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을 기반으로 시각
예술 작업을 하고 있는 김수정입니다.
저는 주로 설치를 기반으로 드로잉,
미디어, 조형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폭력과 사랑이 개개인을
뒤흔드는 과정, 이유, 목적, 희생에
집중해 감정의 자녀나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균열, 그리고
그것들이 남기는 감각적 흔적들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가고 습니다.
제 작업은 말이 되지 않는 순간들에서
출발해 가까운 관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충돌이나 불편함은 대게
명확한 사건보다는 아주 미세한
감각으로 먼저 다가옵니다.
어떤 시선, 어떤 말투, 반복되는
소리, 손끝에 당, 촉감 같은 것들은
즉각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몸에 남아 때로는 언어보다 더 깊게
각인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순간들을 붙잡아 포착하고
시각 예술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 무음의 곡선은 폭력이
폭력으로 명명되기 이전에 감지되지만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의 정서적 파동을
시각적으로 구성한 작업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공간,
흔한 사물, 뭐 반복되는 동작과
감각을 통해 아주 사소한 불편함,
어쩌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긴장의
순간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폭력은 종종 아주
조용히 아무 말도 없이 스며듭니다.
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조용한
증후들, 들리지 않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진동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전시는 언어화 되지 못한
폭력의 순간들을 포착한 다섯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오른편에 위치한 사운드
작품인 휘는 시간은 반복되는 일상적인
소리인 부엌의 칼질 그릇을 쌓는 소리
바닥을 솔질하는 소리인 세 가지
소리가 순차적으로 반복해서 제공되는
가운데 나의 선체 어긋나는 리듬을
통해 관계 안에서의 불안정한 감각을
뿌리의 흐름으로 표현한 작업입니다.
전시장의 가운데에 놓인 우음의 진동은
깜빡이는 조명과 불규칙한 정기적
리듬을 통해 천둥이나 정전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안의 순간을
공간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빛의 떨림은 관계의
균열이 시작되는 지점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떼어지지 않은지 않는 수전을 중심으로
부엌과 화장실 벽지와 타일 같은
일상적 장소나 사물을 배경으로 관계
속에서 남겨지고 끈끈하게 늘어져 붙은
감정의 자녀를 팬드로인과 조형 설치
형태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물이 흐르는 수전 주의로 지워도
계속해서 생기는 녹과 마주보는
벽지까지 튀어버린 기름의 흔적. 그런
세월을 지나온 벽지를 통해 말하지
못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호출하고자
했습니다.
장난 끝은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장난처럼 시작된 접촉이 강도를 더해
갈수록 통제되지 않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폭력의 형태로 변질되어 관계를
무너뜨려 가는 과정을 비언어적인
형상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무음의 곡선을 통해 저는 감정이
언어가 되기 이전의 상태 몸이 먼저
기억하고 감각하는 그 직전의 순간들을
더 깊이 탐색하고자 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심리적 친밀감
안에서 종종 무심이 지나치는 신호들
쉽게 농담이나 장난으로 치부되지만
실은 깊은 균열을 남기는 접촉들.
그 시작점을 붙잡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관계는 균형과 긴장을 경계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감정은 말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저는 이번 작업을 통해 그 움직임과
어긋남의 조짐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관람객들 역시 각자의 경험을 통해 그
흔들림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조각들과 그 안에 깃든 진동을
시각적으로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 파도는 기슭에 도달할 수 있을까.
홍티아트센터는 다양한 입주작가와 함께 릴레이 개인전을 진행합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고민, 행동, 감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과 시도를 홍티에서 선보이고자 합니다. 올해 릴레이 개인전은 <파도는 기슭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파도를 닮은 작가들은 각자 다른 경로와 방식으로 기슭에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물내음을 흩뿌리며, 물보라를 만들어 냅니다. 쪼개지는 파도가 많은 이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 릴레이 개인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