처음에는 문화예술 쪽에 지인이 전혀 없었다. 자문받고 싶고 정말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곳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아트상품을 제작할 때도 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도 찾아보고 잘 만들고 싶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업체를 찾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우리 작가들을 잘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홍보 방법이 있을까, TV에 나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우리 작가 중 한 분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모자이크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데, 서울에서 전시하고 해외에서 전시해도 지역 일간지에서만 다뤄준다.

양민정저도 두 분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직원들이 음악 전문가이기 때문에 음악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데는 좀 더 수월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이다. 외부 전문가분들이 적은 예산으로도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한두 번 부탁드리고 나면 죄송해서 계속 연락할 수가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회차가 필요하고, 전문가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갈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것을 조정할 여지가 없는 거다. 또 복지 분야의 강사비나 자문회의비 등 세부 요건이 문화예술 쪽과 맞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 되니 시도해보기가 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예술적 성장은 거기서 멈추게 되는데, 사실 그냥 멈추는 게 아니라 퇴화하는 거다. 홍보와도 연결되고 예산도 문제이지만, 그런 인연들을 끌고 가기에는 구조적 어려움이 많다.

최선영프로그램 중심의 사업비로 예산이 지원되다 보니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나 전문성을 갖춘 분들과 지속해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계시는데, 올해 또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가.

송보민재능있는 아동들을 위한 일대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는 하모니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이제 막 7명이 조그만 앙상블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전문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지 않겠지만, 올해 장애인의날 행사나 내년 복지관 15주년 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또 하나는 작가들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토크쇼 방식으로 장애인식 개선사업을 꾸려보고 싶다. 최근에 근처 여자고등학교에서 ‘픽셀 킴’으로 활동하는 김현우 작가가 인터뷰 형식으로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경청하며 질문을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작가도 좋아하며 답변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이경도우리도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유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전시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인지도 높은 지역 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광주시나 광주문화재단 등에 문을 두드려보려 한다. 틈새미술관에 다녔던 분들만 계속 나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곳에 가면 놀거리가 있고 볼거리가 있네, 가고 싶다’ 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2018년부터 매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틈새미술관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2021년에는 예산이 없어서 쉬었다. 올해는 관심과 참여도 높이고 과정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복지관도 가보고 좀 더 다양하게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사실 사회복지기관에는 업무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송보민이런 연결고리와 네트워크가 중요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복지관에서 다른 기관과 뭔가를 함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문화예술단체와 작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래서 많은 문화예술단체가 먼저 다가와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양민정작년에 드리미예술단 단원 중 한 분이 혼자 가사를 써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너무 좋았다. 40대이고 탈시설 하면서 우리 복지관에 오셨는데, 이곳에 오지 않으면 노모와 집에 있어야 하니 답답한 상황에서 복지관이 굉장한 탈출구였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한 근로지원인들이 그분의 음악을 함께 완성해보겠다고 한다. 내년에는 시각장애·발달장애 중복장애를 가진 단원들과 자작곡을 만들어 대회도 나가보고 싶다. 또 시각장애연주자들과 비장애인이 협연하는 기회를 온·오프라인으로 마련하고 싶고,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활발해진 온라인 공연활동을 해외로 확장하고 싶다.

최선영웹진 [이음]은 다양한 예술적 실천과 예술인의 시도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같이 협업할 파트너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생생한 경험과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문화예술지원팀장으로 일했고, 올해부터 가족문화팀장으로 문화동아리, 예술교육, 연계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 강남장애인복지관은 2009년 장애인의 능동적인 참여 확대와 활동을 지원하고자 국내 최초의 장애인문화예술특화복지관으로 개관하여 ‘장애인 문화예술의 시작’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액티브아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특화기획, 문화예술특화교육, 액티브아트컴퍼니을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티스트와 지역주민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activeart01@daum.net
▸ 강남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링크)

