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흰곰씨가 만난 마음들 용사의 심장. 1화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일까? 아마 색도 모양도 촉감의 무게도 온도도 다 다들 거야. 호오 관찰 기록자 코끼리씨(나) 조각가 흰곰씨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만질 수 있는 마음들을 만들어 보자! 흐음... 흰곰씨는 금속, 나무, 흙, 유리, 밀랍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손에 쥘 만한 크기의 오브제 스무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용사의 심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여러가지 재료들 각각의 심장을 남기고 떠난 스무 명의 용사 중 몇몇의 사연만 소개해 보자면, 금속으로 만든 단단하고 차갑고 무거운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스스로를 땅속 감옥에 가두고 오랜시간 수련했다고 전해진다. 무엇이 그를 은둔하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미 나무로 만든 둥글고 단단한 심장. 양쪽 끝의 크기가 조금 다르다. 이 심장을 남긴 용산느 누군가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차별없이 모든 자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많은 것을 나누며 살았다고 전해진다. 흙으로 만든 거칠고 울퉁불퉁한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농민이었는데, 고향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쥐었던 한 줌의 흙이 심장 모양으로 남았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굴곡지고 납작한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누군가를 오래 그리워 했다고 전해진다. 이 심장은 애도하는 자의 심장이다. 밀랍으로 만든 불꽃 모양의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드겁게 사랑했으며 뜨겁게 싸웠던 사람이다. 사랑하는 자의 배반으로 화형당했는데, 그의 심장만은 계속 타올랐다고 한다. 부드러운 털로 만들어진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부드러운 인상과 말투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대한 누렸고, 특유의 해맑음이 있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거칠고 단단한 심장. 이 심장을 남긴 용사에게 '질서'와 '규칙'은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기억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비정형의 심장.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다.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스파이였다는 설도 있고 주술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나라의 왕자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기꾼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용사의 심장이 완성되자 나는 첫 손님으로 초대받았다. 우와 모아 놓으니 정말 멋져요! 나는 흰곰씨가 심장을 만드는 과정을 줄곧 지켜봤기 때문에, 심장의 모양과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명상 도구로 쓰면 좋겠어요! 맞아요. 대화 도구로도 쓰였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혹시 신경쓰이는 심장이 있나요? 어...그게... 손 끝으로 심장을 하나하나 만지기 시작하자 마음이 이상해졌다. 찌잉 보들보들 부드러운 털로 만들어진 심장 갑자기 나는 울기 시작했다. 뿌앵 크흡... 작년에 고양이 양미가 죽었는데, 훌쩍 죽고 나서야 처음 만져봤는데요. 흑! 큽! 왜냐면 저를 무서워 했거든요? 생각보다 털이 가늘고... 훌쩍 부드럽고 가볍고 따듯했는데... 나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양미는 지금 따듯한 곳에 있을거예요... 따듯한 흙에 묻어 줬는데 알아봤더니 1년 정도 지나면 뼈랑 털만 남는대요. 하루에 한번에 흙 속에 남았을 양미의 털이 떠올라요. 묘한 경험이었다. 나는 끝까지 보들보들 털 심장을 쓰다듬었다. 다음날 우리는 토끼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안내견 주미 토끼씨는 시작장애인이다. 토끼씨는 손끝으로 빠르게 모든 심장을 살폈다. 우왓! 이 심장들 진짜 몸에서 뺀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심장이 뭔가요? 덥썩 저는 이거요!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어서요. 슬라임으로 만든 심장 그럼 가장 끌리지 않는 심장은요? 으~ 이거요 밀랍으로 만든 심장 냄새가 이상해요! 슥 멀찍이~ 오잉 난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하하 킁킁 하하하 누군가에겐 냄새가 나서 싫은 심장이고, 누군가에겐 냄새가 나서 좋은 심장일지도 몰라. 재미있다! 토끼 씨도 나와 마찬가지로 하염없이 심장을 조물조물 만지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저는 사실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어요. 아~ 소설 내용은 좀 비밀인데~ 조물조물 조금만 알려드릴게요. 진짜 비밀이에요! 전 정말 욕심이 많아요. 하고싶은게 진짜 많은데, 몸이 하나여서 곤란해요. 토끼씨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흰곰 씨!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처음 만났을 땐 우리 셋 다 드라마 이야기만 했는데, 심장을 펼치고 나서는 비밀스럽게 숨겨온 자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게요. 촉각이라는 게...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걸지도 몰라요. 며칠 후, 심장을 담을 멋진 가방이 완성됐다! 동그랗게 펼쳐지는 멋진 나무가방 ! 가방이 완성되자, 당장이라도 들고 누군가와 만나고 싶어졌다. 그런데.. 누구와 만날까요? 용사의 심장 말예요, 사람의 욕망이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구잖아요. 시작장애니 직업중에 ... 점...성술사... 아! 역술가! 역술가 어때요? 흰곰씨는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무작정 시각장애인 역술가가 모여있는 미아리고개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혹시 선생님 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운명적인 만남은? 복채 먼저 올려 두고~ 옙 다음화에 계속
※ 이 만화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2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만날 사람은 만난다’에 참여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려진
궁금한 게 많은 시각예술 작가, 기획자. 그림 그리고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yrio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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