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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리뷰 다른 시간을 살기 위해, 다른 역사를 쓰기 위해

  • 김슬기 연극 연구자
  • 등록일 2022-06-29
  • 조회수888

리뷰

처음 ‘향유의집’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2021년 8월, 시설이 폐지된 지 4개월여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향유의집에 간 것은 - 0set(제로셋) 프로젝트의 <관람모드-있는 방식>(2021)(관련기사 바로가기(링크)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해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 공연은 관객이 향유의집으로 이동해 그곳에 머물면서 시설에서의 삶과 탈시설 과정의 기록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부지 입구에 들어서자 건물 뒤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다른 한쪽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공사가 한창임을 알리는 크레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곳은 김포한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200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그 기나긴 세월 속에 탈시설 운동의 혁명적인 역사가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집을 폐지하기까지의 여정, 바로 그 혁명적인 역사의 시간을 함께 통과해온 임직원과 거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과격하고 획기적이고 아름다운”(주1)

향유의집은 1985년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오랜 세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설의 억압에 저항해왔던 거주인 한규선 씨는, 2006년의 어느 날, 본인 앞으로 나오는 장애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후 시설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요양원 측은 장부를 숨기고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했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NGO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재단 비리를 제보받아 결합한 것은 이때쯤이다. 이내 투쟁을 위한 직원과 거주인 모임이 결성되었고, 비리 세력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시설 폐지 및 이사진 해임을 요구하는 농성이 조직되었다. 1년여간의 싸움을 이어간 끝에 비리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질 무렵, 서울과 김포를 오가며 투쟁에 함께 했던 거주인 여덟 명이 이번엔 아예 시설을 퇴소해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다시 농성장을 꾸렸다. 시설의 비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때 오히려 시설을 박차고 나와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한 중증장애인들, 한국 사회 최초의 탈시설 주거정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 지난한 시간을 이렇게 건조하고 납작한 몇 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과연, 이 책을 리뷰하기에 적합한 방식인지, 오래 고민했다. 현장을 몸으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분노와 고단함, 간절함과 놀라움, 그리고 용기를 냈던 순간들과 삶을 바꿔놓은 선택들, 그 말들 사이에서, 아니 어쩌면 말로 다 하지 못했을 그 살아있는 경험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여러 번 세계가 요동친다고 느꼈던가. 자기 몫의 삶을 제 의지대로, 자신이 책임지며 살기 위해 감행했던 창조적이고도 해방적인 연대, 그러면서도 각자의 맥락 안에서 생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신중히 자기 결정을 해나간 이들의 다채롭고 풍성한 서사. 물론 이 책의 여러 구술과 그 배면에 깔린 이 사회의 문제들은 결코 이런 감상적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 책에 실린 말들이 가진 힘,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접힌 시간”을 펼쳐내기

『집으로 가는, 길』을 읽는 동안, 또 다른 책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을 함께 읽었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치유가 어떻게 장애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규정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파괴해왔는지 분석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와 질병을 다룬 소설 및 영화, TV 프로그램 등 당대 현실과 상호작용해 탄생한 여러 문화적 생산물이다. 국가 발전에 대한 열망, 그에 따라 강요된 정상성과 수월성, 몸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진단적 시선, 이 모든 것들이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장애를 그려온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장장 한 세기에 걸쳐 ‘구성된’ 장애에 대한 폭력적 시선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장애에 대한 인식이 현재 우리 사회의 수많은 시설을 유지하고 방치하는 근간이 되어 왔음은 자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접힌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괜찮았던’ 과거와 ‘더 나은’ 미래만을 주목해 현재를 사라지게 하는 치유의 폭력에 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재의 삶은 이 접힌 시간 속에 무화되고, 치유의 효과는 개인이 아닌 가족과 사회, 국가 공동체를 위한 영역에서 작동하게 된다. 향유의집 거주인들이 구술한 시설에서의 시간에 이 개념을 겹쳐볼 수 있었다. 길게는 4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시설에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은 그들은 지역사회로 나와 “꿈이라는 걸 꾸기 시작”(한규선, 226쪽)했고, “자유를 만끽”(김동림, 241쪽)했고,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황인현, 258쪽)했고, “사는 재미도 있고 시야도 넓어”(양남연, 284쪽)졌다고 말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치유의 명령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선택한 이들은, 그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가 유예되었던 시간을 펼쳐, 이제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증언한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에서 저자는 “폭력을 겪지 않고 장애를 갖고 사는 삶의 가능성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우리의 몸을 통치하는 권력 관계를 인식하고 이에 도전하는 상상에 달려 있다”(김은정, 369쪽)고 말한다. 탈시설 운동은 바로 그 상상의 씨앗이다.

