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김완혁 댄서 a.k.a. 비보이 곰

인터뷰 자유롭게, 프리즈!

  • 손옥주 공연학자
  • 등록일 2021-06-30
  • 조회수1695

인터뷰

김완혁 댄서 a.k.a. 비보이 곰

자유롭게, 프리즈!

손옥주 공연학자

‘비보이 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비보이 김완혁을 처음 본 것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어느 토크콘서트 영상에서였다. 대학 재학 시절 사 차분한 톤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던 필자의 시선은 어느새 그 solo-video의 오른쪽 다리로 점차다리를 대신해 부착한 의족을 드러낸 채 이야기를 이어갔고, 잠시 후 의족을 착용한 모습으로 비보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주특기인 프리즈 동작을 수행했다. 서로 다른 물성이 하나의 몸을 매개로 공중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멈춤. 그 찰나의 순간에 필자가 감각할 수 있었던 ‘비보이 곰’의 춤이란 다른 상태, 다른 물성, 다른 기억이 공존하는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과 다름없었다. 이제 그에게 있어 의족은 춤의 방해물이 아닌, 춤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방법인 듯하다.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 6월의 어느 날, 비보이 곰 김완혁을 만나 ‘몸 안에 공존하는 다름의 상태와 더불어 추는 춤’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비보이 겸 댄서로 열심히 활동 중인 예술인이다. 고향인 원주에 있는 ‘클라이맥스 크루’ 소속 비보이로 시작했다.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서울로 오게 되었고, 활동하던 팀이 해체되기도 하면서 여러 팀을 거쳤다. 현재 클라이맥스 크루 외에도 전문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만드는 ‘생동감 크루’, 유쾌한 바보들이라는 뜻을 가진 스트리트 댄스팀 ‘부블리 검프스’ 등 여러 팀에 몸담고 있다. 그밖에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춤을 좀 더 깊이 배워보고 싶어서 트러스트무용단 내의 장애인 현대무용단인 ‘케인앤무브먼트’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다. 막상 배워보니 비보잉에 비해 무용에는 부드러운 움직임이 많은 것 같다. 작년 12월부터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매력에 계속 빠져드는 중이다. 8월에 있을 케인앤무브먼트의 공연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학창 시절에 비보잉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춤을 시작하게 되었나.

사실 첫 시작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친구들이 춤추는 걸 보고 집에서 몰래 따라 추어본 것이었다. 그러다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스트리트 댄스 동아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식으로 비보잉을 접하게 되었다. 영어 선생님께서 동아리를 담당하고 계셨는데, 열 명 정도가 모여 학교 인근 성당에 있는 식당에서 식탁을 모두 뒤로 밀쳐놓고 연습하곤 했다. 고등학교 때 함께 춤추던 형들 가운데 몇 명은 졸업 후 큰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지만, 당시 나는 춤을 어디까지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기에 학교 공부에 열중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쪽으로 소질도 있어서 대학에 진학해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와중에 사고가 난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20대 초반에 오토바이 사고로 절단 장애를 갖게 되었다. 사고 이후에 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나.

두 다리가 모두 있었던 상태로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보니 몸에 대한 기억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 따라 춤을 생각하며 춰야 하는데, 예전 몸에 대한 기억으로밖에는 생각이 안 흘러간다. 비보잉 중에는 ‘탑락(Toprock)’이라는 스탠딩 댄스가 있다. 그런 춤이 아무리 생각나도 정작 이제는 그 춤동작을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들어도 의족인 상태이거나 아니면 의족을 뺀 상태에서의 춤 같은 것이 생각나지는 않았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 같다. 불편하게 움직이는 다리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춤을 추려고 하다 보니 상상도 그에 맞춰서 하게 된다. 장애인이 된 지도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다. 이제는 꼭 동작이 대칭을 이루지 않아도 나만의 동작과 나만의 느낌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균형이 맞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춤을 추고 있다.

