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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김진우 유튜버 × 김인규 미술작가

인터뷰 스포트라이트는 무엇을 비춰야 할까

  • 김인규 서천발달장애인예술창작그룹 대표
  • 등록일 2022-06-29
  • 조회수2616

인터뷰

진우는 최근 2년간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진우가 사람들 앞에 서는 것, 특히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살려 하게 된 일이다. 강의는 장애인 당사자 1인과 사회복지사 1인이 팀을 이뤄 진행된다. 진우가 먼저 강의를 하고 나면 사회복지사가 보충하는 방식이다. 복지관 측에서 마련한 대본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게 된다. 그것을 외워 연습한 후 현장에 나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진우가 작년에 한 초등학교에서 했던 강의의 녹취록이다.

“예,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조금 보고 얘기를 계속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을 보고) 예 지금 보시다시피, 이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제가 여행을 갔다 오는 사진인데 가까이 가서, 먼데 가서, 사진도 찍고, 가까운 데서 사진도 찍었는데 여러 가지… 여러 가지 일을 했었는데 아직 먼 데는 가지 못했습니다. 저도 이런 여행을 해서 영상을 만들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서, 오늘 교육에서 이런 영상을, 오늘 보고, 어, 얘기해야겠다, 담아봐야겠다 해서 영상을, 지금도 영상을 담고 있습니다. (진우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하자면 유… 발달장애 어, 디자인 활동으로, 이런 것도, 디자인 활동도 인제, 제가 준비를 했었는데, 이렇게 디자인 활동에 어, 그래서 제 꿈은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게 꿈인데요. 지금은 아직 그림을 그려서, 인제 전시도 할 수 있을 만큼 아직은 그림을 못 그리고 있고요. 조금 더 연습을 조금 더 해야 되는데, 이런 연습이 조금 더 안 된다는 연습이 돼서, 이런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진우는 자신을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라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링크)을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 운영자라고 말을 하게 된 출발은 당연히 복지관에서 만들어준 대본에 따른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대중에게 진우를 보여주는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장애인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뭐, 그런 뉘앙스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은 진우 스스로도 자신을 유튜브 채널 운영자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를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개하니까 말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진우는 자신이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자막도 넣는다고 말한다.

“유튜브에다 영상 찍어서 올리고, 스스로 올릴 수도 있고, 엄마랑 용산 갔다 오면 그 만나는 열차들 영상을, 내가 동영상에 들어가서, 업로드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영상 자막을 써서 직접 올리거든요. 자막 써서 직접 거기다가 유튜브에다가 직접, 내가 갔다 온 기차 만나는 영상을 가끔 내가 올리기도 하거든.”

그런데 이 말은 진실과 좀 거리가 있다.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은 실은 아빠인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일 모두 아빠가 한다. 진우의 역할은 찍히는 것이다. 진우가 스스로 만든 유튜브 채널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데, 별 내용이 없는 1~3초 정도 아주 짧은 토막 영상을 어쩌다가 올릴 뿐이다. 진우는 사진을 찍는 것과 영상을 찍는 것을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순간순간 찍은 영상들이다. 그마저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는지 최근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어느 날 진우가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유튜브 채널에 직접 영상을 올리려 하니 계정 비번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진우가 개인정보를 관리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밀번호가 노출되어 해킹된 적이 있었다.

진우는 또한 자신을 디자이너로 소개한다. 복지관 사업으로 진우가 그린 캐릭터를 굿즈로 제작하여 활용되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도 말한다. 진우는 실제 일상적으로 그리기 활동을 한다. 오랜 세월 그리기를 해왔는데, 시각예술가인 아빠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그 바탕이다. 그렇지만 진우가 그리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을 주로 그리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주면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더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리기 활동 시간은 길지 않다. 그리고 싶은 사람을 간단한 도안으로 그려내고 이름을 써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색도 칠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미술 프로그램 운영 강사나 그림을 받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유튜브 채널 운영자, 화가,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알려진 진우의 배후에는 아빠인 내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런 진우의 모습은 더욱 부각될 것이고, 그것이 진우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시되고 뽐을 내는 것에 진우 또한 성취감, 혹은 충족감을 가질 것이다. 진우는 그런 행동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그만큼 더욱 달려야 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지난 3개월 가까이 진우 유튜브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딜레마의 표현이다.

