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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앤 무브먼트 <룩스>

리뷰 복수형의 시각이 만들어내는 의미, 의미들

  • 손옥주 공연학자 
  • 등록일 2019-07-31
  • 조회수312

리뷰

케인 앤 무브먼트 <룩스>

복수형의 시각이 만들어내는 의미, 의미들

손옥주 공연학자

현재 국내 공연계를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장애 예술’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장애인 작가들과의 협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르로 무용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는 아마도 오랫동안 결핍의 기호로 수용되어온 장애인의 몸(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체적, 물리적 조건들), 그리고 그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그 자체로 현대 무용에 내재한 다양성의 정신 안에서 수용되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충족과 결여 사이의 틈새를 점차 삭제해가려는 시도를 예술적 실천이라 명명할 때, 결국 단일하지 않은 신체의 상태 혹은 조건을 있는 그대로 무대 공간 안에 투사하려는 시도야말로 그와 같은 실천의 정점에 놓이는 것이 아닐까. 작품의 시선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과 판단 이전으로 향할 때, 미적 행위로서의 춤이 갖는 다양성은 비로소 회복되는 것이 아닐까.

케인 앤 무브먼트(CANE & Movement)의 <룩스(LOOKS;)>는 이처럼 오랫동안 공연예술계의 생태 내에서 결핍에 대한 상징으로 수용되어온 장애인의 몸과 춤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2017년 트러스트무용단이 창단한 단체이자, 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무용단 ‘케인 앤 무브먼트’는 그동안 장애인 퍼포머와 비장애인 퍼포머가 함께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2018년 문래예술공장에서 초연된 <룩스>에서도 단체의 예술적 지향점을 확고히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월 이음아트홀에서 재공연되기도 한 이 작품에는 트러스트무용단 단원들과 더불어 12명의 장애인 퍼포머들이 출연한다. 발달지연 전문교육기관인 베세토국제학교의 재학생 일부가 퍼포머로 참여해 공연계 바깥에 위치한 장애전문교육기관과의 교류 협력이 실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공연은 크게 두 편의 소품(<저 너머에> <바로, 또 거꾸로…>)으로 구성되며, 두 소품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놓여있는 듯하다. ‘춤의 전문성을 이루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안무의 출발점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장애·비장애 무용수들이 무대 위 동일한 시공간을 전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같은 리듬에 대한 즉흥적 반응으로서의 움직임들이 무대 공간 이곳저곳에 동시적으로 펼쳐질 때, 그리하여 서로 다른 움직임들이 관습적 판단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의미의 중립성을 획득하게 될 때, 춤에서의 소위 전문성과 퍼포머가 가진 신체적 조건 사이의 견고한 일체감은 어긋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춤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조건들에 대한 질문은 ‘전문성’ 그 자체의 의미, 그리고 그 의미가 생성되어온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된다.

이처럼 무대 위 서로 다른 몸의 상태,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서로 다른 움직임의 질감이 옳음과 그름, 완벽과 미완, 충족과 결여라는 구분 너머의 중립 지점으로 향한다는 것은 곧 안무의 출발점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춤의 언어를 직조해내고 그것을 무대 공간 안에 구성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안무는 어떠한 과정 안에서 장애인 퍼포머의 움직임 언어와 만나게 되는 걸까. <룩스>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상당 부분이 퍼포머 개개인의 일상적 움직임을 조명하는데 포커스를 맞추는데, 이는 곧 그들 각자가 선호하는 동작들을 안무적인 시선으로 채집해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같은 과정은 놀이나 연극 등의 형식을 차용한 장면구성으로 발전된다. 말하자면 마치 극중극과도 같은 형식으로 퍼포머가 선호하는 일상적 움직임을 바탕으로 놀이나 연극의 한 장면을 만들어 <룩스>라는 보다 큰 공연의 틀 안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출 방식 안에서 움직임의 일상성과 공연이라는 시공간적 특수성은 비로소 만나게 된다.

복수형을 띤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이 <룩스>에는 서로 교차하는 동시에 쉼 없이 각자의 의미 지표를 만들어내는 시각들이 공존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단순하게’라는 작품의 명제는 그와 같은 시각들과 만나 굴절하며 새로운 관념들을 생성해내고 세상을 보다 복잡다양하게 되 비춘다. ‘현대춤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추구하는 움직임(Contemporary Art Natural Extension)’이라는 의미를 담은 케인 앤 무브먼트의 명칭처럼, 이 단체가 보여줄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룩스(LOOKS;)>

(사)트러스트무용단 케이 앤 무브먼트, 2019.5.23.~5.24. 이음센터 이음아트홀

‘케인 앤 무브먼트(CANE & Movement)’는 (사)트러스트무용단이 2017년 창단한 장애인 현대무용단이다. (안무·연출 김형희)는 장애인의 눈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시점(視点)의 전환’을 공유하고자 하는 작품으로 2018년 발표한 케인 앤 무브먼트 두 번째 신작이다.

