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시선
난 여성 장애인이다. 내가 배우가 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흥이 많았다. TV에서 나오는 춤은 다 따라 했으니까. 소방차 노래, 박남정 〈널 그리며〉의 기역니은 춤, 현진영 〈흐린 기억 속의 그대〉의 엉거주춤을 아무도 없는 방구석 클럽에서 음악을 켜놓고 혼자(난 INFP다) 췄는데, 가끔 엄마가 들여다보시고 웃으시곤 하셨다. 그게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이란 것을 보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봤다. 너무 신나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기억하기로는 예수 역은 김남희, 막달라 마리아 역은 가수 이재영이 맡았다. 나한텐 그야말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더랬다. 그 공연을 보고 며칠 동안 여운이 남았다.
그리고 연극 첫 경험은 TV에서다. 그땐 신문에 TV 편성표가 있었는데, EBS에서 연극 〈햄릿〉을 방송한다고 나와 있었다. ‘연극은 또 뭐냐?’ 싶어 호기심이 생겨서 보기로 했다. 햄릿 역에 전무송 선생님이었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처음 보는 난 거기에 몰입하였고, 재미있었다. 비록 아버지가 뉴스 보신다고 채널 돌리셔서 끝까진 못 봤지만, 속으로 ‘아~ 연극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감탄했다. 국어 시간에 배워서 스토리는 대충 알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그때부터였다. 배우가 되고 싶단 꿈을 꾼 게. 아니면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작가라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대사를 해야 하고 움직임도 자유로워야 하니까. 그 당시엔 장애인은 밖에도 못 나갔으니까, 나는 방구석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를 시전했다. 상상 속 나는 패션쇼장에서 장동건이랑 이마 키스 피날레도 하고, 때론 클럽에서 박진영의 ‘잠수 춤’도 췄다. 그렇게 나는 혼자 놀면서, TV 애니메이션 속 오스칼, 세일러 문과 사춘기를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동생한테 양보한 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30대 중반에 센터에서 서울에 아주 큰 행사에 갔는데, 무대에서 장애인들이 연극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제법 연기답게.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넋 놓고 한~참을 보다가 일행 중 한 사람이 불러서 아쉽지만 거기까지 보고 일행을 따라갔다. 처음으로 나 같은 중증장애인도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너무 기뻤다.
그 이듬해 연극 자조모임 ‘몸뚱아리’를 만들었는데, 첫해는 사람이 많이 몰렸다. 그때 극단 함세상과 만났다. 그때는 그 좁은 곳에서 내가 공연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서 훗날 내 스승님이자 배우인 박연희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선배이자 친구인 천생배우 박희진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서 우여곡절 끝에 난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됐고, 배우가 되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 공연 사진

김정희
저는 올해로 자립 15년 차 된 대구지역에서 아니,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중증(뇌병변 1급)장애인 연극배우이자, 주 4일 14시간 월 52시간 월급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현재 대구ㅇㅇ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복지 일자리 참여형 예술 부문 파견직으로 극단 함께사는세상(소극장 함세상) 기획 홍보 업무를 하고 있으며, 배우 경력은 10년 차입니다. 또한 오른발잡이입니다.
사진 출처. 현장탐방: 예술해볼라GO 시즌2 | 극단 함께사는세상 캡처
2026년 10월 (80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전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