최근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그러면서 몇몇 발달장애인은 정말 유명인이 되어가고 있다. 비장애인 세계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시절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무엇보다도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환대받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시각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우리가 풀지 못한 어떤 불편한 지점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콘텐츠들은 대체로 ‘발달장애인임에도 ○○을 해내고 있다’라는 서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으로는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특성을 살려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라는 바람이 강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발달장애인의 배후에 당연히 자리하고 있을 부모 혹은 조력자의 모습은 ‘의도적으로(?)’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 진우의 경우에서 배후에 아빠의 존재는 필수적이며 결정적이다. 물론 장애의 정도와 각자의 역량에 따라 강약이 있을 수는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조력자의 존재가 불가분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발달장애인은 조력자 없이 사회적 관계 속에 놓기 어렵다. 그건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발달장애의 핵심이다.

예전에는 발달장애인이면 대부분 시설에 수용되거나, 집안에 남겨지거나, 혹은 방치되거나 어떤 형태로든 사회 밖으로 내쳐져 있었다. 여기서 발달장애인이 사회적 관계로 들어오고 그 일원이 되는 것은 비장애인의 환대와 지원 혹은 조력이라고 하는 어떤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현재 발달장애인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그것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개인의 역량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뒤집어 보면, 배후에서 조력하는 사람 또한 개인적인 문제로 내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력자가 지치는 순간 발달장애인 당사자 또한 지치게 될 것이며 함께 무너져내리게 될 것이다.

요즘 나는, 진우를 어디까지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전보다 한 발 더 빼고 있고, 진우의 일상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 어쨌든 진우는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즐겁다. 진우가 좋아하는 기차 여행을 더욱 자극하는 촉매가 되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누적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림을 그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 또한 여전한 즐거움이다. 한편으로는 큰 종이를 접어 들고 다니면서 알 수 없는 낙서를 해대는 즐거움도 있다. 핸드폰 공기계나 케이스를 이리저리 맞추고, 테이프를 칭칭 동여매고, 그것을 들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행동이 즐겁다. 장애인식개선 강사로서 무대에 서는 일 또한 자부심 있는 행동이다. 복지관에 가서 복지사분들과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하는 일, 동료 발달장애인들과 공동가정생활을 하고, 모임을 하며 여행하고 노래방을 가는 일이 즐겁다. 물론 배후에서는 진우의 부모, 복지관의 복지사분들이 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은 진우의 장애인식개선 강의 마지막 대목의 녹취록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같은 사업에서 이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근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어, 목적인 자체서 일을 한다는 게, 목적이 되고 있다는 게, 목적이,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겠다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된다, 그런 것을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것의 본래 대본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이 살기가 좋아지는 세상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특이한 사람으로 대우하지 마세요. 장애인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그냥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강의 과정에서 어휘 선택이 저렇게 변했다. 말을 잘 꿰어 보면 그 의미가 그렇게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진우의 어휘 선택에서 어떤 부분은 통으로 삭제되었고, 어떤 문장은 새롭게 들어앉았다. 뜬금없는 단어들이 들어와 떠돌기도 한다. 맥락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막연한 상태에서 떠돈다. 어쩌면 진우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만큼일 수도 있고, 진우가 구성할 수 있는 말의 방식일 수도 있다. 복지관에서 애초에 편성한 세계, 그러니까 비장애인이 구성한 세계 안에 진우가 접속하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나는 그게 진우가 스스로 구성하고 실현한 지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진우의 삶이 이루어지는 지점, 일상의 수준 말이다. 그리고 그게 대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진우는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진우는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는 그것이 실행되는 구조를 좀 더 비춰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관계가 형성되고 실현되는 구조 말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면 사실 그 부분이다. 그 메커니즘은 더욱더 관찰되고 연구되어야 하며, 사회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이 비장애인의 일상에 가까운 수준까지 다다른다면, 대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은 더 이상 특이한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우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 영상 촬영을 즐긴다.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상과 여행, 예술활동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인규

30년 가까이 중등교육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였으며, 현재는 자유로운 예술교육 활동을 수행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예술활동 및 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5세 발달장애인 김진우의 아빠이며 ‘진우’와 함께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면서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기도 한다.
kig8142@naver.com
유튜브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바로가기(링크)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gmail.com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자료 제공. 김인규

2022년 7월 (32호)

김인규

김인규 

발달장애가 있는 김진우의 아빠다.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 부모회 활동을 하였고,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미술활동을 하여 왔으며,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와 소통을 도모해왔다. 최근에는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일상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kig8142@naver.com

상세내용

인터뷰

진우는 최근 2년간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진우가 사람들 앞에 서는 것, 특히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살려 하게 된 일이다. 강의는 장애인 당사자 1인과 사회복지사 1인이 팀을 이뤄 진행된다. 진우가 먼저 강의를 하고 나면 사회복지사가 보충하는 방식이다. 복지관 측에서 마련한 대본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게 된다. 그것을 외워 연습한 후 현장에 나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진우가 작년에 한 초등학교에서 했던 강의의 녹취록이다.

