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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좌담] 장애와 예술 사이, 무엇을 읽을 것인가

이슈 다양한 감각과 비평언어로,
시끄럽고 자유롭게

  • 강희철·김시락·박하늘·문영민 
  • 등록일 2023-06-14
  • 조회수1331

이슈

장애예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비평은 무엇을 예술로 소환할까. 장애미학과 배리어프리는 어떻게 맞닿는가. 장애예술 분야에서 비평의 지평을 넓히고자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번 좌담에서는 예술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작품을 관람하고 느낀 경험과 소감, 평가를 온라인에서 공유했던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유튜브 영상)‘이음리뷰클럽’(웹진[이음] 기사)에서 활동한 네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개요

  • 일시2023년 5월 9일(화) 오전 10:30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

  • 참석자

    좌장.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패널.
    강희철 배우
    김시락 다원예술 창작자
    박하늘 배우
  • 왼쪽부터 다원예술 창작자 김시락, 배우 박하늘, 장애예술 연구자 문영민, 배우 강희철

    (왼쪽부터) 김시락, 박하늘, 문영민, 강희철

문영민최근에 장애예술 비평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연의 한 부분으로서 배리어프리에서 시작해서 작품 자체에까지 관심이 넓어졌다. 저도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에서 활동했고,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을 하면서 이음리뷰클럽도 관심 있게 보았다. 비평에 관해 얘기하는 자리인 만큼 최근 인상적이었던 작품 이야기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저는 서강대 메리홀에서 봤던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섬 이야기>가 떠오른다. 배리어프리 요소가 잘 녹아든 공연이었다. 최근 많은 공연이 배리어프리로 진행되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다.

박하늘연극과 다원예술 분야에서 창작과 출연을 하고 있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 활동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또 함께했던 경험으로 이 자리에 초대된 것 같다. 최근에 본 공연 중에는 극단 애인의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_선택>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들의 연습실에서 공연한 점이 좋았고 접근성도 잘 되어 있었다. 멤버 각자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극단 운영과 창작 작업을 꾸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여느 극단과 같이 어려움도 겪고 위기에 직면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강희철극단 애인 멤버이고, 이음리뷰클럽에서 활동했다. 저는 보지 못했던 공연이 생각난다. 지난겨울에 이음리뷰클럽에서 단체관람하려고 했던
<맥베스 레퀴엠>이다. 저는 항상 공연 보기 전에 공연장 측에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지 확인하고 당일에도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날도 인천에서 2시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당일 리프트가 고장이어서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했다. 오래된 건물이라지만 국립극장인데 배리어프리 환경이 너무 안 좋고, 장애인식과 접근성이 너무 천천히 변하는 것 같아 아쉽다.

김시락프로젝트 형태로 다원예술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공연을 자주 보는데, 배리어프리가 아닌 공연을 더 많이 본다. 최근에 봤던 뮤지컬 <실비아, 살다>도 배리어프리 공연은 아니다. 예술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예술창작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공연으로, 노래도 굉장히 강렬하고 내용과 전개도 좋았다. 다만 공연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따로 없었는데 목소리가 달라서 대체 누구였는지 궁금증을 풀지 못해 아쉬웠다.

다르게 보고 빈 곳을 채우며

문영민비평이 전문적이고 미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전문가의 글로만 가능하다는 편견 때문에 그동안 장애를 가진 관객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문성 있고 완성도 높은 글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언어와 도구로 여러 플랫폼에서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이나 이음리뷰클럽 활동이 만들어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활동하셨고 어떤 의미가 있었나.

박하늘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은 평소 서로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그동안 접근성 관련해서 자문이나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웹진에 리뷰를 쓰거나 낭독을 하면서, 문자가 제1의 언어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필자의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입체적인 리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우리끼리 재밌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당 모의를 하게 되었다. 같이 공연을 관람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전까지 함께 공연장에 가도 객석에 나란히 앉지 못했다. 문자통역, 수어통역이 있는 자리, 음성해설이 있는 자리, 휠체어석이 각각 떨어져 있는 거다. 우리는 이런 구분이 싫었다. 함께 가도 서로 다른 관람이 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며 빈 부분을 채우는 일련의 활동으로 좀 더 재미있게 경험하고 싶었다.

김시락이음리뷰클럽은 이음온라인에서 기획하고 멤버를 구성했다. 장애인이 예술창작자로서도 관객으로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게 낯설어 보이고 드물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즐기는 경험을 공유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이음리뷰클럽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떤 작품을 보자고 정하지 않았고, 각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보고 온라인에서 감상평을 나누는 형태였다. 작품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앨리스 인 베드>나 <스카팽>처럼 여러 멤버가 보고 나서 각자 감상 관점과 평가가 달랐던 게 재미있었다.

