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카페 안에서
20대 후반의 지은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 초조한
기색으로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은튼 한 숨을 내쉬던 지은 웨이브진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생각에
잠긴다.
지은이 파우치를 열어 손바닥만한
손가울과 아이라이너를 꺼내 얼굴을
이리저리 보다가 눈화장을 고친다.
지은 속눈썹이 길고 코가 오똑한
세련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요화장을 고친 지은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다가 이내 웃음길를 거둔다.
지은이 파우치를 또 뒤적이더니 새끼
손가락에 립스틱을 묻혀서 입술에
펴바른다.
화장을 고친 지은 두 손으로 손거울을
진 채 거울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었다가 거두기를 반복한다.
불연듯 지은이 손꺼울을 움켜진 채
기도하듯 눈을 감고 작게 고기를
끄덕인다.
이때 카페 밖에서 주한이 걸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주한이 지은의 앞에 서자 지은이
주한을 올려다보며 화나게 웃는다.
흰색 상위의 청바지 차림의 주안이
지은에 맞은 편에 앉는다.
오랜만이네.
진짜 오랜만이다.
오빠 더 멋있어졌네.
아니야. 지은이 네가 더 이뻐졌지.
우리 3년만인가?
음. 야, 벌써 그렇게 됐네.
나 그때 1학년 개강 파티 때
있잖아. 오빠 혼자 군복 입고 왔을
때. 그때 진짜 멋있어 보였는데.
나 아직도 가끔 그때 생각난다.
아니 그때 군복 입어 가지고 너네가
얼마나 놀렸는데 그때 얼마나
욕팔렸는지 알아?
아니야. 진짜 멋있었다니까.
오빠. 오빠 요새 뭐해? 일해.
음. 나 한국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일 쉬고 있지.
아, 맞다. 오빠 호주로 워킹홀리데
갔다 왔다고 했나?
영어는 어때? 많이 늘었어?
호주 사람보다 한국 사람들이랑 더
친해져서 온 것 같아.
영어 실력도 뭐 그대로고.
돈은 내가 주변에서 듣기론 월 5,
600씩 벌어온다던데 오빠도 그
정도로 벌었어?
아이 그것도 다 옛날 얘기더라.
요즘엔 호주에서도 일구 하기 힘들어.
내 룸메가 한국인이었는데 걔가 나
일식집 꽂아줬거든.
근데
한국 오기 전에 다 사기당했어. 같은
한국인한테.
아, 지은아.
너 요즘 뭐 해?
내가 호주 가기 전에
취업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
아, 잠깐만.
지은이 제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네,
알겠습니다.
지은이 차를 마시는 주안을 슬쩍
본다.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아, 미안해.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아 나 그때 취업하고 한 달 만에
그만두고 1년 전에 지금에서 들어가서
쭉 다니고 있어.
여기 아니었으면 나 지금까지 백수였을
거야.
아 진짜?
회사는 어때? 뭐 하는 회사야?
회사
괜찮아.
토지 분양해 주는 회사야.
와 그럼 거기서 디자인하는 거야?
아니
나 영업 중에서 일하고 있어.
주한이 고개를 겨우한다.
영업?
응?
왜? 내가 영업한다니까 이상해.
주한은 의야하다는 듯 두 눈을
뻑뻑인다.
아니 디자인하고 영업은 차이가 좀
크잖아.
시선을 떨구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지은.
그지?
그렇긴 한데
요새 뭐 디자인과 나왔다고 다
디자인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난 뭘 하든 영업이 필요한 거
같아.
만약에 오빠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그 제품이 그냥
팔리는 건 아니잖아.
뭐 디자인이든 뭐든 다 영업을 해야지
팔리는 거지.
맞아.
아니 난 지은이 네가
영업한다 그래서 조금 놀랬어.
그냥 좀 신기해서
신기해서 물어봤던 거 같아.
알지?
그래도 나 벌써 과장이다. 돈도 많이
벌고 있고.
나 영업이 체질인가 봐.
주한을 보며 미소짓던 지은이 자세를
바로 잡으며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린다.
오빠.
응.
내가 괜찮은 땅 하나 알고 있는데
여기 한번 투자해 볼래? 부동산 가격
오르기 전에 오빠가 미리 사두면 진짜
좋을 거 같아서 그래.
여기 요새 진짜 인기가 너무 많아서
일반 사람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땅이야. 도곡동 쪽에 있거든. 근데
생각해 봐. 서울에 그것도 강남에
이런 저렴한 땅 진짜 없다.
그리고 여기 사두면 나중에 시세
차익도 많이 얻을 수 있어.
