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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립미술관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 즐겁게 버티는 힘

  • 김보라・김은설 
  • 등록일 2026-03-25
  • 조회수 45

리뷰

설 연휴가 끝난 토요일 오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김보라, 김은설 작가가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이음리뷰클럽’에서 각자 다른 기수로 활동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장애 당사자의 시선으로 예술의 미학적 완성도에서 접근성 이슈까지 자유롭게 비평하는 이음리뷰클럽. 이번에는 그 방식을 조금 달리해 보기로 했다. 혼자 감상을 정리해 글로 남기는 대신, 두 사람이 함께 전시를 돌아보고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를 엮어 보기로 한 것이다.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라는 제목에서 ‘다른 감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장애예술을 떠올리게 했다. 따로, 또 같이 전시를 거닌 두 작가의 대화를 통해 그 감각의 결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읽어낸 것, 느낀 것, 투영한 것

은설이 전시를 오늘 이전에도 보셨다고 들었어요. 영상도 다 보셨어요?

보라네. 작년에요. 다 보지는 않았고요. 원래 전시회를 다 보지는 않아요. (웃음)

은설저도요. (함께 웃음) 들어가자마자 최찬숙 작가님 작품이 눈에 띄었거든요. 의자가 너무 차가워 보이고 앉기도 조심스러워서 ‘왜 메탈인가?’ ‘지구랑 무슨 상관이지?’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고 나서 이해되었어요. 영상이 겉도는 감각을 중점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상 속 이미지들이 흙먼지처럼 가득 찬 이미지를 보여주니까 텁텁하고 건조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3채널 중 가운데 영상은 나오고 양쪽은 색깔로 채워져 있어서 그것도 잘린 이미지처럼 느꼈는데, 그게 자신의 땅이라고 하긴 했지만 본인의 땅이 아닌 거죠. 노동자와 소유자, 그런 감정이 분리되어 있고, 너무 잘 맞았던 것 같아서요. 신체와 영혼, 흔적 그리고 먼지. 사람이 죽으면 먼지로 가잖아요. 흙이 되기도 하고. 이게 다 연결되어 있구나, 느껴지면서 의자를 새롭게 봤어요. 메탈 의자라서, 사람들이 앉았다 간 흔적이 너무 잘 보여요. 손자국 같은 것. 겉도는 느낌이 들면서도 딱딱하고 차가우니까 내 의자가 아니고 여기에 앉으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좀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들었어요.

보라저도 처음 왔을 때 최찬숙 작가님 첫 번째 영상에만 계속 앉아 있다가 왔어요. 오늘은 그 옆에 있는 영상을 보다가 나왔는데, 식물이 몸을 잘라내는데, 바람이 어느 정도 불지 않으면 식물이 잘려 나가지 않는대요.

은설어떤 작품이요? 저는 그 장면은 못 본 것 같아요.

보라영상이 너무 길어서 우리가 본 부분이 다른 가봐요. (웃음) 오늘은 그 부분이 되게 마음에 닿았어요. 식물은 한자리에서만 살 수 있는데, 이동을 엄청 자유롭게 한다고. 식물이 자기 몸을 잘라낼 준비가 되었대요. 이 안에는 이미 새로운 살이 생겨났대요. 그래도 바람이 얼마 이상으로 불지 않으면 계속 갖고 있다가 때가 되면 내 몸을 보내고. 근데 그게 뭔가 요즘 저의 기분 같아서, 그걸 완전 이렇게 클로즈업해서 자세히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은설말씀을 들어보니까 그 장면이랑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이어진 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야, 바람을 맞아야만 날아간다는 거잖아요. 끝부분에 인터넷 데이터 센터 어두컴컴한 실내 안에서 먼지들이 자국 내면서 돌아다니고, 열이 나면 안 되니까 차갑게 식히고, 작가가 ‘데이터의 죽음이다’라고 얘기한 다음에 공동묘지가 나와요.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딱 봤는데, 사람도 결국 데이터가 되고 흔적이 되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보라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묘지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설왜요?

보라먼지가 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래도 묘지 같은 것이 있으면 남은 사람들한테는 위로가 되려나? 근데 저 자신은 뭔가 남기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나 봐요.

은설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찬숙 작가님 작업은 인공적인 시 같았어요. 멋있고 너무 좋았어요.