이 글에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향유의집이 폐지되고 정책적으로 탈시설 로드맵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활동가와 연대한 이들의 분투가 있었다. 거주인들과 함께 투쟁하고, 시설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그 모든 남은 일을 매듭지은 임직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인터뷰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귀한 책도 만나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질문은 우리가 얼마나 이들과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겨냥한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지난 6월 21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탈시설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고백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 동료 시민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나는 상상한다. 이제는 다른 시간을 살고, 다른 역사를 쓰기 위해서.

주1: 이 표현은 마로니에 노숙 투쟁에 연대하고, 구술 기록에 참여해 이 책을 함께 만든 홍은전의 글에서 빌려왔다. 『집으로 가는, 길』, 34쪽.

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홍세미 이호연 이정하 박희정 강곤(지은이) | 오월의봄 | 2022

오직 스스로의 의지로 문을 닫은 최초의 시설이 되기까지, ‘향유의집’ 거주인과 임직원이 함께 통과한 놀랍고, 치열하고, 아름답고, 험난했던 연대의 기록. 한 장애 당사자 거주인이 시설 내부의 비리를 최초로 고발하고 공론화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비리·인권 침해 고발에서 탈시설 운동과 집을 만드는 싸움을 시작한 이들의 시설-탈시설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시설 직원들과 당사자의 탈시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젠더·성의 재활과 정치

김은정(지은이) | 강진경 강진영(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22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를 다룬 소설, 영화, 신문 기사, 정책 문건, 활동가의 글 등을 텍스트 삼아 ‘치유’를 명분으로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삶을 파괴하는 ‘폭력’을 들여다보고 사회적·정치적 맥락 안에서 분석함으로써, 장애와 질병에 관한 사회적 경험과 문화적 재현의 다른 상상력을 제안한다. 「심청전」 「노처녀가」 「백치 아다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주의 장애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장애학적 문화 비평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김슬기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한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일상과 연극, 연극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 및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soolsoolgi@naver.com

이미지 제공. 오월의 봄, 후마니타스

2022년 7월 (32호)

김슬기

김슬기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한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일상과 연극, 연극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 및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soolsoolgi@naver.com

상세내용

리뷰

처음 ‘향유의집’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2021년 8월, 시설이 폐지된 지 4개월여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향유의집에 간 것은 - 0set(제로셋) 프로젝트의 <관람모드-있는 방식>(2021)(관련기사 바로가기(링크)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해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 공연은 관객이 향유의집으로 이동해 그곳에 머물면서 시설에서의 삶과 탈시설 과정의 기록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부지 입구에 들어서자 건물 뒤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다른 한쪽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공사가 한창임을 알리는 크레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곳은 김포한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200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는 그 기나긴 세월 속에 탈시설 운동의 혁명적인 역사가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집을 폐지하기까지의 여정, 바로 그 혁명적인 역사의 시간을 함께 통과해온 임직원과 거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과격하고 획기적이고 아름다운”(주1)

향유의집은 1985년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오랜 세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설의 억압에 저항해왔던 거주인 한규선 씨는, 2006년의 어느 날, 본인 앞으로 나오는 장애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후 시설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요양원 측은 장부를 숨기고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했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NGO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재단 비리를 제보받아 결합한 것은 이때쯤이다. 이내 투쟁을 위한 직원과 거주인 모임이 결성되었고, 비리 세력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시설 폐지 및 이사진 해임을 요구하는 농성이 조직되었다. 1년여간의 싸움을 이어간 끝에 비리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질 무렵, 서울과 김포를 오가며 투쟁에 함께 했던 거주인 여덟 명이 이번엔 아예 시설을 퇴소해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다시 농성장을 꾸렸다. 시설의 비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때 오히려 시설을 박차고 나와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한 중증장애인들, 한국 사회 최초의 탈시설 주거정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 지난한 시간을 이렇게 건조하고 납작한 몇 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과연, 이 책을 리뷰하기에 적합한 방식인지, 오래 고민했다. 현장을 몸으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분노와 고단함, 간절함과 놀라움, 그리고 용기를 냈던 순간들과 삶을 바꿔놓은 선택들, 그 말들 사이에서, 아니 어쩌면 말로 다 하지 못했을 그 살아있는 경험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여러 번 세계가 요동친다고 느꼈던가. 자기 몫의 삶을 제 의지대로, 자신이 책임지며 살기 위해 감행했던 창조적이고도 해방적인 연대, 그러면서도 각자의 맥락 안에서 생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신중히 자기 결정을 해나간 이들의 다채롭고 풍성한 서사. 물론 이 책의 여러 구술과 그 배면에 깔린 이 사회의 문제들은 결코 이런 감상적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 책에 실린 말들이 가진 힘,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접힌 시간”을 펼쳐내기

