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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리뷰 청즈가 말하기 시작할 때

  • 홍성훈 활동가
  • 등록일 2024-05-14
  • 조회수409

리뷰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농담 하나가 있다. 우선 농담을 하기 위해선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장애를 치유하는 약이나 의료기술이 개발된다면, 나는 치유를 선택할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아가기를 선택할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리며 생각한다. 장고 끝에 나온 대답은 대부분 “그렇다”로 기운다. 그러면 나는 선선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상을 벗어난 답변을 듣자,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폭죽처럼 터뜨린다. 언어장애가 있어 텍스트로 소통하는 나는 회심의 답변을 느린 타이핑으로 적는다.

“내가 갑자기 비장애인이 된다면, 나는 아마 백수가 될 거야. 여태껏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밑천으로 일하고 돈을 벌어왔는데 비장애인이 된다? 그럼 진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거지. ㅎㅎ”

이때, 들리는 건 나의 키득거리는 소리뿐이다. 상대방은 대다수 표정이 얼어붙어 있다. 그다음은 정적만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그제야 알아챈 나는 뒷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아니 내 말은…” 뒷말을 쓰는 타이핑에는 오타가 늘어나 변명은 더 궁색하다. 결론적으로 이 농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셈이다. 그런데 한순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농담에 힘껏 열과 성을 불어넣어 주는 이들이 딱 두 명 있다. 바로 나의 모부(母父)다. 모부의 공통적인 반응은 “야 이 미친놈아”라는 상용구로 시작된다. 그 상용구에는 나의 유년 시절, 나를 한 발짝이라도 걷게 하기 위해 재활병원에서 자신의 시간을 다 바쳤던 그들의 청춘이 엉겨붙어 있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반응이 재미있어서 모부의 집에 놀러갈 때면 농담을 툭툭 던진다.

하지만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나는 정말로 장애가 있는 내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어느 날,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고르게 하는 모피어스 같은 존재가 나타나 약을 건넨다면 나는 진실로, 진실로 마다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드러나는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

지난 4월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물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만났다.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서 선보인 천쓰안 작가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번역 김우석, 연출 강보름)의 주인공 ‘청즈(자오홍청의 애칭)’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실제 중국에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자오홍청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중국에서 공연할 당시에는 당사자 자오홍청이 출연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강보름 연출은 이에 더해 등장인물로 주인공 청즈(조우리 배우) 외에 엄마와 룰루(박하늘 배우), 샤오리펑과 스태프(아마르볼드 간수크 배우)를 추가하여 보다 입체적인 낭독극을 시도하였다.

공연은 청즈가 요청받은 강연 장소에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청즈는 이미 SNS에서 유명 인플루언서이지만, 현실에서는 기다리고 있던 엘리베이터 줄에서 새치기당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틈새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장애여성이다. ‘무례함’ 못지않게 청즈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가 장애인에게 기대하는 슈퍼장애인의 이미지들이다. “밝고 명랑한, 긍정적인, 따뜻한, 강인한, 용감한” 등등의 수식어는 청즈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주최 측과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서사에 들어맞는 퍼즐 조각이다. 청즈는 사회와 대중이 틀지어 놓은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하지만 대중에게 노출될수록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흐릿해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대중이 청즈에게 밝은 이미지만을 요구한다면, 친구인 룰루와 남자친구 샤오리펑은 청즈가 조금 더 솔직하고 발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인물이다. 청즈는 룰루와 샤오리펑과 교류하면서 조금씩 ‘자기다움’을 찾아나간다. 청즈는 자신이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들을 말하면서 양쪽 모두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청즈는 대중이 요구하는 강연 내용을 적은 첫 번째 원고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두 번째 원고를 동시에 준비하여 강연장에 가져간다. 그리고 공연의 말미까지 첫 번째 원고와 두 번째 원고 중 무엇을 선택할지 주저한다. 청즈가 두 번째 원고를 읽어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다.

말 걸기 방식으로서의 ‘치유’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의 줄거리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청즈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바로 극 중 강연에서 청즈가 준비한 ‘두 번째 원고’에 담겨 있다. 엄마는 가깝고도 먼 타인이었다. 엄마는 청즈가 어릴 때부터 “넌 다리가 가늘어서 안 예뻐, 남들이 흉볼 거야” “이런 자세는 하지 마, 못생겼어” “이따가 손님 오시면 넌 방에 조용히 있고 밖으로 나오지 마, 남들한테 안 보이게 해”라는 말로 청즈를 움츠러들게 했다. 청즈는 엄마와 조금씩 대립각을 세워 나가는데 갈등이 크게 부딪치는 부분은 ‘다리 교정 수술’ 에피소드에서 나타난다.