보라저도 너무 좋았어요. 전시장에 있는 작가 소개 글을 읽었는데, 작품을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에 있는 본인 작업으로 다시 만드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해요.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좀 귀찮아하기도 하고 자주 과거를 회상하는 스타일이어서 ‘나는 탐구력이 너무 없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글을 읽고 나니까 ‘이렇게 해도 충분히 작품이 계속 이어질 수 있구나, 뭔가 재활용처럼….’

은설오히려 힘이 났겠네요.

보라네, 맞아요.

은설작가들에게는 신작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아까 탐구력 말씀하셨는데, 저는 기존의 작품을 돌아본다는 것이 의미가 있고, 그것도 탐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방식이 좋았는데, 기존 작품을 못 봐서 감이 안 와요. 그 과정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나와 있으니까, 질문만 갖고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보라네, 맞아요. 저도 궁금해요.

은설다른 작품은 어땠어요?

보라저는 김해심 작가님도 좋았어요. 아까 같이 봤는데 검은 방에, 글들 좀 있고 나뭇잎. 저는 처음에 주로 퍼포먼스를 했고 시각예술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각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예술을 시작해서 시각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전시하는데 저에 관한 설명이 다 시각예술인 거예요. 그러면서 점점 받아들였어요. 저도 도시를 걷는 것을 지도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데, 김해심 작가님도 걷기를 통해서 작업하신다는 걸 읽으니까 이것도 되게 좋았어요.

은설작가 소개를 보니까 엄청 오래전부터 기록하셨더라고요. 〈감고 풀다〉도 1987년, 오래전부터 해 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이 작가님이야말로 진짜 일상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함께 흘러온 것 같다는 마음이 확 느껴져요. 사실 숲에 가면 흔하게 보는 낙엽들이잖아요. 근데 여기 전시장에 가져와서 조명을 쏘니까 뭔가 일상적인데 일상적이지 않게 주목해 주는 것이 너무 좋았고, 작가님의 태도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단순히 소중함을 말하는 건 아닐 텐데. 작가라면 보통 시각적인 비주얼을 생각해서 압도적으로 나뭇잎을 이렇게 갖다 놓고 크게 보이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작가님은 안 그러셨잖아요. 왜 그랬는지 알고 싶었어요. 보라 작가님은 어떻게 느꼈어요?

보라사실 저도 나뭇잎으로 작업을 했었거든요. 저는 제 눈 때문에 나뭇잎 정도가 딱 제 시야에 들어와요. 요 정도가 저에게 적당한 사이즈여서 그냥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나뭇잎이 자꾸 보여요. 그래서 나뭇잎에다가 지도도 그리고 몸도 그리고 저를 설명하기도 했어요. 저를 너무 크게 보여주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사람들도 지나치거나 잘 들여다본 사람만 볼 수 있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설전시장 구석에 있어도 조그맣게 해놨어도 주목하게 만들면서도 별거 아닌 것 같은, 참 미묘한 경계를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근데 작가님은 조그만 나뭇잎이 눈에 계속 들어온다고 하셨잖아요. 왠지 김해심 작가님 태도랑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라제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땅을 많이 보니까 나뭇잎도 보는 것이긴 한데, 아까 얘기한 최찬숙 작가님 작업 중 몸을 떨어뜨리는 식물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태도가 뭔가 떨어져 나간 것들이랑 결국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은설맞아요. 전시 주제가 ‘지구’지만, 작품들을 보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위안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접근성과 예술 작업 사이

은설장한나 작가님의 〈뉴락〉도 재미있게 봤어요. 자연석의 시간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석에서 녹아가면서 풍화되고 자연의 시간이 깃들어간 인공적인 뉴락이라고. 뉴락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깜짝 놀랐어요. 영상 시작할 때 자연석과 암석화가 된 플라스틱 덩어리를 비교하면서 어느 것이 자연석이냐 맞추는 게임 같은 게 나오잖아요. 가볍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업 주제가 흥미로운데도 조금 불편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었어요. 기록물 글씨를 너무 작게 쓰신 거예요. 심지어 프린트된 글씨도 아니고 손 글씨잖아요. 가독성이 떨어지니 보기 힘들었어요.

