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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리뷰 다른 사람, 평범한 일상, 특별한 예술

  • 박보람 (사)텐스푼 PD
  • 등록일 2021-06-30
  • 조회수1487

리뷰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다른 사람, 평범한 일상, 특별한 예술

박보람 (사)텐스푼 PD

2019년 여름, 춘천의 어느 연습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럿이 뒤섞여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화목한 현장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진행이 한창이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어느새 마음을 활짝 열고 어디서도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Hello 프로젝트’ 참여 예술가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2주씩 만나 하나의 ‘공연’을 제작하고 멋지게 세계 투어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아쉽게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그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핸드폰, 노트북과 같은 작은 화면을 통해 6개월 이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침내 여권도, 티켓도 필요 없는 ‘디지털 아트북’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경계와 구분 없이

Hello 프로젝트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먼저 우리는 국적이 다르다. 한-호 콜렉티브 창작 그룹 ‘컴퍼니 배드’는 제레미 나이덱, 네이슨 스톤햄, 믹 멕키그와 한국의 박영희가 10년 이상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공연작업을 하면서 만든 극단이다. ‘참여 예술가’ 중에는 중국 국적을 가진 활동보조사도 있다. 또 우리는 몸이 다르다. 나이가 다르고, 아픈 곳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러고 보니 같은 게 이상하다. 프로젝트 초기에 지원금 심사를 받으러 가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애가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어떻게 하려느냐고. 신체적인 장애에 대해 구분을 두지 않겠다는 우리의 기획안이 비전문적으로 보인다는 질타였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서로 달라서 좋았다. 워크숍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또 그만큼 배려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참가자에게는 먼저 말로 동선을 알려준 후에 팔짱을 낀다. 댄스 타임이 되면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참가자를 기다려 공간을 내어준다. 지적장애가 있는 한 참가자는 항상 먼저 가서 문을 열어주고 다른 참가자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워크숍의 시작은 ‘체크인’이다. “딩동!”을 외친 후 간단한 자기 소개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날씨, 숫자, 동물, 색 등에 자유롭게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치면 “체크”를 외치고,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현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상호 체크한다.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참여 예술가들은,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어딘가에 짜 맞춘 듯했던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털어놓는 ‘나’의 진솔한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대사가 되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작은 화면 속 큰 세상

우리는 2019년 ‘오픈 리허설-안녕 여름!’과 ‘쇼케이스-안녕 겨울!’을 통해 작업과정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2020년 여름, 어김없이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던 컴퍼니 배드의 한국 입국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Hello 프로젝트는 3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되었고, 지난 1년간 참여 예술가들과 쌓아온 신뢰와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컴퍼니 배드는 대안으로 비대면 워크숍과 디지털 아트북 작업을 제안했다. 10일간의 워크숍이 6개월의 디지털 아트 작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모바일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 예술가들에게 가능한 작업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외부 활동이 불편해서 온라인 환경에 더 친숙한 참여 예술가들이 있었다. 또, 시각과 청각장애를 가진 한 참가자의 경우, 핸드폰으로 줌(Zoom)에 접속할 때는 자녀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접속 후에는 오히려 가장 안정적이고 집중력 있게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워크숍을 할 때는 춘천에 몇 대 없는 ‘장콜’(장애인콜택시)을 3, 40분씩 기다려서 집과 극장을 오가는 것이 불편해 보였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이런 편의성도 있었다. 이처럼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우리는 매주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다.

11명의 참가자와 4명의 퍼실리테이터가 같은 크기의 화면에서 각자가 원하는 배경과 모습으로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화면 속에서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지 않았고,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이 더욱 좁아진 참여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의 봉쇄령으로 몇 주째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호주의 퍼실리테이터들도 작은 화면 속에서나마 흐려졌던 사람 냄새를 맡으며 활기를 찾았다.

우리는 6개월간 기획 미팅 17회, 전체 미팅 5회, 소그룹 미팅 9회, 개별 미팅 10회 등 총 41회를 거치며 방대한 작업을 쌓아나갔다. 6개월간의 온라인 미팅이 참여 예술가들을 진정한 ‘예술가’로 변모시켰다. 우리는 매주 열띤 토론을 하며 솔직한 내면을 담은 자화상을 기획하고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나’를 표현하고 ‘삶’을 고민하는 각자의 ‘예술’을 찾아갔다.

장애인 아닌 예술가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끝까지 지켰던 원칙 중 하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만큼은 살아오면서 많이 들었을 흔한 호칭과 이름이 아닌, 꼭 불리고 싶은 특별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지금껏 겪었을 차별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 평생 꿈꿔온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랐다.