“예,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조금 보고 얘기를 계속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을 보고) 예 지금 보시다시피, 이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제가 여행을 갔다 오는 사진인데 가까이 가서, 먼데 가서, 사진도 찍고, 가까운 데서 사진도 찍었는데 여러 가지… 여러 가지 일을 했었는데 아직 먼 데는 가지 못했습니다. 저도 이런 여행을 해서 영상을 만들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서, 오늘 교육에서 이런 영상을, 오늘 보고, 어, 얘기해야겠다, 담아봐야겠다 해서 영상을, 지금도 영상을 담고 있습니다. (진우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하자면 유… 발달장애 어, 디자인 활동으로, 이런 것도, 디자인 활동도 인제, 제가 준비를 했었는데, 이렇게 디자인 활동에 어, 그래서 제 꿈은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게 꿈인데요. 지금은 아직 그림을 그려서, 인제 전시도 할 수 있을 만큼 아직은 그림을 못 그리고 있고요. 조금 더 연습을 조금 더 해야 되는데, 이런 연습이 조금 더 안 된다는 연습이 돼서, 이런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진우는 자신을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라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링크)을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 운영자라고 말을 하게 된 출발은 당연히 복지관에서 만들어준 대본에 따른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대중에게 진우를 보여주는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장애인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뭐, 그런 뉘앙스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은 진우 스스로도 자신을 유튜브 채널 운영자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를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개하니까 말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진우는 자신이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자막도 넣는다고 말한다.

“유튜브에다 영상 찍어서 올리고, 스스로 올릴 수도 있고, 엄마랑 용산 갔다 오면 그 만나는 열차들 영상을, 내가 동영상에 들어가서, 업로드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영상 자막을 써서 직접 올리거든요. 자막 써서 직접 거기다가 유튜브에다가 직접, 내가 갔다 온 기차 만나는 영상을 가끔 내가 올리기도 하거든.”

그런데 이 말은 진실과 좀 거리가 있다.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은 실은 아빠인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일 모두 아빠가 한다. 진우의 역할은 찍히는 것이다. 진우가 스스로 만든 유튜브 채널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데, 별 내용이 없는 1~3초 정도 아주 짧은 토막 영상을 어쩌다가 올릴 뿐이다. 진우는 사진을 찍는 것과 영상을 찍는 것을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순간순간 찍은 영상들이다. 그마저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는지 최근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어느 날 진우가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유튜브 채널에 직접 영상을 올리려 하니 계정 비번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진우가 개인정보를 관리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밀번호가 노출되어 해킹된 적이 있었다.

진우는 또한 자신을 디자이너로 소개한다. 복지관 사업으로 진우가 그린 캐릭터를 굿즈로 제작하여 활용되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도 말한다. 진우는 실제 일상적으로 그리기 활동을 한다. 오랜 세월 그리기를 해왔는데, 시각예술가인 아빠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그 바탕이다. 그렇지만 진우가 그리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을 주로 그리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주면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더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리기 활동 시간은 길지 않다. 그리고 싶은 사람을 간단한 도안으로 그려내고 이름을 써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색도 칠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미술 프로그램 운영 강사나 그림을 받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유튜브 채널 운영자, 화가,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알려진 진우의 배후에는 아빠인 내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런 진우의 모습은 더욱 부각될 것이고, 그것이 진우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시되고 뽐을 내는 것에 진우 또한 성취감, 혹은 충족감을 가질 것이다. 진우는 그런 행동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그만큼 더욱 달려야 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지난 3개월 가까이 진우 유튜브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딜레마의 표현이다.