근데
내가 지금
땅 살 돈도 없고
땅을 사 본 경험도 없어서
주한을 빤히 보고 있던 지은이 제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본다.
잠깐만.
지은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간다.
주는 고개를 숙였다가 지은이 나간
쪽을 본다.
카페문 위쪽에 흰색 조아가 달린 종이
걸려 있다.
주한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아, 형인데
너 이진이라고 알지? 내 디자인거
후배
어젠가 연락이 와 가지고 만나자
그래서 만났거든. 근데 그게 영업한다
그러더라고.
주하는 통률이 넘어 담배를 피우는
지은을 유심히 본다.
아니 근데 회사 들어간지 1년 만에
과장이 되는게 말이 되냐? 경력이
없는데
거기 좀 이상한 것도 아니야?
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아니, 아까는 나보고 땅까지 살라
그랬다니까.
그래,
그지? 그래, 알았다. 나 좀다
전화할게. 음. 알겠어.
지은이 카페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누구야?
음. 아까 말했던 그 호주 룸매
친구.
지은아.
근데 너 담배 폈어?
아. 아, 오빠 봤구나.
원래 안 폈는데
지금 해서 다니면서 피게 됐어.
내가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아, 내가 아까 말한 땅 그거 사.
지금이 기회야.
근데
땅을 사 본 적도 없고
돈이 필요하기도 한데
좀
아
잠깐만
지은이 핸드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돼요
카페 앞
다 잘되고 있다니까 까요.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지금 제가 어떤 기분인지?
지은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허두숨을
짓는다.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직접 오시던져.
전화를 끊는 지은.
진짜.
지은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지은 착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담배를 피우다가 고개를 돌려 안에
있는 주한을 본다.
주한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지은이 담배를 발로 비벼서 끈다.
음.
카페로 지은이 들어온다.
아까 그 친구야?
지은이 안 된다.
응.
그 호주 친구가?
음. 아까 말했던 호주 룸매.
아, 그렇구나.
아무튼 오빠 내가 말한 땅 그거
사자.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 투자하면
투자금에 최소 세 배는 벌 수 있어.
내가 부동산으로 얼마 벌었는지 말해
줄까?
한 8천 정도 투자해서
시세 차익만 15억 이상 났어.
와 진짜 많이 벌었네.
응.
나도 처음에 살까 말까 고민 진짜
많이 했는데
그래도 우리 팀장님 말 믿고
투자했지.
오빠 내가 볼 때이 땅은 지금이
적기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한을 보던
지은이 순간 표정이 차가워진다.
왜? 무슨 생각해? 오빠.
그게 너무 갑작이어서
뭐든 갑작이지.
나도 원래 오빠한테 이런 말 하려고
보자고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오빠가 여기 투자하면 진짜 잘
될 거 같아서 그래.
오빠 요새는 주식도 비트코인도 답이
아니야.
부동산이 답이야.
아니다. 말라 나온 김에 나랑 같이
우리 회사로 가자. 내가 팀장님
소개시켜 줄게. 팀장님이 더
디테일하게 잘 설명해 줄 거야,
지금.
응.
근데 내가 땅을 사 본 적도 없고
지금 땅을 살 만한 돈이 없어서
지금 선택하기가 좀 그렇네.
오빠가 한 번도 안 해 봐서 그래.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돈은 일단 급한 대로 대출 받자.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게. 오빠.
응.
지은아,
너 혹시 명암 있어?
명함?
잠깐만.
아 근데
핸드백을 열며
내가 원래 막 이런 걸 넣어 다니진
않아서
아 나 차에 보면 있을 텐데 가서
가져올까?
어
차 샀어?
응 얼마 전에 포를 제로 뽑았어.
여기 근처 주차장에 주차해 놨거든.
오빠가 원하면 지금 가서 가져올게.
아야 괜찮아.
아니야. 나 진짜 근처라서 금방 갔다
올 수 있어. 갔다 올게. 어.
아니야. 진짜 괜찮아.
아 진짜 괜찮아서 그러는 거야.
그래.
근데 명함은 왜 보여 달라고 한
거야?
아
그냥
오빠
설마 나 의심해?
내가 뭐 이상한 대로 데려갈까 봐
그러는 거야, 지금?
아니, 회사 들어간지 1년 만에
과장이 된 것도 좀 그렇고
갑자기
땅 사라고 한 것도 좀 그렇고
너무 뜬금없잖아.
지은이 시선을 내린 채 잠시
생각하다가 굳어진 표정으로 주환을
본다.
오빠 피해망 상증 있어?
