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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어려움 중에는 공간, 예산, 인력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도, 작은 극장이나 전시장에서도, 여러 한계를 창의적으로 뒤집으며 접근성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어떤 생각과 태도가 이러한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지 자세히 들어보자.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은 ‘발달장애인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2012년에 창단됐다. 당시만 해도 발달장애인이 공연장에 입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기가 어렵고, 공연 중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는 행동이 공연 진행과 비장애인 관객의 관극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발달장애인들과 지속적으로 예술교육을 해오며, 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발달)장애인이 연극을 보나요?’라는 의심과 우려가 가득했던 그 시절, 우리는 그 질문에 직접 답하기 위해 공연 제작을 시작했다.
첫 시도는 발달장애 특수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찾아가는 공연이었다.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하고 관극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처음엔 교사들도 “우리 아이들은 장애가 심해 관람이 어렵지 않을까요?”라며 우려했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이야기 속에서 즐겁게 관람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볼 줄은 몰랐다”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착석이 어려운 관객들은 극장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다양한 위치에서 공연을 보았다. 공연 중 관객들의 큰 소리와 반응은 배우들이 즉흥성을 살려 “그레텔이 지금 조금 무서운가 봐. 소리를 지르고 있어. 우리도 같이 소리를 질러볼까? 함께 하면 덜 무서울 거야!”라는 식으로 극 안의 상황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중간중간 무대 안으로 갑자기 등장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 또한 관극의 또 다른 방식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극을 이어갔다. 대부분 관객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을 관찰하다가 충분히 만족한 후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발달장애인 관객들은 우리가 제안하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함께했다. 그런 모습을 관찰하며 ‘발달장애인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라는 신념에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관객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부모 모임, 협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장애인 단체에 직접 모객을 시도했으나 “그럼 이건 치료 공연인 거죠?”라는 질문이 가장 많이 돌아왔다. 치료나 교육이 아닌 예술 향유로서의 공연 관람임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기존 사례가 없었기에 발달장애인 가족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찾아온 관객은 공연의 가치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그 후에도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주었다.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극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해야만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관객은 겅중겅중 뛰면서, 신나게 웃으면서, 계속 손뼉을 치면서, 바닥에 누워서, 무대 위에 올라와서 자신만의 감각대로 공연을 즐긴다. 이런 모습이 ‘방해’가 아니라 ‘관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며 발달장애인 관객을 위한 릴랙스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팀도 생겨났다. 자폐성 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신경다양성 관객을 위한 감각 자극 위주의 공연부터 관극과 참여의 구분을 없앤 체험형 공연까지, 다양한 형태의 릴랙스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공공극장에서 진행된 장애인 무용 공연에서 발달장애인 관객이 다른 관객의 항의로 인해 공연 중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심지어 출연자 중 발달장애인이 있었음에도 발달장애인의 관극 문화에 대한 사전 설명이 전혀 없었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안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하우스 운영이 원활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접근성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목표는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특정 장애인 관객을 위한 물리적 접근성을 준비하기 전에, 그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자 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 관객의 경우 특별한 물리적 접근성을 준비하기보다는 공연장 전체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모두를 위한 극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뭐든지 텃밭〉,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2024
(왼쪽) 공연 전 객석에서 관객과 어울리는 배우들. (오른쪽)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와 객석 돗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

권주리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공연을 만드는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의 대표. 주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관객을 위한 릴렉스드 퍼포먼스를 제작한다. 접근성 매니저와 기획자로 활동한다.
01190048919@naver.com
∙ 인스타그램 @veryspecialav
사진 제공. 필자
2025년 9월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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