양민정

음악재활부 음악점역팀 팀장이고, 점자악보 제작사업, 음악재활아카데미, 나눔연주 사업, 드리미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전 연령대의 시각장애인에게 음악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 수용을 넘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당사자 중심,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도전하고 변화하는 복지관을 목표로 1999년 개관했다. 장애인식개선과 직업개발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예술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음악재활센터를 운영하며 점자악보 제작 및 보급, 음악재활 아카데미, 나눔연주사업을 한다. 또한 점자악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음악점역팀에서 만든 음악 콘텐츠를 4개 국어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2011년에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을 창단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musicbraille@gmail.com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링크)
▸ 점자악보 홈페이지(링크)

이경도

정신건강 사회복지사이고, 문화예술사업을 담당하며 아르브뤼 작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 소화누리는 여성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여성정신장애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미술적 재능을 활용해 자립할 수 있도록 미술교육을 운영해왔다. 2017년에 공모전 ‘틈새누리’를 통해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여성 정신·발달장애인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2018년 틈새미술관을 개관하고 ‘틈새미술 공모전’으로 이름을 바꾸어 매년 선정 작가를 지원하고, 아트상품을 제작 판매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sohwanuri@hanmail.net
▸ 소화누리 홈페이지(링크)
▸ 틈새미술관 홈페이지(링크)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2007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개별성 중심의 활동을 기획 및 연구하고 있다.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2021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 2022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에 참여했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제작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3년 3월 (40호)

상세내용

이슈

개요

  • 일시2023년 1월 31일(화) 오전 10:30

  • 장소서울 용산역 회의실(itx 1)

참석자
좌장.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패널.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팀장
양민정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팀장
이경도 소화누리 팀장
  • 이경도 소화누리 팀장, 최선영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양민정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음악점역팀장,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팀장

    (왼쪽부터) 이경도, 최선영, 양민정, 송보민

자립을 꿈꾸는 예술 일상

최선영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이고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스며드는 예술이 장애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사회와 어떠한 연결을 만들어 낼까. 단순히 예술교육을 넘어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하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시설‧기관에서 문화예술활동을 담당하고 계신 세 분과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우선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경도소화누리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여성 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시설 3개 소, 직업재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각 1개 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30명이 거주하는 생활실 팀장을 맡고 있다. 거주자분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주 업무이고, 외부와 연계해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사업을 맡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동료지원과 동료 상담 업무도 하고 있다. 소화누리는 “있는 그대로 가능한 사람 공동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정신장애 당사자 중심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이 도심을 벗어나 있거나 깊은 산속에 격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시내에 터를 잡고 있어서 대형마트나 대형서점이 인접해 있다. 거주자들이 지역에서 이런 공간을 수시로 이용하면서 주민들도 우리 기관 거주자분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재활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재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공예, 미술, 음악 같은 문화예술이 빠지지는 않는다. 공동 거주 생활에서도 벽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붙여놓는 분들도 있고, 장롱에 자기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놓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재능이 많구나’ 새삼 발견하기도 한다. 이분들이 작업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18년에 틈새미술관을 개관해 창작과 발표 등 활동 거점을 가꿔가고 있다.