청즈는 엄마의 그 싸늘한 반응이 걷지 못하는 자기 다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다리 교정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다리로 걷는다면 엄마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수술을 감행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다리 교정 수술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다. 청즈의 엄마는 다리 교정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마가 보기엔, 운명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족쇄를 나눠준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자신의 족쇄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야.”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년 시절 모부의 헌신과 희생으로 힘든 재활치료를 받은 나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청즈와 엄마의 대립은 정확히 나의 경우와 반대다. 그러니까, 장애인 당사자인 청즈는 자신이 치유되기를 원하고 엄마는 치유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즈는 비장애인이 될지도 모를 치유를 원했던 것일까? 수술을 받으면서 청즈가 수술 이후 두 다리로 자유롭게 활보하는 상상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는 ‘그렇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 이후 엄마가 조금만 더 오래 자신의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청즈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말 걸기 방식으로서의 치유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작품 속에서 청즈가 시도하고자 했던 비장애인 되기 수단으로서의 치유는 철저히 실패한다. 하지만 이후 본인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엄마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두 번째 원고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치유의 시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낭독극은 청즈가 강연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과연 청즈는 몇 번째 원고를 읽었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나는 무대를 낭랑하게 채울 청즈의 다음 말을 상상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 자오홍청 역할을 맡은 조우리 배우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단발머리에 검정테 안경을 쓰고 있고, 하얀 블라우스에 체크무늬 재킷을 입었다. 보면대에는 ‘자오홍청’이라고 쓰여있다.
  • 세 배우 앞 보면대에는 ‘룰루 엄마 외’, ‘자오홍청’, ‘샤오리펑 스태프 외’라고 역할이 쓰여있다. 자오홍청 자리에는 배우와 활동지원사가 앉아 있다. 뒤에 수어통역사가 있다. 무대 배경에는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는 문장이 크고 작게 떠다니고 있다.
  • 네 배우가 각각 신나는 몸짓을 한다. 그들 뒤로 수어통역사가 보인다. 자막에는 “밤새 노래방에서 놀았다. 노래방 처음 가봄! 회사 점심시간에 열차놀이했다”라고 쓰여있다.
  • ‘청즈’가 휠체어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있고, 세 명의 배우가 ‘청즈’에게 양팔을 뻗으며 둘러싸고 있다. 뒤에는 수어통역사가 있다.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한중연극교류협회·국립극단|2024.3.27.~3.28.|명동예술극장

휠체어를 탄 25세의 장애여성 자오홍청이 자신의 삶에 관한 강연을 한다는 콘셉트의 모노드라마. 실제로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장애여성의 성장과 경험, 고민과 소망, 그리고 진정 들려주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자오홍청을 통해 들려준다. 중국 공연에서는 자오홍청 본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로 연기했다.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공연정보

홍성훈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일+일+일=삶〉(2023), 〈내가 말하기 시작할 때〉(2020) 등에 출연했다.
sunghun8786@naver.com

사진 제공.한중연극교류협회

2024년 5월 (52호)

상세내용

리뷰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농담 하나가 있다. 우선 농담을 하기 위해선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장애를 치유하는 약이나 의료기술이 개발된다면, 나는 치유를 선택할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아가기를 선택할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리며 생각한다. 장고 끝에 나온 대답은 대부분 “그렇다”로 기운다. 그러면 나는 선선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상을 벗어난 답변을 듣자,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폭죽처럼 터뜨린다. 언어장애가 있어 텍스트로 소통하는 나는 회심의 답변을 느린 타이핑으로 적는다.

“내가 갑자기 비장애인이 된다면, 나는 아마 백수가 될 거야. 여태껏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밑천으로 일하고 돈을 벌어왔는데 비장애인이 된다? 그럼 진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거지. ㅎㅎ”

이때, 들리는 건 나의 키득거리는 소리뿐이다. 상대방은 대다수 표정이 얼어붙어 있다. 그다음은 정적만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그제야 알아챈 나는 뒷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아니 내 말은…” 뒷말을 쓰는 타이핑에는 오타가 늘어나 변명은 더 궁색하다. 결론적으로 이 농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셈이다. 그런데 한순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농담에 힘껏 열과 성을 불어넣어 주는 이들이 딱 두 명 있다. 바로 나의 모부(母父)다. 모부의 공통적인 반응은 “야 이 미친놈아”라는 상용구로 시작된다. 그 상용구에는 나의 유년 시절, 나를 한 발짝이라도 걷게 하기 위해 재활병원에서 자신의 시간을 다 바쳤던 그들의 청춘이 엉겨붙어 있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반응이 재미있어서 모부의 집에 놀러갈 때면 농담을 툭툭 던진다.

하지만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나는 정말로 장애가 있는 내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어느 날,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고르게 하는 모피어스 같은 존재가 나타나 약을 건넨다면 나는 진실로, 진실로 마다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드러나는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

지난 4월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물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만났다.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서 선보인 천쓰안 작가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번역 김우석, 연출 강보름)의 주인공 ‘청즈(자오홍청의 애칭)’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실제 중국에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자오홍청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중국에서 공연할 당시에는 당사자 자오홍청이 출연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강보름 연출은 이에 더해 등장인물로 주인공 청즈(조우리 배우) 외에 엄마와 룰루(박하늘 배우), 샤오리펑과 스태프(아마르볼드 간수크 배우)를 추가하여 보다 입체적인 낭독극을 시도하였다.