이제는 달라진 몸의 컨디션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부터 새로운 춤동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저는 비보잉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수많은 비보잉 동작 중에서 ‘비보이 곰’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기술 동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통 비보잉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빠른 춤을 생각하지만, 제 경우에는 춤을 빠르고 멋지게 잘 추는 춤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보이 곰’이라는 이름도 함께 활동하던 팀의 형들이 제가 곰처럼 느리다고 지어준 것이었다. 예전부터 물구나무를 서는 ‘프리즈(Freeze)’ 동작을 좋아했다. 비보잉의 주요 동작 중 하나인데, ‘얼다’라는 뜻에 맞게 탁, 하고 멈추는 동작이 핵심이고 그때마다 관객의 환호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비보이로 활동하던 초기부터 프리즈 동작을 했는데, 한 다리가 된 후에도 그 동작이 적합했다. 왜냐하면 팔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춤이 프리즈 동작으로 많이 편향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다른 요소들로 춤을 많이 채우려 한다.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춰오다 보니 춤에 대한 요령이 없었다. 그래서 힘으로 하는 동작을 주로 해왔던 것 같다. 지금은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다소 투박했던 기존의 춤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완혁 님의 의족 착용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첨단기술이 구현된 힙(hip)한 디자인의 의족이 그 자체로 ‘비보이 곰’의 신체 한 부분처럼 느껴져 놀라웠다. 그 영상을 보며 순간적으로 의족이 장애를 보조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아마도 비보이가 상징하는 트렌디한 이미지와 결부되어서 더욱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고 후 2년이 지난 즈음에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춤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 출연을 많이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보조기구 회사에서 지원해줄 테니 회사의 홍보대사로 활동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 그 일을 계기로 지금 사용 중인 고사양의 의족을 하게 되었다. 의족은 크게 레벨 1부터 3까지 있는데, 전자식으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레벨 3이다. 처음에는 내 다리가 아니다 보니 의족으로는 춤을 출 수가 없었다. 의족의 기능 자체가 춤보다는 걷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본격적인 퍼포먼스 전에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사용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의족이 저의 한 부분인 것 같다. 연습 중에도 동료들이 의족인지 잊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의 목표는 의족을 착용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춤을 추는 것이다. 아무래도 춤을 추다 보니 의족에 많이 적응된 것 같고, 의족의 기능도 최대한으로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완혁 님의 공연 중간에 의족을 탈착하는 과정이 포함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비보잉 기술과 동작을 구현하는 데 의족이 여러 방향에서 영향을 줄 것 같다. 신체와 결합하는 동시에 분리되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고 있는 의족이 어떤 방식으로 창작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춤을 추다가 중간에 벗고 이어서 춤추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실 그때는 의족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춤을 추는 용도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서 제가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단단한 철일 뿐이다. 그런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이후, 레벨 2를 착용하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면서부터 의족과 함께 춤췄다. 지금은 마치 내가 선천적으로 의족을 착용해왔던 것처럼, 원래 가지고 있던 동작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그저 의족과 더불어 출 수 있는 저만의 동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족은 제 캐릭터이기도 하고, 무대에서의 오브제이기도 하다. 또 제 몸이기도 하기에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의족을 가지고 춤춘다는 것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가 본래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인데, 이런 성격을 계속해서 고쳐가고 있다. 의족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춤을 출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의 수련을 한다. 무대에서 재미있게 춤을 췄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잘하려고 하면 즐기기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활동하니 의족과 함께하는 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예정된 공연이 많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도 있겠지만, 전국을 다니며 서른 개가 넘는 공연을 소화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공연 관련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사무와 공연을 병행했는데,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전향하니 오히려 할 일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공모사업을 통해 공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올해 기회가 주어졌다. 그 작업을 하다 보면 한 해가 지나갈 것 같다. 올해 지방을 많이 방문하게 될 것 같아 그곳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유롭게 영상에 담아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분들에게는 제가 건강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인앤무브먼트 <그렇게 다시>

김완혁

상지대학교 생활조형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비보이팀 클라이맥스 크루, 생동감 크루, 부블리 검프스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대무용단 케인앤무브먼트에서 활동하며 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비보이 미디어 퍼포먼스 (2019), 현대무용 <그렇게 다시>(케인앤무브먼트, 2021)에 출연했고, 갈라콘서트 ‘뮤지컬 넘버 플레이’(2018, 2019) 주연을 맡기도 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bboygom
유튜브 곰감동님[GOM]

손옥주

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FU)에서 연극학과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포스트닥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투르그로 공연예술 현장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공연 사진·영상 제공. 김완혁

2021년 7월 (21호)

상세내용

인터뷰

김완혁 댄서 a.k.a. 비보이 곰

자유롭게, 프리즈!