양민정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영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연령층의 시각장애인을 지원한다. 본관은 봉천역 4번 출구 앞에 있고,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지원하는 ‘설리번 학습지원센터’를 종로 국립서울맹학교 근처에 운영하고 있다. 양주에 어르신 요양시설이 있고, 제조업 공장이 독산역 인근, 서비스업인 안마와 카페가 봉천, 잠실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주간보호시설도 있어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설립하고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기관장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자립하고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의 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음악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점자 악보를 제작했고, 제가 입사한 2009년부터는 음악 전공자를 직원으로 뽑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시각장애인음악센터를 설립했고, 현재 30여 명이 영유아부터 성인, 노년층까지 음악 사업을 하고 있다.
저는 음악점역팀장으로서 음악재활센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 아카데미, 성인과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로 하는 점자악보를 제작해서 학생과 전문 연주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점자악보 홈페이지에서 4개 국어로 무료 악보를 제공하고 있고, 약 20개국에서 이용하고 있다. 새롭게 만든 드리미예술단 운영도 담당하고 있는데, 서울형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특화형으로 채용한다. 시각장애인과 시각·발달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외부 지원사업을 통해 공연 활동을 하면 공연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설리번 학습지원센터의 경우에도 중복장애를 가진 아동 비중이 높다. 초등학생의 경우 33명 중 25명일 정도다. 이밖에도 2011년에 창단한 시각장애인 전문 국악연주자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보민강남장애인복지관은 2009년 3월에 개관했는데, 제가 그해 2월에 입사했다. 설립 초기 막내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팀장이다. 그 사이에 법인이 한번 바뀌었고,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복지관은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데, 이곳으로부터 한 블록 이내에 장애인복지관, 종합복지관,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복지 인프라가 모여 있다. 복지관 뒤에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러한 지역적 맥락 속에서 문화예술로 접근하자는 방향을 잡고 장애인복지관 최초로 ‘문화예술특화복지관’을 모토로 정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예술가들에게 공간도 대관해주고 함께 논의하며 매니저 역할을 많이 했다. 복지관은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는데, 거기에 맞추다 보면 복지로 중심이 치우치고 예술을 놓게 된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식이 복지관 안에서도 일어나면서 예술가를 육성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그때 생긴 게 멘토링 클래스다. 미술, 공연에 재능 있는 이들에게 일대일 수업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장애아동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있고 재능을 보이는 발달장애 아동들도 조금씩 눈에 띄어 이들을 꾸준히 지도해보고자 청소년 재능육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스페셜한 1%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장애인들과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굉장히 출석률도 좋고 스스로 똘똘 뭉쳐서 과제를 한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모니카나 기타 수업을 몇 년간 받다 보면 본인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계속 활동하신다. 우리는 그런 활동에 지지자 역할을 해주는 거다. 지역주민들이 축제 같은 행사를 진행할 때면 동아리에서 한 부스를 담당해주기도 한다.

예술로 관계 맺고 소통하기

최선영기관마다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욕구 중심도 있고, 재활이나 자립에 더 초점을 맞추거나, 재능을 육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평생교육, 권리 측면의 활동도 하는 것 같다. 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도 중요하고, 기관마다 공간의 역할을 해석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계기로 문화예술활동을 중심에 놓게 되었나?

이경도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의 특성이 장시간 집중할 수 없어서 단순 노무 특히 청소일에 많이 취업한다. 거주자 중에는 미대를 나온 사람도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분들이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고민하던 시점에 마침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다. 저희는 ‘여성 정신장애인의 미술적 재능을 활용한 자립기반 형성사업 - 디자인을 Job다’로 제안했고, 우리 요양시설 거주자뿐 아니라 광주 지역 여성 정신장애인으로 대상을 넓혔다. 그렇게 해서 16명을 뽑았고, 제일 먼저 미술 재료를 비치해 놓고 아무 때나 와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다음 해인 2018년에 ‘틈새미술관’을 열고 그분들의 작품을 걸 수 있도록 했다.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면 아트 상품으로 제작하고 판매해 수입을 얻게 하자는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다. 도슨트로 참여해 관람객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월급을 받는 식으로 자립을 지원했다. 예술가들이 함께하며 코칭을 해주기도 한다.
저희는 창작자들을 아르브뤼 작가라고 표현하는데, 대부분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웠다기보다는 아크릴을 캔버스에 쏟아봤더니 무언가가 되더라는 사람도 있고, 낙서하듯 한 작업에서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22 싱가포르 비엔날레’에 참여해 작품을 전시 중이다. 단순 수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창작자들의 변화가 많이 보였다. 항상 은둔생활만 하다가 외출도 하고, 이제 매일 어딘가로 나가면서 대화도 늘고 단절되었던 이들에게 연락할 용기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모임이 끈끈해진 것도 큰 변화다. 자신이 힘들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돈독한 관계가 생겼다. 광주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광양에서 매주 오는 분도 있을 정도다.

