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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농·청각장애인의 문학작가 되기②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말 걸기

  • 맹현 작가
  • 등록일 2025-10-22
  • 조회수 101

이음광장

옥지구 시인의 시집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출판사 핌, 2024)는 올해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연합뉴스TV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동작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시를 전시하고 수어시 낭독 공연을 했다. 9월에는 ‘파주페어_북앤컬처’의 낭독회 ‘독篤독讀―도탑게 읽기’에 초대되어 독자들을 만났다. 문학계 인사들도 그의 시를 주목하여 각종 매체에 시평을 써 주었고, 문예지에 신작 시를 올리기도 했다. 대단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것도 아닌데, 첫 시집을 냈을 뿐인 신진 예술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농인과 청인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가로 살아가기

옥지구 시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을 잃고 인공와우를 착용해 수어와 구어를 하는 이중언어 사용자이다. 그러다 보니 농인 사회에서는 구화인으로, 청인 사회에서는 농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이런 자신을 ‘농사회에도 청사회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이라고 표현하며, 시 앞에서는 그냥 시 쓰는 사람 옥지구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그간 옥지구 시인에게 주어진 관심은 대부분 ‘농인인데 시를 써?’라는 다소 낯선 느낌에서 기인한 것들이었다. 그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농인은 어떻게 시를 쓰는지, 수어로 먼저 생각하는지 문자로 먼저 쓰는지 등 농정체성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경계인’이란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양쪽 모두에 속하는 사람이다. 옥지구 시인은 농인의 정체성도, 청인의 정체성도 모두 긍정하지만 하나의 특징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만은 거부한다.

그의 시를 보더라도 농인으로서 오디즘(Audism, 청인이 우월하다고 믿고 농인에게 청인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청능주의)을 날카롭게 비판하다가도, 소녀 같은 장난스러운 감성을 쏟아낸다. 또 “사회적인 천사들, 나를 하대하는 그대들의 눈빛은 아름답지 / 그토록 은은하게 사악할 줄도 몰랐지”(시 〈오디즘〉 중에서)처럼 메시지가 강한 시를 쓰면서도 시적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농인이라면 응당 시 낭독은 수어로 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구화를 연습해 와 목소리로 시를 낭독한다. 규정을 거부하고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판을 벌이는 것이 예술이라면, 옥 시인은 제대로 판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성장하고 싶은 옥지구 시인의 고군분투

옥지구 시인에게 받은 가장 큰 인상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겠구나.’이다. 시집을 내기 위해 시를 배울 때도, 올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으로 좀 더 전문적인 문예창작 수업을 받을 때도, 그는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이 없다. (그의 집은 경상북도 김천과 구미에 있다.) 게다가 매시간 주어진 과제 외에,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과제를 빼곡히 수행한 노트와 문제집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그는 부족한 모습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고, 상처가 될 수 있는 피드백도 방어나 장벽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묻는다. “저는 왜 글을 읽다가 놓치는 것들이 생길까요?”, “저는 왜 단어 실수를 하는 걸까요?”, “저에게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그러면 우리 풍경놀이터의 선생과 수어통역사들은 옥 시인과 함께 그의 삶과 경험을 추적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한 걸음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를 나누는 사랑과 환대의 시간

파주에서의 시 낭독회를 준비할 때 옥 시인은, “발음이 어눌하더라도 이것도 내 모습이니 몇 편은 구화로 낭독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울산에 내려가 언어치료 훈련을 받았다. 낭독회 전날에는 시의 문장과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는 수어 표현을 위해, 수어 단어를 고르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늦은 밤, “나만의 시적 스타일을 구축하는 방법을 새로 획득한 것 같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기쁨의 밤이었다.

이런 노력이 관객의 마음에 가닿았을까. 시 낭독회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옥 시인도 “생애 처음으로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환대를 받은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빛에 마음이 미묘해져서, 청인을 비판하는 오디즘 시는 이제 쓰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데…, 참 MZ다운 엉뚱함이 아닐 수 없다. 이 솔직하고 열심인 젊은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 (왼쪽) 긴 머리에 흰 셔츠를 입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미소 짓고 있는 흑백 인물사진. (오른쪽) 파란색 표지에 흰색 글씨로 시집 제목과 시인 이름이 적혀 있다. 상단에는 손에 담배를 쥔 흑백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왼쪽) 옥지구 시인(사진 제공. 본인) / (오른쪽)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책 사진(사진 출처. 출판도시문화재단)

  • 전시장 입구 전경. 중앙에 전시 소개문이 적힌 가벽이 세워져 있고, 전시장 벽에 시가 적힌 보드가 붙어 있다.

    동작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열린 손청, 옥지구 시인의 수어시 전시와 공연 《손으로 날다》 (사진 출처.풍경놀이터)

  • 강의실에서 파란 벽을 배경으로 옥 시인과 수어통역사가 앉아 있다. 오른쪽에는 자막 스크린이 있다. 객석에는 여러 명의 청중이 앉아 집중해서 듣고 있다.
  • 강의실에서 옥 시인과 수어통역사가 마이크 앞에서 수어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클로즈업 장면.

파주페어_북앤컬처 ‘독篤독讀―도탑게 읽기’ 낭독회
(왼쪽) 구화로 시를 낭독하는 옥지구 시인 / (오른쪽) 수어로 이야기 나누는 옥지구 시인
(사진 출처. 출판도시문화재단)

맹현

맹현

작가, 출판사 핌 대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장애문화예술단체 풍경놀이터에서 5년째 교육과 행사를 기획하고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도덕 토론 드라마 〈어쩌지, 어떡하지〉, KBS2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파파독2〉의 각본을 썼다. 쓴 책으로는 『영화를 알면 논술이 보인다』(공저), 『아기자두와 아기호두의 시』, 『쓰레기 위성의 혜나』, 『쓰레기 위성의 혜나2_알리올라 행성의 비밀』, 『거울 가면』이 있다.
sirens77@naver.com
∙ 풍경놀이터 홈페이지 pgplayground.co.kr

사진 제공.필자

2025년 10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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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2 2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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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으로서 시집내는 건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멋집니다 같은 농인이기에 더 감동스럽고 뿌듯합니다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과 희망을 부어 주길 바라고 다시 한번 박수 보냅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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