손옥주 공연학자

‘비보이 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비보이 김완혁을 처음 본 것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어느 토크콘서트 영상에서였다. 대학 재학 시절 사 차분한 톤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던 필자의 시선은 어느새 그 solo-video의 오른쪽 다리로 점차다리를 대신해 부착한 의족을 드러낸 채 이야기를 이어갔고, 잠시 후 의족을 착용한 모습으로 비보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주특기인 프리즈 동작을 수행했다. 서로 다른 물성이 하나의 몸을 매개로 공중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멈춤. 그 찰나의 순간에 필자가 감각할 수 있었던 ‘비보이 곰’의 춤이란 다른 상태, 다른 물성, 다른 기억이 공존하는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과 다름없었다. 이제 그에게 있어 의족은 춤의 방해물이 아닌, 춤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방법인 듯하다.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 6월의 어느 날, 비보이 곰 김완혁을 만나 ‘몸 안에 공존하는 다름의 상태와 더불어 추는 춤’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비보이 겸 댄서로 열심히 활동 중인 예술인이다. 고향인 원주에 있는 ‘클라이맥스 크루’ 소속 비보이로 시작했다.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서울로 오게 되었고, 활동하던 팀이 해체되기도 하면서 여러 팀을 거쳤다. 현재 클라이맥스 크루 외에도 전문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만드는 ‘생동감 크루’, 유쾌한 바보들이라는 뜻을 가진 스트리트 댄스팀 ‘부블리 검프스’ 등 여러 팀에 몸담고 있다. 그밖에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춤을 좀 더 깊이 배워보고 싶어서 트러스트무용단 내의 장애인 현대무용단인 ‘케인앤무브먼트’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다. 막상 배워보니 비보잉에 비해 무용에는 부드러운 움직임이 많은 것 같다. 작년 12월부터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매력에 계속 빠져드는 중이다. 8월에 있을 케인앤무브먼트의 공연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학창 시절에 비보잉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춤을 시작하게 되었나.

사실 첫 시작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친구들이 춤추는 걸 보고 집에서 몰래 따라 추어본 것이었다. 그러다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스트리트 댄스 동아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식으로 비보잉을 접하게 되었다. 영어 선생님께서 동아리를 담당하고 계셨는데, 열 명 정도가 모여 학교 인근 성당에 있는 식당에서 식탁을 모두 뒤로 밀쳐놓고 연습하곤 했다. 고등학교 때 함께 춤추던 형들 가운데 몇 명은 졸업 후 큰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지만, 당시 나는 춤을 어디까지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기에 학교 공부에 열중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쪽으로 소질도 있어서 대학에 진학해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와중에 사고가 난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20대 초반에 오토바이 사고로 절단 장애를 갖게 되었다. 사고 이후에 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나.

두 다리가 모두 있었던 상태로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보니 몸에 대한 기억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 따라 춤을 생각하며 춰야 하는데, 예전 몸에 대한 기억으로밖에는 생각이 안 흘러간다. 비보잉 중에는 ‘탑락(Toprock)’이라는 스탠딩 댄스가 있다. 그런 춤이 아무리 생각나도 정작 이제는 그 춤동작을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들어도 의족인 상태이거나 아니면 의족을 뺀 상태에서의 춤 같은 것이 생각나지는 않았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 같다. 불편하게 움직이는 다리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춤을 추려고 하다 보니 상상도 그에 맞춰서 하게 된다. 장애인이 된 지도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다. 이제는 꼭 동작이 대칭을 이루지 않아도 나만의 동작과 나만의 느낌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균형이 맞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춤을 추고 있다.