강희철저도 이음리뷰클럽 참여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작품 안에서 장애인 이야기가 나왔는데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장애인 서사가 껄끄러웠다.” “공연 내용보다는 화장실 가기가 훨씬 힘들었다.” “공연 보러 가는 과정은 힘들었는데 작품은 정말 좋았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두세 편 리뷰를 올렸다. 아무런 구속 없이 작품을 볼 때와 공개적인 리뷰를 염두에 두고 볼 때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극단에서도 같이 공연 보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식적으로 이야기 나누거나 토론하는 것은 아니고 뒤풀이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 어디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가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선과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김시락비평 글을 잘 찾아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정제된 언어와 전문적인 해석의 글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만 비평을 쓴다면 관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나 접근성 측면 등 다른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비평은 그와는 다른 결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는 시도가 앞으로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장애인 관객은 접근성 모니터링 측면에서 머무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표현이 작품에 꼭 필요한 부분인가, 다르게 표현할 수는 없었는가 하는 점을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 감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접근성뿐만 아니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도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문영민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은 비평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제작하면서 함께 이야기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중시했다는 느낌도 있었다. 글로 쓰는 비평과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의 비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하늘글로 리뷰할 때는 충분히 사유할 시간이 있고 편집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좋지만, 문자로만 다가가는 게 아쉽기도 했다. 영상으로 작업하면서 좀 더 활동적인 리뷰가 된 것 같다. 생생한 표정이나 대화 형식으로 담기는 게 좋았다. 또 함께 관람할 작품을 선정하고, 예매하고, 이동지원을 받거나 동행하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전문적인 비평 차원에서 접근했다기보다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입장에서 후기를 나눠보자는 마음이 컸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 영상에 자체적으로 음성해설이나 자막을 넣고 수어통역사를 섭외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언어로 우리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공연장에 나란히 앉고 싶다고 요청하거나, 공연장 내에서 같은 통로로 이동할 수 있게 요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틈을 벌리는 시도였고 유의미했다고 생각된다.

다른 경험과 감각의 의미

문영민말씀을 듣다 보니 배리어프리도 계속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같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이 접근성을 점검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는데도, 공연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배리어프리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수어통역이 어땠다, 화면해설이 어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배리어프리 점검에 그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작품을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측면도 있어서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장애예술 비평과 배리어프리 사이에서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강희철지체장애인에게 접근성과 편의시설은 정말 중요하다. 접근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연을 관람할 수가 없다. 옛날에는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에서 호흡과 친밀감, 극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소극장 연극이 좋아서 한 달에 두세 번씩 산울림소극장, 게릴라극장, 혜화동 1번지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접근성 면에서 편하지 않았다. 미리 연락해서 업혀 내려가는 이동지원을 요청하거나 같이 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등받이 없는 딱딱한 의자에 기대지도 못하고 1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공연을 좋아한다 해도 접근성이 안 좋으면 다른 것에 신경 쓰여서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국공립극장이나 대공연장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지하철역에서도 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할 때도 있다. 요즘은 공연이 보통 2시간을 넘어가서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역이다. 비장애인은 작품에 대한 관심만으로 공연 관람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음리뷰클럽을 하면서도 접근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부분을 글로 썼다.

김시락시각장애인의 경우 공연을 보러 가서 객석에 앉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데, 공연을 얼마나 더 정확하고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느냐 하는 측면에서 배리어프리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같은 공연을 배리어프리 버전과 아닌 버전을 모두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쉽다. <스카팽>의 경우 음성해설이 재미있어서 음성해설이 없는 버전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았다. 봤으면 좀 더 풍부한 얘깃거리가 있었을 텐데. 음성해설이 있는 공연을 보더라도 굳이 하나하나 뜯어가면서 보지는 않으니까 ‘음성해설이 없었다면 뭐가 이해하기 힘들까’라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문영민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을 하면서 시각장애가 있는 이성수 배우와 함께 공연을 봤다. 음성해설이 있는 공연이었고, 무대에서 많은 배우가 각자 춤추는 장면이 있었다. 각자의 포지션과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음성해설에서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소거하고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생겼었다.

김시락뮤지컬은 정말 볼거리가 많은데 소리만 들으면 재밌느냐고 물어본다. 근데 ‘볼거리’를 음성해설한다고 해서 ‘들을 거리’가 될까?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말로 풀어냈을 때 똑같이 들을 만하고 감각할 만할까? 어떤 부분에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터치투어를 하면 의상이나 소품 같은 것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요즘에는 빛을 이용하는 작업도 많고, 판타지나 애니메이션 요소는 또 어떻게 전달할 수 있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음성해설을 하는 표준적인 지침이 있는데 안 따르는 건지, 아니면 아직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혼란스러운 점도 있다. 물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다 보니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작년에 봤던 공연 중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에서는 공연 시작 전에 음성해설과 수어통역, 문자통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안내하면서, 낯설고 복잡한 지명을 수어 약어로 정했다. 이처럼 음성해설도 너무 장황하고 복잡한 부분은 약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사전에 이러한 약속을 전달하고, 그 장면에서 약어로 짧게 전달해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대사나 장면을 방해하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식으로.