손옥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학,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 근대 독일어권 무용계에 나타난 한국 재현>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닥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터그로 공연예술 현장에서의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사진제공. (사)트러스트무용단

2019년 7월 (6호)

상세내용

리뷰

케인 앤 무브먼트 <룩스>

복수형의 시각이 만들어내는 의미, 의미들

손옥주 공연학자

현재 국내 공연계를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장애 예술’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장애인 작가들과의 협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르로 무용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는 아마도 오랫동안 결핍의 기호로 수용되어온 장애인의 몸(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체적, 물리적 조건들), 그리고 그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그 자체로 현대 무용에 내재한 다양성의 정신 안에서 수용되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충족과 결여 사이의 틈새를 점차 삭제해가려는 시도를 예술적 실천이라 명명할 때, 결국 단일하지 않은 신체의 상태 혹은 조건을 있는 그대로 무대 공간 안에 투사하려는 시도야말로 그와 같은 실천의 정점에 놓이는 것이 아닐까. 작품의 시선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과 판단 이전으로 향할 때, 미적 행위로서의 춤이 갖는 다양성은 비로소 회복되는 것이 아닐까.

케인 앤 무브먼트(CANE & Movement)의 <룩스(LOOKS;)>는 이처럼 오랫동안 공연예술계의 생태 내에서 결핍에 대한 상징으로 수용되어온 장애인의 몸과 춤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2017년 트러스트무용단이 창단한 단체이자, 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무용단 ‘케인 앤 무브먼트’는 그동안 장애인 퍼포머와 비장애인 퍼포머가 함께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2018년 문래예술공장에서 초연된 <룩스>에서도 단체의 예술적 지향점을 확고히 드러낸 바 있다. 지난 5월 이음아트홀에서 재공연되기도 한 이 작품에는 트러스트무용단 단원들과 더불어 12명의 장애인 퍼포머들이 출연한다. 발달지연 전문교육기관인 베세토국제학교의 재학생 일부가 퍼포머로 참여해 공연계 바깥에 위치한 장애전문교육기관과의 교류 협력이 실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공연은 크게 두 편의 소품(<저 너머에> <바로, 또 거꾸로…>)으로 구성되며, 두 소품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놓여있는 듯하다. ‘춤의 전문성을 이루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안무의 출발점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장애·비장애 무용수들이 무대 위 동일한 시공간을 전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같은 리듬에 대한 즉흥적 반응으로서의 움직임들이 무대 공간 이곳저곳에 동시적으로 펼쳐질 때, 그리하여 서로 다른 움직임들이 관습적 판단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의미의 중립성을 획득하게 될 때, 춤에서의 소위 전문성과 퍼포머가 가진 신체적 조건 사이의 견고한 일체감은 어긋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춤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조건들에 대한 질문은 ‘전문성’ 그 자체의 의미, 그리고 그 의미가 생성되어온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된다.

이처럼 무대 위 서로 다른 몸의 상태,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서로 다른 움직임의 질감이 옳음과 그름, 완벽과 미완, 충족과 결여라는 구분 너머의 중립 지점으로 향한다는 것은 곧 안무의 출발점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춤의 언어를 직조해내고 그것을 무대 공간 안에 구성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안무는 어떠한 과정 안에서 장애인 퍼포머의 움직임 언어와 만나게 되는 걸까. <룩스>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상당 부분이 퍼포머 개개인의 일상적 움직임을 조명하는데 포커스를 맞추는데, 이는 곧 그들 각자가 선호하는 동작들을 안무적인 시선으로 채집해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같은 과정은 놀이나 연극 등의 형식을 차용한 장면구성으로 발전된다. 말하자면 마치 극중극과도 같은 형식으로 퍼포머가 선호하는 일상적 움직임을 바탕으로 놀이나 연극의 한 장면을 만들어 <룩스>라는 보다 큰 공연의 틀 안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출 방식 안에서 움직임의 일상성과 공연이라는 시공간적 특수성은 비로소 만나게 된다.

복수형을 띤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이 <룩스>에는 서로 교차하는 동시에 쉼 없이 각자의 의미 지표를 만들어내는 시각들이 공존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단순하게’라는 작품의 명제는 그와 같은 시각들과 만나 굴절하며 새로운 관념들을 생성해내고 세상을 보다 복잡다양하게 되 비춘다. ‘현대춤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추구하는 움직임(Contemporary Art Natural Extension)’이라는 의미를 담은 케인 앤 무브먼트의 명칭처럼, 이 단체가 보여줄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룩스(LOOKS;)>

(사)트러스트무용단 케이 앤 무브먼트, 2019.5.23.~5.24. 이음센터 이음아트홀

‘케인 앤 무브먼트(CANE & Movement)’는 (사)트러스트무용단이 2017년 창단한 장애인 현대무용단이다. (안무·연출 김형희)는 장애인의 눈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시점(視点)의 전환’을 공유하고자 하는 작품으로 2018년 발표한 케인 앤 무브먼트 두 번째 신작이다.

손옥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학, 무용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 근대 독일어권 무용계에 나타난 한국 재현>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닥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술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터그로 공연예술 현장에서의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okjuson@gmail.com

사진제공. (사)트러스트무용단

2019년 7월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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