양민정시각장애인의 직업은 거의 안마에 국한되어 있다. 우리 기관은 재능을 살려 직업도 늘리고 자립하자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장애 수용도 중요한 이유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칩거하다가 장애를 수용하고 사회로 나오는 데 음악적으로 다가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편안하게 느끼는 거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 중에도 몇 년 만에 나왔다고 하는 분들이 많고, 이분들에게 음악도 한다고 하면 약간 관심을 보인다. 세 번째 목적은 전문가 양성이다. 제가 설리번 학습지원센터에 있으면서 오해했던 게 있다. 부모 또는 보호자가 비시각장애인인 경우, 시각장애인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각장애 어린이가 단지 필요할 때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인데 발달장애라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이런 아이들은 음악교육을 통해 소근육도 발달하고 점자도 익히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 음악프로그램이 1:1로 이루어지다 보니 음악전문강사의 심화교육을 통해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저희가 다루는 음악은 장르도 다양하고 범위도 넓다. 국악은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관심이 많고 좋아하고, 판소리나 소리북으로 대학에 간 이들도 많다. 클래식의 경우 바이올린으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 실용음악도 한다.

송보민우리 기관은 설립 초기부터 문화 향유가 시작되어야 욕구가 나오고, 그 욕구에 맞춰서 교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단계적인 변화를 그렸다. 그래서 문화 향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도 장애아동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피아노 수업, 태권도, 미술,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전문적인 수업도 하고, 재능 있는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 클래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모집하고 발굴하는 것도 어려웠다. 재능 있는 분들이 복지관을 믿고 찾아오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한 해 한 해 활발해지고 있다. 전시할 때도 장애예술가와 비장애예술가가 일대일로 멘토링 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니 공동작업과 협업도 일어나고, 장애예술가 음악 전시 같은 기획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연결되면서 소문이 났고, 전국에서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문을 두드린다. 보통 매년 3월에 작가 공모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주민과도 미술 활동이나 손뜨개, 생활체육 같은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문화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으로 비롯된 콘텐츠를 활용한 ‘액티브아트 컴퍼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외부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업까지 연결한다.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곳, 이웃과 연결되는 곳

최선영문화복지가 공간을 중심으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복지 서비스도 평생학습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 같다. 산발적이고 일시적으로 외부 상황에 이끌려 움직이기보다는 중심을 가지고 가는 좋은 토대를 가지고 계신다. 문화예술 활동과 연계해서 참여자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인식했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송보민우리 기관은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인근에 사는 분들이 많다. 기관 미션이 장애인 누구나 차별 없는 문화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고, 핵심 키워드가 ‘아트 포 에브리원(Art for Everyone)’이다. 우리가 전문적인 문화예술교육도 하지만, 누구나 복지관에 와서 재미있는 하루를 지내고 갔으면 좋겠다는 속뜻이 있다. 아파트에 사는 한 분을 예로 들면, 아침에 일어나면 복지관에 와서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운동 후에는 인근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우리 복지관에 와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담소를 나눈다. 그 후에 우리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귀가하는 하루의 루틴을 보낸다. 그분들에게 복지관 공간이 주는 의미는 ‘하루의 일상’이다. 이 안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다. 공간이 협소하지만, 곳곳에 전시물이나 아트상품을 꾸밀 수 있게 경사로에 조명도 설치했다. 2층에는 아이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상시로 전시할 수 있는 액티브아트 갤러리 공간이 있다. 그래서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접할 수 있다. 또 매월 한 번씩 무료 공연도 열고 있다. 복지관에 가면 재미있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선영그 한 분의 삶이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예술과 일상이 연결되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경도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어 외부인이 오기 쉽지 않았지만, 미술 활동에 꾸준히 참석하셨던 분들은 이 공간 자체가 재미있고 편안하고 위로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멀리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2시간을 걸려 이곳에 오는 분들도 있다. 이 공간이 자신의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화누리에 거주하는 분들도 틈새미술관은 멋진 작가들이 활동하고 멋진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신다. 우리 시설 안에는 휴게공간이 없어서 틈새미술관에 커피머신도 들여놓고 휴식처로 이용하게 하고 있다. 지금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 2017년부터 꾸준히 참여하면서 관계를 잘 맺어오다 보니 자신들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 같다.

