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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잇는 가치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리뷰 기술이 보는 장애, 장애가 말하는 기술

  •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 등록일 2021-06-02
  • 조회수2373

리뷰

같이 잇는 가치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기술이 보는 장애, 장애가 말하는 기술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기술이 발전하면 장애 예술도 발전할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건너오면서 기술은 융복합 창제작을 넘어 초연결을 위한 또 다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장애/비장애 공존을 위한 담론 형성과 장애 예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창작방법론 모색을 위해 2019년부터 문화예술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를 진행해왔다. 3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장애와 기술의 관계를 세밀하게 짚어보는 이야기 자리로 시작했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은 유튜브 라이브로 동시 진행되었고,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제공되었다. 1부는 ‘기술발전과 장애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 환기’를 주제로 김원영 작가, 김초엽 작가, 강미량 연구자, 안희제 비마이너 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 2부는 ‘기술을 통한 (장애)예술의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주제로 윤장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문일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송예슬 미디어 아티스트, 정지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학예사가 참여했다.

기술의 중심에 장애를 놓을 때

『사이보그가 되다』를 낸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는 장애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와 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관계를 짚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김초엽 작가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원영 작가는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장치의 사용’을 ‘사이보그적’이라고 말한다. 김초엽 작가는 ‘불구의 과학기술 선언’으로 번역되는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를 장애의 사회적 모델 관점으로 설명하며, 기술낙관론에 기반한 비장애중심주의를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개발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며, 기술 개발에 장애인을 배제나 분리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영역이 급진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영 작가는 황우석 전 교수 사건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속에 등장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장애인 이미지가 곳곳에 등장하자 기술과 장애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결여된 능력을 보완하는 역할로 등장한 의족, 의수, 휠체어, 보청기 등 인공보철에 미적 기준이 부각되면서 기술은 정상성의 척도가 되어버린다. 전동 휠체어는 수동 휠체어보다 더 완벽할까. 세련된 휠체어 디자인을 개발해서 멋있게 묘사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까. 테크노 페티시즘이나 트랜스 에이블리즘 같은 극단화까지, 과학기술의 중심에서 장애를 분리하려는 오랜 시도는 장애인을 더 소외시키거나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다른 존재와 연결해주는 것으로서 기술은 인간과 연립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되다』 집필 과정에서 여러 장애-기술 연구 자료를 소개하고 학술적 검토를 돕기도 한 강미량 연구자(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는 ‘아이언맨’으로 비유되는 하이테크가 장애의 고유성을 반영하는 방식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합의의 함의를 지적했다. 이를테면, 외골격 장치를 의미하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은 휠체어를 탄 사람을 걷게 하고, 평범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고, 돌봄도 필요 없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장애인 아이언맨’에 대한 보편적인 환상 같은 것이다. 훈련과 유지보수, 돌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애인과 기술이 만나는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장애인이 공동 개발자로 만났을 때 고유성의 발현이 수월하다고 강조한다. 강미량 연구자는 장애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시켜버리는 인식 속에서 장애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아픈 몸을 대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보고서 『난치의 상상력』을 쓴 안희제 작가는 과연 기술의 발전이 접근성의 향상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아직 없는 기술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다리지 말고 지금 우리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끌어모으자고 청한다. 안희제 작가는 자신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진행해온 ‘자막 달기 운동’ 사례를 소개하며 ‘감각의 번역’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대체 텍스트를 달고 입력란이 생기는 변화도 조금씩 일어나지만, 일상 영역에서는 제대로 된 대체 텍스트 작성 지침이 없다는 것과 적절한 대체 텍스트의 선을 찾는 것의 어려움이다. 건조하고 안전한 접근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개입, 즉 선동되고 현혹되고 비판할 수 있는 접근성 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각을 새롭게 감각하는 예술

2부에서는 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예술창작 사례를 소개했다. 윤장우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뇌과학에서 발견된 사실을 개념이나 도구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융합예술가이기도 한데, 인간의 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인 시각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스템을 탐색한다. 뇌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면 뇌세포가 다른 것과 연결되는 시냅스가 자라거나 크기가 커지는 신경물리학적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윤장우 교수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것, ‘놀라움’이라고 표현한다. 시각세포의 구성 비율과 세포의 발화를 표현한 <원초적 감성>, 뇌의 연결성과 생각을 표현한 <기억의 단편> 등, 뇌의 유전적 환경적 요소에 따른 작동방식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내가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니고, 뇌가 만들어내는 세상”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윤장우 교수는 기술의 영역은 다양하기에 자신의 도구와 개념을 활용해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을 통해 장애 정체성을 드러내고 가시화하는 흐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문일곰’을 운영하는 김문일 작가는 자신의 소통 도구인 유튜브에서도 기술의 발전이 아쉽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말이 조용한 환경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제작되지 않으면 ‘자동자막’ 기능의 인식률은 약 30%밖에 되지 않는데, 자막을 포기하거나 오번역하더라도 자동자막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수어와 새로운 가능성을 담아 ‘언어의 메시지’라는 예술을 만들어가겠다는 작가의 채널에 일단 구독 버튼을 눌렀다.