『집으로 가는, 길』을 읽는 동안, 또 다른 책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을 함께 읽었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치유가 어떻게 장애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규정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파괴해왔는지 분석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와 질병을 다룬 소설 및 영화, TV 프로그램 등 당대 현실과 상호작용해 탄생한 여러 문화적 생산물이다. 국가 발전에 대한 열망, 그에 따라 강요된 정상성과 수월성, 몸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진단적 시선, 이 모든 것들이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장애를 그려온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장장 한 세기에 걸쳐 ‘구성된’ 장애에 대한 폭력적 시선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장애에 대한 인식이 현재 우리 사회의 수많은 시설을 유지하고 방치하는 근간이 되어 왔음은 자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접힌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괜찮았던’ 과거와 ‘더 나은’ 미래만을 주목해 현재를 사라지게 하는 치유의 폭력에 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재의 삶은 이 접힌 시간 속에 무화되고, 치유의 효과는 개인이 아닌 가족과 사회, 국가 공동체를 위한 영역에서 작동하게 된다. 향유의집 거주인들이 구술한 시설에서의 시간에 이 개념을 겹쳐볼 수 있었다. 길게는 4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시설에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은 그들은 지역사회로 나와 “꿈이라는 걸 꾸기 시작”(한규선, 226쪽)했고, “자유를 만끽”(김동림, 241쪽)했고,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황인현, 258쪽)했고, “사는 재미도 있고 시야도 넓어”(양남연, 284쪽)졌다고 말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치유의 명령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선택한 이들은, 그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가 유예되었던 시간을 펼쳐, 이제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증언한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에서 저자는 “폭력을 겪지 않고 장애를 갖고 사는 삶의 가능성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우리의 몸을 통치하는 권력 관계를 인식하고 이에 도전하는 상상에 달려 있다”(김은정, 369쪽)고 말한다. 탈시설 운동은 바로 그 상상의 씨앗이다.

이 글에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향유의집이 폐지되고 정책적으로 탈시설 로드맵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활동가와 연대한 이들의 분투가 있었다. 거주인들과 함께 투쟁하고, 시설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그 모든 남은 일을 매듭지은 임직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인터뷰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귀한 책도 만나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질문은 우리가 얼마나 이들과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겨냥한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지난 6월 21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탈시설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고백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 동료 시민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나는 상상한다. 이제는 다른 시간을 살고, 다른 역사를 쓰기 위해서.

주1: 이 표현은 마로니에 노숙 투쟁에 연대하고, 구술 기록에 참여해 이 책을 함께 만든 홍은전의 글에서 빌려왔다. 『집으로 가는, 길』, 34쪽.

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홍세미 이호연 이정하 박희정 강곤(지은이) | 오월의봄 | 2022

오직 스스로의 의지로 문을 닫은 최초의 시설이 되기까지, ‘향유의집’ 거주인과 임직원이 함께 통과한 놀랍고, 치열하고, 아름답고, 험난했던 연대의 기록. 한 장애 당사자 거주인이 시설 내부의 비리를 최초로 고발하고 공론화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비리·인권 침해 고발에서 탈시설 운동과 집을 만드는 싸움을 시작한 이들의 시설-탈시설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시설 직원들과 당사자의 탈시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젠더·성의 재활과 정치

김은정(지은이) | 강진경 강진영(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22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를 다룬 소설, 영화, 신문 기사, 정책 문건, 활동가의 글 등을 텍스트 삼아 ‘치유’를 명분으로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삶을 파괴하는 ‘폭력’을 들여다보고 사회적·정치적 맥락 안에서 분석함으로써, 장애와 질병에 관한 사회적 경험과 문화적 재현의 다른 상상력을 제안한다. 「심청전」 「노처녀가」 「백치 아다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주의 장애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장애학적 문화 비평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김슬기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한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일상과 연극, 연극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 및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공연 드라마투르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soolsoolgi@naver.com

이미지 제공. 오월의 봄, 후마니타스

2022년 7월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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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1 18: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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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모드-있는 방식> 공연 때 처음으로 향유의집을 보았고, 사실 시설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어요. 시설폐지라는 말도 처음 들었구요. 책을 읽으면서 공연 때 공간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을 떠올렸어요. 탈시설 하신 분들이 저희 동네에 많이 와서 자립생활을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지역의 복지시설도 좀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어요. 예술 현장에서, 책 기록을 통해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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