문영민말씀을 들으니, 김시락 님은 음성해설이 없어도 불완전한 관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감각하는 그대로를 완전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시락그런 것 같다. 음성해설이 어떤 부분을 채워주는지,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에서는 어떤 점이 부족하고 아쉬운지 생각하며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역 목소리는 누가 말하는 걸까 궁금하긴 하지만, 극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음성해설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제 주변을 봐도 시각장애가 있지만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을 즐기는 사람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음성해설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없어도 공연 자체에서 느끼고 즐기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

박하늘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취향이나 경험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음성해설에 관심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과 피드백을 나눠보면, 음성해설을 기대하고 관람했는데 오히려 못 알아듣겠다는 경우도 있다. 공연을 많이 보고 공연 언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음성해설에 들어있는 ‘암전’이라는 단어 하나도 어색할 수 있다. 이렇듯 아직은 데이터가 쌓이는 중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음성해설도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터치투어, 위스퍼링, 무대모형 터치 등 음성해설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어야 하고, 예술가의 상상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김시락판소리는 노래와 말로 감정묘사와 장면해설이 이루어져서, 의도적으로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배리어프리적인 공연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저 역시 판소리를 좋아한다. 제가 음성해설이 없어도 보기 좋아하는 공연은 대사가 많고 서사가 있다. 대사가 많아도 시각적인 ‘볼거리’와 연출적인 요소가 많은 공연은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상대적으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또, 웃음 포인트가 외형이나 어떤 움직임에 있는 경우에는 해설이 있더라도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 강희철
  • 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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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하늘

동료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로서

문영민사람들이 배리어프리를 너무 윤리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걸까. 어떤 공연에서는 한 배우가 나와서 대사를 하면서 자기네가 공연을 배리어프리로 하지 못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거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접근성이 갖추어져야 하는 건 맞지만, 좀 더 다양한 감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비평할 때 마음의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창작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도 잘 비평할 수 있을까? 저도 극장 스태프에게 업혀서 객석으로 내려간 경우가 있는데,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안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모두 웃음)

강희철그런 경우 집에 가서 익명으로 댓글을 단다. (모두 웃음) 공연장에서 업혀 내려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주목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잖나. 저도 그런 경험이 엄청 많은데, 사실 공연을 보는 중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유쾌하지는 않다. 당당히 접근성이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고 오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
몇 년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발레 공연을 보려고 큰맘 먹고 10만 원이 넘는 티켓을 샀는데, 장애인석은 1층 맨 뒷자리였다. 그곳에서는 무대가 잘 안 보인다. 두 달 전에 예매했고,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무대와 가까운 객석에서 볼 수 없는지 물어봤는데, 안 된다는 거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그렇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객석 중간에 휠체어 장애인석이 생겼다가 이용하는 장애인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없어졌다. 오늘 여러 번 이야기 나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앨리스 인 베드>는 장애인석을 1층 중간에 마련하기 위해 창작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장애인석이 원래대로 2층 맨 뒷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극장이 배리어프리를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하나의 권리인 것처럼,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도 숨 쉬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대학로에서 상연되는 공연이 하루에도 30~40편인데, 그중에 배리어프리 공연은 한 편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장애인이 아예 관람을 포기하고 안 찾게 되고, 그러면 더더욱 접근성이 없어진다.

박하늘공감한다. 극장 안팎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예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자문을 구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볼 여지도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리어프리를 국가 차원에서 권리의 측면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영상매체이기는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배리어프리를 필수로 제공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객과 만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동료 시민으로 느낀다면 연습실과 극장을 대관하는 단계에서부터 배리어프리가 고려되지 않을까. 대학로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잘 고민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강희철얼마 전부터 혜화동 1번지에서는 수동휠체어를 갖춰 놓았다. 전동휠체어로는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이동 보조를 받는다. 세종문화회관은 수동 휠체어 6대를 보유하고 있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객석 통로가 완만한 경사로여서 객석 1열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고 1열 4개 좌석을 휠체어석으로 따로 분류해 판매한다. 공연장 시설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각자의 환경에서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가령 공공극장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한다면, 어떤 극단이 공연하더라도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 대학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처럼 대학로에 장애인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여러 민간 소극장에서 필요로 할 때 휠체어를 대여해 준다든지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면 좀 더 많은 장애인이 예술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극장마다 자체적으로 갖추려는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다.

