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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Tree프로젝트 〈LINK〉 증명하지 않고도 당당할 수 있다면

  • 정유미 장애인예술극회휠 배우
  • 등록일 2024-11-27
  • 조회수 166

리뷰

“인간처럼 걷고 생각하고 말하지 못하면 폐기되고 마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강요받는 로봇 ‘버그’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답을 찾으러 긴 여정을 떠난다. 서로 다른 몸들의 여정 속에서 각자 고유한 몸을 인정하는데…. 로봇의 진화 속에 담긴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상 다원예술 공연 〈LINK〉에 대한 줄거리다. 낯익은 배우들, 특히 작년에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였던 배우의 연기가 궁금했고, 지체장애·발달장애·저신장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지닌 배우들과 비장애 무용수가 나오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기획과 연출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와서 관람을 결심했다.

삼면 객석의 무대는 조명, 음향, 소품, 의상을 이용해 우리를 SF 같은 가상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웨어러블 로봇 같은 움직임을 이용한 소품도 더해,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극의 절정은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들이 저마다의 몸짓과 언어로 소통하다가 서로 어우러지고 점차 하나가 되어가는 시점에 무용으로 극대화했다. 사실 보는 내내 나는 울컥거리기도 하고 벅차기도 했다. 그리고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나는 오래전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들과 비장애 무용수들이 함께한 퍼포먼스 공연에 참여했다. 그 공연은 흔히 보이는 에스라인의 아름다운 허리선이 아닌, 장애로 인해 휘어지고 뒤틀린 우리의 모습도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당시엔 보이는 장애보다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에 압도되었던 것 같다. 꽤 신선했던 기억이다. 그러나 그 당당한 무대 위의 자유로움도 잠시. 곧 부대끼는 현실에서는 여전히 갖가지 불편한 시선과 충돌의 지점에 서 있었다.

연극 〈LINK〉는 나에게 정상성을 외치는 세상 속에서 여기, 우리를 보라고, 당신들이 지닌 매력과는 다르지만 우린 우리만의 유니크함이 있다고 끊임없이 증명하는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무대 위 그들도 이미 겪어내고 겪어냈을 감정들이 극의 흐름을 타고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고나 할까. 극의 후반부에 다다르자 퍼포머들은 자신들이 의존하는 도구인 전동휠체어나 클러치를 짚은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히 무대에서 자신들의 장애가 있는 몸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활주한다. 보조장치를 몸에서 떼어내고 걷거나 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정상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소리 없는 항변 같았다. 한편으로 보조기구를 벗어던지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힘겨워 보이기도 하고 위태로움도 엿보여 마음 한구석이 슬며시 시큰거리기도 했던 것 같다. 휠체어를 타는 배우들이 왜 굳이 휠체어에서 벗어났을까. 그렇게 하지 않고도 당당함이 표출될 수는 없었을까.

나 또한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를 가진 배우다. 때때로 무대에서 장애를 상품화하는 장애예술의 또 다른 면모를 본다. 비장애 배우들이 상품화되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상품화 말이다. 가령 특정 장애를 가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장애를 더 과장하거나 장애를 표현하려고 장애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직면할 때다. 물론 이것은 배우 개인의 표현이거나 연출의 의도일 수도 있어서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때로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배우로서 늘 고민하게 되는 지점 같다. 이 작품을 보면서 슬며시 불편함이 자리했던 이유는, 장애로부터의 자유를 갈구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으로 정상성을 갈망하고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네의 헛헛한 현실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까.

흑과 백으로 구분 짓는 서로의 세상에서 하나의 몸짓으로 어우러져 가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쉽게 섞일 수 없는 너와 나를 향한 포용과 수용으로 가는 어울림을 보여준다. 침묵 속에 서로 마주 보고 미소를 건네는 배우들의 시선엔 따듯한 공존이 담겨있었다.

  • 살색 레오타드를 입은 퍼포머들이 서로의 몸을 컨택하며 구르거나 몸을 넘으며 이동하고 있다.
  • 무대 전면에는 공중에 수많은 선이 원형틀에 엮여 있고, 바닥에는 회로도 같은 라인이 무대 앞까지 뻗어 있다. 그 앞에 AI로봇으로 분장한 퍼포머가 서 있다.
  • 보조기구를 한 퍼포머와 AI로봇 역의 퍼포머가 바닥에 앉아 마주보고 있다. 옆에는 다른 퍼포머들이 서 있다.
  • 무대 전면에는 공중에 수많은 선이 원형틀에 엮여 있고, 바닥에는 회로도 같은 라인이 무대 앞까지 뻗어 있다. 무대에는 다양한 모양의 보조기구를 장착한 퍼포머들이 각자의 몸짓을 하고 있다.
LINK 포스터

LINK

정Tree프로젝트|2024.10.3.~10.6.|모두예술극장

몸과 몸의 충돌, 인정, 수용, 그리고 로봇, AI. 미래를 향한 신뢰와 공존이 이야기를 담은 다원예술 공연이다.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의 진화를 바라보며 ‘인간의 정상성’에 대한 물음을 가졌다. 두 발로 일어나 걷는 것이 인간의 기준인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서로 다른 몸들의 몽환적인 여정 속에 담아, 각자의 고유한 몸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자체로 신뢰와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정Tree 프로젝트는 무용, 미술, 연극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모여 몸, 공간, 스토리텔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장르를 구분 짓지 않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과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한다.

∙ 공연정보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정유미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배우.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에서 활동했다. KTV 국민행복시대 리포터와 내레이터로 활동했고, 이지트립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주요 출연작으로 〈ONE&ONE〉, 〈옥상 위를 부탁해〉, 〈불굴의 왕 리처드 3세〉 등이 있다.
ceasing7@hanmail.net

사진 제공.정Tree프로젝트

2024년 12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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