뉴욕에서 기술의 힘을 빌어 화상으로 접속해 ‘보이지 않는 조각’ 시리즈를 소개한 송예슬 작가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각적 효과가 점점 더 화려하고 현란해진다고 지적한다. 왜 미술계는 자꾸 시각 중심으로 가는가, 시각만 남기고 모든 감각이 사라진 미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조각’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파장, 비물질 재료의 가능성을 찾는 시도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경계에 대한 감각을 풀어낸 작업이다. 미술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빈 좌대만 덩그러니 보이지만, 사실 좌대 위에는 소리, 공기, 온기, 냄새와 같은 비물질 재료로 만든 조각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인식했든 못했든 공간을 탐색하면서 온 감각으로 작품을 만난다. 서로가 본 것이 다르니 자신이 본 것을 주장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며 서로의 인식의 차이를 존중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시각문화에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정지윤 김해클레이아크갤러리 학예사는 송예슬 작가의 ‘보이지 않는 조각’ 전시 《시시각각: 잊다 있다》를 기획·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다. 정지윤 학예사는 동시대 미술가들이 고민하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에는 어떤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포용적 관점의 실천적 미술관을 구축하기 위해 이 전시와 함께 라운드테이블 ‘미술관에서 그래도 될까요’, 시각장애인 초청 전시 관람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미술관에서 만났던 관람객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장애 비장애가 아닌, 통합적인 관점에서 미술관의 역할을 돌아보고, 진정한 ‘모두’가 되기 위한 모색과 함께, 융복합 예술이 거기에 어떠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남겼다.

예술가, 창작자, 기획자의 발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최첨단 과학기술부터 일상의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다양한 층위의 기술을 보면서, 어쩌면 그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개별성을 가진 장애가 있는 몸들을 생각해 본다. 기술이 장애를 만났을 때 불화하고 의존하는 애증의 관계를 그토록 열심히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짚는 것은, 기술의 발전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 정의와 접근성이라는 원칙이 기술의 핵심 가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당당한 주장으로 들렸다. 기술에서 가장 혁신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인 예술에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회적 경계에 대한 자세를 다시 살핀다.

같이 잇는 가치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주최 | 2021.05.07.(금) 2시 | 서울예술교육센터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공존을 그리는 문화예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의 일환으로 기술발전과 장애의 관계를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원영 변호사, 김초엽 소설가, 강미량 연구원, 안희제 칼럼니스트, 윤장우 교수, 김문일 작가, 송예슬 작가, 정지윤 학예사 등 창작자와 연구자, 기획자가 참여했다.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2021년 6월 (20호)

상세내용

리뷰

같이 잇는 가치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기술이 보는 장애, 장애가 말하는 기술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기술이 발전하면 장애 예술도 발전할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건너오면서 기술은 융복합 창제작을 넘어 초연결을 위한 또 다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장애/비장애 공존을 위한 담론 형성과 장애 예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창작방법론 모색을 위해 2019년부터 문화예술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를 진행해왔다. 3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장애와 기술의 관계를 세밀하게 짚어보는 이야기 자리로 시작했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은 유튜브 라이브로 동시 진행되었고,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제공되었다. 1부는 ‘기술발전과 장애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 환기’를 주제로 김원영 작가, 김초엽 작가, 강미량 연구자, 안희제 비마이너 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 2부는 ‘기술을 통한 (장애)예술의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주제로 윤장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문일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송예슬 미디어 아티스트, 정지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학예사가 참여했다.

기술의 중심에 장애를 놓을 때

『사이보그가 되다』를 낸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는 장애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와 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관계를 짚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김초엽 작가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원영 작가는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장치의 사용’을 ‘사이보그적’이라고 말한다. 김초엽 작가는 ‘불구의 과학기술 선언’으로 번역되는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를 장애의 사회적 모델 관점으로 설명하며, 기술낙관론에 기반한 비장애중심주의를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개발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며, 기술 개발에 장애인을 배제나 분리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영역이 급진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영 작가는 황우석 전 교수 사건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속에 등장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장애인 이미지가 곳곳에 등장하자 기술과 장애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결여된 능력을 보완하는 역할로 등장한 의족, 의수, 휠체어, 보청기 등 인공보철에 미적 기준이 부각되면서 기술은 정상성의 척도가 되어버린다. 전동 휠체어는 수동 휠체어보다 더 완벽할까. 세련된 휠체어 디자인을 개발해서 멋있게 묘사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까. 테크노 페티시즘이나 트랜스 에이블리즘 같은 극단화까지, 과학기술의 중심에서 장애를 분리하려는 오랜 시도는 장애인을 더 소외시키거나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다른 존재와 연결해주는 것으로서 기술은 인간과 연립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되다』 집필 과정에서 여러 장애-기술 연구 자료를 소개하고 학술적 검토를 돕기도 한 강미량 연구자(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는 ‘아이언맨’으로 비유되는 하이테크가 장애의 고유성을 반영하는 방식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합의의 함의를 지적했다. 이를테면, 외골격 장치를 의미하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은 휠체어를 탄 사람을 걷게 하고, 평범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고, 돌봄도 필요 없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장애인 아이언맨’에 대한 보편적인 환상 같은 것이다. 훈련과 유지보수, 돌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애인과 기술이 만나는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장애인이 공동 개발자로 만났을 때 고유성의 발현이 수월하다고 강조한다. 강미량 연구자는 장애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시켜버리는 인식 속에서 장애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아픈 몸을 대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보고서 『난치의 상상력』을 쓴 안희제 작가는 과연 기술의 발전이 접근성의 향상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아직 없는 기술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다리지 말고 지금 우리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끌어모으자고 청한다. 안희제 작가는 자신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진행해온 ‘자막 달기 운동’ 사례를 소개하며 ‘감각의 번역’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대체 텍스트를 달고 입력란이 생기는 변화도 조금씩 일어나지만, 일상 영역에서는 제대로 된 대체 텍스트 작성 지침이 없다는 것과 적절한 대체 텍스트의 선을 찾는 것의 어려움이다. 건조하고 안전한 접근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개입, 즉 선동되고 현혹되고 비판할 수 있는 접근성 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각을 새롭게 감각하는 예술