박하늘장애인 창작자와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공연장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콘솔이나 조종실은 특히 그렇다. 그리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연이나 전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것부터 문제다. 극장 안팎으로 모두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비평의 언어

문영민비평에는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도 중요하다. 앞으로 장애예술 비평이 좀 더 활발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김시락어떤 관점이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할 것 같다. 먼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러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박하늘장애예술 비평이라면 정제된 언어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감각이 등장하면 좋겠다. 발달장애 예술비평을 예로 들면, 여전히 비장애인이 매개자가 된다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주체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달장애 예술 당사자가 자기 언어로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비평의 견고한 문턱도 낮춰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접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재미있고 입체적이고 활발한 감상 공유의 장이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매개가 되면서 모여서 시끄럽게 떠드는 자리가 많으면 좋겠다. 형식적인 측면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가볍게 만나는 자리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강희철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작품 비평도 꼭 필요하다. 연극뿐 아니라 TV와 OTT 플랫폼에서도 작품 속에 장애인 혐오 표현이나 상처 주는 말, 장애에 관한 편견을 강화하는 말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예전과 달리 페미니즘이나 성평등 관점에서 지금은 해선 안 되는 표현도 꽤 있다. 사회적 인식과 비판을 통해 다듬어지는 거다. 그런 것들을 짚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이 작품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외국 작품도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틀에 박힌 표현도 많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노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고, 잘못된 부분을 비평해야 한다. 그래야 비평이 가치 있을 것 같다.

김시락장애, 여성, 퀴어 등 다양성이 존중될 때 훨씬 다채로운 시각이 담기는 것처럼, 평단의 시각도 다채로워져야 할 것 같다. 작품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단계에서도 장애인의 참여가 늘어난다면 훨씬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생각해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심사단이나 평단의 인적 구성이 다채로워지는 것도 관객의 작품 선택권을 넓히는 방법의 하나다. 그것이 장애인의 관극 경험 확대로 이어지고, 좀 더 풍요로운 비평으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세대의 평단과 심사위원단을 구성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문영민제가 장애예술 비평에 관해 예전부터 고민해 왔던 부분은, 교육 기회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난 3월에 장애예술인 실무워크숍으로 ‘작가노트 작성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창작 지원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 작업을 잘 기록하고 자기 언어화할 수 있는 지원과 교육 기회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창작과 접근성과 비평 모든 부문에서 앞으로 장기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듣고 싶다.

강희철요즘 극단에서 단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한해는 워크숍에 치중할 예정이지만 언제든 기회가 되면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장애인이 창작활동을 할 장이 정말 없다. 연습실도 없고 극장도 거의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이 예술을 향유했으면 좋겠다. 선택적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서 참여하고 즐길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김시락창작자로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접근성 측면이나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을 담아내고 싶다. 관객으로서는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더 부지런히 보러 다닐 생각이다.

박하늘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안전한 환경에서 오래오래 연결되면서 의미 있게 활동하고 싶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실수도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면서 해나갔으면 좋겠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지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뭘 잘 알아서가 아니라 협업하는 좋은 동료들 덕분이다. 주변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활동하고 싶다.

문영민자기성찰로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모두 웃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창작자로 비평가로 관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하시기를 기대한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강희철

극단 애인 창단 멤버로 2007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전쟁터 산책> <어느 마을>
<제4의 벽>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3인 3색 이야기’에서 <조건 만남>을 쓰고 출연했다.
hi1015@hanmail.net

김시락

다원예술 창작자. 창작집단 선넘어선 소속. 제약을 넘어선 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은 창작자이고, 볼 수 없어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을 포착해 내는 소시민이다. 예술을 매개로 제약의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활동을 한다. 공동기획 작품으로 팝업식사담 <카오스토어>,
움직임 워크숍 <봉in해제>, 소리창작 워크숍 <상상경작>, 이동권 연대기 <남산탈출기>가 있고, 국립극단 [창작공감:연출] <커뮤니티 대소동>에 출연했다. 청년예술청 [스페이스랩:아직] 기획으로 <무성한성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qpseh0113@naver.com

박하늘

연극과 다원예술 분야에서 배우, 창작, 음성해설을 협업의 형태로 하고 있다. 그밖에 기획, 연구, 자문, 공동운영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겸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출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커뮤니티 대소동>, 1인 창작 <점과 점을 잇는 사람들>, 음성해설 <극단 애인의
3인 3색 이야기>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 연구 <배리어 컨셔스를 위한 조각들>, 기획 <서교예술실험센터 이용자 접근성 영상> 등이 있다.
skypark7909@naver.com

문영민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0set 프로젝트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했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나는, 휴먼』을 공동 번역했다. 2021~2022년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saojungym@daum.net

정리.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PD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2023년 6월 (42호)

