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우박이지’에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믿음이며 함께이기에 가능한 울림이다. 네 멤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떼어 붙인 밴드 이름처럼 말이다. 2023년 처음 만난 네 사람, 우병욱(기타), 박호진(드럼), 이인혁(하모니카), 서지은(키보드·리코더)은 성격도, 악기도, 음악을 받아들이는 감각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연습실에서 소리가 하나로 겹치는 순간, 그 다름은 곧 하모니가 된다. 버스킹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얼마 전 한국의 아리랑을 밴드음악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장애인식 개선 공연을 중심에 두고, 플라멩코 무용·영상·낭독과 결합한 융합 무대까지 도전해 온 짧고도 농밀한 3년. ‘즐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철학을 공유하는 네 사람에게 음악이 가져다준 변화와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밴드 우박이지 (왼쪽부터 이인혁, 서지은, 박호진, 우병욱)
만남과 시작
‘우박이지’라는 팀명에는 네 사람의 이름이 한 글자씩 담겨 있습니다. 이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병욱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이 아닙니다. 우리의 우박은 희망, 사랑, 우정의 우박이에요. 각자의 성을 따서 만든 이름인 만큼 저희 넷이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아름다운 음악으로 여러분께 희망과 사랑과 꿈을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듯 드리겠다는 마음이에요.
2023년에 처음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나요?
우병욱같은 소속사 밴드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마음이 잘 맞았고, 더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싶어서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인혁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좀 망설여지고 힘들었지만 곧 적응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받은 인상이 기억나시나요?
서지은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었거든요.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연습을 계속하니까 맞는 곡도 생기고, 재미가 붙었어요.
이인혁병욱이 형을 처음 봤을 때는 낯설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제가 실수하거나 힘들어해도 잘 받아주는 형 같은 존재예요. 호진이 형도 마찬가지고, 지은이는 성격이 좋고 귀엽고 앙증맞아요. 열심히 친해진 덕분에 우리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습니다.
기타, 드럼, 하모니카, 키보드. 수많은 악기 중에서 각자 지금의 악기를 만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인혁원래 바이올린을 했는데 점점 힘들어져서 고등학교 때부터 하모니카를 시작했어요. 대회에서 상도 받고, 20살 때 아트위캔((사)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에 들어가게 되었고, 최근에는 독주회도 열었습니다. 악보를 볼 수 없어서 듣고 외워야 하는 게 까다롭지만, 꾸준히 적응하며 클래식과 밴드음악을 번갈아 가며 연주하고 있어요.
박호진일산 라페스타에서 드럼 공연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음악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 첫 공연의 인상이 강렬해서 그때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예술대학교에서 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서지은원래 리코더가 주 악기였고 피아노는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미 세 명이서 먼저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반주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중에 들어오게 된 거죠. 리코더는 솔로 연주할 때 함께 쓰고 있어요.
우병욱사실 부는 악기를 좋아했는데, 선생님들이 일렉기타를 추천해 주셨어요. 음악을 여러 번 들으면서 일렉기타 소리가 화려하고 소중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기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합주의 순간들
혼자 연주할 때와 함께 합주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요?
박호진혼자 할 때는 심심하기도 하고 재미가 조금 없는데, 함께 밴드를 하면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어디가 틀렸는지 이야기할 수도 있어서 그게 제일 재밌어요.
이인혁저도 하모니카를 연주하다 보면 이상한 음이 나올 때가 있는데, 신기하게 똑같은 데만 계속 틀리기도 해요. 그때는 짜증이 나지만 지나고 보면 추억이에요.
합주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인혁2023년 대회에서 연주 도중에 기타 줄이 끊어지고 드럼 페달이 빠지는 사건이 있었어요. 호진이 형이 급하게 조율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이 버텼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도 하모니카 레버가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공연 도중에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 당황스럽죠.
박호진저는 이음센터에서 캐논을 연주했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관객들 앞에서 우박이지가 다 같이 최선을 다해서 연주했어요. 관객들이 끝까지 들어주고 박수 보내준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어요.
서지은제주도 전국대회에서 1등 했을 때요. 대회라서 엄청나게 떨렸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었고, 박수받고 상도 타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우병욱저는 공연을 하면서 2025년 창작 콘서트 《아리랑, 다섯 빛의 소리》에 대한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밀양아리랑〉 록 버전을 솔로로 만들어 연주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연습실 바깥에서도 서로 친하게 지내시나요?
우병욱저희는 맛집 투어를 가거나 음악 여행을 주로 많이 합니다. 공연하러 갔다가 맛집 투어를 하기도 하고요. 서로 좋아하는 음식이 다를 때는 의견을 존중하면서 이야기하며 정하는 편이에요.