공연은 청즈가 요청받은 강연 장소에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청즈는 이미 SNS에서 유명 인플루언서이지만, 현실에서는 기다리고 있던 엘리베이터 줄에서 새치기당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틈새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장애여성이다. ‘무례함’ 못지않게 청즈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가 장애인에게 기대하는 슈퍼장애인의 이미지들이다. “밝고 명랑한, 긍정적인, 따뜻한, 강인한, 용감한” 등등의 수식어는 청즈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주최 측과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서사에 들어맞는 퍼즐 조각이다. 청즈는 사회와 대중이 틀지어 놓은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하지만 대중에게 노출될수록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흐릿해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대중이 청즈에게 밝은 이미지만을 요구한다면, 친구인 룰루와 남자친구 샤오리펑은 청즈가 조금 더 솔직하고 발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인물이다. 청즈는 룰루와 샤오리펑과 교류하면서 조금씩 ‘자기다움’을 찾아나간다. 청즈는 자신이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들을 말하면서 양쪽 모두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청즈는 대중이 요구하는 강연 내용을 적은 첫 번째 원고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두 번째 원고를 동시에 준비하여 강연장에 가져간다. 그리고 공연의 말미까지 첫 번째 원고와 두 번째 원고 중 무엇을 선택할지 주저한다. 청즈가 두 번째 원고를 읽어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다.

말 걸기 방식으로서의 ‘치유’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의 줄거리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청즈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바로 극 중 강연에서 청즈가 준비한 ‘두 번째 원고’에 담겨 있다. 엄마는 가깝고도 먼 타인이었다. 엄마는 청즈가 어릴 때부터 “넌 다리가 가늘어서 안 예뻐, 남들이 흉볼 거야” “이런 자세는 하지 마, 못생겼어” “이따가 손님 오시면 넌 방에 조용히 있고 밖으로 나오지 마, 남들한테 안 보이게 해”라는 말로 청즈를 움츠러들게 했다. 청즈는 엄마와 조금씩 대립각을 세워 나가는데 갈등이 크게 부딪치는 부분은 ‘다리 교정 수술’ 에피소드에서 나타난다.

청즈는 엄마의 그 싸늘한 반응이 걷지 못하는 자기 다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다리 교정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다리로 걷는다면 엄마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수술을 감행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다리 교정 수술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다. 청즈의 엄마는 다리 교정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마가 보기엔, 운명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족쇄를 나눠준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자신의 족쇄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야.”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년 시절 모부의 헌신과 희생으로 힘든 재활치료를 받은 나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청즈와 엄마의 대립은 정확히 나의 경우와 반대다. 그러니까, 장애인 당사자인 청즈는 자신이 치유되기를 원하고 엄마는 치유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즈는 비장애인이 될지도 모를 치유를 원했던 것일까? 수술을 받으면서 청즈가 수술 이후 두 다리로 자유롭게 활보하는 상상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는 ‘그렇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 이후 엄마가 조금만 더 오래 자신의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청즈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말 걸기 방식으로서의 치유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작품 속에서 청즈가 시도하고자 했던 비장애인 되기 수단으로서의 치유는 철저히 실패한다. 하지만 이후 본인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엄마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두 번째 원고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치유의 시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낭독극은 청즈가 강연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과연 청즈는 몇 번째 원고를 읽었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나는 무대를 낭랑하게 채울 청즈의 다음 말을 상상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 자오홍청 역할을 맡은 조우리 배우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단발머리에 검정테 안경을 쓰고 있고, 하얀 블라우스에 체크무늬 재킷을 입었다. 보면대에는 ‘자오홍청’이라고 쓰여있다.
  • 세 배우 앞 보면대에는 ‘룰루 엄마 외’, ‘자오홍청’, ‘샤오리펑 스태프 외’라고 역할이 쓰여있다. 자오홍청 자리에는 배우와 활동지원사가 앉아 있다. 뒤에 수어통역사가 있다. 무대 배경에는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는 문장이 크고 작게 떠다니고 있다.
  • 네 배우가 각각 신나는 몸짓을 한다. 그들 뒤로 수어통역사가 보인다. 자막에는 “밤새 노래방에서 놀았다. 노래방 처음 가봄! 회사 점심시간에 열차놀이했다”라고 쓰여있다.
  • ‘청즈’가 휠체어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있고, 세 명의 배우가 ‘청즈’에게 양팔을 뻗으며 둘러싸고 있다. 뒤에는 수어통역사가 있다.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한중연극교류협회·국립극단|2024.3.27.~3.28.|명동예술극장

휠체어를 탄 25세의 장애여성 자오홍청이 자신의 삶에 관한 강연을 한다는 콘셉트의 모노드라마. 실제로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장애여성의 성장과 경험, 고민과 소망, 그리고 진정 들려주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자오홍청을 통해 들려준다. 중국 공연에서는 자오홍청 본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로 연기했다.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공연정보

홍성훈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일+일+일=삶〉(2023), 〈내가 말하기 시작할 때〉(2020) 등에 출연했다.
sunghun8786@naver.com

사진 제공.한중연극교류협회

2024년 5월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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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14: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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