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흰곰씨가 만난 마음들 용사의 심장. 3화 자! 와... 예뻐요. 원래는 딱 각이 진 네모난 심장이 나랑 더 맞지만... 그래도 부드러웠으면 좋겠어 내 바람이지 우리는 개구리 선생님이 만든 심장을 잘 간직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듯한 만남이었다. 우리는 곧장 개구리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다람쥐 부인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안녕하세요! 다람쥐 선생님 어서와요 다람쥐 부인예언가 어! 코스모스가 있네요? 엊그제 꽃구경하러 여행 다녀왔거든 가을만 되면 마음이 설레서 멀리 다녀오고 그래. 난 아직도 마음이 소녀 같아 우리는 다정한 인사를 나눈 후에 점을 봤고, 내가 점을 잘 본다고 소문이 나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통역사를 데리고 점 보러 오기도 했어. 코로나 전에 말이지. 이어서 용사의 심장을 펼쳤다. 만져보세요. 용사의 심장이에요. 진짜 심장은 아니지? 주춤 아니에요! 제가 이런저런 재료로 만든 거예요. 어디... 달그락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여자였을 것 같아 재주가 좋아서 하던 일에서 이름을 날렸을 거야 선생님과 닮은 것 같은 심장도 있나요? 어디 보자~ 이거! 내가 올해로 여든두 살이지만 감수성만큼은 정말 아이처럼 예민하다고. 나는 사랑을 많이 주고 많이 받으면서 살았어 난 평생 혼자지만 외로움 그런 거 몰라 가진 거 없이 살지만 마음 편하고 남 부러울 게 없어 매일 후회하는 것 없이 이렇게 발랄하게 살아 그럼 다람쥐 선생님께서 심장을 남긴다면, 어떤 심장을 남기고 싶으세요? 글쎄다. 죽어서도 남에게 베풀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한번 만들어 보시겠어요? 흙이네 뭔가 요긴하게 쓰이고 포용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은데 주물 주물 잘 안 돠네 주물 주물 자! 내가 감길 심장이야 짠 와...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만드셨어요. 정말 솜씨 있으세요 시각장애인 역술가 두 분의 삶과 바람이 담긴 심장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따. 담담히 전해주신 이야기와 따듯한 덕담이 마음 깊이 남았다. 나도 많이 베풀어야지 나도 명랑하게 살아야지 그러던 어느 날, 예? 정말요? 학생 두 명과 함께 갈게요. 장소는 북악당이 좋겠어요. * 북악당: 시각장애인 역술가가 모여 기도하는 장소.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8호 '서울맹인독경'을 주관하는 곳이기도 하다. 흰곰 씨는 시각장애인에게 역학을 가르치는 오리 선생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오리 선생님은 흰곰 씨는 용사의 심장을 궁금해 하셨고, 흔쾌히 역술가 지망생 두 분을 소개해 주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리 선생님, 악어 씨, 너구리 씨! 사진 찍을 거예요? 그럼 예쁘게 나오게 화장 좀 할게요. 두리번 두리번 어디있지 거울 찾으세요? 하하하 거울? 필요없거든요! 아차 자~ 봅시다. 이게 심장이군요 어라? 아하 흠... 이거 말이에요. 딱 잡았을 때 먼저 느낌이 왔거든요? 솔직히 이 중에서 카리스마는 제일 있어 보이 잖아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대장으로 보여요. 그러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시멘트로 만든 심장 그러다 보니까... 아, 이건 너무 나와 닮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외면했던 것도 얘예요. 내 모습 보는 거 같아서 싫었어요. 저는 이거요. 굴곡 있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심장이에요. 그 심장에 왠지 마음이 가셨던 거예요? 예. 제 삶이 그렇게 평단치는 않아서 그런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했으니 이미지가 나빴죠. 길에서 누굴 마주쳐도 사실 제가 식별을 못 해요. 아... 근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까... 그래서 저는 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좀 피했어요 그런 한스러운 마음이 서려 있는 게... 지금 제가 고른 이 심장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는 용사의 심장을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설명이나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끝으로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마음을 드러냈고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신기했다. 조물 조물 조물 제 심장은요... 저는 좋은 것은 지니고 가고 아픈 건 버리고 가고 싶어서요. 가운데는 비웠어요. 아, 그 구멍은 고통이 빠지는 곳이군요. 네 내가 모르고 싶어서 모른 게 아니고, 안 배우고 싶어서 안 배운 게 아닌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설면서 놓친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았죠. 기회가 되면 채우긴 채울 거예요 지금은... 받아들이는 거죠. 저는 아까 제가 고른 심장보다 차돌처럼 더 단단하고 꽉 찬, 하지만 부드러운 심장을 남기고 싶어요. 그런데 하나 더 만들어도 돼요? 그럼요! 짠! 탈선과 일탈의 심장이에요. 굽기 전에 꼭 '레인보우' 색으로 칠하고 금가루를 뿌려 주세요. 화려한 건 중요하거든요 하하하 저는 아주 무난한... 가장 평범한... 다른 용심 없이 그냥 가장 평범한 심장이면 좋겠어요. 제가 진짜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데요... 그냥 느낌상 둥글고 부드럽고... 그런 심장을 남기고 싶어요. 하하 또 만나요! 흰곰 씨... 어땠어요? ...긴 모험을 마친 기분이에요. 심장을 만들 때는 몰랐어요. 심장이 가진 이야기를 설정하는 데 오래 공들였고 정교하게 질문을 설계했지만... 막상 만났을 땐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신기했어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우리가 만났다고 것.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꺼내 본 것. 잠시나마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 아닐까요. 저는 뭐랄까...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준 용기에 감동했고요. 그렇죠. 모두에게 감사해요. 당신은 어떤 심장을 남기고 싶나요? 흰곰 씨가 만난 마음들 끝
※ 이 만화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2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만날 사람은 만난다’에 참여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려진
궁금한 게 많은 시각예술 작가, 기획자. 그림 그리고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yrio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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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ss@hanmail.net
2023-02-08 15: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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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용사의 심장>이 벌써 마지막 회라니... 너무 아쉬워용... ㅠㅠ 또 다른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