아리랑, 그리고 다른 예술과의 만남
‘아리랑’을 밴드의 주요 레퍼토리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인혁아리랑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름답고 순수한 멜로디잖아요. 모두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이기도 하고요.
우병욱각 지방마다 아리랑의 느낌이 다르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아리랑을 통해 철이 들었고,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플라멩코, 영상, 낭독 등 다른 예술 장르와의 결합은 어떠셨나요?
서지은플라멩코 무용을 리허설 때 잠깐 봤는데 너무 감명 깊었어요. 〈해주아리랑〉의 멜로디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제가 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음이 편하면 연주도 편하고 무대를 더 즐길 수 있잖아요.
이인혁낭독과 댄스를 같이 하다 보니 정말 신나고 서정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두 가지를 결합하면서 지루하지도 않고, ‘아, 이런 조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병욱저희는 연주만 해왔기 때문에 플라멩코와 함께한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그러나 여러 장르의 만남이 더 많은 호응을 끌어냈고 우박이지를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이탈리아 페자로에서의 공연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이인혁소속사에서 병욱이 형, 호진이 형이랑 함께 이탈리아에 가서 페자로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비가 엄청 많이 왔거든요. 비 맞으면서 연주한 게 잘 기억나요. 로마에도 갔었는데, 공연도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먹는 게 가장 좋았어요(웃음).
이인혁(하모니카)
서지은(키보드, 리코더)
박호진(드럼)
우병욱(기타)
도전과 성장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병욱새로운 길을 가는 거라 두려움이 있었어요. 처음 만나는 감독님, 접해 보지 못한 장르여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훌륭하신 감독님과 프로듀서님들, 그리고 함께해 주시는 어머니들 덕분에 잘 헤쳐 나갔습니다.
이인혁악보를 보지 못하고 아리랑 멜로디를 듣고 다 외워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우박이지와 함께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지은두 분은 악보를 못 보는 상태에서 연주하고 저희는 악보를 보면서 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도 옆에서 선생님들이 함께해 주시니까 수월해졌고, 계속 연습해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처음 공연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우박이지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박호진첫 공연 때는 틀린 부분이 조금 많았는데, 갈수록 합주가 맞춰지면서 멋진 연주 소리가 나서 너무 좋습니다.
이인혁처음에는 힘들고 서툴러서 집에 가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재밌어졌어요. 안 되는 부분을 해보자, 용기를 가지자며 열심히 한 덕분에 우박이지가 합쳐진 것 같아요.
서지은처음에는 시작과 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몰라서 어려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시작하는 구간이랑 정리가 돼서 연습할 때 수월해졌어요.
앞으로의 꿈
우박이지가 앞으로 그리는 무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인혁장애인식 개선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지방 공연과 아리랑 공연도 열심히 할 거예요. 다양한 연주를 통해 우박이지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병욱더 큰 희망과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문화가 조화롭게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동남아 국가나 더 넓은 지역에서도 공연하고 싶어요.
박호진국제무대 공연이나 전국 투어 같은 무대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서지은계속 쭉 공연하면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열심히요.
악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우박이지처럼 연주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우병욱즐기는 모습이 최선입니다. 신나게 음악을 하세요.
이인혁시작이 반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꿈이 찾아옵니다. 파이팅!
서지은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같이 하면 즐거움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박호진드럼을 배우고 싶다면 패드 연습이 제일 중요합니다. 패드로 충분히 연습하고 나서 드럼을 치세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병욱아름다운 음악으로 여러분께 희망, 사랑, 꿈을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듯 드리겠습니다. 우박이지 파이팅!
이인혁우박이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올 한 해도 행복하고 알찬 하루하루가 됐으면 좋겠어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서지은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고, 하는 데까지 해볼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박호진우박이지 연주 많이 들어주시고, 응원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창작 콘서트 《아리랑, 다섯 빛의 소리》 공연 사진

밴드 우박이지
밴드 우박이지는 시각장애, 발달장애 예술인으로 구성된 음악팀으로, 팀원 네 사람 우병욱(기타), 박호진(드럼), 이인혁(하모니카), 서지은(건반·리코더)의 성과 이름을 따서 팀명을 지었다. 2023년 결성 이후 거리공연, 음악회, 국제교류 공연 등을 이어왔다. 2025년 9월, 이음아트홀에서 창작 콘서트 《아리랑, 다섯 빛의 소리》를 올렸다. 이 공연에서는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을 재해석해 정선, 밀양, 진도, 해주, 경기 지역의 각기 다른 정서를 현대적인 편곡과 플라멩코 무용, 영상, 낭독 연출 등과 함께 선보였다.
· 우박이지 인스타그램 @woobakez_band

김준수(몬구)
뮤지션이자 문화예술교육가. 2003년부터 음악과 생각이 있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wordsareevil@naver.com
사진.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우박이지
2026년 3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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