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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 창작지원의 변화

이슈 역동적 성장의 흐름에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들

  • 성연주 문화사회학 연구자 
  • 등록일 2024-02-28
  • 조회수625

이슈

2013년 43억 원 → 2018년 120억 원 → 2022년 260억 원
9년 만에 6배 증가라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에 제시된 예산이며, 한국 장애예술정책의 현주소이다. 10여 년 전 장애예술정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복지부 담당자 몇 명이 주관하던 작은 정책 영역에 속했다. 작다는 말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몇몇 장애예술 관련 협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원사업이 운영되어 예술계의 전반적인 관심 영역 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년 한국 문화예술정책 중 가장 역동적이며 성장하는 영역으로 장애예술정책을 꼽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2020년 12월 시행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인지원법」), 2022년 9월 발표된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에 이어 2023년 10월 ‘모두예술극장’ 개관에 이르기까지 3연타를 날리며 지원체계와 구조를 단단히 구축해 온 것이 그 반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법률과 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최근의 정책적 흐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변화와 예측해 볼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인가?

준비부터 실전까지, 창·제작 지원 강화

먼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하는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자료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정리해보았다. 예산 총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과 함께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창작-유통-향유-확산(비평)에서 특히 ‘창작’ 단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표를 보면 2021년 11억 원이었던 창·제작 예산이 2024년 약 27억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창제작 준비과정 지원’이라는 별도 트랙이 만들어지면서 창작 단계를 세분화해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창작의 과정을 ‘준비’와 ‘실전’으로 구분하는 경향은 최근 몇 년 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광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방식인데, 준비과정에서부터 공공지원이 투입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장애예술의 창작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복지관이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어 향유프로그램의 운영 또는 동호회 결성 및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원정책의 확대와 발맞춰 장애예술에서도 더욱 다양한 방식의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 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비교 2021-2024(주1)

    2021-202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비교 테이블
    사업명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창·제작 기반) 장애인 문화예술 동호회 지원 200,000,000원 100,000,000원 105,000,000원 140,000,000원
    (창·제작 기반) 장애예술 연구 지원 - 120,000,000원 120,000,000원 120,000,000원
    (창·제작 활동) 창제작 준비과정 지원 - - 205,000,000원 205,000,000원
    (창·제작 활동) 예술 창제작 활동 지원 1,100,000,000원 1,700,000,000원 1,750,000,000원 2,742,000,000원
    (교류활동) 국제교류 및 네트워크 지원 530,000,000원 520,000,000원 490,000,000원 379,000,000원
    (향유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지원 900,000,000원 1,000,000,000원 1,000,000,000원 900,000,000원
    (유통 및 확산) 장애인 미술 아트페어 지원 430,000,000원 430,000,000원 350,000,000원 350,000,000원
    (유통 및 확산) 시각장애인 문화예술 정보지 발행 100,000,000원 - - -

창작부터 확산까지, 종합 패키지형 지원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의 내용을 한 마디로 ‘A부터 Z까지 모두 지원해 드립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인의 높은 공공의존도에 대해 예술계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를테면 창작은 지원하더라도 유통은 자생적으로 해보라거나, 스스로 창작한 후에 살아남는 것만 유통과 소비를 돕겠다는 식으로, 어떻게든 자립의 가능성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반면 장애예술정책은 창작-유통-소비-확산을 모두 공공이 책임지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이런 패키지형 지원의 정점은 바로 ‘일자리 지원’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연계하여 장애예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민간 다자간 협약을 통해 장애인예술단 설립 등 고용모델을 확산한다는 정책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장애인 미술작가 3명을 직원으로 고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여기에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사업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다른 예술정책에 비해 일자리 지원이 강조되는 만큼 장애예술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타 부처와의 연계가 중요하고, 예술정책과 장애인 정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형태로 성장해 오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이 있다. 사업명만 보면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지원사업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한 영역으로 문화예술 활동이 제시되어 있다. 장애예술의 역량, 기술, 전문성을 차치한 장애인의 자유로운 문화예술 활동 그 자체를 정당한 노동의 하나로 제도화했던 사업의 방향성은 향후 장애예술 일자리 개념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4년부터 서울시는 예산 삭감으로 본 사업이 폐지되었고, 경기도에서도 현재 사업의 축소 또는 폐지를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장애예술 정책 성장의 빛과 그림자

이처럼 장애예술정책은 사회정책의 한계를 넘나들고 동시에 예술정책의 저변을 넓혀왔다. 하지만 지원의 ‘그림자’ 또한 존재한다. 주체성 그리고 대상화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장애예술 지원사업에는 흔히 장애예술인의 참여 유무와 비중, 또는 장애예술인이 어디까지 주체로 참여하는지를 명시하는 것이 필수 요건으로 제시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소수이자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공공의 의무로 정당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까방권’(까임 방지권)은 동시에 장애예술인을 대상화해서 활용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장애예술정책이 과연 주체로서의 장애예술인을 존중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대상화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1.이 표는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중 연간 단위 지원예산을 파악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2024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단년사업 8개 유형과 다년사업 5개 유형 등 총 13개 유형에 총 68억 1천 6백만 원 규모로 지원한다. (참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보도자료, 2023.12.27.)

