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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툰 예술에 대한 단상② 어느 예술가의 순수보존법칙

  • 바타왕자 작가
  • 등록일 2026-06-24
  • 조회수 20

이음한컷

어느 예술가의 순수보존법칙
그림설명: 파랑새가 앉은 펜대를 들고 앉아 있는 예술가 옆으로 제목 ‘어느 예술가의 순수보존법칙’이 쓰여 있다. 나는 예술을 놀이로 생각했다.
그림설명: ‘예술=놀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고, 글자 꼭대기에 이젤을 펼쳐놓고 그림 그리는 사람, 걸터앉거나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으며 뛰노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놀이하듯 즐기는 것이었다. (예술가: 노는겨! 직장인: 좋것따)
그림설명: 한 예술가가 이젤 앞에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류가방을 들고 정장을 갖춰 입은 직장인이 지나가다 고개를 돌려 이 모습을 부러운 듯이 쳐다본다. 창작이 놀이와 다른 점이라면 결과물이 남는다는 것 정도였다.
(예술가: 아름답죵~)
그림설명: 예술가가 이젤 앞에 서서 완성된 풍경화를 두 팔로 가리키며 소개하고 있다. 화판에는 산과 바다가 알록달록 그려져 있다. 그래서 창작의 고통을 말하는 예술가들에게 의문을 가졌었다.
(다른 예술가: 니가 창작의 고통을 알아?)
그림설명: 한 예술가가 이젤 앞에 쪼그려 앉아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그림 그리고 있다. 바닥에는 물감 통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쩌다 작품 의뢰를 받고 기뻤다.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 그 러 나…

(예술가: 잘 그리자!)

그림설명: 예술가가 이젤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붓을 들고 그림 그리고 있다. 창작이 일이 되었다.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창작의 고통이 이런 것일까?

(예술가: 아고 힘들어!)

그림설명: 예술가가 그림 이젤을 등에 짊어지고 무게에 못 이긴 듯 허리를 숙이고 있다. 바닥에는 팔레트와 붓, 캔버스가 떨어져 있다. 의뢰인은 내가 하는 작업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의뢰인: 삐뚤어졌잖아! 다시 해~
예술가: 녜 녜~)

그림설명: 예술가가 벽에 여러 개의 작은 그림판을 나란히 붙이고 있다. 의뢰인이 예술가 뒤에 서서 인상을 쓴 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시하고 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내 실력 이상을 발휘하자니 속이 타고.

(예술가: 잘해야 돼 잘해야 돼~
강아지: 그게 되겠냐~)

그림설명: 예술가가 이젤 앞에 바짝 붙어 앉아 안간힘을 쓰며 그림 그리고 있다. 이젤 옆에 강아지가 앉아서 바라보고 있다. 예술가로 살아가려면 예술이 직업이 되어야 하는데, 놀이가 될 수 있을까?

그림설명: 한가운데 예술가가 서 있고, 양옆으로 ‘직업’과 ‘예술’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예술가는 두 글자 사이에서 양쪽을 바라보며 갈등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직업의 주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고, 예술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 

(예술: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직업: 돈이 최고야!)

그림설명: 이젤과 가방을 의인화했고, 각각 ‘예술’과 ‘직업’이라고 쓴 팻말이 꽂혀 있다. 서로 등을 돌린 채, ‘예술’은 결연한 표정에 온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고, ‘직업’은 허리를 굽혀 돈다발을 끌어안고 있다. 예술에 순수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예술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는 뜻이 아닌가?

(예술가: 나는 다른 목적이 없다고.
새: 정말 그럴까?)

그림설명: 예술가가 이젤 앞에 앉아 고집스런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젤 꼭대기에 앉아 있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예술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만약에 좋은 일을 하면서 다른 의도를 가진다면 어떤가?

(여자: 나 착하지~
할머니: 고마워 젊은이~)

그림설명: 굽은 허리로 지팡이를 짚은 채 앞서 걷는 할머니 뒤에 한 여자가 짐을 들고 따라 걷고 있다. 그 숨겨진 의도 때문에 좋은 의도가 퇴색되지 않는가? 특히 의도가 불순하면 추해지잖아!

(여자: 잘 찍어!
남자: 조회수 많이 나오것네!
강아지: 헐~)

그림설명: 한 남자가 옆에서 할머니와 짐을 들어주는 여자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강아지가 이들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예술에 돈을 벌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면 그 행위와 작품이 과연 순수할까?

그림설명: 예술가가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고, 돈다발이 가득한 생각풍선이 크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그런 순수를 지키며 사는 것이 쉽겠는가?

(남자: 잘 부탁합니데이~ (고객이다 잡자!)
여자: 녜 녜 (속지 말자))

그림설명: 남자가 양손으로 여자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여 눈 맞춤을 하고 있다. 여자는 꼿꼿하게 서서 응대하고 있다. 둘의 생각풍선에 다른 마음이 쓰여 있다. 그래서 순수를 지키며 사는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일이다. 

그림설명: 아이 모습의 예술가가 성인의 손을 잡고 앞을 향해 나란히 서 있다. 내가 순수를 잃지 않고 세상에 적응하며 사는 법은 직업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림설명: 삼각형 받침대 위에 길게 판자가 놓인 양팔 저울이 있다. 저울 양끝에는 ‘직업’과 ‘예술’이라는 글자가 놓여 있고, 저울 중앙에 아이 모습의 예술가가 두 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서 있다.
바타왕자

바타왕자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처럼 만화를 그리며, 오후에는 작업실에 출근해서 조소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급하거나 무리하지 않게 꾸준히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 그림을 그리고 조소를 전공한 것을 큰 행운이라 여긴다. 생산적인 동시에 재밋거리를 그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등단해서 『비밀이 사는 아파트』를 출간했고 만화 에세이 『놀면서 알게 된 것들』을 출간했다. 조소 놀이로 작품이 쌓이면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 작가 브런치 @bata
∙ 홈페이지 www.bata.co.kr

2026년 6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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