오빠가 날 안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우리 서로 앉지도 지금 몇 년째인데
그건 맞는데
나는 오빠가 나한테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고 과제도 많이 도와줘서 이번엔
내가 오빠 좀 도와줘 보려고 어렵게
말 꺼낸 건데 오빠가 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면 나 정말 서운해.
진아 미안해. 근데
아무래도 확실한게 좋잖아.
그래서 물어봤던 거니까
안 해지 마.
진짜 찐따갔네.
진짜
아니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그냥 가서 아닌 거 같으면 나오면
되잖아. 나 그렇게 못 믿겠으면.
주안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미안해. 괜히 의심한 거 같아
가지고.
됐어.
다 오빠한테 이런 취급 받을 바엔
그냥 가는게 나을 거 같아.
아, 시아 미안해.
어,
지금 미안해. 같이 가자.
됐다니까.
오늘 만나서 재밌었고
잘 지내.
아, 진짜 미안해. 어,
지금 같이 가자. 응. 나가려던
지은이 멈춰서 있다.
미안해.
미안해. 지은아.
지은이 못이기는 척 돌아선다.
나도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지은이 주안에게 다가온다.
근데 오빠
나랑 같이 가는 거 진짜 후회 안 할
거야.
응.
그래 고마워.
한 남자가 들어와 고개 숙여
인사한다.
어아
진짜 왔네.
말끔한 외모의 요한이 오나한 미소를
짓는다.
근처하더니 어떻게 바로 왔네?
세 사람이 앉아 있다.
여기는 아까 내가 전화했던 론매
요한이. 아,
안녕하세요.
저는 주한 오빠 대학교 후배
이지은이라고 해요.
오빠 호조에 있을 때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어요.
아니에요. 제가 형한테 도움 많이
받았죠.
저 호주에서 지은 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요?
네.
어 그
고등학생 때 부모님 두 분이 교통
사고로 돌아가시고
진짜 힘들어 하셨다고
알바 하시면서 남은 가족들의 생계도
다 책임지셨다면서요?
지은이 불쾌한 표정으로 유한을 본다.
아니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아신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눈이 너무 슬퍼 보이세요.
돈도 중요하고 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은님의 마음이에요.
지은 님의 마음에는 병이 있어요.
지금 지은 님의 마음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드는 그 병을 고쳐 주고
싶어요.
돈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돈 드는
거 아니에요.
지은아
괜찮아?
지은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두 눈을 뻑뻑이자 유한이
지은의 손을 두 손으로 잡는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자매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지은 자매님의 마음을 제가 알아요.
지은 저준 눈으로 유한을 쳐다본다.
저는 다 보여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저랑 같이 가요.
자매님의 고통, 상처 다 치유할 수
있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요한을 바라보던
지은이 애써 울음을 삼킨다.
지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다가 시선을
떨른다.
잠시 후 카페.
지은이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한 채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고민에 빠진 지은의 모습 뒤로 주한과
유한이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지은 둘 사이에 끼어 있는 것처럼서
있다.
히부연 담배 연기가 바람에 정처 없이
나붙인다.
지은이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어깨가 축쳐진 채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연거 후 피워된다.
지은이 담배 공초를 발로 비벼 끄더니
제킷 주머니에서 담배값을 꺼내 본다.
담배가 없자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빈
담배값을 도로 넣고 반지갑을 꺼내
펼친다.
지갑을 확인하던 지은이 돈이 없는
것을 보고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주한을 슬쩍 돌아본 뒤
지갑을 도로 넣으며 허궁으로 시선을
던진다.
지은 제키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막해진 얼굴로 상에 빠져든다.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는 지은의
옆으로 영화 제목이 뜬다.
거미줄.
멀건이서 있는 지은의 모습에서 화면이
점점 어두워진다.
검은 화면에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온다.
나오는 사람들. 지은역 현지선 주한역
서승호 유한역 조성준.
만든 사람들 각본 감독 김옥민.
프로듀서 박준호, 제작팀 조형주,
김영주, 조감독 신의광, 연출팀
놀반우, 정수진, 촬영 조명,
민지영, 박준호, 동시오금 윤대건
믹싱, 임태영 편집 색보정 이성은
베리어 프리버전 제작 인천 영상위원회
베리어 프리버전 연출 김옥린 전개수
화면설 내이션 정혜은 자막해설 및
화면설 대본
김옥민 화면설 대본 모니터링 권순철
김민주 손재민 자막해설 모니터링
최하늘 황설립 자막해설 및 화면설
감소 강영 베리어 프리버전 사운드
이너비트 사운드 자막해설 편집 김옥린
지금까지 거미줄을 감상하셨습니다.
입니다.
[음악]
[단편영화] 거미줄(Spiderweb, 2024) 4k 배리어프리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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