상세내용

이슈

장애예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비평은 무엇을 예술로 소환할까. 장애미학과 배리어프리는 어떻게 맞닿는가. 장애예술 분야에서 비평의 지평을 넓히고자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번 좌담에서는 예술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작품을 관람하고 느낀 경험과 소감, 평가를 온라인에서 공유했던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유튜브 영상)‘이음리뷰클럽’(웹진[이음] 기사)에서 활동한 네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개요

  • 일시2023년 5월 9일(화) 오전 10:30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

  • 참석자

    좌장.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패널.
    강희철 배우
    김시락 다원예술 창작자
    박하늘 배우
  • 왼쪽부터 다원예술 창작자 김시락, 배우 박하늘, 장애예술 연구자 문영민, 배우 강희철

    (왼쪽부터) 김시락, 박하늘, 문영민, 강희철

문영민최근에 장애예술 비평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연의 한 부분으로서 배리어프리에서 시작해서 작품 자체에까지 관심이 넓어졌다. 저도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에서 활동했고,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을 하면서 이음리뷰클럽도 관심 있게 보았다. 비평에 관해 얘기하는 자리인 만큼 최근 인상적이었던 작품 이야기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저는 서강대 메리홀에서 봤던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섬 이야기>가 떠오른다. 배리어프리 요소가 잘 녹아든 공연이었다. 최근 많은 공연이 배리어프리로 진행되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다.

박하늘연극과 다원예술 분야에서 창작과 출연을 하고 있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 활동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또 함께했던 경험으로 이 자리에 초대된 것 같다. 최근에 본 공연 중에는 극단 애인의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_선택>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들의 연습실에서 공연한 점이 좋았고 접근성도 잘 되어 있었다. 멤버 각자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극단 운영과 창작 작업을 꾸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여느 극단과 같이 어려움도 겪고 위기에 직면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강희철극단 애인 멤버이고, 이음리뷰클럽에서 활동했다. 저는 보지 못했던 공연이 생각난다. 지난겨울에 이음리뷰클럽에서 단체관람하려고 했던
<맥베스 레퀴엠>이다. 저는 항상 공연 보기 전에 공연장 측에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지 확인하고 당일에도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날도 인천에서 2시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당일 리프트가 고장이어서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했다. 오래된 건물이라지만 국립극장인데 배리어프리 환경이 너무 안 좋고, 장애인식과 접근성이 너무 천천히 변하는 것 같아 아쉽다.

김시락프로젝트 형태로 다원예술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공연을 자주 보는데, 배리어프리가 아닌 공연을 더 많이 본다. 최근에 봤던 뮤지컬 <실비아, 살다>도 배리어프리 공연은 아니다. 예술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예술창작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공연으로, 노래도 굉장히 강렬하고 내용과 전개도 좋았다. 다만 공연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따로 없었는데 목소리가 달라서 대체 누구였는지 궁금증을 풀지 못해 아쉬웠다.

다르게 보고 빈 곳을 채우며

문영민비평이 전문적이고 미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전문가의 글로만 가능하다는 편견 때문에 그동안 장애를 가진 관객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문성 있고 완성도 높은 글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언어와 도구로 여러 플랫폼에서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이나 이음리뷰클럽 활동이 만들어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활동하셨고 어떤 의미가 있었나.

박하늘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은 평소 서로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그동안 접근성 관련해서 자문이나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웹진에 리뷰를 쓰거나 낭독을 하면서, 문자가 제1의 언어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필자의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입체적인 리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우리끼리 재밌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당 모의를 하게 되었다. 같이 공연을 관람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전까지 함께 공연장에 가도 객석에 나란히 앉지 못했다. 문자통역, 수어통역이 있는 자리, 음성해설이 있는 자리, 휠체어석이 각각 떨어져 있는 거다. 우리는 이런 구분이 싫었다. 함께 가도 서로 다른 관람이 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며 빈 부분을 채우는 일련의 활동으로 좀 더 재미있게 경험하고 싶었다.

김시락이음리뷰클럽은 이음온라인에서 기획하고 멤버를 구성했다. 장애인이 예술창작자로서도 관객으로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게 낯설어 보이고 드물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즐기는 경험을 공유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이음리뷰클럽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떤 작품을 보자고 정하지 않았고, 각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보고 온라인에서 감상평을 나누는 형태였다. 작품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앨리스 인 베드>나 <스카팽>처럼 여러 멤버가 보고 나서 각자 감상 관점과 평가가 달랐던 게 재미있었다.

