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흰곰씨가 만난 마음들 용사의 심장. 2화 흰곰 씨는 시각장애인 역술가가 모여있는 미아리고개로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막상 역술가를 만나려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철학원 들어가도 될까 -첫 번째 철확원- 계~세여-요 띵돋!어서오세요! 기계음 아이 깜짝이야 졸졸졸 물소리 새소리 짹잭 소리 장치가 많구나 누가오면 작동하나 보다. 시계 달력 없음 집이 깨끗하다. 약간 빈 듯한 느낌 두리번 두리번 들어오세요 헙! 넵! 처음 들어간 철학원은 대뜸 용사의 심장을 만지며 대화하자고 들이밀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 뭐가 궁금하신가? 그...제가...용사... 아니, 제가 이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요. 복채 먼저 올려 두고~ 옙 어디 보자~ 소띠에 11월생이라 차칼 차칼 시각장애인 역술가들이 점을 칠 때 쓰는 '산통'. 요철이 있는 '산가지'가 들어있다. ('산통 깨다'의 그 '산통'이다!) 아주 좋은 사주야 예술가라고 나오는데? 헉! 맞아요! 하는 일 계속하면 돼. 이사는 가도 좋고, 안 가도 좋아 그리고 ... -좋은 말씀 20분 째- 감사해요. 열심할게요. 그런데 혹시... 좋은 운수가 나온 흰곰씨는 용기를 내서 용사의 심장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 선생님! 제가 이런걸 만들었는데요. 모양과 재료가 다 달라요. 저마다의 사연을 남기고 죽은 용사들의 상징이에요. 으앙? 사람 심장? 아, 아니요. 진짜 심장은 아니고요. '용사의 심장' 이라고 이름붙인 스무개의 조각이에요. 제가 심장마다 어떤 용사가 어떤 삶을 살다 남기고 갔다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넣었어요. 이걸 만지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 나는 배우질 못해서 안돼 예? 전혀 상관 없는..! 그냥 방금처럼 저랑 대화해주시면 안 될까요? 희곰씨는 설득했지만, 역술가는 재차 거절했고 더는 조를 수 없었다. 안돼 나는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해줄 이야기가 많지 않아. 어려워. 아아... 흰곰씨는 다시 용기를 내 두 번째 철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대로 집에 갈 순 없어 분명 이야기 들려줄 한 사람은 있을 거야. 만날 거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철학원- 꽉~막힌 기운이 있어. 내가 대신 기도를 드려줄 수 있지. 어... 얼마 정도 드는데요? 100만 원 히익, 100만 원이요? -세 번째 철학원- 배고플 일 없이 잘 살 거야. 호수에 떠 있는 배처럼. 좋은 일 할 사주야! 분위기가 좋다!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 봐야겠다. 그..그건 어려울 것 같아 덜 덜 덜 아앗! 떨지 마세요! 안 하셔도 괜찮아요, 죄송해요! - 네 번째 철학원 - 나는 정말 여유가 없어. 예약이 밀려서 시간이 없어! 미안해. 철학 철학 부인 사주 터덜 터덜 꼬르륵~ 아침 일찍 나왔는데, 해가 지려고 하네. 하루종일 점을 봤군 배고프고 지쳐버린 흰곰 씨는 시각장애인 역술가와의 만남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늘 따듯 철학원 어, 아직 문이 얼려있는 철학원에 있네 ... 망설 망설 그래! 마지막이야!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흰곰 씨는 처음으로 점을 보지 않고 다짜고짜 용사의 심잠을 소개했다. 저는 조각가인데요. 이런 걸 만들었어요. 저와 이야기 나누실래요? 그래요. 예? 진짜요? 예. 저는 이런 거 좋아해요. 재미있겠는데 우와..와.. 그럼, 친구랑 같이 와도 돼요? 점도 보고 싶어서요! 그래요. 대신 손님이 없는 오전에 와요 우와! 선생님 그러면 혹시 또 다른 대화할 사람을 찾는 거라면 다람쥐 부인에게 가 1ㅘ요. 내가 소개했다고 하면 승낙할 거예요. 흰곰 씨는 날아갈 듯 기뻤다.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약속의 날-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선생님! 마당에 커다란 거미줄이랑 거미가 있어요! 거미들도 살아야죠. 들어와요. 네! 실례합니다 늘따듯 철학원의 개구리 선생님은 정성스레 점을 봐주셨다. 내년에 아주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날 거야 차카 차카 하하하 정말요! 점을 보고 난 후 흰곰 씨는 용사의 심장을 펼쳐 보여드렸다. 제가 만든 게 이거예요 개구리 선생님은 신중하게 모든 심장을 손끝을 살피셨다. 어디... 혹시 개구리 선생님과 닮았다고 느껴지는 심장이 있나요? 나는... 아무래도 이거! 어! 왜요? 왜냐하면... 아아 이 심장을 남긴 용사는 융퉁성이 없었을 거야. 각이 딱 져 잇는 것이... 내 성격이랑 비슷한 것 같아. 내가 좀 성격이 깐깐한 편인데,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망므을 넓게 가지려고 하지 에이, 선생님 동네 '인싸' 잖아요! 우리는 용사의 심장을 사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개구리 선생님은 외로움을 털어 놓으셨다. 한 때는 결혼해서 부인과 아들이 있었지 지금은요? 모두 집을 나가고 결국 혼자가 됐어 내가 고지식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활동보조인하고는 처음 인연이 된 사람 그대로 십 년이 훌쩍 넘었다고! 그럼 선생님, 선생님이 나중에 심장을 남긴다면 어떤 모양일지 직접 빚어 보실래요? 흙? 흙이 정말 부드럽네? 무슨 흙이야? 도자기 만든느 백자토에요. 좋은 흙이구나. 옛날 생각이 나네. 아주 어렸을 때 마녀보고 처음인 것 같아. 조물 조물 꺄르르르- 자, 이제 내가 남길 심장이야 어디 봐요! 개구리 선생님이 만든 심장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 다음에 계속 -
※ 이 만화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2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만날 사람은 만난다’에 참여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려진
궁금한 게 많은 시각예술 작가, 기획자. 그림 그리고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yriojin@gmail.com
인스타그램 바로가기(링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yten@naver.com
2023-01-26 15:01:06
비밀번호
작성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다음화는 언제 나오는 건가요? 용사의 심장 친구들과 벤치마킹해도 되나요?
****princess@hanmail.net
2023-01-25 20:46:29
비밀번호
작성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너무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마지막엔 왠지 모르게 울컥했어욤. ㅠㅠ 저도 용사의 심장을 만져보고 싶어요! 다음 편이 너무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