2020년 11월 비대면 워크숍 활동으로 기획한 ‘나의 자화상’ 촬영을 위해 춘천의 ‘축제극장몸짓’에 참여 예술가들이 모였다.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분장대에 놓인 수많은 화장품은 이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온라인 워크숍 내내 본인을 ‘예술가’라 칭하기 어려워했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하게 분장을 받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연속으로 이어나갔다. 다양한 포즈도 제안하며 자화상 제작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덕분에 최고의 자화상이 탄생했다. 자화상 촬영은 2020년 워크숍 활동 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작업으로,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경험에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다는 참여 예술가의 평이 이어졌다. 이후 이어진 개인 창작 프로젝트에서는 한층 더해진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아트북’에서 개인의 페이지마다 하나의 고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참여 예술가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실제로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참여 예술가와 퍼실리테이터, 외부 예술가들이 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소통하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예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 예술가들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백신 댄스’ 교습도 하고, 가족을 위한 정성 가득한 저녁 식사도 차렸다. 어떤 이는 연극배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답을 찾기도 하고, 어떤 이는 딸과 함께한 평범한 일상을 노래했다. 치열했던 삶을 정리하고 귀농하며 느낀 이야기, 가장 좋아하는 보치아에 대해 쉴새 없이 떠들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며 쓴 시,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작품이 되어 세상에 드러났다. 치열하게 지켜온 소중한 일상 속 한 장면 한 장면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은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할 원동력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대 위에서 들려줬을 이 수많은 이야기가 지금은 온라인에 전시되고 있지만, 일상 복귀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2021년에는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통해 관객에게 특별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 나의 자화상(2020)

  • 안녕 겨울(2019)

Hello 프로젝트

한국의 (사)텐스푼과 호주의 컴퍼니 배드가 2019년부터 시작한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이다. 2019년 춘천에서 6월과 9월 두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공연 주제를 발굴하고 탐구했다. 2020년에는 온라인 비대면 워크숍으로 전환해 그 결과를 디지털 아트북으로 선보였다. 디지털 아트북에서는 참여 예술가들의 글, 이미지, 오디오, 영상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박보람

문화기획을 전공하였으며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기획하는 공연기획자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Hello 프로젝트’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주)스탭서울컴퍼니에서 근무하면서 춘천아트페스티벌, 서울국악축제 등 축제 홍보 PD로 활동하고 있다.
poppiess@staffseoul.com

사진 제공.(사)텐스푼

2021년 7월 (21호)

상세내용

리뷰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다른 사람, 평범한 일상, 특별한 예술

박보람 (사)텐스푼 PD

2019년 여름, 춘천의 어느 연습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럿이 뒤섞여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화목한 현장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진행이 한창이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어느새 마음을 활짝 열고 어디서도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Hello 프로젝트’ 참여 예술가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2주씩 만나 하나의 ‘공연’을 제작하고 멋지게 세계 투어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아쉽게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그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핸드폰, 노트북과 같은 작은 화면을 통해 6개월 이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침내 여권도, 티켓도 필요 없는 ‘디지털 아트북’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경계와 구분 없이

Hello 프로젝트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먼저 우리는 국적이 다르다. 한-호 콜렉티브 창작 그룹 ‘컴퍼니 배드’는 제레미 나이덱, 네이슨 스톤햄, 믹 멕키그와 한국의 박영희가 10년 이상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공연작업을 하면서 만든 극단이다. ‘참여 예술가’ 중에는 중국 국적을 가진 활동보조사도 있다. 또 우리는 몸이 다르다. 나이가 다르고, 아픈 곳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러고 보니 같은 게 이상하다. 프로젝트 초기에 지원금 심사를 받으러 가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애가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어떻게 하려느냐고. 신체적인 장애에 대해 구분을 두지 않겠다는 우리의 기획안이 비전문적으로 보인다는 질타였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서로 달라서 좋았다. 워크숍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또 그만큼 배려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참가자에게는 먼저 말로 동선을 알려준 후에 팔짱을 낀다. 댄스 타임이 되면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참가자를 기다려 공간을 내어준다. 지적장애가 있는 한 참가자는 항상 먼저 가서 문을 열어주고 다른 참가자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워크숍의 시작은 ‘체크인’이다. “딩동!”을 외친 후 간단한 자기 소개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날씨, 숫자, 동물, 색 등에 자유롭게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치면 “체크”를 외치고,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현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상호 체크한다.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참여 예술가들은,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어딘가에 짜 맞춘 듯했던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털어놓는 ‘나’의 진솔한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대사가 되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작은 화면 속 큰 세상