성연주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지역문화, 생활문화, 청년예술 등 예술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예술정책 영역에 특히 관심이 많다. 2020년부터 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uniceseong@gmail.com

2024년 3월 (51호)

상세내용

이슈

2013년 43억 원 → 2018년 120억 원 → 2022년 260억 원
9년 만에 6배 증가라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에 제시된 예산이며, 한국 장애예술정책의 현주소이다. 10여 년 전 장애예술정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복지부 담당자 몇 명이 주관하던 작은 정책 영역에 속했다. 작다는 말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몇몇 장애예술 관련 협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원사업이 운영되어 예술계의 전반적인 관심 영역 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년 한국 문화예술정책 중 가장 역동적이며 성장하는 영역으로 장애예술정책을 꼽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2020년 12월 시행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인지원법」), 2022년 9월 발표된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에 이어 2023년 10월 ‘모두예술극장’ 개관에 이르기까지 3연타를 날리며 지원체계와 구조를 단단히 구축해 온 것이 그 반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법률과 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최근의 정책적 흐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변화와 예측해 볼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인가?

준비부터 실전까지, 창·제작 지원 강화

먼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하는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자료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정리해보았다. 예산 총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과 함께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창작-유통-향유-확산(비평)에서 특히 ‘창작’ 단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표를 보면 2021년 11억 원이었던 창·제작 예산이 2024년 약 27억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창제작 준비과정 지원’이라는 별도 트랙이 만들어지면서 창작 단계를 세분화해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창작의 과정을 ‘준비’와 ‘실전’으로 구분하는 경향은 최근 몇 년 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광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방식인데, 준비과정에서부터 공공지원이 투입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장애예술의 창작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복지관이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어 향유프로그램의 운영 또는 동호회 결성 및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원정책의 확대와 발맞춰 장애예술에서도 더욱 다양한 방식의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 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비교 2021-2024(주1)

    2021-202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비교 테이블
    사업명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창·제작 기반) 장애인 문화예술 동호회 지원 200,000,000원 100,000,000원 105,000,000원 140,000,000원
    (창·제작 기반) 장애예술 연구 지원 - 120,000,000원 120,000,000원 120,000,000원
    (창·제작 활동) 창제작 준비과정 지원 - - 205,000,000원 205,000,000원
    (창·제작 활동) 예술 창제작 활동 지원 1,100,000,000원 1,700,000,000원 1,750,000,000원 2,742,000,000원
    (교류활동) 국제교류 및 네트워크 지원 530,000,000원 520,000,000원 490,000,000원 379,000,000원
    (향유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지원 900,000,000원 1,000,000,000원 1,000,000,000원 900,000,000원
    (유통 및 확산) 장애인 미술 아트페어 지원 430,000,000원 430,000,000원 350,000,000원 350,000,000원
    (유통 및 확산) 시각장애인 문화예술 정보지 발행 100,000,000원 - - -

창작부터 확산까지, 종합 패키지형 지원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의 내용을 한 마디로 ‘A부터 Z까지 모두 지원해 드립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인의 높은 공공의존도에 대해 예술계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를테면 창작은 지원하더라도 유통은 자생적으로 해보라거나, 스스로 창작한 후에 살아남는 것만 유통과 소비를 돕겠다는 식으로, 어떻게든 자립의 가능성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반면 장애예술정책은 창작-유통-소비-확산을 모두 공공이 책임지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이런 패키지형 지원의 정점은 바로 ‘일자리 지원’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연계하여 장애예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민간 다자간 협약을 통해 장애인예술단 설립 등 고용모델을 확산한다는 정책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장애인 미술작가 3명을 직원으로 고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여기에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사업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다른 예술정책에 비해 일자리 지원이 강조되는 만큼 장애예술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타 부처와의 연계가 중요하고, 예술정책과 장애인 정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형태로 성장해 오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이 있다. 사업명만 보면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지원사업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한 영역으로 문화예술 활동이 제시되어 있다. 장애예술의 역량, 기술, 전문성을 차치한 장애인의 자유로운 문화예술 활동 그 자체를 정당한 노동의 하나로 제도화했던 사업의 방향성은 향후 장애예술 일자리 개념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4년부터 서울시는 예산 삭감으로 본 사업이 폐지되었고, 경기도에서도 현재 사업의 축소 또는 폐지를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장애예술 정책 성장의 빛과 그림자

이처럼 장애예술정책은 사회정책의 한계를 넘나들고 동시에 예술정책의 저변을 넓혀왔다. 하지만 지원의 ‘그림자’ 또한 존재한다. 주체성 그리고 대상화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장애예술 지원사업에는 흔히 장애예술인의 참여 유무와 비중, 또는 장애예술인이 어디까지 주체로 참여하는지를 명시하는 것이 필수 요건으로 제시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소수이자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공공의 의무로 정당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까방권’(까임 방지권)은 동시에 장애예술인을 대상화해서 활용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장애예술정책이 과연 주체로서의 장애예술인을 존중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대상화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1.이 표는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중 연간 단위 지원예산을 파악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2024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단년사업 8개 유형과 다년사업 5개 유형 등 총 13개 유형에 총 68억 1천 6백만 원 규모로 지원한다. (참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보도자료, 2023.12.27.)

성연주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지역문화, 생활문화, 청년예술 등 예술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예술정책 영역에 특히 관심이 많다. 2020년부터 문화정책연구모임 행간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uniceseong@gmail.com

2024년 3월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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