강희철저도 이음리뷰클럽 참여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작품 안에서 장애인 이야기가 나왔는데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장애인 서사가 껄끄러웠다.” “공연 내용보다는 화장실 가기가 훨씬 힘들었다.” “공연 보러 가는 과정은 힘들었는데 작품은 정말 좋았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두세 편 리뷰를 올렸다. 아무런 구속 없이 작품을 볼 때와 공개적인 리뷰를 염두에 두고 볼 때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극단에서도 같이 공연 보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식적으로 이야기 나누거나 토론하는 것은 아니고 뒤풀이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 어디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가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선과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김시락비평 글을 잘 찾아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정제된 언어와 전문적인 해석의 글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만 비평을 쓴다면 관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나 접근성 측면 등 다른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비평은 그와는 다른 결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는 시도가 앞으로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장애인 관객은 접근성 모니터링 측면에서 머무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표현이 작품에 꼭 필요한 부분인가, 다르게 표현할 수는 없었는가 하는 점을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 감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접근성뿐만 아니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도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문영민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은 비평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제작하면서 함께 이야기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중시했다는 느낌도 있었다. 글로 쓰는 비평과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의 비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하늘글로 리뷰할 때는 충분히 사유할 시간이 있고 편집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좋지만, 문자로만 다가가는 게 아쉽기도 했다. 영상으로 작업하면서 좀 더 활동적인 리뷰가 된 것 같다. 생생한 표정이나 대화 형식으로 담기는 게 좋았다. 또 함께 관람할 작품을 선정하고, 예매하고, 이동지원을 받거나 동행하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전문적인 비평 차원에서 접근했다기보다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입장에서 후기를 나눠보자는 마음이 컸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 영상에 자체적으로 음성해설이나 자막을 넣고 수어통역사를 섭외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언어로 우리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공연장에 나란히 앉고 싶다고 요청하거나, 공연장 내에서 같은 통로로 이동할 수 있게 요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틈을 벌리는 시도였고 유의미했다고 생각된다.

다른 경험과 감각의 의미

문영민말씀을 듣다 보니 배리어프리도 계속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같다. 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이 접근성을 점검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는데도, 공연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배리어프리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수어통역이 어땠다, 화면해설이 어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배리어프리 점검에 그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작품을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측면도 있어서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장애예술 비평과 배리어프리 사이에서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강희철지체장애인에게 접근성과 편의시설은 정말 중요하다. 접근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연을 관람할 수가 없다. 옛날에는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에서 호흡과 친밀감, 극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소극장 연극이 좋아서 한 달에 두세 번씩 산울림소극장, 게릴라극장, 혜화동 1번지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접근성 면에서 편하지 않았다. 미리 연락해서 업혀 내려가는 이동지원을 요청하거나 같이 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등받이 없는 딱딱한 의자에 기대지도 못하고 1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공연을 좋아한다 해도 접근성이 안 좋으면 다른 것에 신경 쓰여서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국공립극장이나 대공연장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지하철역에서도 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할 때도 있다. 요즘은 공연이 보통 2시간을 넘어가서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역이다. 비장애인은 작품에 대한 관심만으로 공연 관람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음리뷰클럽을 하면서도 접근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부분을 글로 썼다.

김시락시각장애인의 경우 공연을 보러 가서 객석에 앉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데, 공연을 얼마나 더 정확하고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느냐 하는 측면에서 배리어프리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같은 공연을 배리어프리 버전과 아닌 버전을 모두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쉽다. <스카팽>의 경우 음성해설이 재미있어서 음성해설이 없는 버전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았다. 봤으면 좀 더 풍부한 얘깃거리가 있었을 텐데. 음성해설이 있는 공연을 보더라도 굳이 하나하나 뜯어가면서 보지는 않으니까 ‘음성해설이 없었다면 뭐가 이해하기 힘들까’라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문영민입체리뷰 모니터링단을 하면서 시각장애가 있는 이성수 배우와 함께 공연을 봤다. 음성해설이 있는 공연이었고, 무대에서 많은 배우가 각자 춤추는 장면이 있었다. 각자의 포지션과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음성해설에서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소거하고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생겼었다.

김시락뮤지컬은 정말 볼거리가 많은데 소리만 들으면 재밌느냐고 물어본다. 근데 ‘볼거리’를 음성해설한다고 해서 ‘들을 거리’가 될까?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말로 풀어냈을 때 똑같이 들을 만하고 감각할 만할까? 어떤 부분에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터치투어를 하면 의상이나 소품 같은 것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요즘에는 빛을 이용하는 작업도 많고, 판타지나 애니메이션 요소는 또 어떻게 전달할 수 있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음성해설을 하는 표준적인 지침이 있는데 안 따르는 건지, 아니면 아직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혼란스러운 점도 있다. 물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다 보니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작년에 봤던 공연 중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에서는 공연 시작 전에 음성해설과 수어통역, 문자통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안내하면서, 낯설고 복잡한 지명을 수어 약어로 정했다. 이처럼 음성해설도 너무 장황하고 복잡한 부분은 약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사전에 이러한 약속을 전달하고, 그 장면에서 약어로 짧게 전달해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대사나 장면을 방해하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식으로.