우리는 2019년 ‘오픈 리허설-안녕 여름!’과 ‘쇼케이스-안녕 겨울!’을 통해 작업과정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2020년 여름, 어김없이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던 컴퍼니 배드의 한국 입국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Hello 프로젝트는 3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되었고, 지난 1년간 참여 예술가들과 쌓아온 신뢰와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컴퍼니 배드는 대안으로 비대면 워크숍과 디지털 아트북 작업을 제안했다. 10일간의 워크숍이 6개월의 디지털 아트 작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모바일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 예술가들에게 가능한 작업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외부 활동이 불편해서 온라인 환경에 더 친숙한 참여 예술가들이 있었다. 또, 시각과 청각장애를 가진 한 참가자의 경우, 핸드폰으로 줌(Zoom)에 접속할 때는 자녀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접속 후에는 오히려 가장 안정적이고 집중력 있게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워크숍을 할 때는 춘천에 몇 대 없는 ‘장콜’(장애인콜택시)을 3, 40분씩 기다려서 집과 극장을 오가는 것이 불편해 보였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이런 편의성도 있었다. 이처럼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우리는 매주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다.

11명의 참가자와 4명의 퍼실리테이터가 같은 크기의 화면에서 각자가 원하는 배경과 모습으로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화면 속에서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지 않았고,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이 더욱 좁아진 참여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의 봉쇄령으로 몇 주째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호주의 퍼실리테이터들도 작은 화면 속에서나마 흐려졌던 사람 냄새를 맡으며 활기를 찾았다.

우리는 6개월간 기획 미팅 17회, 전체 미팅 5회, 소그룹 미팅 9회, 개별 미팅 10회 등 총 41회를 거치며 방대한 작업을 쌓아나갔다. 6개월간의 온라인 미팅이 참여 예술가들을 진정한 ‘예술가’로 변모시켰다. 우리는 매주 열띤 토론을 하며 솔직한 내면을 담은 자화상을 기획하고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나’를 표현하고 ‘삶’을 고민하는 각자의 ‘예술’을 찾아갔다.

장애인 아닌 예술가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끝까지 지켰던 원칙 중 하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만큼은 살아오면서 많이 들었을 흔한 호칭과 이름이 아닌, 꼭 불리고 싶은 특별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지금껏 겪었을 차별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 평생 꿈꿔온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랐다.

2020년 11월 비대면 워크숍 활동으로 기획한 ‘나의 자화상’ 촬영을 위해 춘천의 ‘축제극장몸짓’에 참여 예술가들이 모였다.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분장대에 놓인 수많은 화장품은 이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온라인 워크숍 내내 본인을 ‘예술가’라 칭하기 어려워했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하게 분장을 받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연속으로 이어나갔다. 다양한 포즈도 제안하며 자화상 제작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덕분에 최고의 자화상이 탄생했다. 자화상 촬영은 2020년 워크숍 활동 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작업으로,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경험에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다는 참여 예술가의 평이 이어졌다. 이후 이어진 개인 창작 프로젝트에서는 한층 더해진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아트북’에서 개인의 페이지마다 하나의 고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참여 예술가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실제로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참여 예술가와 퍼실리테이터, 외부 예술가들이 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소통하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예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 예술가들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백신 댄스’ 교습도 하고, 가족을 위한 정성 가득한 저녁 식사도 차렸다. 어떤 이는 연극배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답을 찾기도 하고, 어떤 이는 딸과 함께한 평범한 일상을 노래했다. 치열했던 삶을 정리하고 귀농하며 느낀 이야기, 가장 좋아하는 보치아에 대해 쉴새 없이 떠들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며 쓴 시,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작품이 되어 세상에 드러났다. 치열하게 지켜온 소중한 일상 속 한 장면 한 장면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은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할 원동력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대 위에서 들려줬을 이 수많은 이야기가 지금은 온라인에 전시되고 있지만, 일상 복귀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2021년에는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을 통해 관객에게 특별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 나의 자화상(2020)

  • 안녕 겨울(2019)

Hello 프로젝트

한국의 (사)텐스푼과 호주의 컴퍼니 배드가 2019년부터 시작한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이다. 2019년 춘천에서 6월과 9월 두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공연 주제를 발굴하고 탐구했다. 2020년에는 온라인 비대면 워크숍으로 전환해 그 결과를 디지털 아트북으로 선보였다. 디지털 아트북에서는 참여 예술가들의 글, 이미지, 오디오, 영상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박보람

문화기획을 전공하였으며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기획하는 공연기획자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Hello 프로젝트’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주)스탭서울컴퍼니에서 근무하면서 춘천아트페스티벌, 서울국악축제 등 축제 홍보 PD로 활동하고 있다.
poppiess@staffseoul.com

사진 제공.(사)텐스푼

2021년 7월 (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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