최근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그러면서 몇몇 발달장애인은 정말 유명인이 되어가고 있다. 비장애인 세계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시절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무엇보다도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환대받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시각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우리가 풀지 못한 어떤 불편한 지점이 남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콘텐츠들은 대체로 ‘발달장애인임에도 ○○을 해내고 있다’라는 서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으로는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특성을 살려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라는 바람이 강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발달장애인의 배후에 당연히 자리하고 있을 부모 혹은 조력자의 모습은 ‘의도적으로(?)’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 진우의 경우에서 배후에 아빠의 존재는 필수적이며 결정적이다. 물론 장애의 정도와 각자의 역량에 따라 강약이 있을 수는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조력자의 존재가 불가분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발달장애인은 조력자 없이 사회적 관계 속에 놓기 어렵다. 그건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발달장애의 핵심이다.

예전에는 발달장애인이면 대부분 시설에 수용되거나, 집안에 남겨지거나, 혹은 방치되거나 어떤 형태로든 사회 밖으로 내쳐져 있었다. 여기서 발달장애인이 사회적 관계로 들어오고 그 일원이 되는 것은 비장애인의 환대와 지원 혹은 조력이라고 하는 어떤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현재 발달장애인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그것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개인의 역량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뒤집어 보면, 배후에서 조력하는 사람 또한 개인적인 문제로 내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력자가 지치는 순간 발달장애인 당사자 또한 지치게 될 것이며 함께 무너져내리게 될 것이다.

요즘 나는, 진우를 어디까지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전보다 한 발 더 빼고 있고, 진우의 일상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 어쨌든 진우는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즐겁다. 진우가 좋아하는 기차 여행을 더욱 자극하는 촉매가 되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누적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림을 그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 또한 여전한 즐거움이다. 한편으로는 큰 종이를 접어 들고 다니면서 알 수 없는 낙서를 해대는 즐거움도 있다. 핸드폰 공기계나 케이스를 이리저리 맞추고, 테이프를 칭칭 동여매고, 그것을 들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행동이 즐겁다. 장애인식개선 강사로서 무대에 서는 일 또한 자부심 있는 행동이다. 복지관에 가서 복지사분들과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하는 일, 동료 발달장애인들과 공동가정생활을 하고, 모임을 하며 여행하고 노래방을 가는 일이 즐겁다. 물론 배후에서는 진우의 부모, 복지관의 복지사분들이 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은 진우의 장애인식개선 강의 마지막 대목의 녹취록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같은 사업에서 이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근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어, 목적인 자체서 일을 한다는 게, 목적이 되고 있다는 게, 목적이,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겠다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된다, 그런 것을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것의 본래 대본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이 살기가 좋아지는 세상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특이한 사람으로 대우하지 마세요. 장애인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그냥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강의 과정에서 어휘 선택이 저렇게 변했다. 말을 잘 꿰어 보면 그 의미가 그렇게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진우의 어휘 선택에서 어떤 부분은 통으로 삭제되었고, 어떤 문장은 새롭게 들어앉았다. 뜬금없는 단어들이 들어와 떠돌기도 한다. 맥락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막연한 상태에서 떠돈다. 어쩌면 진우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만큼일 수도 있고, 진우가 구성할 수 있는 말의 방식일 수도 있다. 복지관에서 애초에 편성한 세계, 그러니까 비장애인이 구성한 세계 안에 진우가 접속하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나는 그게 진우가 스스로 구성하고 실현한 지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진우의 삶이 이루어지는 지점, 일상의 수준 말이다. 그리고 그게 대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진우는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진우는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는 그것이 실행되는 구조를 좀 더 비춰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관계가 형성되고 실현되는 구조 말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면 사실 그 부분이다. 그 메커니즘은 더욱더 관찰되고 연구되어야 하며, 사회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이 비장애인의 일상에 가까운 수준까지 다다른다면, 대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은 더 이상 특이한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우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 영상 촬영을 즐긴다.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상과 여행, 예술활동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인규

30년 가까이 중등교육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였으며, 현재는 자유로운 예술교육 활동을 수행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예술활동 및 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5세 발달장애인 김진우의 아빠이며 ‘진우’와 함께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면서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기도 한다.
kig8142@naver.com
유튜브 ‘발달장애 진우의 자립생활’ 바로가기(링크)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gmail.com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자료 제공. 김인규

2022년 7월 (32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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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14: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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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발달장애인과 그 주변의 가족, 그리고 사회적 관심과 제도가 어떻게 뒷받침 되어야 하고 바뀌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최근 발달장애인에 관한 관심과 이슈가 많은데,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 좋네요. 감사합니다.

2022-06-30 1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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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님이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길 바라게 되면서도, 김인규 선생님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지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어떻게 사회적 동행 시스템을 만들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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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