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엘런 새뮤얼스이고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만성적 시간(chronic time)’과 ‘느린 미래성(slow futurity)’이라고 부르는
개념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개념들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압력들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의 사회 구조를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을 포함하여 많은 소수자 집단에게서
자원과 자유를 빼앗으려는 움직임이 벌어지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제가 제안한 것입니다.
우리는
빠르게가 아니라 아주 천천히 움직임으로써
우리가 살고 싶은 대안적 세계를
보호하고 제시하는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크립/퀴어 시인들의 작업입니다.
장애인, 트랜스, 퀴어 시인들 말입니다.
저는 특히
한 시인의 작업을 깊이 다루었는데,
바로 트랜스·퀴어·크립 정체성을 가진 필리핀계
미국 시인, 케이 울란데이 배럿입니다.
또한 저는 이 작업,
그리고 제 작업 전반에서
미디어와 매개,
그리고 매체로서의 신체에 대해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크립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즉 장애와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 가운데
우리가 ‘크립’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정치적·공동체적 개념의
장애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하나의 매체로,
다시 말해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미디어로서 사용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세계가 우리를 규정하려
시도하는 방식이자
또한 우리가 저항할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합니다.
제 모든 작업에서
제 몸과
제 장애와 만성질환,
그리고 제 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때때로 부정적으로 일컬어지는
‘미서치(mesearch)’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즉, 저는 그저 저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며
그것은 자아도취적이고 타인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 주장에 반박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서치’가
사실은 하나의 매개 행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제 경험과 몸을 기반으로
세상과의 관계를 스스로 매개하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이 저를, 제 공동체를,
그리고 제가 '느린 미래성'이라고 부르는 미래 속에서
생존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각자를
평가절하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작업이
미디어를 확장하고 미디어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매개’라는 개념과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영상은 2025년 9월 진행된 감각 너머 2025 포럼《서로가 서로를》인터뷰 기록입니다.
엘런 새뮤얼스 |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젠더·여성학 및 영어학 명예교수
리움미술관은 2021년부터 접근성 프로그램 감각 너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감각 너머는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경계를 넘어, 각자의 고유한 감각으로 예술을 경험하는 자리입니다. 2025년의 주제는 '미디어'입니다. 지난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린 감각 너머 2025 포럼 《서로가 서로를》에서는 미디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센서와 카메라, VR, AI, 로보틱스 같은 기술은 감각을 확장하고 경험을 넓히는 새로운 방식이 됩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몸입니다. 신체는 감각을 전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매개하는 가장 근원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몸짓에서 호흡에 이르기까지 모든 움직임과 감각은 서로에게 닿아 타인과 연결되며 관계를 확장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포럼에 참여한 문학가, 예술가, 연구자, 활동가들과 나누었던 서로 다른 시선과 경험을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그 만남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가 매개하는 다양한 세계를 탐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포럼에 이어 이번 인터뷰가 감각을 잇는 회로이자 각자의 감각 속에서 겹쳐지는 파장이 되어, 서로에 대한 또 다른 이해를 열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