문영민말씀을 들으니, 김시락 님은 음성해설이 없어도 불완전한 관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감각하는 그대로를 완전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시락그런 것 같다. 음성해설이 어떤 부분을 채워주는지,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에서는 어떤 점이 부족하고 아쉬운지 생각하며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역 목소리는 누가 말하는 걸까 궁금하긴 하지만, 극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음성해설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제 주변을 봐도 시각장애가 있지만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을 즐기는 사람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음성해설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없어도 공연 자체에서 느끼고 즐기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

박하늘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취향이나 경험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음성해설에 관심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과 피드백을 나눠보면, 음성해설을 기대하고 관람했는데 오히려 못 알아듣겠다는 경우도 있다. 공연을 많이 보고 공연 언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음성해설에 들어있는 ‘암전’이라는 단어 하나도 어색할 수 있다. 이렇듯 아직은 데이터가 쌓이는 중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음성해설도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터치투어, 위스퍼링, 무대모형 터치 등 음성해설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어야 하고, 예술가의 상상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김시락판소리는 노래와 말로 감정묘사와 장면해설이 이루어져서, 의도적으로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배리어프리적인 공연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저 역시 판소리를 좋아한다. 제가 음성해설이 없어도 보기 좋아하는 공연은 대사가 많고 서사가 있다. 대사가 많아도 시각적인 ‘볼거리’와 연출적인 요소가 많은 공연은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상대적으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또, 웃음 포인트가 외형이나 어떤 움직임에 있는 경우에는 해설이 있더라도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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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로서

문영민사람들이 배리어프리를 너무 윤리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걸까. 어떤 공연에서는 한 배우가 나와서 대사를 하면서 자기네가 공연을 배리어프리로 하지 못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거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접근성이 갖추어져야 하는 건 맞지만, 좀 더 다양한 감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비평할 때 마음의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창작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도 잘 비평할 수 있을까? 저도 극장 스태프에게 업혀서 객석으로 내려간 경우가 있는데,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안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모두 웃음)

강희철그런 경우 집에 가서 익명으로 댓글을 단다. (모두 웃음) 공연장에서 업혀 내려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주목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잖나. 저도 그런 경험이 엄청 많은데, 사실 공연을 보는 중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유쾌하지는 않다. 당당히 접근성이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고 오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
몇 년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발레 공연을 보려고 큰맘 먹고 10만 원이 넘는 티켓을 샀는데, 장애인석은 1층 맨 뒷자리였다. 그곳에서는 무대가 잘 안 보인다. 두 달 전에 예매했고,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무대와 가까운 객석에서 볼 수 없는지 물어봤는데, 안 된다는 거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그렇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객석 중간에 휠체어 장애인석이 생겼다가 이용하는 장애인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없어졌다. 오늘 여러 번 이야기 나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앨리스 인 베드>는 장애인석을 1층 중간에 마련하기 위해 창작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장애인석이 원래대로 2층 맨 뒷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극장이 배리어프리를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하나의 권리인 것처럼,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도 숨 쉬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대학로에서 상연되는 공연이 하루에도 30~40편인데, 그중에 배리어프리 공연은 한 편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장애인이 아예 관람을 포기하고 안 찾게 되고, 그러면 더더욱 접근성이 없어진다.

박하늘공감한다. 극장 안팎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예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자문을 구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볼 여지도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리어프리를 국가 차원에서 권리의 측면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영상매체이기는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배리어프리를 필수로 제공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객과 만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동료 시민으로 느낀다면 연습실과 극장을 대관하는 단계에서부터 배리어프리가 고려되지 않을까. 대학로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잘 고민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강희철얼마 전부터 혜화동 1번지에서는 수동휠체어를 갖춰 놓았다. 전동휠체어로는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이동 보조를 받는다. 세종문화회관은 수동 휠체어 6대를 보유하고 있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객석 통로가 완만한 경사로여서 객석 1열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고 1열 4개 좌석을 휠체어석으로 따로 분류해 판매한다. 공연장 시설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각자의 환경에서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가령 공공극장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한다면, 어떤 극단이 공연하더라도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 대학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처럼 대학로에 장애인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여러 민간 소극장에서 필요로 할 때 휠체어를 대여해 준다든지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면 좀 더 많은 장애인이 예술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극장마다 자체적으로 갖추려는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다.

