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텍스트 크기

가

고대비

통합검색

툴팁 텍스트

잠깐!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 있는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예시) 장애인예술교육 분야 자료집을 찾고 싶을 땐, "예술교육"처럼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추천 키워드

배리어프리 콘텐츠 검색하기

이슈 인정투쟁이 쏘아올린 공 예술의 자격

  • 이성수 힘빼고컴퍼니 대표
  • 등록일 2026-03-25
  • 조회수 58

이슈

예술, 차별 그리고 나

2025년 9월, 서울연극협회 정회원 입회 심사 과정에서 장애연극을 향한 차별적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심사 과정에서 한 지원자의 작품이 장애인이 참여한 공연이라는 이유로 “전문 연극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장애인은 장문원(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공연하면 되지 않는가”, “장애연극협회는 없는가”와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공개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연극계와 장애예술계에서는 즉각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수십 개의 예술단체와 수백 명의 예술가가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연극협회에 말뿐인 사과가 아닌,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언론 인터뷰와 토론이 이어졌고 최근까지도 장애·비장애 예술인들이 서울연극협회 등 여러 곳에서 항의 집회와 시위를 열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실언이나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발언은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한국 예술계의 오랜 인식과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접하며 나 또한 장애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오래전부터 마음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그 역할은 또 무엇인가?
차별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나는 오랫동안 공연예술 현장에서 활동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온전히 ‘예술가’라고 부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개인의 자신감 부족 때문이 아니다. 끊임없이 나의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뿌리를 다시 살펴본다.

‘전문성’이라는 이름의 장벽

예술계에서 ‘전문성’이라는 말은 흔히 중립적인 평가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단어는 특정한 시대와 조건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가치관이다. 오랫동안 예술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얼마나 숙련되었는가?
얼마나 정교한가?
얼마나 시장성과 인정을 확보했는가?

이 기준은 특정한 몸, 특정한 감각, 특정한 교육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익숙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절대화되었다. 문제는 예술의 환경과 기준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예술은 단순히 기술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술은 삶을 해석하는 언어이며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감각이다. 동시대 예술의 핵심 가치는 점점 다음으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말하는가?
어떤 삶을 담는가?
무엇을 흔드는가?
누구를 포함하는가?

이 흐름 속에서 볼 때 장애예술은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오히려 예술이 변화해 온 흐름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다. 장애예술은 몸의 한계를 재해석하고,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사용하며, 관객의 감각을 다시 조직한다. 정상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질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이지 않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기존 개념에 익숙한 사람들이 변화된 예술의 정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가장 쉽게 선택하는 언어가 바로 ‘전문성’이라는 이름의 배제다. 이것은 예술적 판단이 아니다. 그저 자리 지키기에 불과하다.

분리의 언어, 구조의 차별

“장애인은 장문원 가면 된다”, “장애연극협회는 없는가”라는 말은 그러한 인식이 제도와 결합할 때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이 말의 실제 의미는 분명하다. “여기는 당신들의 자리가 아니다.”

장문원은 장애예술인을 격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지원하고, 접근성과 제작 여건을 보완하며, 좀 더 수월하게 예술 현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공공 인프라다. 즉, 장문원은 ‘격리 공간’이 아니라 ‘진입로’이며 ‘이음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일이며 배제를 구조화하는 방식이다. 차별은 보통 다음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기준을 독점한다.
열등화한다.
분리를 정당화한다.
관행으로 굳힌다.

이번 발언은 이 모든 단계를 포함한 전형적인 사례다. 더 심각한 점은 이 말이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식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심사자와 지원자 사이에는 이미 권력과 위계가 작동한다. 그 관계 속에서 던져진 말은 의견이 아니라 판결에 가깝다. 그 말은 한 개인의 가능성뿐 아니라 장애예술 전체의 자격을 부정하는 선고가 된다.

예술은 누구의 것인가

나를 비롯한 장애예술인들은 특별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할 뿐이다. 동료로 인정받을 권리를 요구한다. 같은 무대에 서고,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실패와 성취를 나누는 동료가 되기를 바란다.

예술은 원래 불완전하고 거칠고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다. 장애예술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변화의 신호다. 예술은 안락함을 제공하는 장치가 아니라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거리예술가 뱅크시는 “예술이란 편안한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불편한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고, 광부 화가 황재형 화백은 “예술은 삶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예술인의 태도는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에서 나온다. 자기 세계를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더 다양한 관점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질문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다. 예술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과거의 성취를 부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존중할 것은 존중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전통이 누군가를 배제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지켜야 할 유산이 아니다. 연극계를 비롯한 예술계를 향한 질문은 분명하다.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좁힐 것인가?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로컬 축제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권위는 자기들만의 축제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한국 연극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서울연극협회를 비롯한 한국 연극계는, 의도적으로라도 장애연극을 더 지원하고, 더 제작하고, 더 많이 무대에 올려야 한다. 그것은 시혜가 아니라 예술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태도다.

장애연극이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 예술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장문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장문원은 장애예술인을 보호하는 울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예술인이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와 예술 현장 속으로 더 깊이 섞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분리가 아닌 연결을 향해야 하며, 보호는 고립이 아닌 확장을 향해야 한다.

나는 장애예술이 더 거세게 질서를 흔들기를 바란다. 비장애 중심의 미학, 정상성에 기반한 기준, 익숙함만을 안전하다고 여기는 태도를 더욱 과감하게 뒤흔들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판타지가 필요하다. 장애예술이 질서를 흔들었을 때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방어하는 대신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는 사회,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환영하는 문화, 차이를 위협이 아니라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감각. 그 판타지는 결코 비현실적인 꿈이 아니다. 우리가 계속 흔들고, 말하고, 만들고, 버티며 쟁취해야 할 미래다. 우리는 낮은 퀄리티의 예술가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조건에서 예술을 해온 예술가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예술계라면 그곳이야말로 지금 가장 낮은 수준의 상상력을 가진 공간일 것이다.

이성수

이성수

기존의 미학구조와 권력구도에 도전하는 하룻강아지. 힘빼고컴퍼니 대표,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중도 저시력 시각장애인. 연극, 글, 장애인식개선,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놀이하는 사람.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모두의 연극 〈도깨비안마원〉, 컨셔스 연극 〈ㅈ〉, 도슨트 퍼포먼스 공연 〈미술관에 VVP가 뜬다〉 등을 쓰고 연출하고 출연했다. 현대무용 〈안심댄스〉, 연극 〈소극장판타지〉, 〈몬스터콜스〉 등에 출연했다. 2024년 배리어프리 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를 함께 썼다.
hansole11@naver.com
∙ 힘빼고컴퍼니 인스타그램 @himpegocompany
힘빼고컴퍼니 블로그 himpego

썸네일 사진 제공.힘빼고컴퍼니(컨셔스 연극 〈ㅈ〉)

2026년 3월 (73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