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5년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장문원 개원과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예술인 지원법) 제정(2020)은 장애인 예술정책이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도 장애인 예술정책 관련 사업이 있었지만, 기관 설립과 법률 제정으로 정책이 체계적 지속성을 지니게 됐다. 지난 10주년 기념행사(2025. 11. 11.)에서 언급했듯이, 2025년 기준 장문원 예산은 337억 원으로 2017년 대비 4배, 인력(정원)은 32명으로 2015년 대비 4배 증가했으며, 2015년 이후 새로운 정책 사업이 다양하게 수행됐다.(주1)
지난 10년 동안 새롭게 시작한 사업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예술극장과 모두미술공간 개관을 통해 장애인 관객의 편의성은 물론 예술인의 창작 접근성까지 높였다. 이는 장애인 예술정책에서 본격적인 향유자 정책 사업의 실현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 지원이다. 둘째,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와 의무 공연・전시 제도를 통해 장애예술인의 작품 발표 기회를 넓혔다.(주2) 장애예술계에서 계속 주장해 온 쿼터제가 실현된 것이다. 셋째,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에 참여할 여건을 마련했다. 넷째, 거점형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여 장애인 예술정책의 범위를 지역으로 확장하고, 문화시설의 장애인 접근성을 제고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예술정책이 양적으로 성장한 2026년 봄, 두 가지 뉴스를 중심으로 장애인 예술정책을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 뉴스는 2025년 9월, 서울연극협회의 정회원 입회 과정에서 장애인 극단과 배우의 작품을 전문 연극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에서 시작된 사건이다. 이후 당사자의 항의와 협회의 사과문 게재, 협회 관계자의 재언급, 장애예술인 관련 단체의 연대 성명서 발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차별 진정 제기가 올해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명서와 인권위 진정의 핵심은 장애예술인을 전문 예술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적합한 구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를 접하면서 장애인 예술의 개념과 장애인 예술정책의 범위를 생각한다. 작품에 집중해서 보면, 장애인 예술은 장애인이 창작한, (그리고 아니면 또는) 장애 감수성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말한다.
‘그리고’의 관점에서 보면 개념은 명확하다. 장애예술인이 창작한 작품은 당연히 장애 미학에 기반하므로 기존 예술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독립된 예술 영역의 예술품이라는 논리다. 여기서는 비장애예술의 기준으로 장애인 예술의 전문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전문성은 장애인 예술 고유의 예술 미학 내에서 판단해야 한다. 전문 연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위의 발언은 성립될 수 없다. 영역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는’의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장애 미학과 관련 없이 장애인이 창작한 작품을 장애인 예술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 미학을 소거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전문성 판단이 복잡해지는데, 장애 미학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전문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작품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작품의 수준이지 장애 여부가 될 수 없다”라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와 같은 견해를 보여준다. 이러한 주장을 좇으면, 장애인 연극은 전문 연극으로 볼 수 없다는 위의 발언은 차별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아니라 창작 주체의 속성에 근거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창작자가 장애인이 아닐지라도 장애 감수성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장애인 예술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현재 예술 현장에서 이런 사례는 많지 않지만 불가하지는 않다. 이때 전문성 판단 기준은 앞의 ‘그리고’ 관점과 마찬가지로 장애 미학의 충실성이다.
장애인 극단의 전문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은 성립될 수 없거나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예술정책 현장에서는 장애인 예술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합의된 견해가 없다. 대체로 장애예술인이 창작한 작품이라고 인식하는 정도다. 「장애예술인 지원법」은 말 그대로 장애를 가진 예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다. 우선구매와 의무 공연·전시에서 판단 기준은 창작자의 장애 여부와 장애예술인 참여 비율이다. 장문원 공모 사업의 자격과 심사 기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 감수성의 미적 표현은 지원사업에서 아직 고려 사항은 아니다. 장애예술인(단체) 지원사업 가운데 일부는 수월성과 전문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명시하지는 않지만, 이때 전문성은 비장애인 예술과 유사한 수월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수월성 잣대로 장애인 예술의 전문성을 측정하면, 그것은 우선구매제도 반대 논리와 차이가 없다. 이렇게 되면, ‘왜 장애인 예술정책을 펼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궁색해진다. 장애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 감수성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별하고 지원한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 예술정책은 창작 주체인 장애인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점차 장애의 예술적 표현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인 예술정책 제도화가 10년을 넘은 지금, 양적 확대(장애예술인 지원 확대와 다양화)를 계속하면서 질적 전환(장애 미학 표현 작품 지원)을 도모해야 한다.
두 번째 뉴스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2026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공연이다. 청각장애 무용수 카르멘 디오다토가 시각과 진동으로 음악을 느끼며 춤추는 장면이 중계방송됐는데 캐스터는 “음악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고는, 이어서 “이것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혹은 ‘장애를 넘어서’ 예술활동에 참여한다는 극복 서사를 보여준다.
장애인 예술을 접한 경험이 없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카르멘 디오다토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게 아니라, 춤에 몰입하면서 그 자체를 즐긴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많은 사람에게 장애인 예술을 직접 접할 기회를 제공하여 장애인 예술과 극복 서사의 결합을 해체해야 한다. 장애인 예술정책 사업의 양적 확대를 통해 장애예술인의 작품 노출 빈도를 늘려야 한다. 더불어, 장애예술계 내부에 극복 담론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장애예술인의 활동 현황은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하지만, 이들의 예술 인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본 적은 거의 없다. 심층적인 인식 조사와 분석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전문성을 다시 언급하자면, 장애예술계 내부에서 ‘한계를 넘어서’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장애 미학의 전문성은 물론 창작자로서의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술계에서 장애 감수성의 미학에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오래 걸리겠지만,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한다는 서사를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장애인 예술정책이 당장 수행해야 할 일이다.
장애인 예술의 전문성과 장애 극복 담론을 중심으로 장애인 예술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지난 10년간의 양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장애 감수성에 기반한 예술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고, 장애 극복 서사를 벗어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예술인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빠뜨린 부분이 있다. 최근 부쩍 많이 언급되는 접근성 정책의 방향, 인구구조 변화와 AI 시대의 장애인 예술정책 방향 등을 살펴봐야 한다.
주2.2023년 3월부터 시행된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와 ‘국공립 기관 의무 공연·전시 제도’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이음아트플랫폼’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주로 북한 사회문화,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정책 연구는 2020년부터 수행 중이다.
jhs@kcti.re.kr
썸네일 사진 제공.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2026.3.19. 국가인권위 앞 기자회견)
2026년 3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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