양민정우리는 공간이 여러 곳에 분리되어 있어서 공간마다 의미가 다르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꿈을 이루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1년 동안 열심히 배워 음악회도 하고 친구와 지인을 초청해 음악회를 연다는 꿈의 실현이 있다. 봉천동에도 연습실이 부족해서 계속 증축하고 있다. 공간이 넓어지면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더 많이 생겨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연습도 하고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교류하는 등 여가생활도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곳이 되어주었다. 2021년에는 효명아트홀을 개관했다. 약 9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연장으로 만들어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다. 2021년에 드리미예술단 첫 정기연주회를 이곳에서 열었는데, 나만을 위한 공연장이 생겼다고 정말 좋아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는 장소인 것 같다.

최선영지역주민이나 비장애인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인식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송보민우리 기관이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해서 주변이 계속 개발되고 새로 아파트가 들어선다. 근처에 밀알특수학교도 있어서 학부모들이 이사 온다. 가끔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냐는 문의도 들어오지만 아직은 오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비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해봤다. 복지관은 공간이 협소해서 옆에 있는 놀이터 공원을 활용하여 놀이공원으로 꾸미고 딱지치기부터 술래잡기, 얼음땡 같은 놀이도 하고, 마라카스 악기 만들기를 해서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그날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장애인복지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물어볼까 엄청 고민했었다. 결론은 그냥 가보자는 거였다. 아직 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인식이 서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이 지역사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자고 생각했는데, “알아요”라고 대답하더라. 우리가 장애 아동과 외부에 나가 사회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의아하게 쳐다보는 비장애 아동들이 있다. 그러면 제가 다가가서 “선생님은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인데 저 친구가 발달장애가 있어요”라고 말하면 이해한다. 10년 전만 해도 굉장히 움츠러들면서 사업을 했는데, 사람들의 장애인식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양민정우리 복지관은 봉천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많은 사람이 그 앞을 오가는데도 잘 모른다. 1층에 시각장애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카페와 시각장애 안마사가 근무하는 안마센터가 있다. 안마센터라고 하면 많이들 알지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잘 모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복지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봉천역 4번 출구 앞에 항상 뻐꾸기 소리를 틀어놓는데, 어떤 사람들은 뻐꾸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매년 바자회를 했고 1년에 한두 번 동네를 돌며 홍보하는 데도 인식은 잘 안된다. 2019년에 처음으로 시각장애 연주자와 비장애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며 거리 행진을 한 적이 있는데, 효과가 좋았다. 2022년 말에 바자회를 다시 열었을 때는 일부러 유치원 아이들을 초대하여 장애인식 체험도 하고 공연도 봤다. 이날 지역주민도 많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열리는 거라 좀 더 유심히 보셨던 것 같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즐기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런 행사도 열고 지역 행사에도 참여하고 복지관 앞에 무인도서관도 운영하며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장애인 관련한 이슈가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두는 것이 아쉽다.

이경도우리 작가 중 한 분이 자신의 정신장애 발병에 관한 그림을 시리즈처럼 만들었다. 어떻게 정신장애가 발병했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자조모임을 하고 치료받았던 이야기, 그리고 재발하고 완치되었던 이야기. 재발했을 때는 머리에서 나무처럼 무언가가 자라고, 완치되었을 때는 표정이 좋았던, 그런 마음을 투영해서 작품화했다. 전시회에서 이 그림을 본 지역주민이 쉽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지역주민이 틈새미술관에 자주 왔는데, 작가들의 아트상품을 보고 신기해하고 정신장애 아티스트들이 만든 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장애인식개선 일환으로 홍보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예술 자체가 지역주민과 연결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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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연결과 연대를 꿈꾸며

최선영복지관이 장애인의 일상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활동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는데, 그동안 느꼈던 아쉬움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 것 같다.