보라이것도 너무 고민이에요. 전시로 볼 때 제 작업이 작고 잘 안 보이거든요. 시각장애인 접근성에서 모두 다 탈락할 텐데, 저는 그런 작업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의 미학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바뀌는 중인 것 같아요. 근데 막상 제가 관람자가 되면 저도 안 봐요. (웃음)

은설너무 공감돼요. 저도 청각장애가 있잖아요. 소리 해설 같은 게 들어있으면 좋겠는데, 막상 제 작업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감각을 살리려면 사운드가 들어가는 게 맞는데, 불친절한 것 같고, 근데 필요해’ 여기서 왔다 갔다 해요. 우리뿐만 아니라 장애예술가들이 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보라저도 너무 공감해요.

은설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서 어떻게 기록했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만큼 너무 개인적인 영역 같아서 좀 불친절하게 느꼈어요.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인 영역이 왜 불편하게 느껴질까? 공유한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꾹꾹 담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설명하지 않으니까 ‘이게 뭐야?’ 하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보여주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보이진 않으니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나? 접근성 쪽으로도 아쉬웠어요. 글씨도 희미해요.

보라아까 우리 마지막에 나올 때 김준 작가님의 〈흔들리고 이동하는 조각들〉 작품에 소리 작업이 있는지 몰랐는데, 가까이 가서 들어도 잘 안 들리신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은설네, 맞아요. 그 작품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자연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는 알겠어요. 그렇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근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관람객도 잘 몰랐을 것 같은데요?

보라아까 나뭇잎 얘기했던 것처럼 작은 것을 내려다보는 나의 태도를 담아서 키우지 않고 작게 둔 건데, 어떻게 보면 배제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저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싶지만, 진심이 담긴 내용을 들을 땐 자꾸 웅크리게 돼요. 근데 전시할 때만 어깨를 펴서 보여주는 게 너무 이상한 거죠. 그 의도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모두가 볼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은설말씀을 들으니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느낌. 알아서 눈치채주길 바라는.

보라맞아요.

은설그렇지만 저는 ‘왜’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해요. 불편하게 다가왔나 봐요. 저는 소리도 잘 안 들려서, 혼자 갔다면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소리가 나는지도 몰랐을 거고.

보라근데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시장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내 친구 작업이면 그걸(스피커) 들어서 더 가까이 듣고 만져볼 수도 있는데, 전시장에서는 왠지 약간 얼어 있잖아요. 내가 괜히 발로 찰 것 같고 부딪힐 것 같고. 무조건 크기나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은설맞아요. 아까 그 기록물 손 글씨도요. 이게 보통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가이드라인이 처져 있거든요. 그래서 글을 자세히 보려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면서 불편하게 보게 되니까 ‘이게 뭐지?’ 싶었어요. 수어 해설 영상 QR코드가 있거든요. 영상을 틀어보면 음성은 안 나오더라고요. ‘접근성은 챙겼는데 접근성을 챙기지 않는’ (함께 웃음) 좀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들더라고요. 시각장애인 관람객은 어떻게 할지 궁금했어요.

보라은설 작가님은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점점 접근성 자체를 작업 주제로 가져가게 되나요?

은설아니요. 처음부터 일부러 ‘이렇게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접근성에 관해 질문하다 보니까 그게 담기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왜 잘 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타고 타고 하다 보니, 좀 다르게 듣는 방식을 담아서 보여주니까, 그게 접근성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이 제 작품 보고 접근성이 주제라고 하면 그것도 맞는다고 생각하고, 접근성이 아니라 하면 그것도 맞을 수도 있어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어요. 접근성은 정보 선택권이나 접근하는 방식에 신경 쓰는 거지, 저희가 하는 작업을 접근성의 도구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보라맞아요.

은설옛날에는 ‘접근성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무감이 좀 있었는데, 하다 보니까 무리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내가 하는 이야기 자체가 접근성이 될 수 있겠다, 싶어졌어요.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 ‘아,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새로운 접근성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제 역할은 우리의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역할인 것 같아요.

인류의 미래에 예술로 동행하기

보라갑자기 옛날에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본 장면이 생각나요. 처음 남극에 가려고 사람을 뽑는데, 연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대요. 매일 탐구하고 관찰하고 대화하며 며칠이 지나도 계속 똑같은 장면만 보게 되면 사람들이 정신이 피폐해지는데, 그때 음악을 하는 사람, 예술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다시 며칠을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술가로서 뭔가 대단한 것을 하기보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 정도 하는 것도 지금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예술이 너무 많은 것을 떠맡고 있어서.

