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시시각각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가 말해주는 시각예술 이야기 글·그림 허은빈 2화. 장애예술인이 장애인을 그리는 방법? 그림 설명: 가운데 큰 글씨로 ‘시시각각’이라고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쓰여 있고, 글자 옆에는 연필이 그려져 있다. 작은 글씨로 부제가 있다. 아래에 부제와 작가명이 쓰여 있다. 1.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내게 ‘장애’는 나의 엄청난 아이덴티티이자 그림 설명: 우산토끼가 펜을 손에 쥐고 엎드려 있다. 우산 토끼 앞에는 아이패드와 낙서가 그려진 종이 2장, 노란 색연필 한 자루가 놓여있다. 때때로 창작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2. 대다수의 장애인이 으레 그렇듯, 그림 설명: 우산토끼와 노란 토끼가 마주 보며 대화하는 얼굴이 있다. 우산토끼의 말풍선에는 휠체어가 그려진 장애인 픽토그램이, 노란 토끼의 말풍선에는 느낌표가 있다.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3. 기존에 창작된 미디어 매체가 당연하게도 큰 영향을 준다. (〈역대 호감 장애인 캐릭터〉 맹인 전사 토프 〈아바타: 아앙의 전설〉 거꾸로 해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물고기를 못 봐서 슬픈 조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림 설명: 시계방향으로 초록색 머리카락에 초록색과 노란색의 머리띠를 쓴 토프, 단정한 검은 단발머리의 우영우, 긴 갈색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조제의 모습이다. 조제의 얼굴 주변으로 작게 호랑이 얼굴과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4. 그러나 시대에 따라 ‘장애’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하고 영화 〈목소리의 형태〉 (우산토끼: 장애 미화, 시혜적인 시선 등…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여러 의견이 존재합니다.) 그림 설명: 애니메이션 주인공 남학생과 여학생이 나란히 있다. 여학생은 분홍색 긴 머리에 흰 셔츠와 파란색 치마 교복을 입었고, 남학생은 검은 머리를 위로 세웠다. 마치 모자이크 처리하듯 눈 부분을 검은색으로 굵게 칠해져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우산토끼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5. 나 또한 창작자로서 조심스러운 마음과 묘한 중압감(?)을 느끼곤 한다. (우산토끼: 멋지고 바람직한 모습만 그려야 하는 건가? 어떻게 그려야 옳은 거지?) 그림 설명: 무거운 짐 덩어리에 깔려 있는 우산토끼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옆에는 깨굴이가 앉아있다. 6.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시혜적인 관점’에서 소비되는 것. 창작물의 가치를 ‘장애’라는 간판이 가려버리는 것이다. (사람들: 어휴~불쌍해. 시각장애인인데 대단하네! 장애인이 그림도 그려? 신기하다~) 그림 설명: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눈과 코는 없이 입 모양만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7. 그런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길까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성이 중요한 작가에게 있어 장애란 ‘나’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며 내 그림으로 인해 (건강한 의미에서) 큰 동기부여와 새로운 생각의 과제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8. 결과적으로 모든 매체와 창작물이 그러하듯,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보는 이에게 달려있다. (깨굴: 알아서 판단하쇼~)그림 설명: 깨굴이 두 팔을 옆으로 벌리고 무표정하게 있다. 작가가 그걸 완전히 통제하려 드는 것은 일종의 기만일 수 있으며, 예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듯 보였다. 9. 다만 아직 장애와 장애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문제를 최대한 무겁지 않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팔춘: 어, 이 그림 귀엽다~ 어떤 사람이 그린 거지?) 그림 설명: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는 팔춘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림에는 우산토끼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안~녕’이라고 쓰여 있다. 그림 옆에는 캡션이 붙어있다. 10. 그래서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차이와 다름’, ‘소통’, ‘소외’ 등의 키워드를 너무 주제의식에 갇히지 않는 선에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향을 궁리하고 있다. (우산토끼: 난 귀엽다.) (귀여운 캐릭터로 친근감 주기!) (문제의식보다는 해결책인 ‘소통’의 가치 이야기하기) 그림 설명: 우산토끼의 얼굴과 노란 우산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11. 창작은 즐겁다. 보는 사람들도 같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함께 웃고, 떠들고, 그림 설명: 텍스트 주변에 시계방향으로 우산토끼, 깨굴, 민들레처럼 노란 털을 가진 나무늘보 캐릭터 늘복, 귀 큰 토끼 캐릭터 팔춘이 그려져 있다. 우산토끼의 왼쪽 아래, 늘복의 위에는 꽃이 두 송이씩 있다. 12.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다가 기분이 내킬 때 내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준다면 좋겠다. 그럼 무척이나 기쁠 것이다. 그림 설명: 늘복, 우산토끼, 팔춘이 정면을 바라보며 나란히 있다. 우산토끼 등 뒤에서 깨굴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늘복은 두 손을 입 아래쪽에 대고 있다. 팔춘은 두 팔을 흔들고 있고, 머리 위에는 하트 2개가 있다. 13. 시시각각 생각해보기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거나, 의견을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만약 내가 작가가 된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나요? 그림 설명: ‘시시각각 생각해보기’에 관해 쓰여 있다.

허은빈
선천적 저시력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 화면 확대가 용이한 디지털 드로잉, 미디어아트, 촉각매체 등을 활용합니다. 뒷다리가 짧은 토끼 캐릭터 ‘우산토끼’를 중심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그립니다.
327cherish@gmail.com
2025년 10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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