이제는 달라진 몸의 컨디션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부터 새로운 춤동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저는 비보잉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수많은 비보잉 동작 중에서 ‘비보이 곰’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기술 동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통 비보잉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빠른 춤을 생각하지만, 제 경우에는 춤을 빠르고 멋지게 잘 추는 춤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보이 곰’이라는 이름도 함께 활동하던 팀의 형들이 제가 곰처럼 느리다고 지어준 것이었다. 예전부터 물구나무를 서는 ‘프리즈(Freeze)’ 동작을 좋아했다. 비보잉의 주요 동작 중 하나인데, ‘얼다’라는 뜻에 맞게 탁, 하고 멈추는 동작이 핵심이고 그때마다 관객의 환호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비보이로 활동하던 초기부터 프리즈 동작을 했는데, 한 다리가 된 후에도 그 동작이 적합했다. 왜냐하면 팔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춤이 프리즈 동작으로 많이 편향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다른 요소들로 춤을 많이 채우려 한다.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춰오다 보니 춤에 대한 요령이 없었다. 그래서 힘으로 하는 동작을 주로 해왔던 것 같다. 지금은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다소 투박했던 기존의 춤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완혁 님의 의족 착용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첨단기술이 구현된 힙(hip)한 디자인의 의족이 그 자체로 ‘비보이 곰’의 신체 한 부분처럼 느껴져 놀라웠다. 그 영상을 보며 순간적으로 의족이 장애를 보조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아마도 비보이가 상징하는 트렌디한 이미지와 결부되어서 더욱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고 후 2년이 지난 즈음에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춤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 출연을 많이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보조기구 회사에서 지원해줄 테니 회사의 홍보대사로 활동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 그 일을 계기로 지금 사용 중인 고사양의 의족을 하게 되었다. 의족은 크게 레벨 1부터 3까지 있는데, 전자식으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레벨 3이다. 처음에는 내 다리가 아니다 보니 의족으로는 춤을 출 수가 없었다. 의족의 기능 자체가 춤보다는 걷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본격적인 퍼포먼스 전에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사용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의족이 저의 한 부분인 것 같다. 연습 중에도 동료들이 의족인지 잊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의 목표는 의족을 착용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춤을 추는 것이다. 아무래도 춤을 추다 보니 의족에 많이 적응된 것 같고, 의족의 기능도 최대한으로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완혁 님의 공연 중간에 의족을 탈착하는 과정이 포함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비보잉 기술과 동작을 구현하는 데 의족이 여러 방향에서 영향을 줄 것 같다. 신체와 결합하는 동시에 분리되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고 있는 의족이 어떤 방식으로 창작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춤을 추다가 중간에 벗고 이어서 춤추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실 그때는 의족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춤을 추는 용도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서 제가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단단한 철일 뿐이다. 그런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이후, 레벨 2를 착용하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면서부터 의족과 함께 춤췄다. 지금은 마치 내가 선천적으로 의족을 착용해왔던 것처럼, 원래 가지고 있던 동작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그저 의족과 더불어 출 수 있는 저만의 동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족은 제 캐릭터이기도 하고, 무대에서의 오브제이기도 하다. 또 제 몸이기도 하기에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의족을 가지고 춤춘다는 것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가 본래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인데, 이런 성격을 계속해서 고쳐가고 있다. 의족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춤을 출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의 수련을 한다. 무대에서 재미있게 춤을 췄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잘하려고 하면 즐기기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활동하니 의족과 함께하는 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예정된 공연이 많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도 있겠지만, 전국을 다니며 서른 개가 넘는 공연을 소화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공연 관련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사무와 공연을 병행했는데,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전향하니 오히려 할 일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공모사업을 통해 공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올해 기회가 주어졌다. 그 작업을 하다 보면 한 해가 지나갈 것 같다. 올해 지방을 많이 방문하게 될 것 같아 그곳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유롭게 영상에 담아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분들에게는 제가 건강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인앤무브먼트 <그렇게 다시>

김완혁

상지대학교 생활조형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비보이팀 클라이맥스 크루, 생동감 크루, 부블리 검프스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대무용단 케인앤무브먼트에서 활동하며 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비보이 미디어 퍼포먼스 (2019), 현대무용 <그렇게 다시>(케인앤무브먼트, 2021)에 출연했고, 갈라콘서트 ‘뮤지컬 넘버 플레이’(2018, 2019) 주연을 맡기도 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bboygom
유튜브 곰감동님[GOM]

손옥주

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FU)에서 연극학과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포스트닥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투르그로 공연예술 현장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공연 사진·영상 제공. 김완혁

2021년 7월 (21호)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