박하늘장애인 창작자와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공연장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콘솔이나 조종실은 특히 그렇다. 그리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연이나 전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것부터 문제다. 극장 안팎으로 모두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비평의 언어

문영민비평에는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도 중요하다. 앞으로 장애예술 비평이 좀 더 활발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김시락어떤 관점이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할 것 같다. 먼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러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박하늘장애예술 비평이라면 정제된 언어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감각이 등장하면 좋겠다. 발달장애 예술비평을 예로 들면, 여전히 비장애인이 매개자가 된다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주체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달장애 예술 당사자가 자기 언어로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비평의 견고한 문턱도 낮춰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접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재미있고 입체적이고 활발한 감상 공유의 장이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매개가 되면서 모여서 시끄럽게 떠드는 자리가 많으면 좋겠다. 형식적인 측면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가볍게 만나는 자리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강희철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작품 비평도 꼭 필요하다. 연극뿐 아니라 TV와 OTT 플랫폼에서도 작품 속에 장애인 혐오 표현이나 상처 주는 말, 장애에 관한 편견을 강화하는 말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예전과 달리 페미니즘이나 성평등 관점에서 지금은 해선 안 되는 표현도 꽤 있다. 사회적 인식과 비판을 통해 다듬어지는 거다. 그런 것들을 짚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이 작품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외국 작품도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틀에 박힌 표현도 많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노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고, 잘못된 부분을 비평해야 한다. 그래야 비평이 가치 있을 것 같다.

김시락장애, 여성, 퀴어 등 다양성이 존중될 때 훨씬 다채로운 시각이 담기는 것처럼, 평단의 시각도 다채로워져야 할 것 같다. 작품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단계에서도 장애인의 참여가 늘어난다면 훨씬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생각해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심사단이나 평단의 인적 구성이 다채로워지는 것도 관객의 작품 선택권을 넓히는 방법의 하나다. 그것이 장애인의 관극 경험 확대로 이어지고, 좀 더 풍요로운 비평으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세대의 평단과 심사위원단을 구성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문영민제가 장애예술 비평에 관해 예전부터 고민해 왔던 부분은, 교육 기회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난 3월에 장애예술인 실무워크숍으로 ‘작가노트 작성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창작 지원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 작업을 잘 기록하고 자기 언어화할 수 있는 지원과 교육 기회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창작과 접근성과 비평 모든 부문에서 앞으로 장기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듣고 싶다.

강희철요즘 극단에서 단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한해는 워크숍에 치중할 예정이지만 언제든 기회가 되면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장애인이 창작활동을 할 장이 정말 없다. 연습실도 없고 극장도 거의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이 예술을 향유했으면 좋겠다. 선택적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서 참여하고 즐길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김시락창작자로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접근성 측면이나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을 담아내고 싶다. 관객으로서는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더 부지런히 보러 다닐 생각이다.

박하늘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안전한 환경에서 오래오래 연결되면서 의미 있게 활동하고 싶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실수도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면서 해나갔으면 좋겠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지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뭘 잘 알아서가 아니라 협업하는 좋은 동료들 덕분이다. 주변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활동하고 싶다.

문영민자기성찰로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모두 웃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창작자로 비평가로 관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하시기를 기대한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강희철

극단 애인 창단 멤버로 2007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전쟁터 산책> <어느 마을>
<제4의 벽>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3인 3색 이야기’에서 <조건 만남>을 쓰고 출연했다.
hi1015@hanmail.net

김시락

다원예술 창작자. 창작집단 선넘어선 소속. 제약을 넘어선 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은 창작자이고, 볼 수 없어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을 포착해 내는 소시민이다. 예술을 매개로 제약의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활동을 한다. 공동기획 작품으로 팝업식사담 <카오스토어>,
움직임 워크숍 <봉in해제>, 소리창작 워크숍 <상상경작>, 이동권 연대기 <남산탈출기>가 있고, 국립극단 [창작공감:연출] <커뮤니티 대소동>에 출연했다. 청년예술청 [스페이스랩:아직] 기획으로 <무성한성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qpseh0113@naver.com

박하늘

연극과 다원예술 분야에서 배우, 창작, 음성해설을 협업의 형태로 하고 있다. 그밖에 기획, 연구, 자문, 공동운영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겸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출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커뮤니티 대소동>, 1인 창작 <점과 점을 잇는 사람들>, 음성해설 <극단 애인의
3인 3색 이야기>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 연구 <배리어 컨셔스를 위한 조각들>, 기획 <서교예술실험센터 이용자 접근성 영상> 등이 있다.
skypark7909@naver.com

문영민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0set 프로젝트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했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나는, 휴먼』을 공동 번역했다. 2021~2022년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saojungym@daum.net

정리.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PD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2023년 6월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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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06: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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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게 소통 및 표현의 도구이기도 하기때문에 가장 어려운 영역인것같습니다. 배리어프리 예술영역의 표현적인 부분을 가장 마음으로 와닿게 해준 유익한글입니다

2023-06-14 2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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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우리도 함께 노력하여 안전한 환경에서 오래오래 의미 있게 활동하고 싶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3-06-14 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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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접근을 통해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2023-06-14 17: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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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예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속도가 문제일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노력하는 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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