송보민사실 예산과 공간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초빙하고, 활동할 공간이 없는 아티스트에게 공간을 제공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기관에서 아티스트를 육성해보자고 했는데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창고를 개보수해서 창작소라는 조그만 공간을 마련했다. 지금은 미술 작가들이 활용하고 있고, 도예 프로그램도 활발히 하고 있다. 자원이 쌓이면서 재미있고 다양한 접근을 많이 시도하지만 예산 문제로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고 아쉽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홍보다. 장애인 관련 이야기가 매스컴에서 한번 뜨면 굉장히 이슈가 되지만 또 금방 사그라든다. 드라마에 정은혜 작가가 출연해 관심이 집중되고 대통령 집무실에 우리 기관 작가의 작품이 걸려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예술가의 길은 끝이 없는데 예산, 공간, 지속적인 관심, 홍보 등이 다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일대일 멘토링 사업에 비장애 작가가 참여할 때 적합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상황과 조건에 맞게 매칭하기도 쉽지 않다. 멘토링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자문받고 싶어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고민이다. 멘토링 참여자들이 계속 피드백을 받고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은데 어느 정도 가다 보면 벽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장애 아티스트가 문화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인식으로 많이 나아가면 좋겠다.

최선영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원하는 지점인 것 같다. 관심이 있어야 예산도 편성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고 응원하면서 전시에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바탕이 없이 복지시스템만 고도화될 경우 외로운 개별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경도처음에는 문화예술 쪽에 지인이 전혀 없었다. 자문받고 싶고 정말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곳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아트상품을 제작할 때도 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도 찾아보고 잘 만들고 싶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업체를 찾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우리 작가들을 잘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홍보 방법이 있을까, TV에 나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우리 작가 중 한 분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모자이크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데, 서울에서 전시하고 해외에서 전시해도 지역 일간지에서만 다뤄준다.

양민정저도 두 분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직원들이 음악 전문가이기 때문에 음악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데는 좀 더 수월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이다. 외부 전문가분들이 적은 예산으로도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한두 번 부탁드리고 나면 죄송해서 계속 연락할 수가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회차가 필요하고, 전문가도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갈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것을 조정할 여지가 없는 거다. 또 복지 분야의 강사비나 자문회의비 등 세부 요건이 문화예술 쪽과 맞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 되니 시도해보기가 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예술적 성장은 거기서 멈추게 되는데, 사실 그냥 멈추는 게 아니라 퇴화하는 거다. 홍보와도 연결되고 예산도 문제이지만, 그런 인연들을 끌고 가기에는 구조적 어려움이 많다.

최선영프로그램 중심의 사업비로 예산이 지원되다 보니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나 전문성을 갖춘 분들과 지속해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계시는데, 올해 또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가.

송보민재능있는 아동들을 위한 일대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는 하모니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이제 막 7명이 조그만 앙상블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전문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지 않겠지만, 올해 장애인의날 행사나 내년 복지관 15주년 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또 하나는 작가들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토크쇼 방식으로 장애인식 개선사업을 꾸려보고 싶다. 최근에 근처 여자고등학교에서 ‘픽셀 킴’으로 활동하는 김현우 작가가 인터뷰 형식으로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경청하며 질문을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작가도 좋아하며 답변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이경도우리도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유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전시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인지도 높은 지역 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광주시나 광주문화재단 등에 문을 두드려보려 한다. 틈새미술관에 다녔던 분들만 계속 나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곳에 가면 놀거리가 있고 볼거리가 있네, 가고 싶다’ 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2018년부터 매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틈새미술관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2021년에는 예산이 없어서 쉬었다. 올해는 관심과 참여도 높이고 과정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복지관도 가보고 좀 더 다양하게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사실 사회복지기관에는 업무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송보민이런 연결고리와 네트워크가 중요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복지관에서 다른 기관과 뭔가를 함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문화예술단체와 작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래서 많은 문화예술단체가 먼저 다가와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양민정작년에 드리미예술단 단원 중 한 분이 혼자 가사를 써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너무 좋았다. 40대이고 탈시설 하면서 우리 복지관에 오셨는데, 이곳에 오지 않으면 노모와 집에 있어야 하니 답답한 상황에서 복지관이 굉장한 탈출구였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한 근로지원인들이 그분의 음악을 함께 완성해보겠다고 한다. 내년에는 시각장애·발달장애 중복장애를 가진 단원들과 자작곡을 만들어 대회도 나가보고 싶다. 또 시각장애연주자들과 비장애인이 협연하는 기회를 온·오프라인으로 마련하고 싶고,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활발해진 온라인 공연활동을 해외로 확장하고 싶다.