은설맞아요. 생태, 기후, 인류세, 알면 알수록 우울해지거든요. 너무 압도적이어서 ‘인간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력감을 느끼는데, ‘이래야 돼, 저래야 돼’가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약간 함께 가는 역할,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가는 건가 싶기도 해요. 제 주변에 환경보호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와, 어마어마하게 무기력하고 우울할 텐데 어떻게 버티지?’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극이든,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버티는 힘을 스스로 만들며 나아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걸 공유하는 느낌이겠다. 결국 보라 작가님 말씀대로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덜 우울하게 만들어 주는 거요. 이 전시 리플렛도 의미가 있더라고요. 이걸 반납할 때 뒷면에다 스탬프를 찍고 수거함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스탬프 수가 많아질수록 재활용돼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흘러간다는 게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보라방금 스탬프 흔적처럼 이런 손때가 남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제가 많이 늦었는데, 입구에서 딱 만나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은설 작가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고, 그러다가 아까 그 검은 방에서 딱 마주치고, 떨어져서 같이 전시를 관람하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이 스토리가 재밌었어요.

은설맞아요. 각자 속도가 다르잖아요. 같이 있지만 존중하는 느낌도 있고 좋았어요. 영상 작품이 꽤 있어서 ‘일찍 올 걸, 미리 볼 걸’ 그랬는데, 기다려주시는 걸 느끼면서도 마음 편안하게 잘 봤어요. 재밌었습니다.

  • 벽에 메탈 프레임의 작은 모니터가 걸려 있다. 바닥에 벽을 향해 메탈 프레임의 3채널 모니터가 나란히 연결되어 놓여 있고, 메탈 좌석에 유선 헤드폰이 놓여 있다. 영상에는 붉은 톤으로 확대한 땅의 이미지와 자막이 보인다.

최찬숙, 〈소프트인덱스, lll. 흐릿한 거울 여기 비친 몸〉, 2025 (사진. 노경)

  • 햇살이 비치는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흰 셔츠를 입은 인물이 등을 돌린 채 숲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 하단에는 “이 꽃잎을 받아먹을 어린 짐승을 생각한다”라는 자막이 적혀 있다.

    김해심, 〈고라니가 사슴인 줄 알았다〉, 2024,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사운드, 17분 28초

  • 한쪽 벽면에 액자 5개와 모니터 1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액자에는 수집한 뉴락과 수집처인 제주도 바닷가 풍경과 맵이 담겨 있고 모니터에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다. 바닥에는 뉴락으로 만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장한나 작가의 제주도 해안에서 수집한 ‘뉴락’ 전시 전경 (사진. 노경)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

서울시립미술관|2025.8.28.~2026.2.22.|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인류세라는 시대적 문제에 대해 미술은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시도하는 전시다. 인간을 우월한 위치에 놓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물러나 다른 관점과 자리에 서려는 의지와 시도 그리고 수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우리의 인식과 행동의 장 밖으로 밀어낸 지구가 미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내줄 뿐만 아니라 우리와 미술도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시도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구 행성이 깃든 이 장 안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미술의 접근법과 제작·공유 방식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가운데 미술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실천을 시도했다. 참여작가: 김준, 김해심, 송민규, 이르완 아멧&티타 살리나, 장한나, 최장원, 최찬숙

· 전시소개

김보라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다양한 단체전과 퍼포먼스 페스티벌에 작가 및 퍼포머로서 참여하였으며 ‘Théâtre du Cristal’ 발달장애인/신경다양성 전문 배우 극단에서 무대미술 작가로 일하며 워크숍을 진행했다. 2023년에는 벨기에의 ‘Newpolyphonies’ 소리와 빛 중심의 공연단에서 시각작가 및 퍼포머로서 다양한 퍼포먼스 페스티벌과 워크숍을 함께했다. 2024년부터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다솜 작가와 단체 ‘둥지’를 결성하여 워크숍 중심의 포용적 예술 전시·공연을 실천하고 있다.
kimbora9563@gmail.com

김은설

몸과 감각으로 새긴 들리지 않는 소리의 기록자이다. 듣는다는 행위의 의미와 자기 존재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며, 소리와 언어, 감각의 경계를 탐구한다. 감각을 매개로 한 탐구는 단순히 청각의 확장에 머물지 않고, 접근성과 비가시적 언어의 구조를 통해 감각의 위계와 소통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드로잉,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감각과 언어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감각적 차이를 새로운 인식과 소통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이 있다.
odd_dreamer@naver.com

정리.남은정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archive0721@gmail.com
사진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6년 3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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