2부에서는 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예술창작 사례를 소개했다. 윤장우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뇌과학에서 발견된 사실을 개념이나 도구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융합예술가이기도 한데, 인간의 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인 시각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스템을 탐색한다. 뇌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면 뇌세포가 다른 것과 연결되는 시냅스가 자라거나 크기가 커지는 신경물리학적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윤장우 교수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것, ‘놀라움’이라고 표현한다. 시각세포의 구성 비율과 세포의 발화를 표현한 <원초적 감성>, 뇌의 연결성과 생각을 표현한 <기억의 단편> 등, 뇌의 유전적 환경적 요소에 따른 작동방식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내가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니고, 뇌가 만들어내는 세상”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윤장우 교수는 기술의 영역은 다양하기에 자신의 도구와 개념을 활용해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을 통해 장애 정체성을 드러내고 가시화하는 흐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문일곰’을 운영하는 김문일 작가는 자신의 소통 도구인 유튜브에서도 기술의 발전이 아쉽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말이 조용한 환경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제작되지 않으면 ‘자동자막’ 기능의 인식률은 약 30%밖에 되지 않는데, 자막을 포기하거나 오번역하더라도 자동자막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수어와 새로운 가능성을 담아 ‘언어의 메시지’라는 예술을 만들어가겠다는 작가의 채널에 일단 구독 버튼을 눌렀다.

뉴욕에서 기술의 힘을 빌어 화상으로 접속해 ‘보이지 않는 조각’ 시리즈를 소개한 송예슬 작가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각적 효과가 점점 더 화려하고 현란해진다고 지적한다. 왜 미술계는 자꾸 시각 중심으로 가는가, 시각만 남기고 모든 감각이 사라진 미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조각’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파장, 비물질 재료의 가능성을 찾는 시도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경계에 대한 감각을 풀어낸 작업이다. 미술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빈 좌대만 덩그러니 보이지만, 사실 좌대 위에는 소리, 공기, 온기, 냄새와 같은 비물질 재료로 만든 조각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인식했든 못했든 공간을 탐색하면서 온 감각으로 작품을 만난다. 서로가 본 것이 다르니 자신이 본 것을 주장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며 서로의 인식의 차이를 존중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시각문화에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정지윤 김해클레이아크갤러리 학예사는 송예슬 작가의 ‘보이지 않는 조각’ 전시 《시시각각: 잊다 있다》를 기획·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다. 정지윤 학예사는 동시대 미술가들이 고민하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에는 어떤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포용적 관점의 실천적 미술관을 구축하기 위해 이 전시와 함께 라운드테이블 ‘미술관에서 그래도 될까요’, 시각장애인 초청 전시 관람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미술관에서 만났던 관람객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장애 비장애가 아닌, 통합적인 관점에서 미술관의 역할을 돌아보고, 진정한 ‘모두’가 되기 위한 모색과 함께, 융복합 예술이 거기에 어떠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남겼다.

예술가, 창작자, 기획자의 발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최첨단 과학기술부터 일상의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다양한 층위의 기술을 보면서, 어쩌면 그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개별성을 가진 장애가 있는 몸들을 생각해 본다. 기술이 장애를 만났을 때 불화하고 의존하는 애증의 관계를 그토록 열심히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짚는 것은, 기술의 발전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 정의와 접근성이라는 원칙이 기술의 핵심 가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당당한 주장으로 들렸다. 기술에서 가장 혁신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인 예술에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회적 경계에 대한 자세를 다시 살핀다.

같이 잇는 가치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주최 | 2021.05.07.(금) 2시 | 서울예술교육센터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공존을 그리는 문화예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의 일환으로 기술발전과 장애의 관계를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원영 변호사, 김초엽 소설가, 강미량 연구원, 안희제 칼럼니스트, 윤장우 교수, 김문일 작가, 송예슬 작가, 정지윤 학예사 등 창작자와 연구자, 기획자가 참여했다.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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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2021년 6월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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