최선영웹진 [이음]은 다양한 예술적 실천과 예술인의 시도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같이 협업할 파트너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생생한 경험과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송보민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문화예술지원팀장으로 일했고, 올해부터 가족문화팀장으로 문화동아리, 예술교육, 연계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 강남장애인복지관은 2009년 장애인의 능동적인 참여 확대와 활동을 지원하고자 국내 최초의 장애인문화예술특화복지관으로 개관하여 ‘장애인 문화예술의 시작’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액티브아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특화기획, 문화예술특화교육, 액티브아트컴퍼니을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티스트와 지역주민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activeart01@daum.net
▸ 강남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링크)

양민정

음악재활부 음악점역팀 팀장이고, 점자악보 제작사업, 음악재활아카데미, 나눔연주 사업, 드리미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전 연령대의 시각장애인에게 음악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 수용을 넘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당사자 중심,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도전하고 변화하는 복지관을 목표로 1999년 개관했다. 장애인식개선과 직업개발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예술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음악재활센터를 운영하며 점자악보 제작 및 보급, 음악재활 아카데미, 나눔연주사업을 한다. 또한 점자악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음악점역팀에서 만든 음악 콘텐츠를 4개 국어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2011년에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을 창단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musicbraille@gmail.com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링크)
▸ 점자악보 홈페이지(링크)

이경도

정신건강 사회복지사이고, 문화예술사업을 담당하며 아르브뤼 작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 소화누리는 여성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여성정신장애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미술적 재능을 활용해 자립할 수 있도록 미술교육을 운영해왔다. 2017년에 공모전 ‘틈새누리’를 통해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여성 정신·발달장애인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2018년 틈새미술관을 개관하고 ‘틈새미술 공모전’으로 이름을 바꾸어 매년 선정 작가를 지원하고, 아트상품을 제작 판매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sohwanuri@hanmail.net
▸ 소화누리 홈페이지(링크)
▸ 틈새미술관 홈페이지(링크)

최선영

유구리최실장. 2007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개별성 중심의 활동을 기획 및 연구하고 있다.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2021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 2022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에 참여했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제작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3년 3월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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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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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장애복지관에 수년 동안 근무하면서 평생교육안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전담하고 특기인 서예문인화캘리그라피 반을 6개 만들어 직접 강의하기도 하였다. 장애인분들에게 있어 문화예술교육은 여가선용에서 나아가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심신의 애로를 잊고 몰두하는 자기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더러는 기능적인 예술교육을 원하기도 하는 이용회원이 있지만 장애복지관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이상의 프로그램을 보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 문화예술교육과 다른 점은 다양한 장애특성에 맞춤하는 맞춤식 프로그램이란 것이다. 가령 같은 서예교육이라도 발달장애 자폐장애에게 시행하는 것과 일반지체장애인에게 시행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문제는 초기에 수강한 문화예술이용자들을 수료시킬 경우 그 분들이 지역사회내에 편의시설이 완비되고 장애차별이 없는 곳이 드물며 이동권이나 환경경제적 접근성때문에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장애인복지관이 장기적인 장애인문화예술이 평생교육관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그러한 비전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장애인당사자로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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