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색다른 일이다. 소위 온전한 몸을 가졌다고 말하는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는 불편하고 때로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많은 장애인은 ‘나만의 개성 있는 몸으로 차별화된 관점으로 세상을 누리고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의 외침에 누군가는 적대시하거나 무관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개성 있는 삶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같이 살아가 보자고 한다. 이렇게 ‘같이 살아가고, 같이 표현하고, 같이 느끼는’ 수단이 되고 있는 장애문화와 장애예술인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장애예술을 통한 장애문화운동의 시대로
2023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인지원법)이 마련되면서, 장애예술인의 삶과 표현에 무관심했던 시대에서 관심의 시대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 입증되었다. 장애인 권리운동의 역사가 인권운동에서 문화운동으로 확장될 거로 예상은 했지만, 역시 세상의 변화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가속페달을 밟는 것 같다. 1990년대부터 장애인의 생존과 생활을 위한 투쟁은 있었다. 그 속에서 복지 예산이나 장애인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냈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의 모습이 얼마나 개성 있는지, 이들의 관점과 삶의 방식이 세상을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우는지에 대해 알리는 일은 부족했다. ‘장애인은 다른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가졌으나, 대등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라는 논리로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 등을 주장했고, 이 논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동조도 끌어냈지만, 때로는 장애인 집단과 비장애인 집단 사이에 구분과 분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소 과격한 1세대 장애운동과 달리, 좀 더 부드럽고 다채로운 형태로 사람들의 귓가와 눈가에 그리고 손끝에 속삭이며 스며드는 장애문화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장애인의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이 비장애인 관객과 소통하면서 삶과 역사, 문화와 예술을 돌아보게 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다름과 같음을 느끼게 하면서 우리 모두의 삶을 반추하며 더 나아지게 하고 있다.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한 신세대의 인권운동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장애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시대 예술
‘장애문화’란 장애인의 경험, 정체성, 역사,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된 가치와 표현 방식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개념으로 예술, 음악, 문학,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나타난다. 장애예술인은 장애를 결핍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장애 자체를 다른 몸과 감각, 삶의 철학으로 인정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즉, 장애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정체성의 일부로 삼아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어 공연, 휠체어 댄스, 점자 시(문학) 등은 장애인의 경험을 반영한 고유한 문화표현의 형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장애인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예술을 지극히 개인화된 이 시대에 파편화된 자기표현의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의 감각과 표현의 방식 자체가 예술을 통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낯섦과 새로움을 증폭시키고, 이것은 다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함께의 가치’를 강조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장애중심적일 수도 있는 장애예술이 개인화된 표현인 동시에 공동체성의 가치를 담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낯섦을 잇는 접근성
얼마 전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 연극 〈젤리피쉬〉를 봤다. 장애여성의 연애와 임신을 현실적이고 위트 있게 표현하였는데, 필자 또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장애여성으로서 많이 웃었고, 공연을 통해 현실 사회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함께했던 비장애인 관객들도 장애여성의 삶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를 가능하게 했던 눈에 띄는 장치가 있었는데, 이는 낯선 장애예술인의 표현 방식을 경험하게 했다. 발달장애 배우의 대사를 돕기 위해 비장애 배우가 프롬프터 역할을 했고, 수어통역사와 자막, 점자 리플렛 등이 제공된 배리어프리 공연이라는 점이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형태의 표현 방식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 장르가 되는 경험이었고, 비장애인 관객은 잠시 공연을 통해 장애인의 촉각과 시각, 그리고 그들의 관점과 언어로 세상을 만났다. 장애예술인의 표현과 소통을 위한 장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집단을 잇고 있었다. 모르던 사이에서 아는 사이가 되는 것 같은 친밀함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문화와 공감의 힘이라고 본다. 장애예술 접근성은 그렇게 서로 간의 낯섦을 깨고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였다.
모두를 위한 보편 권리
장애문화운동으로 장애인 권리 운동의 역사는 다시 쓰이고 있다. 장애인의 삶과 경험, 정체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승화하면서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 우리 장애인이 있다고, 함께 세상을 다양하게 느껴보자고 손짓한다. 그리고 그 손짓은 접근성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느끼며 공존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다양성과 ‘함께’의 가치를 담는 시대 예술로서 장애인 접근성을 이해하고, 모두를 위한 보편적 권리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예술을 통해 서로를 잇고, 함께 느끼고 누리게 하며 우리가 잠시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접근성의 매력을 모두가 느끼길 바란다.

전지혜
현재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장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장애여성 당사자로서 주로 장애인 권리와 복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한국 사회에서의 장애문화와 장애정체성 연구를 수행하였다. 2024년부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로서도 활동하는 등 장애문화예술운동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다. 저서로 『수다 떠는 장애』가 있다.
ikwwjh@inu.ac.kr
썸네일 제공.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모두예술극장 〈젤리피쉬〉, 2024)
2025년 8월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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